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과학(여기선 사회생물학)이 인문학과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저자는 과학이 주는 이러한 점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는 듯 하다. 독자인 나 또한 이 책을 쭉 읽어나가면서 저자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과학이 주는 매력에 조금씩 젖어드는 느낌이다. 처음 밑줄 친 문장에 이러한 것들이 응축된듯 하다.

두번째 밑줄 친 문장에는 사회생물학자인 윌슨이 했던 얘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얼마전에 읽었던 최재천 교수의 책에서 한 번 봤었던 분이라 조금은 생소함이 덜했던 것 같다. 이 글의 소제목이 ‘생물학 패권주의‘ 였는데 인문학 위에 생물학이 있다는 윌슨의 주장을 잘 나타낸 말처럼 느껴졌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사회주의에 대한 얘기가 등장한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았지만 여기서의 핵심은 마르크스가 인간의 본능을 너무나도 이상적인 것으로 가정했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이기적인 본능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한 결과로 인해 사회주의가 무너졌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었다. 결국 이 이야기에서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과학적인 사실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 역행하여 어떤 일을 추진한다면 잠깐은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인간 본능에 따라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실패 사례로 명백히 보여준다.

다음에 나오는 핵심 키워드로 ‘ESS모델‘ 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의 줄임말로 한국말로 풀어쓰면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모델에 기반하여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설명한다. 난 개인적으로 어떤 한 가지 모델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을 때 그 모델이 굉장히 파워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오늘 읽은 부분에서 저자가 소개한 이 ‘ESS모델‘이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아마 저자도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 모델 하나로 수많은 사회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책에서 이렇게 자신있게 소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과거 보건복지부 장관을 할 때의 경험을 토대로 의료서비스와 관련하여 의료서비스의 소비자인 환자와 의료서비스의 공급자인 의사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아주 자세하고 알기 쉽게 풀어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볼 수 있었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이러한 발상가능한 문제점들을 제어하기 위한 몇 가지 장치들(심사평가원 조직을 통한 과잉진료와 부당청구 방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기는 하나 오늘 읽은 부분 중에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생존 기계로 지칭되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에 따른 행동의 선택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저자가 정말 잘 풀어서 설명해준 덕분이다. 저자께 감사드리는 바이다.

아무튼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인간의 행동이라는 것이 지극히 생존본능에 입각한 것임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사회생물학의 질문은 내용과 형식 모두 인문학과 다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인문학과 다른 관점으로 다른 각도에서 인간과 사회를 살핀다는 것이 매력이다. - P132

인류가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한다면 우리 종은 신이 아니라 유전적 우연과 환경적 필연의 산물이다. 지난 세기 과학 탐구의 철학적 유산인 이 명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물리학 없는 천문학이나 화학 없는 생물학이 될 것이다. - P133

인간은 분명 유전적 우연과 환경적 필연이 작용한 자연선택의 산물이고, 문명은 우리 종이 진화를 통해 획득한 본성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 P133

문명의 힘으로 본능을 어느 정도는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지만 본성 그 자체를 역사의 시간에 바꾸지는 못한다. 한종의 본성이 달라지는 데는 역사의 시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긴 진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 P133

(윤리학자 싱어Peter Singer는) 유토피아에 대한 이상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재한 경향성에 근거를 둔 개혁 정책을 추진하라고 충고했다. 인간 본성과 마찰을 덜 일으키는 과제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 P134

사실은 도덕이 아니다. 자연에 존재한다고 해서 다 아름답고 좋은 건 아니다. 생물은 어디서나 생존경쟁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생존경쟁이 아름답거나 고귀하다고 하는 건 어리석다. - P134

자연선택과 진화는 특정한 방향이 없다. 인간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하며 인간에게도 보편적인 생물학적 본성이 있다. - P134

마르크스는 이기심 • 소유욕 • 지배욕을 포함해 계급 착취와 대립을 일으키는 모든 종류의 의식을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토대의 산물로 규정했다. 인간을 그렇게 이해하면 폭력혁명과 계급독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 P134

마르크스는 인간 본성을 호모 사피엔스의 보편적 생물학적 속성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총체로 보았다. 사회적 관계를 바꾸면 본성도 달라진다고 믿었다. 공산주의자는 ‘올바른 사상‘을 지녔기 때문에 권력을 잡아도 오직 인민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꿈에 홀려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 P135

마르크스 추종자들은 어느 시대 어느 권력자보다 무자비하고 집요하게 권력을 탐했다.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으면서 권력을 독점했다. 고대 황제보다 더 무분별하고 잔인하게 권력을 휘둘렀다. 그것이 변하기 어려운 인간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마르크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반박할 여지가 없게 증명했다. 인류 역사에 이토록 비극적인 역설은 없다. - P136

논리만 보면 윌슨이 옳다. 그러나 옳다고 해서 뭐든 실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P136

학문은 권력이 아니다. 권력을 쥔 사람이 학문을 탄압할 수는 있지만 어떤 학자의 주장이 다른 학문을 억누르지는 못한다. - P136

사회제도는 변하기 어려운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충돌하면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 P136

‘ESS 모델‘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ESS는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을 줄인 말이다. - P137

ESS는 어떤 군집의 대다수 개체가 일단 선택하면 다른 모든 전략을 능가하는 전략이다. 자연선택은 ESS를 벗어나는 전략을 징벌한다. 때로는 둘 이상의 전략이 ‘집단적으로 안정한 전략‘CSS(collectively stable strategy)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항상 배신‘이라는 안정점과 ‘TFT‘ 라는 안정점이 공존하는 쌍안정 시스템이 있을 수 있다. 우연히 먼저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이 일단은 우위를 유지하지만 또 다른 우연으로 우위가 바뀔 수도 있다. - P137

TFT(Tit For Tat)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또는 상대방을 믿고 협력하지만 배신행위는 응징하는 전략이다. - P137

‘전략‘은 인문학의 언어다. 사람은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쉬리나 박쥐는 전략을 구사하는 지적 생명체가 아니다. 유전자의 명령 또는 본능에 따라 생존하고 번식할 뿐이다. - P140

ESS 모델에서 개체는 전략을 구상하지 않으며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 P140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개체군 안에서 안정적으로 우세한 지위를 차지한 행동양식을 가리키는 말일 뿐이다. ‘자연선택이 ESS에서 벗어난 전략을 징벌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로, ESS가 아닌 방식으로 행동하는 개체가 생존과 번식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 P140

생물학자들은 주저하는 경향이 있지만 ESS 모델은 인간 군집에도 적용할 수 있는 형태의 게임이론이다.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같은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는 데 쓸 수 있다. - P140

소련 정부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모범이라고 추켜세웠던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의 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성실‘ 전략을 택한 청년 공산주의자의 운명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열혈 공산주의자들은 과로사하거나 반혁명분자로 몰려 처형당했다. - P142

소련의 권력자들은 문제를 직시하지 않았다. 인간 심리와 행동의 밑바닥에 생물학적 제약조건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기심과 가족에 대한 집착 같은 성향은 사적 소유를 토대로 한 계급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에 사회구조를 바꾸고 교육을 실시하면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알렉세이 스타하노프라는 광부를 노동영웅으로 내세워 노동자의 사명감을 고취하고 기술혁신을 북돋우려 했다. - P142

국민 대다수가 ‘태만‘을 생존 전략으로 선택한 사회는 혁신과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소련은 미국이 아니라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싸우다 졌다. - P143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다. 그런 행위가 옳은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생존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뇌는 대체로 본업을 앞세운다. 욕망이 이성보다, 이익이 도덕보다 힘이 세다. - P144

전교 1등 출신들이 의과대학에 가서 의사가 되고 병원을 운영하지만 그들의 뇌도 생존이라는 본업에 충실하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심사평가원이라는 전문가 조직을 만들었다. 심사평가원은 진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과잉‘ 진료와 ‘과잉‘ 청구를 한 징후가 보이는 의료기관을 조사해 부정하게 청구한 보험급여 지급금을 회수하고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적정‘ 전략이 공급자 집단의 ESS가 되는 이상적 상태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적정‘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 ‘과잉‘이 공존하는 ‘쌍안정 시스템‘을 이루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는다. - P144

