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상황에 관계없이 어디서든 낙천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행동했던 101세 노인의 이야기가 때론 엉뚱해보일 수도 있지만, 정신없이 바쁘고 각박한 현대인들의 삶에 어떤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지 벌써 3년이나 되었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 그 기억이 비교적 생생한 건 이야기의 설정 자체가 너무나도 독특하기도 했고, 세계 각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돌아다니면서 각종 유명인들을 만나서 행동했던 노인의 태도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읽고나서 남겼던 리뷰기록도 기억의 생생함을 유지시켜 주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과 유사한 노인 시리즈로 또다른 파란색 표지로 된 책이 있었던거로 아는데, 그 책은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그 책도 기회가 되면 읽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이 재미있었기에 아직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같은 게 있다.

이 책 시리즈가 예전에 한 때 많이 유명했기에 이미 읽어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낙천적인 삶의 태도가 어떤 건지 찐하게(?) 간접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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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가 되고 힘이 되는 말들이 많이 나와서 좋다. 살다보면 사람들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후회감 같은 것들이 밀려올 때가 있는데 그러한 것들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의 글귀들을 읽으면서 부정적이었던 생각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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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p.175에 밑줄 친 용서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이 책의 설명을 통해 귀중한 것을 하나 배운 것 같다. 용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며, 나 자신의 에너지를 소실하지 않기 위해 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말이 뇌리에 팍 꽂혔다. 굉장히 중요한 걸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최고를 기대하라! 인생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매번 주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기대하는 것은 확실히 안겨 준다! - P147

기대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태도는 성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대는 기꺼이 행동하려는 마음과 다른 이들과의 모든 상호 작용에 영향을 준다. - P148

질문하는 방식에서 단 하나만 조정해도 자신감과 에너지, 당신이 얻는 해답이 변한다. 그것은 당신의 생각과 내면의 대화를 바꾼다.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만일 그러면 어떡하지?" 유형의 긍정적인 질문들을 하기 시작하라. 부정적인 질문들은 접어라. - P149

생각의 이동에 따른 이점은 아래와 같다.

• 줄어드는 스트레스와 두려움, 걱정.

• 좀 더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 에너지 수준이 상승한다.

• 당신만의 경험을 만들도록 도움을 준다. - P149

당신의 모든 두려움과 부정적인 "만일 그러면 어떡하지?" 질문들의 목록을 만들어 모두 긍정적으로 전환하라. - P149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인생을 위해 과거 계획했던 인생을 기꺼이 떨쳐 버려야 한다."
- 조셉 캠벨 - P150

과거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과감히 떨쳐 버려라! 오로지 과거를 떨쳐 버릴 용기 있는 자에게만 인생에서 새로움을 맞아들일 자격이 있다. 과거에 저질렀던 후회스러운 일이나, 원했던 대로 잘 풀리지 않았던 일을 생각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 P150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과거 잘 풀리지 않았던 상황에 집중한다면 당신은 그 상황을 더욱 끌어당길지도 모른다.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계앞으로 나아가라. 이것이 당신이 지금부터 해야 할 전부이다. 아주 쉽다. 그렇지 않은가? - P151

과거에 잘못한 일이 아니라 미래에 당신이 잘하길 원하는 일에 집중하라.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새로운 것들이 인생 속으로 들어오도록 과거를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한다! 오래된 짐은 벗어 버리고, 끝내지 못한 일도 끝내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라. - P151

디팩 초프라가 좋은 말을 했다.
‘나는 기억력을 사용한다. 그러나 기억이 나를 사용하도록 허락하지는 않는다." - P151

자유롭게 현재를 즐기기 위해 과거의 일을 마무리 지어라. 지금부터 당신의 업무를 완성하려는 사고방식을 가져라. 인간관계와 일, 다른 모든 부분에서 무엇이든 불완전한 상태로 남겨 두지 말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라. - P151

"당신이 더 알아내고자 하는 것을 축하하라."
- 토머스 피터스 - P152

인생을 바꾸고 목표에 도달하는 길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가끔 멈춰서 지금까지의 승리를 자축하라! 지난주보다 발전한 자신을 축하해 줘라! 아무리 작은 승리라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 P152