경제학은 이 문제를 ‘주인-대리인 principal-agent 모델‘로 설명한다. 정보 비대칭 현상 때문에 소비자 주권이 성립하기 어려운 시장의 문제를 다루는 이론이다. - P145

의료서비스 시장이 대표적이다. 소비자인 환자는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어떤치료가 필요한지, 병원과 의사가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제공했는지, 진료비를 적정하게 청구했는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 질병과 의학적 치료에 대한 정보는 공급자만 가지고 있다. 이런 시장을 방치하면 필연적으로 공급자가 소비자를 착취한다. 그래서 대리인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 가입자인 국민의 대리인이 되어 의료서비스 가격을 책정하고 심사평가원은 공급자와 동등한 수준의 의학 정보를 가지고 과잉 진료와 부당 청구를 막는다. - P145

ESS 모델과 ‘주인-대리인 모델‘은 상충하지 않지만 같지도 않다. 같은 대상을 다른 관점에서 다른 개념으로 설명한다. 둘 모두를 알면 하나만 아는 경우보다 인간과 제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 P145

수학 · 게임이론 · 동물행동학 · 유전학 등 여러 학문의 도구와 문제의식을 결합한 ESS 모델은 사회제도의 구조와 결함을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문학을 사회생물학의 하위 분야로 편입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건 아니다.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자연선택이 만든 생물학적 기초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간과 사회를 다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147

나는 윌슨의 견해를 온건한 형태로 받아들인다. ‘인문학과 생물학 사이에 차원을 나누는 경계는 없다. 인문학은 인간 의식과 행동에 대한 생물학의 연구 결과를 적극 받아들여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정도만 해도 윌슨 선생은 만족할 것이다. - P147

이기적이라고 유전자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유전자는 ‘몸만들기 매뉴얼‘을 지닌 물질일 뿐이다. 물질은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 P148

분명히 해두자. 유전자는 적어도 100만 년 단위로 나이를 헤아려야 할 정도로 오래 생존하는, 끝없이 자기를 복제하면서 여러 생존기계의 몸을 옮겨 다니는, 네 가지 염기가 특수한 순서로 이어진, 충분히 작아서 잘 흩어지지 않는 염색체 조각이다. 목적의식이나 지향같은 건 없다. 끝없이 자기를 복제하면서 온갖 생존기계를 만들 따름이다. - P148

유전자의 생존기계는 성장해서 짝을 찾아 자손을 낳고 죽으라는 명령을 수행한다. 그런 면에서 모든 생존기계는 이기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같은 종의 다른 개체나 다른 종의 개체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 P148

자연은 오로지 남을 죽여야만 생존하는 검투장이 아니라 공감 · 협력 · 거래 · 공존의 무대이기도 하다. 협력 전략으로 생존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많다. - P148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 말고는 어떤 종 어떤 개체도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특정한 행동방식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협력이 생존에 유리한 환경에서는 자연선택에 따라 결과적으로 협력 행동을 부추기는 유전자가 퍼졌고, 대결이 생존에 유리한 환경에서는 결과적으로 대결 행동을 부추기는 유전자가 살아남은 것이다. - P149

인간을 포함해 진화가 빚어낸 모든 종은 의도적 설계가 아니라 자연선택이라는 필연과 유전적 우연의 산물이다. - P149

자연은 경쟁과 협력을 차별하지 않는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이기적 목적을 실현하는 전략이라는 면에서 둘을 평등하게 대한다. - P150

어떤 생존기계는 단순히 협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타 행동을 한다. 생물학 언어로는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낮추고 다른 개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 인문학 언어로는 ‘자신이 가진 희소한 자원을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행위‘를 한다. - P150

개체의 이타 행동은 자연선택 이론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타 행동을 유발하는 형질을 가진 개체는 자손을 남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자연선택은 그런 형질을 제거한다. 그런데도 동물의 이타 행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등동물일수록 더 다양한 이타 행동을 한다. 『종의 기원』 출간 이후 100여 년이 지나서야 그럴듯한 이론이 나왔다. 영국 생물학자 해밀턴 Wiliam Hamilton(1936~2000)의 ‘포괄적응도‘包括適應度(inclusive fitness)이론이다. - P150

개미는 암수 결정 방식이 특이하다. 생물은 보통 염색체수가 2개인 ‘두배수체‘ diploid다. 그런데 개미 수컷은 수정되지 않은 난자에서 나오기 때문에 염색체수가 개인 ‘홑배수체‘ haploid다. 어미 염색체 2n개의 절반만 가지고 있다. 반면 수정란에서 태어나는 암컷은 어미와 아비한테서 받은 유전자를 다 지니고 있다. - P151

일꾼 개미가 자신의 번식을 포기하고 여왕개미의 출산과 양육을 돕는 ‘친족이타주의‘ 행동을 함으로써 직접 짝을 찾고 자식을 낳는 경우보다 가족의 고유한 유전자 세트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미가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한다는 말이 아니다. 유전적 우연으로 생긴 본능 행동이 가족의 고유한 유전자 세트의 생존 확률을 높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친족이타주의‘ 행동을 하는 개미 집단이 번성했다는 이야기다. 생물학자는 이것을 ‘개미 집단에서 친족이타주의 행동이 진화했다‘고 표현한다. - P152

해밀턴의 접근법은 인간을 포함해 모든 동물의 이타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이다. - P152

호모 사피엔스의 친족이타주의는 개미 못지않게 강력하다. 인간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동물이 자식을 낳는다. 자식을 먹이려 고된 노동을 하고 자식을 보호하려고 죽을 위험도 감수한다. 도대체 왜? 본능이라는 대답은 충분하지 않다. 왜 그런 본능을 가지게 되었는지 해명해야 한다. 열쇠는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가 쥐고 있다. - P153

해밀턴 모델은 이타 행동이 가족과 친족 안에서 먼저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절반씩 지니고 있다. 자신의 유전자를 자식만큼 많이 가진 개체는세상에 없다. 부모한테는 자식이 자신만큼 소중하다. - P153

형제자매의 유전 연관도는 50퍼센트고 사촌끼리는 12.5퍼센트다. 인간의 이타 행동은 유전 연관도가 높은 부모자식과 형제자매에서 시작해 가까운 친족과 먼 친척으로 퍼져 나간다. 이것이 가족주의 또는 혈연의식이라고 하는 의식과 감정의 생물학적·유전학적 기초다. - P153

친족이타주의가 오로지 유전자 때문에 생긴다는 건 아니다. 생존을 위한 상호 의존, 접촉의 밀도와 빈도, 공동의 경험, 공유하는 기억 등 인문학 이론으로도 친족이타주의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둘은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다. - P153

생물학과 인문학의 이론을 결합하면 친족이타주의가 생긴 이유를 더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다. 혈연에 근거를 둔 비합리적 연고주의와 부정부패를 없애기가 왜 그토록 어려운지도 알 수 있다. - P153

해밀턴의 이론은 맹자가 옳았음을 증명했다. 보편적 사랑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우리가 사랑의 표현이라고 하는 이타 행동의 범위는, 가족에서 시작해 이웃으로 넓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이 인정하는 사실일 뿐이다. 사실이라고 해서 훌륭한 건 아니다. - P153

우리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애쓰는 것은 아름답다. 우리 삶에는 도덕과 미학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사실은 사실 그대로 알면서 선과 미를 추구하자. 사실을 도덕으로 착각하지도 말고 도덕으로 사실을 덮지도 말자.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맹자는 과학적으로 옳은 견해를 폈지만 묵가와 양주학파를 부적절하고 과도하게 비판했다고 할 수 있다. - P154

오해할까 봐 다시 강조한다. 유전자는 친족이타주의를 설계하지 않았다. 유전자는 그 무엇도 설계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를 복제할 뿐이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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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적기 독서‘에 대한 내용을 다뤘었는데 그와 관련된 내용이 이어진다. 특별히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독서교육을 시킬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이 나와있어서 눈길을 끈다.