모든 실행 단계의 완성은 축하받을 만한 일이다. 당신이 완성하는 모든 연습에 스스로 보상을 지급하라. 갖고 싶었던 물건을 당신에게 선물한다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등 기분 좋은 한 가지를 하라. 새로운 습관을 배워 상당한 발전을 보이면 짧은 여행을 다녀와라! 당신은 자격이있다! - P153

"행복이란 인생의 의미이자 목적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 P154

행복은 여정이지 목적이 아니다! 또한 행복은 선택하는 것이다! 내면의 상태이지 외부적인 무엇도 아니다. 행복은 습관이고 마음의 상태이다. 행복이란 너무나도 많다!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다. - P154

행복은 당신의 자동차와 집을 비롯한 현실 세계의 어떠한 물건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당신은 지금 바로 여기에서 행복해질수 있다. 지금 당장! 커다란 행복을 추구한다고 해서 인생의 소소한 즐거움을 놓쳐서는 안 된다. - P155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감상하라!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느껴라! 복권에 당첨되거나 퇴직할 시점까지 미루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신이 가진 것으로 즐거운 일을 하라. 오늘이 삶의 마지막이듯이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라! 지금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라. - P155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웃어라 웃으면 긍정적인 신호가 뇌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재미와 유머는 기쁨과 장수, 직업적인 만족, 개인적인 성취, 사적인 인간관계, 삶의 균형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그러니 많이 웃고 많이 즐거워하라! - P155

"대부분의 경우 멀티태스킹은 환상에 불과하다. 당신은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 일에서 저 일로 옮겨 다니며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 뿐이다."
- 보스코 잔 - P158

한 번에 하나씩만 하라! 집중이 필요한 경우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는 편이 멀티태스킹보다 생산성이 높다는 사실을 새로운 연구에서 밝혔다. 심지어 멀티태스킹이 업무를 더욱 느리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당신을 바보로 만든다고 한다! - P158

"인생은 정말로 단순하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 것을 강요한다."
- 공자 - P160

스티븐 코비는말했다.
"우리 중 대부분은 급한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정작 중요한 일에는 충분한 여유를 두지 않는다." - P161

생활의 단순화를 향한 커다란 첫걸음은 당신에게 중요하고 합리적인 활동들에 집중하면서 다른 활동들은 없애거나 크기를 축소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업무 자동화나 위임,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거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자 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다. - P161

단순화는 생활을 축소하여 보다 적은 자원을 가지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P161

지금 변화시킬 수 없는 일을 걱정하는 짓은 에너지 낭비이다. - P163

"때로는 기뻐서 웃지만, 가끔은 웃어서 기쁠 수 있다."
-틱낫한 - P164

웃어라! 그럴 기분이 아니어도 웃어라! 웃음이 삶의 질과 건강, 인간관계를 향상시켜 준다. 아직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오늘부터 의식적으로 웃어라. 많은 자기 계발서와 블로그에 인용되는 글이 있다.
‘4세에서 6세 사이의 아이들은 하루에 300~400회 정도 웃지만 성인은 단지 15회 정도만 웃을 뿐이다.‘ - P164

소리 내어 웃거나 미소를 지으면 건강에 대단히 좋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웃음이 일상적인 정신 상태와 창의성을 엄청나게 개선한다는 사실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더 웃어라! - P165

캔자스 대학의 타라 크래프트와 사라 프레스맨의 연구는 웃음이 스트레스로 충만한 힘든 상황에서 스트레스 반응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한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도 웃음이 심장박동수를 천천히 내리며, 스트레스 수준도 낮춘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였다. - P165

웃음은 상황이 좋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압박감에 시달릴 때 웃음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한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 스스로 전혀 웃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입으로 펜이나 젓가락을 물고 있어라. 웃음을 흉내 내는 행동도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낸다. - P165

우리가 웃으면 신체는 ‘사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한다. - P166

웃는 사람들이 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신뢰받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다수의 연구가 보여 주었다. 웃는 사람 주변에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들의 기분도 좋아진다. - P166

웃음에 대한 많은 혜택들은 아래에 설명되어 있다.


• 세로토닌을 분비해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든다.

• 엔도르핀을 분비해 고통을 낮춰 준다.