뒤이어서는 정독, 만독, 편독, 재독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 나오는데, 독자 자신의 독서목적에 적합한 독서방법을 선택하여 실천하면 유용할만한 꿀팁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논리적 사고가 발달되지 않은 저학년에게 논리력을 요구하는 책만 읽힐 경우 아이의 두뇌발달에 나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결국 두뇌 발달의 기초마저 흔들린다 - P126

독서에 부작용이란 있을 수 없지만 잘못된 읽기 습관을 들인다면 독서로 생기는 긍정적인 결과들을 얻지 못할 수 있다 - P126

어린이들의 독서 습관은 부모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부모는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서 책을 고르고 독서법을 익힐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 P126

캘리포니아 대학 교육학 교수 스티븐 크라센은 책을 읽는 방법보다 어휘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 P126

스티븐 크라센은《크라센의 읽기 혁명》에서 책 읽기가 훌륭한 문장력, 풍부한 어휘력, 고급 문법 능력, 철자를 정확하게 쓰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 P127

아이들은 참고서나 문제집을 풀 때보다 만화책, 소설책, 잡지 등을 읽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운다. - P127

많은 사람들이 정독을 할 때는 고전문학이나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만화책이든 잡지든 흥미 있는 책부터 읽는 것이 좋다. 고전문학이나 어려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면 이런 책으로 독서를 시작해도 좋다. 정독을 하기 전에 책과 가까워져야 한다. 쉬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움 느끼면 자연스럽게 깊이 있는 책으로 넘어가게 된다. 흥미 있는 책을 읽는 동안 어휘력과 이해력도 향상된다. - P127

스티븐 크라센 교수는 TV를 보는 것도 언어를 습득하고 이해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TV만 보면서 책은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2시간 정도의 TV 시청은 독서와 무관하다고 한다. TV는 영상이기 때문에 습득하는 어휘는 적지만 상황을 판단하는 이해력을 높이는 데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P127

정독은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책을 읽는 방법이다. 정독을 하려면 어휘력과 이해력,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모르는 단어는 반드시 찾아보고 주석이 달린 글은 주석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책을 읽는 동안 또는 책을 읽은 후에 독서노트에 내용과 느낌을 정리해야 한다. - P128

시험 공부할 때 효과적인 정독법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교과서,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기본서와 이론서를 반드시 정독해야 한다. 정독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통독과 다르다. 따라서 출제 빈도가 높은 내용을 반복해서 정독하는 게 중요하다. - P128

•기출문제를 풀어본 후에 해답을 보면서 풀이 과정과 해설을 정독해야 한다. 틀린 문제만 오답노트에 적고 맞춘 문제는 해설을 보지 않는 수험생이 많다. 틀린 문제와 정답을 맞춘 문제의 해설도 반드시 정독해야 한다. - P128

•텍스트 위주의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표나 삽화, 그래프 등을 대충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문제는 표, 삽화, 그래프, 지도까지 정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P128

•정독의 핵심은 내용을 이해하면서 읽는 것이다. 교과서나 기본서, 이론서에 나온 용어나 어휘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문제집 위주로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문의 비중이 큰 과목은 시사, 경제, 문화에 관한 내용에 자주 나오는 용어와 약자 등을 확인해야 한다. - P129

•공식과 기술적인 용어가 많은 과목은 원리를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공식도 단순히 암기하는 것보다 공식이 나온 배경과 요소들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정독해야 한다. - P129

만독은 책을 천천히 읽는 독서법이다. 책에서 필요한 내용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궁금증이나 더 찾아봐야 하는 내용이 생길 때마다 찾아보면서 책을 읽는 것이다. - P129

만독은 슬로우 리딩이라고도 부른다. 책을 읽는 시간 관점에서 보면 속독과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만독과 속독 모두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방법적인 측면을 강조하다 보니 속독은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읽는 테크닉으로, 만독은 책을 천천히 읽는 독서법으로 알려졌다. - P129

슬로우 리딩은 단순히 책을 천천히 읽는 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는 독서 형태다. 슬로우 리딩의 핵심은 책을 읽으면서 실천하는 다양한 활동에 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 수십 권의 책을 읽은 것과 같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 P130

슬로우 리딩은 천천히 책을 읽기 때문에 책 읽기에 시간을 정해둘 필요도 없고 얼마만큼 읽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읽고 책을 읽는 동안 느낀 점을 얘기하고 궁금증을 해소하고 책에 나온 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 P130

책의 치명적인 단점은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머리로 이해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문제를 슬로우 리딩으로 해결할 수 있다. - P130

슬로우 리딩에서 실천하는 독후 활동 가운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있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책 내용에 부합하는 그림을 그려보고 성인들은 책을 읽으면서 연상이 되는 것들을 그려보는 활동을 한다. 필요하다면 슬로우 리딩과 미술치료를 연계할 수도 있다. - P130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판단할 수 있고 성인들은 글을 읽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한 번 더 각인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P131

책을 읽으면서 또는 읽은 후에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는 것이 슬로우리딩이다. 과거에는 사전을 찾아보면서 단어의 뜻을 이해했지만 요즘은 사전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단어의 뜻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P131

슬로우 리딩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면 책에 나온 내용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봐야 한다. 작가, 시대 상황,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역사적 사건, 과학적인 원리 등을 조사하면서 책을 읽으면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책 한 권을 꽤 오랫동안 읽게 된다. - P131

책의 내용 외에 더 많은 정보를 얻고 깊이 있게 사고하려면 슬로우리딩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 P131

한 권의 책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냐는 읽는 방법에 달려있다. - P131

여행은 어딘가에 갔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가서 그 지역의 매력을 얼마나 만끽하였는가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 P131

어떤 책을 속독하고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와 같다. - P132

속독을 하면 슬로우 리더(한 권의 책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는 사람)가 즐긴 책 속의 다양한 장치나 의미심장한 한 구절, 절묘한 표현 등을 모두 놓쳐버릴 가능성이 있다. - P132

속독 후에 남는 것은 단순히 읽었다는 사실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슬로우 리딩이란, 바꿔 말하면 ‘득을 보는 독서, 손해 보지 않기 위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 P132

편독은 특정한 분야, 관심 있는 분야에만 치우쳐 읽는 독서를 말한다. 특정한 주제나 특정한 장르의 책만 읽는 것이 편독이다. - P133

하루에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려면 편독도 필요하다. - P133

편독이 나쁜 독서습관이라는 생각도 편견이다.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원하는 책만 골라서 읽는 편독은 가장 보편적인 독서법이다. - P133

사람들은 누구나 편독을 한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더라도 클릭하는 기사는 사람마다, 나이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경제나 정치 기사를 주로 보는 사람이 있고 사회, 문화, 인물과 관련된 기사만 보는 사람이 있다.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 P134

지식사회에서는 다방면의 책을 골고루 보는 것보다 필요한 책을 편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독서가 될 수도 있다. 학생과 성인 모두에게 어느 정도 편독은 필요하다. - P134

책을 골라서 읽는다는 의미는 특정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고 스스로 책을 고른다는 것은 독서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 P134

선천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분야에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특정한 분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 P134

편독은 독서에 집중하는 능력이 생겼다는 증거이고 특정한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는 점에서 장점이 더 많다. 아이들이 학습만화만 본다든지 비슷한 주제의 책만 읽는 것도 나쁜 게 아니다. - P134

인문학 열풍이 분다고 해서 공대생이 고전 소설과 철학책만 읽을 수는 없다. 실용적인 독서는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공대생이라면 전공에 관련된 능력을 키우기 위한 책을 읽고 인문학은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수준을 목표로 책을 읽으면 된다. - P134

관심 분야의 책만 읽는 것은 나쁘고 여러 분야의 책을 두루 읽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버리자. - P135

다독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사고의 폭을 넓힌다는 장점이 있는 것처럼 편독도 특정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얻어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P135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여러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을 얻으려면 다독이 좋고 짧은 시간에 깊이 있는 지식을 쌓으려면 편독이 좋다. - P135

다독과 편독, 두 가지 독서의 장점을 결합한 ‘변형된 편독‘을 실천할 수도 있다. ‘변형된 편독‘이란 한 분야에 집중적인 독서를 통해서 깊이 있는 지식으로 통찰력을 갖춘 후 인접 분야로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다. - P135

이런 독서법(변형된 편독)은 짧은 시간에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고 인접 정보를 수용함으로써 다양한 정보를 융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P135

다독과 편독의 옳고 그름을 논쟁하기 보다는 그 장단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독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 P136

재독은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여러 번 다시 읽는 것을 중독이라고 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프랑스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에밀 파게는 《독서술L‘art de Lire》 에서 이렇게 썼다.
"책을 읽는 것은 즐겁다. 다시 읽는 것은 더욱 즐겁다" - P136

동양에서는 책을 여러 번 다시 읽으며 문장을 외웠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다시 읽으면서 처음 읽었을 때, 두 번째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느낀다. - P136

에밀 파게가《독서술》에서 강조한 것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점이다. 바로 쓸 수 있는 몇 가지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는 일보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 P136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기억력과 관련이 있다. 뇌의 단기 기억능력에 따라 기억력이 좋다, 나쁘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기억하는 일은 뇌에서 ‘워킹 메모리‘라는 부분에서 담당한다. 워킹 메모리는 용량이 매우 작아서 많은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워킹 메모리는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 사이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에 남기는 일을 한다. 워킹 메모리에 저장되는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억과는 다르다. - P137

책을 읽은 후에 기억하는 것은 머릿속에서 의식적으로 처리된 정보다. 의식적으로 처리된 정보는 단기 기억에 저장된 책의 내용과 장기 기억에 저장된 자신의 경험, 이미 가지고 있던 지식 등이 결합해서 워킹 메모리에 저장되는 것이다. - P137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처음 읽을 때 앞 페이지에서 읽은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명 등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읽으면 이름과 지명이 직접 만난 것처럼, 직접 갔다 온 곳처럼 기억에 남는다. 한꺼번에 많이 읽고 많이 기억할 수 없는 이유는 워킹 메모리의 용량이 작기 때문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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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저자에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이 거리가 지금처럼 유명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강 고수부지로 들어가는 토끼굴의 위치가 가로수길과 연결되면서 3호선 신사역과 한강 공원을 이어주게 되었고 이러한 것들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거리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사례를 통해 소위 ‘뜨는‘ 거리의 법칙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핵심은 자연과 대중교통이라는 두 요소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보스턴의 뉴베리 거리라는 곳의 사례도 책에 소개되는데, 그곳도 가로수길과 비슷하게 전철역과 공원이 멀지 않은 곳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이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즐기는 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좋은 것이 있다면 잘 벤치마킹해서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 맞게 잘 적용하는 것이 참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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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에서는 종로에 위치한 세운상가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세운상가의 위치가 어떤 중요한 축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뭔가 좋은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면 뭔가의 흐름을 막고 있는 건물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저자는 세운상가 맞은 편에 있는 종묘와 세운상가 뒤쪽에 위치한 남산을 하나로 이어주는 길이 있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듣고보니 꽤나 일리가 있는 얘기처럼 들렸다. 이 내용이 나온 챕터의 제목이 ‘뜨는 거리의 법칙‘ 이라는 것인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연과 대중교통을 연결하는 측면에서 생각해 봤을 때, 남산과 종묘 그리고 그 중간에 종로4가 혹은 을지로3가 역을 관통하는 지하철까지 하나의 축으로 이어진다면 서울에 뜨는 거리 하나가 새롭게 생겨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얘기에 독자인 나의 생각을 한 스푼 보태서 상상만 해보았는데도 기대감이 샘솟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에 나오는 글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책에 이미지가 하나 나오는데 일본에 있는 전통 찻집인 ‘다도의 집‘ 이라는 곳의 구조였다. 흐름도를 보면 이리저리 꼬불꼬불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같은 평수의 공간이라도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곳에 방문한 사람이 체감하는 공간의 크기는 굉장히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이벤트들을 많이 발생시킬 수록 동일한 공간을 보다 크게 느끼게 만들 수 있다는 저자의 얘기가 어떤 의미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이 책의 앞부분에 나왔던 이벤트 밀도와도 연계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 밀도가 높을수록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되어 더 걷고싶은 거리가 된다는 것도 다시금 상기해볼 수 있었다.

뒤이어 덕수궁 돌담길에 대한 얘기가 간단히 나온다. 여기서 저자는 뜨는 거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또다른 요소 중 하나로 ‘안전‘이라는 키위드를 제시하는데, 보다 자세한 내용은 밑줄 친 부분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건축물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게 하는 글들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을 볼 때 밖에서 외부에 드러난 건축물의 표면을 보고 멋있다, 괜찮다 이런 반응들을 보이는 경우들이 많은데, 저자는 이와는 반대로 건물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었다. 이것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활동선이 결국 건물 내부에 있다는 생각에서 기반한다. 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독자인 나만의 문장으로 풀어보자면 ‘건물의 껍데기보다 알맹이에 좀 더 집중해보자‘는 생각처럼 느껴졌다.

물론 외관이 중요한 영역도 분명히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건축물과 자동차의 성질을 비교하며 각자 필요한 요소들이 다르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말해준다. 자세한 내용은 p.302부터 밑줄친 부분에 3가지 정도로 살펴볼 수 있으니 참조해보면 좋을 듯 하다. 여러가지 이유들이 나오는데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속성은 이동성의 유무였다. 건축물은 이동할 수 없지만 자동차는 이동할 수 있다는 속성에서 파생되는 것들이 외관이 중요한지 아니면 내실이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건축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여기서 저자는 건축물도 결국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것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강력히 피력한다. 이에 부합하는 여러가지 사례들도 함께 살펴 볼 수 있어서 저자의 신념에 힘을 실어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로수길이 지금의 보행자들이 찾는 거리가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이고 다른 하나는 한강 고수부지 공원이다. 대중교통 정류장과 자연 요소, 이 두 요소를 연결하는 거리는 사람들이 걷기 좋아하는 거리가 된다. - P284

사람들은 지하철을 이용해서 한쪽에서 쏟아져 나오고 그 사람들은 공원을 향해서 걸어가면서 거리를 즐긴다. 일반적으로 가고 싶은 목적지 없이 걷는 사람들은 피곤하다. 하지만 쉴 수 있는 공원을 향해서 걷는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 P285

신사동 가로수길이 변화하게 된 데는 한강 고수부지로 들어가는 토끼굴의 위치가 가로수길과 같은 축선상으로 옮겨 가게 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의 토끼굴은 미성아파트 뒤편에 있어서 동네 아파트 주민들만 아는 굴이었다. 그런 토끼굴이 가로수길에서 연결된 축선상의 도로로 확장 이동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로수길을 걷던 사람들은 차도 옆으로 난 인도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고수부지로 오갈 수 있게 되었다. - P285

신사동 가로수길의 경우처럼 자연과 대중교통, 이 두 가지 요소를 연결하는 거리는 사람들이 찾는 좋은 거리가 된다. 토끼굴의 위치를 몇 십 미터 옮기는 계획은 아주 작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정확한 혈맥에 침을 놓으면 숨넘어가는 환자도 살리는 명의의 침처럼 가로수길의 기의 순환을 살리는 신의 한수였다. - P285