• 혈압을 낮춘다.

• 판단력의 명확성을 높여 준다.

• 면역 시스템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 삶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제공한다(웃는 동안 비관론자가 되려고 시도해 보라). - P166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면 낮잠을 잘 시간이 된 것이다."
- 메이슨 쿨리 - P167

한낮에 자는 기력 회복용 낮잠은 기운을 북돋아 주고, 심신을 상쾌하게 해 주며, 생산성을 높여 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 P167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에 비해 나을 바가 없다."
- 마크 트웨인 - P169

하루에 30분씩 독서를 한다면 일주일이면 3시간 30분이고, 1년이면 182시간이나 된다! 당신의 뜻대로 사용할 지식이 엄청나게 많아진다는 의미이다. - P169

항상 책과 함께 생활하라. TV 보는 습관을 대체하거나, 그보다 더 나쁜 뉴스 시청하기를 잠자기 전의 독서로 대체한다면 ‘마음의 평화‘라는 추가적인 혜택까지 누릴 것이다. 또 다른 부가적인 효과는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 P170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쓰는 돈이 아니라 저축하는 돈을 염려한다."
폴 클리서로 - P171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은 확실히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예비 자금으로 9개월이나 12개월, 18개월 정도의 임금을 저축해 두면(많을수록 좋다!) 스트레스를 줄여 주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며,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 P172

돈을 저축하기 위해서는 적게 쓰거나 많이 벌어야 한다. 대부분 씀씀이를 줄이는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되고,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도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월급날에 계좌에서 일정액을 따로 메어 저축 계좌로 자동 송금하는 것이다. - P172

"나약함은 결코 용서를 모른다. 용서는 강함의 상징이다."
- 마하트마 간디 - P174

성공과 목표 달성, 행복으로 가는 여정에서 용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용서라는 덕목을 익히기까지 아주 오랜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잘못임에도 왜 나는 용서해야만 하는가? 가장 간단한 대답은 용서가 이기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신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해 용서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 P175

잘 살며 많은 에너지를 소실하지 않기 위해서 용서해야만 한다! 분노, 원한, 최악의 증오를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되새기다 보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한다! 누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가? 누가 분노로 가득 찬 나머지 현재의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가? 바로 당신이다! 당신이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누군가는 어떠한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훌훌 털어 버려라! - P175

한 기자가 달라이 라마에게 티베트를 점령한 중국인에게 분노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전혀요! 나는 그들에게 사랑과 용서를 보냅니다. 그들에게 분노해봐야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 분노가 그들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분노로 인해 내 몸에 궤양이 생긴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될 것입니다." - P175

당신에게 나쁜 짓을 했던 사람들에게 달라이 라마의 태도를 적용해 보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살펴보라. 모두 떨쳐 버리고 당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을 용서하며 앞으로 나아가라.
단,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나는 그들을 용서했지만 잊지는 않았다"라고 말한다면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라도 결과를 이해하고 모두 털어 버리는 것이 낫다. - P175

당신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사과하라. 그것이 너무 불편하다면 편지를 써라. 무엇보다 자신부터 용서하라!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면 다른 사람을 용서하기가 쉬워진다. - P176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게 하는 동안 그는 나의 단점을 생각한다."
- 프랑스 속담 - P177