공중 보도가 활성화되면 지상의 도로가 죽게 되고, 지상의 도로가 활성화되면 공중 보도가 죽게 된다. 두 개의 도로를 경쟁하게 만드는 거리의 디자인은 둘 중 하나가 죽은 거리가 되는 문제가 있다. - P286

흔히들 건축가들이 실수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중요한 축을 발견하면 그 축 위를 따라서 선을 긋고, 그 선을 벽으로 만들어서 건물을 짓는 것이다. 세운상가가 그했다. 사실 중요한 축이 있다면 그 축을 따라서 비어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이다. - P287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서 걸으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과거 왕궁이었던 루브르박물관부터 시작해서 나폴레옹이 만든 개선문과 신도시 라데팡스까지 연결되는 축으로 이어진다. 이 역사의 축을 따라서 비워진 공간을 통해서 사람들은 연결된다. - P287

시각적 연결이 없으면 아무런 관계도 없게 된다. 관계가 없이는 도시는 단절된 부분만 쌓여 있는 정신없는 건물들의 ‘더미‘가 되는 것이다. - P288

복잡한 진입로의 또 다른 이유는 건축 이론가 건터 니슈케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니슈케에 의하면 미국처럼 공간이 넓은 곳에서는 시간 거리를 줄이는 쪽으로 건축이 발달하고, 일본같이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시간을 지연시켜서 공간을 심리적으로 커 보이게 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은 시간 거리를 줄이는 고속도로가 발달했고, 일본은 좁은 공간을 넓게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 진입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 P290

좁은 집을 좀 더 넓게 느끼게 하려면 전체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좁다고 집의 모든 벽을 다 터 버리면 오히려 더 좁게 느껴지게 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머릿속으로 전체 공간을 그려 보게 하면 공간이 실제보다 넓게 느껴진다. - P290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이 같은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나빠져서 기억할 일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 만큼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 P290

반대로 어렸을 때는 기억력이 좋아서 하루만 생각해도 기억할 일이 많고 그만큼 시간이 꽉 찬 느낌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 P290

뇌 연구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뇌 시냅스 사이의 정보 전달 네트워크 기능이 느려지면서 정보를 프로세스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만큼 기억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P291

더 많은 이벤트는 심리적으로 기억할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더 많은 기억들은 같은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길게 느껴지면 공간은 더 크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 P291

같은 원리에 의해서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하려면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해야 하고,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하려면 기억할 사건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기억할 사건이 많게 하려면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건들을 느낌과 감정으로 저장하기 때문이다. - P291

기억할 감정이 많다는 것은 인생이 그만큼 풍요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벤트가 많이 일어나는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성공적인 거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뜨는 거리가 되려면 다양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줄 이벤트들이 필요하다. - P291

건축가는 이런 이벤트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할 수 있는 무대장치를 디자인하는 연출가이다. - P291

과거에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유는 현재의 서울시립미술관이 과거에는 가정법원이었기 때문에 덕수궁 돌담길에 연인이 걸어가면 가정법원에 이혼하러 가는 사람으로 오해를 해서 그런 말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연인들이 진도를 나갈 때 걷는 강북의 대표적인 달달한 데이트 코스이다. - P292

자동차가 인도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볼라드(bollard) - P292

대사관 관련 시설들은 보안이 중요한 공간이라서 담장을 높게 쌓는다. - P294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는 구경거리를 원하는 사람이 걷는거리라면, 담장 옆을 걷는 사람들은 조용하게 방해받지 않고 남들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연인이 선택하는 거리이다. 특히 담장 옆을 걸으면 연인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벽에 반사되어서 둘의 이야기가 잘 들린다. 특히나 정동길같이 차량이 없는 곳은 더 잘 들린다. - P294

뜨는 거리가 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안전‘이다. 대부분의 거리에서 안전은 쇼윈도의 불빛과 사람들의 눈으로 만들어지지만 정동길처럼 대사관 보안이라는 이유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 P294

세상의 디자인은 둘로 나뉜다. 그 기준은 사람이다. 모든 디자인은 디자인하는 대상이 ‘사람보다 큰가‘ 아니면 ‘사람보다 작은가‘로 나누어질 수 있다. - P297

숟가락에 얼굴이 거꾸로 비추이는 원리를 아니쉬 카푸어는 큰 조각으로 만들어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일상의 흔한 원리가 스케일이 큰가, 작은가에 따라서 그냥 숟가락일수도 있고 유명한 조각품이 되기도 한다. 스케일은 이렇게 중요하다. - P297

모든 디자인은 사람의 몸 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내 손 안에서 가지고 노는 휴대 전화를 디자인하는 방식과 여러 명이 들어가서 다양한 행위를 해야 하는, 사람보다 훨씬 크고 사람보다 오래 지속되는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 - P298

기본적으로 건축은 밖에서만 바라보는 조각품과는 다르다. 건축은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 P298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은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관점을 중요하게 여긴 건축이다. 병산서원이나 소쇄원 같은 건축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는 마루에 앉아서 바깥경치를 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서 디자인한 건축이다. 이처럼 좋은 건축은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기 때문에 휴대 전화나 옷을 디자인하는 식으로 건축을 디자인해서는 안 된다. - P301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건축은 인간이 안에 들어가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 P301

보통의 제대로 된 건축가라면 웬만한 크기의 건물을 짓기 전에 최소한 50분의 1 스케일의 모형은 만들어본다. 왜냐하면 그래야 실제로 지어지는 건물과 스케일 감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01

건축 공간이 주는 감동은 여러 가지 현상의 조합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 P302

건축은 인간의 몸보다 큰 것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몸보다 작은 물체를 디자인하는 것과는 다르게,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사용자의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디자인해야 한다. - P302

자동차 디자인과 건축 디자인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첫째, 자동차는 이동을 하는 반면 건축은 이동을 하지 않는다. 이 점은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다시 말해서 자동차는 주변 환경과 별다른 연관성을 맺지 않는다. - P302

건축물은 대지의 주변 환경에 맞는 조건에 맞추어서 디자인되어야 한다 - P303

건물이 들어서는 대지는 전 지구상에서 같은 조건을 가진 장소가 하나도 없다. 땅의 기울기도 다르고 주변의 건물이나 자연환경도 다르다. 게다가 사용자의 프로그램도 제각각이다. 건축은 이러한 다른 조건에 맞추어서 맞춤형으로 디자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 P303

자동차는 한 장소에 구속을 받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에 주변 환경보다는 사용자의 편의성과 밖에서 바라보는 외관의 수려함이 더 중요하다. 반면, 항상 이동하는 자동차와는 달리 건축물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어느 장소에 위치하고 어느 방향으로 건물이 배치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건물을 ‘앉힌다‘라는 표현을 쓴다. - P303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관점이 발전해서 조상들은 풍수지리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풍수는 내가 위치한 곳에서 어떻게 보느냐를 중요시한 ‘일인칭 관점에서 바라본 관계의 미학‘이다. 그래서 자동차 디자인에는 없는 풍수지리가 건축에는 있다. - P304

두 번째로 자동차와 건축의 다른 점은 수명이다. 건축은 보통 다른 어떤 디자인보다도 오랫동안 지속된다. 부실 공사가 아닌 이상 대체로 사람보다 수명이 길다. - P304

앞서 도심의 팰럼시스트에서 설명했듯이 건축은 사람보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여러 시대에 걸쳐서 다른 사람의 영향들이 누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건물의 용도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달라진 기능에 맞추어서 건축물에 부분적인 수정이 가해지고 부품이 교체되기도 한다. - P304

오래된 시간의 누적이 하나의 건축물에 중첩되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건축은 한 개인의 창작물이라는 가치를 뛰어넘어 한 사회의 결과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 P304

세 번째로 다른 점은 건축물은 환경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을 다시 받는다는 데 있다. 건축물은 빈 땅 위에 지어진다. 빈 공간을 건물로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건축이 되고 나면 그 건축물을 통해서 빈 공간이 프레임되기 시작한다. - P305

건축물은 어느 공간을 점유하게 되면 그 주변 공간을 변형시키고 다시 그 변형된 공간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는 순환의 고리가 선순환될수록 좋은 건축물이다. - P305

고층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바람이다. 바람은 고층 건물을 꽈배기처럼 비튼다. 고층 건물에 있는 기둥의 상당수는 이러한 바람의 영향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은 지면에 있는 물체의 저항이 없어지기 때문에 더 빨라진다. 그래서 건물이 높아질수록 바람의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 P306

두 개의 고층 건물 사이 공간에서는 바람이 건물에 부딪힌 후 건물 사이로 모여서 더 빠른 바람이 형성된다. 이러한 현상은 고층 건물이 많은 현대 도시의 부정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바레인에 가면 이 원리를 좋게 이용한 건물(바레인 세계 무역 센터)이 있다. (중략) 이 디자인은 건물에 부딪힌 바람이 모여서 더 세지는 현상을 이용하여 건물을 발전기로 만든 것이다. - P307

좋은 건축은 대지 주변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건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체험자의 입장에서 디자인할 줄 알아야 한다. - P310

건축물이 대지의 환경과 에너지를 잘 이용하는지 못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그 건축물을 그 땅에서 들어서 다른 장소로 옮겨 놓고 보면 알 수 있다. - P310

캔틸레버 : 모자의 차양같이 한쪽만 지지되고 한쪽 끝은 돌출된 구조물 형식의 하나로, 발코니나 처마 등의 돌출부에 구조적으로 채택된다. - P387

진정 훌륭한 건축 디자인은 어느 한 땅에서는 훌륭하게 작동을 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때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런 건물이 그 대지가 가진 에너지를 잘 이용한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P312

수학에는 전통적인 유클리드기하학과는 다른 위상기하학이 있다. 고무로 만들어진 A라는 도형을 늘려서 B라는 다른 모양의 도형으로 만들었다고 하자. 유클리드기하학에서는 A와 B는 다른 모형이지만, 늘려서 모양을 바꾼 도형은 같은 도형이라고 보는 위상기하학에서는 A와 B를 같은 도형으로 본다. - P313

과거 전통 건축들과 비교해서 현대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고층화를 통해서 고밀화되었다는 점이다. 이 건물들은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이 얹혀 있다. 건축가들은 이러한 형식의 공간 구성을 ‘팬케이크‘ 라고 폄하해서 이야기한다. 그렇게 폄하되는 이유는 각 층간의 공간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누어진 층간의 공간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오직 계단과 승강기를 통한 이동만이 허용될 뿐이다. 한마디로 이런 건물 안에서는 소통이 단절된 사회가 만들어진다. 만약에 우리가 3층에서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2층과 4층의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시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P314

건축물은 자연의 겉모습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대신 그 본질을 모방해야 한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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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다윈주의와 관련하여 우파와 좌파에 대해 정의를 내렸었는데 오늘은 그에 관한 내용들이 이어진다. 여러가지 논의들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은 독자들 개개인의 몫인듯 하다. 다만 글을 읽다보면 저자께서도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다른 한 쪽이 절대적으로 틀리다거나 하기보다는 두 의견이 절충된 어느 중간 지점 정도에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잠깐 접한 후 한동안 접할 일이 없었던 DNA관련 개념들이 등장한다. 예나 지금이나 쉽진 않았지만 본문 내용의 이해를 위해 최소한의 지식은 제대로 잡고 넘어가봐야 겠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읽어 나갔다. 마음먹고 읽다보니 그래도 기본적인 이해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개념들이 나오는데, p.123에 밑줄 친 내용 중에 ‘유전자는 목적의식을 가진 행위 주체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개인적으로 와닿게 느껴졌다. 여기서 파생된 것이 ‘삶의 의미‘라는 것과 관련된 얘기인데,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삶의 의미라는 것은 애초에 없다는 것이고 결국 삶의 의미라는 것은 개개인이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문학이라는 것이 효용을 발휘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생물학과 인문학을 연결해주는 접점이 바로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종교에 대한 얘기가 잠깐 등장한다. 여기선 저자가 생각하는 종교와 신에 대한 시각을 간단히 살펴볼 수 있었고, 사회생물학의 관점에서 종교라는 것이 ‘적응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얘기도 만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과학(이 챕터에서는 생물학)이라는 것이 기존의 인문학적 시각에선 보지 못했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 되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께서도 책 중간중간에 자신이 과학을 공부하면서 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독자인 나도 이제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 듯 하다.

우파는 진화론을 오남용했다. 영국 철학자 스펜서가 창안한 ‘사회다윈주의‘가 시작이었다. 스펜서의 이론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부자와 권력자는 사회의 환경에 잘 적응한 사람이고 가난과 무지는 적응에 실패했다는 증거다. 약육강식은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도덕적으로 바람직하기도 하다.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자가 소멸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스펜서는 『종의 기원』 초판을 읽고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의 원리를 ‘적자생존‘適者生存(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 P112

예방접종과 구빈법은 생물학적·사회적으로 약한 사람이 생존해 자손을 남길 가능성을 높이는 게 확실하다. 하지만 질병과 빈곤을 방치하면 잠깐 동안 이익이 조금 생기긴 하겠지만 극도의 죄악을 함께 만들어 문명의 발전을 저해한다. 약자를 도우려는 마음도 자연이 준 인간의 본성이며 길게 보면 이런 훌륭한 덕성을 가진 사람이 많은 사회가 번영한다. 인구통계를 보면 성 선택이 인류의 퇴화를 막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하고 열등한 사람은 혼인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후손을 남길 기회도 적다. - P113

개체를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의 단위로 본 다윈과 달리 스펜서와 골턴은 집단을 자연선택 단위로 설정했다. 인간은 집단 안에서는 개인끼리 경쟁하지만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집단으로 대결한다. 그러나 집단은 유전과 무관하기 때문에 자연선택 단위가 될 수 없다. - P113

진화는 정해진 방향이 없다. 인간이 원하거나 훌륭하다고 여기는 쪽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다. 진화는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에 더 유리한 형질을 지닌 개체가 살아남아 번식한다는 사실을 서술하는 말일 뿐이다. 사실은 도덕이 아니다. 자연스럽다고 해서 훌륭한 건 아니다. 그런데도 우파는 진화를 사회 번영과 인류 발전을 추동하는 ‘신의 섭리‘로 포장해 무한경쟁을 조장했고,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사회적 미덕이라고 찬양했다. - P114

예나 지금이나 우파는 집단을 생존경쟁의 단위로 설정하고 다른 민족 또는 국가의 구성원에 대한 적대의식과 혐오감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 P114

사회복지학계는 좌파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 P115

우파는 진화론을 오독하고 악용해서 사회다윈주의와 우생학을 만들었다. 좌파는 다윈과 다윈주의를 싸잡아 배척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인문학자가 다윈주의를 혐오한다. - P115

내가 사회복지학과 심포지엄에 굳이 다윈주의를 가져간 것은 인문학의 전통적 이론이 틀렸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다윈주의가 복지정책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P115

다윈주의는 이미 아는 질문을 다르게 해석할 기회를 제공하며 다른 답을 발견할 가능성을 열어 준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문과 다윈주의자‘를 자처한다. - P116

두 가지만 말하겠다. "모든 동식물의 유전자는 동일한 생물학 언어로 씌어 있다." 이건 감동이었다. "생물학 이론으로 사회주의 체제가 실패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이건 충격이었다. - P117

모든 생물의 DNA가 똑같이 네 종류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 - P117

동식물, 박테리아, 바이러스까지 생물은 모두 생존기계다. - P117

자기 복제자인 DNA deoxyribo nucleic acid (디옥시리보 핵산)는 다양한 기계를 만들었다. - P118

DNA는 우아하게 맞물린 한 쌍의 나선형 뉴클레오티드 사슬이다. ‘불멸의 코일‘을 만드는 뉴클레오티드는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G(구아닌)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鹽基(base)로 이루어진다. 이것을 생명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연결 순서만 다를 뿐, 모든 동식물의 DNA는 같은 언어로 씌어 있다. - P118