시간 엄수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규율의 표시이다. 비록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면 약간의 공격성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멕시코나 스페인 사람들은 시간 엄수에 매우 느슨하고 관대하지만, 독일에서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비전문적으로 비치며 노력으로 얻은 기회를 망칠 수도 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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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1-13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러려고 열심히 계획 세웠나 ㅋㅋㅋ 넘 정곡을 찌르는데요 곧 이 달 중순이네요 남은 1월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1-13 18:40   좋아요 1 | URL
때론 거창한 계획보다는 하루하루 알차게 사는게 맞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ㅎㅎ 예 서곡님도 날마다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작은 방주들‘의 마지막 부분인데, 우유니 소금사막에 있는 소금을 소재로 어떤 감정을 표현하려는 것 같은데, 독자인 내가 부족해서인지 명확하게 딱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었지만 어떤 모호한 아련함(?) 같은게 느껴졌다. 하여튼 뭔진 정확히 모르겠지만 약간의 아쉬운 감정 같은게 느껴졌고, 개인적으로 하나 궁금한거는 친구로 나왔던 진주라는 인물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하는 점이다. 금전적인(?) 이유로 도망을 갔다곤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작품 해설 같은게 있다면 독자입장에서 좀 더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어떤 이야기의 전개 같은 것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소재도 비교적 최근의 소재들을 등장시켜서 현실감도 많이 느껴졌었기에 몰입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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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지혜 작가님의 ‘북명 너머에서‘라는 작품이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조옥‘ 과 ‘성자‘ 라는 두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이어진다. 현재와 기억을 오가는 장면들을 인상적으로 표현해서 뭔가 짜임새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작품이었다. 내용자체는 그냥 보통 사람들에게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러한 내용을 통해 뭔가 담담하면서도 아련한 듯한 감정이 느껴져서 작가님의 표현 방식이 깔끔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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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작품은 김멜라 작가님의 ‘이응 이응‘ 이라는 작품이다. 이응 이응 이건 어떤 걸 지칭하는 거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런저런 얘기들 속에 마치 대명사처럼 등장하는데 뭔가 쉽사리 예측 되지는 않는다.

읽다보니 어떤 성적인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여진다. 어떤 의도로 이런 얘기들을 풀어내는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런 소설에 나오는 각종 단어나 문장들을 종합해보면 그쪽과 관련한 생각들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근데 또 계속 읽다보니 도대체 뭔지 알다가도 모를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특정한 물건을 지칭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어떤 또다른 새로운 건지 알 수가 없다. 미래에 나올 법한 어떤 혁신적인 기술이 도입된 기계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뭔가 불확실한 무언가이다.

우유니에서 꼭 남겨야 한다는 착시 사진은 거리나 각도를 맞추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 분씩 부동자세를 하고 낯선 사람들에게 손이나 허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들이 어딘지 치열하고 기이했다. 어느새 차 안에서 느꼈던 내밀한 감동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어쩐지 진주가 다른 방식으로 나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 있는데 없는 식으로. 없는데 자꾸만 있다고 치게 되는 식으로. 속이 울렁거렸다.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말들이 자꾸 선명해지고 있었다. 머릿속을 꽉 누르고 있던 그 순간이 떠오르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식은 땀 한 줄기가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에서였다.

원래 코인투자라는 게 그렇잖아요. 대박 아니면 쪽박.

나는 그제야 안개가 자욱한 길에서 표지판을 발견한 것 같았다.

일을 하는데 허튼 구석이 없는 손길.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가장 정확한 것을 움켜쥐는 동작이 반복되었다.

피할 수 없을 만큼 맑고 투명한 눈이었다. 무엇인가 실재하지 않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이 인간을 흔들기 이전의 눈, 그런 눈이 나를 차분하게 올려다보곤 했다.

사막 한가운데서,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고 있어.

물론, 여자의 생각이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밑도 끝도 없이 그 눈빛이 그렇게 보였다. 모멸감도 죄책감도 담겨 있지 않은 맑고 단단한 눈.

문득 가방 속에 있는 레몬 사탕이 생각났다. 멀미를 대비해 챙겨온 거였다.

사탕을 입에 문 아이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건냈다. 표면이 맨들맨들한 암염이었다. 사막의 열기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체온을 머금고 있는 소금 덩이가 풀 수 없는 암호 같았다.

마트에서 돌조각처럼 생긴 소금을 비싼 값에 팔던 것이 기억났다. 피사볼 안데스 솔트.

소금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무엇인가가 소금 속에 있다는 것이 우주에서 나만 아는 비밀 같았다.

가슴에서부터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것이 동시에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당시 어머니가 주문처럼 외던 말이 떠오른다. 분시를 모르면 배설이 뒤집혀. 그건 자기 분수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뜻이자 헛된 희망의 위험을 경고하는 말이기도 했다.

연인처럼 옷과 사람 사이에도 저마다의 궁합이 있는 법이니까. 저 옷이 나를 마음에 들어할 때 사람도 옷의 완전한 주인이 되는 것이다.