DNA 분자는 복제를 잘한다. 설계도 원본이 든 세포 하나가 각각 설계도 사본 전체를 가진 세포 2개로 분열하고, 두 세포는 4, 8, 16, 32, ・・개로 늘어나 세포 1,000조 개로 이루어진 인간이 된다. - P118

모든 세포에 알파벳 4개로 쓴 ‘몸 만들기 설명서‘ 전체가 들어 있다. DNA의 메시지는 아미노산의 알파벳으로 전환해 특정한 단백질 분자를 만든다. 단백질이 세포 내부의 화학적 과정을 제어하는 과정은 엄격한 일방통행이라서 획득 형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 P118

아무리 많은 지식을 습득해도 유전이라는 방법으로는 자식에게 어느 하나 넘겨줄 수 없다. 새로운 개체는 매번 무無에서 시작한다. 유전자는 우리의 몸을 이용해 불변 상태를 유지한다. - P118

모든 생물의 DNA가 동일한 알파벳으로 씌어 있다는 사실은 모든 종이 공통의 조상에서 유래했음을 입증하는 유전학의 증거다. - P119

두 생물 개체의 유전자를 섞어 각각의 천성을 가진 자손을 만들 수 있으면 같은 종에 속한다. 동물에 한정해서 일상 언어로 말하면, 암수가 교미해 생식 능력이 있는 자식을 낳으면 같은 종이다. 자식을 낳는다해도 그 자식이 번식하지 못하면 같은 종이 아니다. - P119

동물은 세포에서 당을 태워 열을 내지만 식물은 다른 방법으로 추위를 견딘다. 겨울이 다가오면 잎에 보내던 수분과 영양분을 끊는다. 그래서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우리에게 가을의 정취를 선사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 P120

모든 유기체가 그렇듯 나무도 물을 품고 있다. 물이 얼어 팽창하면 세포가 터진다. 죽지 않으려면 겨울 여행을 잘 해야 한다. - P120

유전자는 ‘오래 존속하는 염색체染色體(chromosome)의 작은 조각‘이다. - P122

염색체의 조각이 오래 존속하려면 잘 흩어지지 않아야 하며, 흩어지지 않으려면 되도록 작아야 한다. - P122

염색체는 무엇인가. 세포핵 안에 있는 유전자 운반 물질이다. 세포를 관찰하려고 사용한 염료에 잘 반응해 염색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미경으로 보면 실 뭉치 비슷하게 생겼다. - P122

생물의 염색체는 n쌍이 보통이다. 드물지만 예외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보통‘ 그렇다고 했다. 예컨대 양파는 염색체가 8쌍, 수박은 11쌍, 초파리는 4쌍, 고양이는 19쌍, 침팬지는 24쌍, 개는 39쌍, 인간은 23쌍이다. - P122

인간 염색체의 한 쌍은 성性염색체라 하고, 나머지 22쌍은 상常염색체 또는 보통염색체라 한다. - P122

인간 염색체는 생식세포에서 절반인 23개로 감수 분열한다. 그런데 존재하는 23쌍의 염색체가 두 세트로 나뉘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책 두 권을 뜯고 붙여 다시 두 권을 만든 다음 그중 하나를 고르는 식이다. 이때 어떤 염색체의 조각들은 시작 표시부터 끝 표시까지 네 종류의 염기가 특정 순서로 이어진 사슬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게 바로 유전자다. - P123

모양과 크기가 같은 한 쌍의 염색체를 ‘상동‘相同 염색체라고 한다. - P123

상동염색체의 같은 위치에는 눈의 색이나 다리의 길이와 같은 형질을 결정할 때 경쟁하는 ‘대립유전자‘가 있다.
대립유전자 가운데 자식에게 바로 발현하는 것을 우성硬性, 잠복하는 것을 열성劣性이라고 한다. 모든 유전자는 가장 먼저 대립유전자와 경쟁한다. - P123

유전자는 목적의식을 가진 행위 주체가 아니다. 단지 잘 흩어지지 않는 염색체의 조각일 뿐이다.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P123

자연선택은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 어떤 것이 자연선택의 단위가 되려면 진화의 시간을 감당할 만큼 오래 존재해야 한다. 그 정도로 오래 존재하는 생명의 단위는 유전자뿐이다. 유전자의 수명은 최소한 100만 년 단위로 측정한다. 개체는 수명이 너무 짧아서, 집단은 독립한 생물이 아니어서 자연선택의 단위가 될 수 없다. 개체와 집단은 하늘의 구름이나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잠깐 존재한다. 이것이 유전자 선택론의 요지다. - P124

유전자는 의식이 없다. 불변 상태로 자신을 유지하면서 되도록 많은 생존기계의 몸에 퍼져 나갈 뿐이다. 그것이 유일한 존재 목적이다. - P124

지질학자와 고생물학자는 지층의 구조와 지질을 분석하고 방사성 동위원소로 화석과 암석의 나이를 측정해 지구 상태의 변화와 생물 종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 P125

인류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지구생명의 역사를 하루로 환산하면 20만 년은 여름밤 반딧불이가 두어 번 깜박인 정도의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 P126

생명의 나이는 곧 유전자의 나이다. 어떤 생물 개체와 동식물의 군집도 유전자처럼 오래 존속하지 않았다. 오직 유전자만이 40억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생존하고 번성했다. 유전자는 다양한 기계를 만들어 생존에 성공했다. - P126

호모 사피엔스는 대단히 복잡한 생존기계다. 우리는 개인으로 그리고 때로는 집단으로 생존경쟁을 한다. 다른 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겉보기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보면 자연선택은 유전자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 P126

사실은 도덕이 아니다. 가치도 아니다. 그저 사실일 뿐이다. - P127

자연이 만든 생존기계면 어떻고, 신이 흙으로 빚어 숨을 불어넣은 피조물이면 어떤가. 물질의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면 된다. - P127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인문학이 준 이 질문에 오랫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생물학을 들여다보고서야 뻔한답이 있는데도 모르고 살았음을 알았다. ‘우리의 삶에 주어진 의미는 없다.‘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다. 남한테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한다. - P127

‘내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그런 것을 연구하지 않는다.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답을 찾으려면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 P127

우리는 대단히 복잡하고 독특하게 발전한 생존기계다. 유전자가 명하는 본능에 따라 사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고 감정을 느끼며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 - P128

모든 종에게 유전자는 똑같은 명령을 내렸다. ‘성장하라. 짝을 찾아라. 자식을 낳아 길러라. 그리고 죽어라. 너의 사멸은 나의 영생이다. 너의 삶에는 다른 어떤 목적이나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목적을 추구한다. 살아서는 유전자의 굴레를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 굴레에 묶여 사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 P128

나는 호모 사피엔스를 ‘진화가 만든 기적‘으로 본다. 내가 기적의 산물임을 뿌듯한 기분으로 받아들인다.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내 자존감을 높여 주었다. - P128

‘나는 유전자가 만든 몸에 깃들어 있지만 유전자의 노예는 아니다. 본능을 직시하고 통제하면서 내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행위로 삶의 시간을 채운다.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목표를 추구한다.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방식을 선택할 권한을 내가 행사하겠다. 유전자 · 타인 · 사회 · 국가 · 종교 · 신, 그 누구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겠다. 창틀을 붙잡고 선 채 죽은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 P128

자연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생물학의 특수 분야이고, 역사학·전기·문학은 인간 행태의 관찰 보고이며, 인류학과 사회학은 영장류의 한 종에 대한 사회생물학일 수 있다는 것 - P129