말끝마다 잘 아시겠지만, 이라거나 별로 어려운 건 아닌데, 라고 덧붙이는 모습은 일부러 선을 긋는 것처럼 거리감이 느껴졌고 나중에는 그런 차가움마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조옥은 손님이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그가 옷을 살 손님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건 손님이 뭘 입었느냐가 아니라 뭘 보느냐예요. 어떻게 보는지 알면 더 좋고."

목적없이 구경하러 오는 사람에게선 어떤 절박함도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강을 건너는 사람은 다리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 필요가 없으니까.

내가 구덩이라면. 혹은 진흙이라면. 물과 바람을 따라 자유롭게 변한다면. 진득한 몸으로 어디든 달라붙을 수 있다면. 아니 연못이라면. 흐르고 넘쳐 원하는 곳 어디로든 갈 수 있다면. 뛰어들 수 있다면. 녹아서 사라질 수 있다면.

무언가를 이루려면 몸의 허락이 필요했다.

바깥은 봄인데 내 몸 어딘가는 여전히 겨울이었다.

어니언스와 조동진, 김추자가 우리의 레퍼토리였다. 조옥은 팝송도 많이 신청했는데 엘튼 존이나 프린스, 핑크 플로이드 같은 생소한 외국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알고 있었다.

피곤에 지쳐 잠들 때까지 남편은 결혼을 앞둔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오래된 기억이란 게 공기 중에 머물다 특정한 조건에 나타나는 화학 현상 같기도 했다.

비가 오면 관절이 쑤시듯 어떤 과거는 우리 주위를 떠돌다 머릿속 피가 빠르거나 느리게 흐르는 순간 몸 속으로 들어와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재현하고 떠나간다.

독한 타르 연기가 냄새를 내뿜으며 그와 나 사이에 피어오른다. 그때 나는 아주 잠깐 어머니를 이해한다. 사랑과 증오가 담배 속처럼 한데 말려 도저히 분리할 수 없는 상태를.

가끔 돈이 궁한 날이면 조옥에게 빌려준 몇 만원이 생각났고 그것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떠올렸다.

점점 그조차도 떠올리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남편과 아이를 돌보고 고향을 떠나 도시에 정착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오직 조옥이라는 사람을 알았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은 채.

흔적 없이 사라진 노른자처럼.

기술적으로 빼낼 수 없는 머릿속 골짜기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그의 기억들을 생각한다. 어디에도 없고 오직 당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시간이 왜 하필 그곳인지도.

그의 눈동자 어디에서도 나와의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는 단서는 없다. 내가 누구야? 말해봐, 나를 알아? 나는 눈을 감고 나의 골짜기를 떠올린다.

그곳은 오직 저 너머, 오래전 북명을 떠난 상태에서만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도 아주 멀고 되돌아가는 길이나 단서 따위 없으므로 누구도 그곳을 찾을 수 없다. 이제 나는 북명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모른다. 길을 잃은 남편의 머릿속처럼 나의 기억 또한 너무 먼 미래에 와 있으므로.

나는 무릎을 꿇고 구덩이 바닥에 고인 검은 웅덩이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물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어 알아볼 수 없을 때까지, 가로등이 꺼지고 온 세상이 어둠이 내릴 때까지.

이무기가 돌아올 때까지.

"그 짓이 맞나 틀리나 긴가민가 할 땐 똑같은 짓을 한 번 더 해봐."

나이나 직업, 실제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서 처음 마주한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았다.

"말은 항상 느리죠. 생각에 비하면 언제나 느려요."

"당연하죠. 좋은 이응은 이응 생각을 잊게 해요."

카뭐가 쓴《이방인》이라는 책에 나오는 뫼르소의 말이었다. 팬티를 갈아입는 인간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말. 뫼르소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자신에게 그런 판결을 내린 자들이 팬티를 갈아입는 인간이란 사실에 치를 떤다고 했다.

"나쁘고 안 나쁘고를 떠나서 그게 사람이란 거야. 그게 이응이야."

성별 정체성이랑 성 표현 정체성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며, 억지로 느끼려고 하는 건 이응의 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응을 대단하게 여기는 건 아니었다. 단지 식욕이나 수면욕처럼 바이오리듬에 따라 몸이 원할 때 채워줘야 하는 신체적 욕구일 뿐이었다.

이응이 어떤지는 어릴 때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근육의 수축과 경련 그리고 이완. 오감을 채워주는 이미지에 둘러싸여 양극과 음극의 전기자극에 따라 맥박과 혈압이 높아지고 나중에는 모든 긴장이 풀리며 상쾌해진다.

무의식의 상태로 들어서는 델타파부터 휴식과 이완을 주는 알파파까지. 이응은 단계별로 우리의 뇌파를 유도해 우리의 몸과 의식을 열린 상태로 만들어준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도 찾지 않는 고전문학 서가에 앉아 책을 통해 누군가의 느낌이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글로 쓰고, 종이에 인쇄된 인간의 욕구가 나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을 만큼만 생생했고, 그렇기에 안전하게 나를 열 수 있었다.

좋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기다려줘야 한다고.

"차차 가리겠지. 차차 배우겠지. 너무 몰아붙이지 마라."

하지만 보리차차는 차차 좋아지거나 나아질 수 없었다. 세상은 그렇게 S자 곡선을 그릴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법이니까.

"쾌감을 느끼는 게 두렵나요? 죽는 게 무서워요? 삶과 죽음, 그 모든 것이 컬러볼 안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걸 믿지 못하는 거예요?"

우유수염은 이응의 현자처럼 말했다. 아니, 말한다기보다 나를 향해 짖는 것 같았다. 나의 방어적인 태도를 비난하듯이, 반짝이는 두 눈에 원망을 가득 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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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책을 읽어보고 덮는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어서 ...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책 많이 보시거나 컴퓨터 작업 많이 하시는 분들께 좋은 간단한 지압법이 있어 공유합니다. 밑줄만 쳐놓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저도 한 번 해봐야 겠습니다. 모두 건강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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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작가님의 ‘자작나무 숲‘이라는 소설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일종의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을 지칭하는 ‘호더(hoarder)‘라는 것을 소재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비단 이 소설 뿐만이 아니라 우리 현실 속에서도 이러한 호더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TV프로그램 중에 정리전문가와 함께 일반 가정의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는 프로그램들을 봤던 기억도 나고, 유튜버들 중에 정리유튜버라고 해서 집안에 쓰지 않고 방치된채로 남아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유튜버들도 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 작품의 메인소재가 이런 것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고, 이 소설의 주제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어떤 것을 의도하셨는지는 독자인 내가 확실히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우리 현실의 실생활에서 자주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거나 하는 행동들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반성해보게 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소설의 주제와는 약간 벗어난 얘기 일 수도 있겠지만, 호더라는 소재자체에서 느껴지는 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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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작은 방주들‘이라는 작품은 신주희 작가님의 작품이다.

‘작은 방주‘라는 게 이 소설에선 회사같은 어떤 ‘조직‘을 지칭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주인공의 친구인 진주가 이직한 회사 이름이기도 하면서도, 주인공이 속해있는 회사를 상징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소재들을 이것저것 볼 수 있었다. 비트코인이네 블록체인이네 하는 것들... 그리고 간단한 비유를 통해 그것의 원리들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독자인 나는 잘 몰랐던 ‘우유니‘라는 소금 사막이 있는 관광지에 대한 얘기도 나왔는데, 검색해보니 관광 여행지로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 여행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계셨던 분들도 있었겠지만, 아예 몰랐던 나 같은 사람에겐 뭔가 이국적이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이 단편 소설을 통해 잘 몰랐던 여행지를 알게 되어 유익했던 것 같다.

너 자작나무가 왜 자작나무인지는 아냐?

왠데?

자작자작 타서 자작나무란다.

너 꽝꽝나무가 왜 꽝꽝나무인 줄은 아냐?

그런 나무도 있어?

탈 때 꽝꽝 소리를 내서 꽝꽝나무란다.

자작나무는 추운 곳에서 자란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았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았다. 소나무만큼이나 알았다. 하얀 껍질을 종이처럼 벗겨내는 나무였다. 한 껍질을 벗기면 또 살아나서 다시 하얘지는 나무. 벗고, 벗고, 또 벗는 나무. 그래도 알몸이 되지 않는 나무.

하나도 버릴 게 없지 않니.....

할머니가 등 뒤에서 말했다. 좌절과 부끄러움과 슬픔과 고통이 뒤범벅되어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무리 애를 써도, 이를 악물고 애를 써도 단 하나도 버릴 것을 찾을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집과 마당은 이제 물건으로 완전히 장악되어 사람은 커녕 간신히 고양이 한마리나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통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 통로를 ‘염소의 길‘* 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는 훗날에야 알았다.

* 랜디 O 프로스트, 게일 스케티키 《잡동사니의 역습 :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의 심리》 (정병선 옮김, 윌북 2011) 에 쓰인 "산양의 오솔길(Goat Paths)"에서 차용.

종이는 뭉쳐 있으면 더는 가벼운 것도 날리는 것도 아니었다.

할머니가 호더가 된 이유를 나는 꿈 속에서 깨닫는다. 내가 못 가져가도록, 아무도 못 가져가도록 쓰레기를 쌓아놓은 것이다. 아주 산처럼 쌓아놓은 것이다.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 상상하는게 많아서였을 것이다. 어쩌면 엄마의 이야기속 빈틈을 채우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소설이 꼭 윤리적일 필요는 없는 거잖아.

할머니는 도시 괴담을 방송하는 유튜버에 의해 발견되었다. 호더가 어찌하여 도시 괴담의 일종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할머니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바람에 괴담의 자격을 얻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빨리 모든 것을 다 치워버리는 것 뿐인듯 했다.

나를 붙들고 있는 것들이 쓰레기들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실어 나르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거슬리다 못해 견딜 수가 없었다.

저들은 쓰레기는 다 쓰레기인 줄로만 안다. 그래서 다 쑤셔넣고 다 던져버린다. 그러고는 다 묻어버리거나 다 태워버리겠지.

자작자작 태울 줄도 몰라 다 꽝꽝 태워버리겠지.

할머니가 살아있을 때는 다 버려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인데, 갑자기 무슨 마음인지, 어떤 것은 남겨두라고, 그것만은 안된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이뿌리의 신 침처럼 고였다. 그러더니 점점 다 그냥 놔두라고, 다 내거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러니까 전부 다 내가 상속받은 것이라고, 내가 상속받은 쓰레기라고.

들어가면 위험해요!

아빠가 있어요, 저기에!

위험하다니까요, 할머니!

뭐라고요?

깔려 죽는다고요, 할머니!

이것은 내 이야기인가, 할머니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소설 속 이야기인가.

아무것도 버릴 수가 없어요. 왜죠?

모든 것에 다 기억이 있어서요.

어떤 기억입니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숲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할머니를 버리러. 어쩌면 아빠도 버리러. 가다가 자작나무 숲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한 껍질 한 껍질 벗으면서도 맨 몸이 되지 않는 나무들의 숲. 환한 나무들의 숲. 그런 숲에 이르면 나는 마침내 물을지도 모른다. 뭐가 그렇게 탔어, 뭐가 그렇게 애타게 자작자작 힘들었어, 할머니.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죽은 사람은 대답할 수 없으므로. 그러나, 다시 궁금해진다. 죽은 사람은 과연 대답할 수 없는 것일까.

플라밍고 튜브에 바람을 넣는 꿈을 꿨다.

‘No more priceless time.‘

아이들을 위한 책을 만드는 일이고, 이건 값을 따질 수 없는 priceless한 일이 아니겠냐고.

물론, 일은 늘 ‘어떤‘보다 ‘얼마‘가 더 중요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값을 따지려는 걸 보니 마음이 침침해졌다. 돈이면 세상 별 게 없다는 논리가 착착 맞아들어가는 게 싫어서 억지를 부린 거였다.

‘우유니 소금 사막 초초초특가 패키지.‘

코로나가 창궐할 때 그것은 여행사들의 마지막 몸부림이었을 터였다.

생소한 이름이 적힌 명함을 내밀 때, 진주의 모습은 얼마나 밝고 멋져 보였나. 돌이켜보면 나는 그런 그 애의 모습을 당연하다고 여겼다. 견뎠으니까.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 진주였다.

그간 벌어진 일을 떠올려 볼 때, 불행이 실패 선고를 제대로 내린 것 같았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고. AI하고도 경쟁을 해야하는 시대, 라고.

가보지도 않은 곳이 그리울 수도 있단다

언젠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라는 영화를 봤다고 말하며 줄거리를 설명했던 게 기억났다. 체 게바라가 오토바이로 남미 대륙을 횡단하는 이야긴데, 그는 추키카마타란 광산에서 노동자들의 참상을 목격하고는 의학도의 길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 뒤부터 혁명가의 길로 나서게 됐다고.

피로를 모르는 가상세계와 달리 진주의 현실 세계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그러니까 진주가 한다던 새로운 일의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붙잡고 어디론가 휩쓸려 가는 일처럼 보였다.

지난 일들이 시커먼 소용돌이를 만들며 머릿 속을 휘저었다.

허니쿠키는 명절에나 겨우 얼굴을 보는 제 가족이 손님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때가 되면 만나서 서로를 먹이고 입히고 마중하며 틈틈이 상처를 주고 받는 관계들.

아이러니하지만 근미래에 가족이 없을 여자들의 우정은 남편도 자식도 없이 혼자 남겨질 때를 대비하며 두터워지는 법이었다.

우울한 미래 따위에 미련을 두지 말자, 그저 최선을 다해 오늘의 술잔을 비우자, 하는 게 주된 건배사였다.

의혹과 경계심이 묘하게 뒤섞인, 전과는 확연히 다른 눈빛이었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 화르륵, 하고 애써 눌러 놓은 것들에 불이 붙는 느낌이었다.

아크가 뭐더라?

방주요.

암호화폐를 보관하기 위해 누구도 해킹할 수 없는 보안이 필요한데, 아크는 블록체인 기술을 장착한 전자지갑이라고 설명했다.

지갑을 비롯해 채굴이니, 주소니, 하드포크니 하는 말들은 몽땅 미래에서 과거로 갑자기 떨어진 말이었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얘기로 넘어가는 진주를 보며 나는 그저 눈을 깜빡였다.

진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 애다운 설명을 덧붙였다.

자, 꽃이 있다고 치자.

그럼 벌과 나비같은 곤충들이 있겠지? 꽃과 벌은 각자의 일을 하는 거야. 꽃이 벌을 위해, 벌이 꽃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대신 각자 원하는 보상을 받지. 꽃은 번식을 하고 벌은 꿀을 얻잖아. 그런 거야, 내가 하는 일이. 프로그램 안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꿀을 가질 수 있도록 그 시스템을 번식시키는 거. 암호화폐의 철학이 탈중앙화거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그 애의 말을 되씹었다. 지배적인 중앙세력이니, 대중을 속일 수 없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됐다느니.

나는 의구심을 품은 채 인터넷을 뒤적였다. 그 후에야 진주의 얘기가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개념에 관한 비유라는 걸 알게 됐다.

뭐가 있다고 치는 것. 없는데 있다고 치는 것. 치자, 치자, 치자, 중얼거리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거짓말도 치는 거고, 사기도 치는 거고, 뒤통수도 치는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질투와 아쉬움이 역력한 허니쿠키의 얼굴을 보는데 희열이 느껴졌다. 내가 그의 마음 한 구석에 예리한 구멍을 낸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여유로운척 고개까지 끄덕이고 있었다.

근면성실이 더는 성공의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걸, 심지어 무능도 전략적으로 증명해야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초현실적인 형벌을 받으며 복기했다. 매 순간 뒤통수와 엉덩이가 얼얼했다. 뼈가 시릴 정도로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

인간의 위엄이나 품위같은 건 잠시 어딘가에 담보로 잡혀있다 생각하고 버텼다.

무보직 대기 발령 메일을 받은 그날부터 찬찬히 되짚어보니 세 단어중 방점이 찍힌 단어는 ‘발령‘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무보직‘이었다.

누군가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고 부른 곳에 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었다. 눈이 부시도록 아른거리는 흰빛, 차는 빛을 그대로 밟으며 지평선 끝에 다다랐다. 정확한 대칭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이곳과 저곳이, 안과 밖이 혹은 오늘과 내일의 구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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