사회생물학은 "사회성 행동의 생물학적 측면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회생물학자는 다윈주의를 바탕으로 자연 선택이 동물 사회와 동물의 사회성 행동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설명한다. 인간도 동물이므로 같은 분석도구로 인간사회와 인간의 사회성 행동을 연구할 수 있다. 사회생물학은 그런 관점을 견지하고 인문학의 세계로 건너왔다. - P130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한 생물학적 기초‘가 있다는 전제를 두고 사회제도와 문화양식을 연구하면 인문학과 다른 각도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인문학과는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 P130

신이 인간을 창조했는가? 아니다. 인간이 신을 창조했다. 인간은 왜 신을 창조했는가? 삶의 유한성을 넘어서려는 욕망을 채우고 싶어서였다. 그렇다면 종교는 무엇인가? 종교는 믿는 자에게 진리이고 믿지 않는 자에게는 망상이며 권력자에게는 유용한 통치도구다. - P131

사회생물학의 질문은 인문학과 다르다. ‘어떤 적응의 이익이 있기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군집에서 종교행위가 진화했는가?‘ - P131

신의 숫자와 이름과 교리는 다르지만 모든 문명에 종교가 있었고 지금도 있다. 초월적 존재를 믿고 종교 공동체에 속하려는 성향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보편적 특성으로 인정할 수 있다. 다윈주의 관점에서 보면 그러한 행위 양식이 인간 사회에서 진화한 것은 ‘적응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적응의 이익‘은 생존과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를 가리킨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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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자책에 대한 저자의 의견으로 시작한다. 핵심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상관없이 텍스트를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읽는 수단이 무엇인지는 비본질적인 것이고 본질은 읽는 행위라고 볼 수 있겠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일단 자신이 흥미 있거나 관심있는 분야의 책부터 읽어볼 것을 권한다. 또한 이러한 습관이 생겨서 독서에 재미가 붙고 그 효용성을 체감한다면 자연스럽게 독서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지금 이 글을 쓰는 내가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처음엔 소설로 시작했다가 한때는 자기계발서 또 요 근래에는 과학관련 서적까지 읽게 되는 모습을 스스로 보면서 저자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는 책 읽는게 정말 힘들었던거 같은데 이것도 습관이 되다보니 참 신기하게도 이제는 책이 읽어지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습관이 참 무섭다. 이 말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좋은 습관을 들이면 좋은 쪽으로 계속 가는 거고, 반대로 안 좋은 습관을 들이면 자꾸 안 좋은 쪽으로 간다는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는 말이다. 가급적 좋은 습관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

다음에 간략히 나오는 내용 중에 위인전 읽기를 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것이 있는데, 아이들이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이 책에 나오는 위인들만큼 똑똑하지 못하기 때문에 좌절감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때 위인전을 그래도 적지 않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생각을 이렇게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일한 대상도 어떤 관점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생각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예전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아이들의 독서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저자의 노하우가 제시되어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다. 성인들은 재미가 없더라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더욱더 본능에 충실한 건지는 몰라도 ‘재미‘를 추구하려는 성향이 훨씬 강하다고 한다. (하긴 어린 아이들이 뭐가 필요한지 스스로 구분해서 알 정도라면 그건 이미 보통 아이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유발시켜줄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들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자세한 내용들은 밑줄 친 부분들을 참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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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다양한 독서법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속독, 다독, 정독 등을 비롯해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독서법도 몇가지 있었다. 간략한 소개 후에 각 독서법별로 개론처럼 좀 더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오는데, 여기서 저자는 빨리, 많이 읽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씁쓸한 지적도 겸하면서 독자별로 자기 수준에 맞는 독서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특별히 아이를 둔 부모들이 아이에게 특정한 종류의 독서를 강요하기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흥미를 느끼게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자발적으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책을 어떤 매체를 통해서 보느냐가 아니라 책을, 텍스트를, 정보를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 - P101

책 읽는 습관을 들이려면 흥미 있는 주제의 책부터 찾아서 읽는 것이 좋다. 문학이나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 그 분야의 책부터 읽고 여행이나 인물에 관심이 있으면 그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책읽기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 P103

일단 책을 읽는 즐거움, 효용성을 몸으로 느끼면 경영·경제분야의 실용서만 읽던 사람도 자연과학이나 사회 분야의 책으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 - P103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위인전 읽기를 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위인전의 천편일률적인 전개가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위인들이 천재성과 부단한 노력으로 성공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게 좌절감을 준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부모들이 늘어났다. - P104

최근에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노력에 의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특별한 재능이 없는 보통 사람이 노력해서 성공한 이야기가 더 화제가 된다. 요즘은 위인의 천재성보다 노력해서 성공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공감한다. - P105

어릴 때부터 자기에게 필요한 책,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책을 고르는 방법도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 P105

흥미있는 책으로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먼저다. - P106

청소년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습과 연계된 독서에서 흥미를 유발하게 하는 것이다. - P107

선생님들은 평소에는 시험에 대한 압박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을 내기가 어렵지만, 방학 때 책을 접하는 시간을 늘리면 흥미가 생기고 책 읽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 P107

책을 읽은 후에 느낀 점을 써봐야 한다. - P107

숙제로 쓰는 독후감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했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는 것이다.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기 어렵다면 책을 읽으면서 어렵게 느꼈던 단어들을 용어풀이와 함께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내용을 이해했다면 읽은 책의 내용을 형제나 부모님, 친구들에게 설명해 본다. - P107

독후감, 독서토론이 아니라 느낌과 생각을 적고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책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서 머릿속에서 다시 정리된다. 이런 독후활동을 하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떤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생긴다. - P108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책을 읽으면 집중력도 향상된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책을 읽으면 잘 모르는 부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다시 찾아서 읽게 된다. 모르는 부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면서 읽으면 이해력도 향상된다. - P108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면 자신이 어떤 내용을 소홀하게 읽었는지, 무엇을 모르고 지나쳤는지 발견하게 된다. 읽은 내용 중에서 모르는 부분을 다시 찾아보고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으면서 지식은 구체화된다. - P108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학습과 관련된 분야의 책만 읽는 습관은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간혹 청소년들이 문학작품을 읽을 때 전체 내용을 짧게 정리한 요약본을 읽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문학작품은 반드시 원문을 읽어야 한다. 실용서나 경제, 철학 관련 서적도 요약본보다 원문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고 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 P108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고르는 것보다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책 위주로 고르는 것이 좋다. 필요한 책인데 재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 P110

책을 고르는 방법은 많이 읽어보면 저절로 터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터득한 책 고르는 방법을 그대로 나에게 적용하면 성공할 확률이 거의 희박하다는 것이다. - P110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책을 많이 읽으면 어떤 책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긴다. 베스트셀러 목록과 도서관의 대여 순위를 참고하면 수월하게 책을 고를 수 있다. - P110

베스트셀러 · 권장도서 목록보다 읽고 싶은 책이 먼저다 - P111

책도 골라본 사람만 고를 수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 신간 목록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읽고 싶은 책, 필요한 책의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한 책의 목록을 만들 때는 출간 여부와 관계없이 나에게 필요한 내용과 관련된 키워드를 정리해보자. - P111

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필요한 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책을 잘못 골라본 경험이 많을수록 책을 고르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터득하게 된다. 책을 고르는 노하우를 터득하면 주도적으로 책을 읽게 되고 어떤 분야의 책을, 얼마나 깊이 있는 책을 읽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 P112

어린이 독서지도를 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흥미유도‘다. - P112

책을 읽는 아이보다 스마트폰, 컴퓨터게임을 하는 아이가 많은 이유는 스마트폰과 컴퓨터게임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이나 성인들은 ‘재미‘보다 ‘필요‘ 한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재미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면 상상력과 사고력, 학습능력이 발달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다. - P112

어린이 독서지도 전문가들은 ‘혼자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며 흥미를 끄는 책‘을 골라주라고 조언한다. 이웃집 아이가 읽는 책보다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읽으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P113

책을 고를 때 엄마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 아이가 고른 책을 살펴보면서 어떤 주제에 흥미를 느끼는지 살펴봐야 한다. - P113

책을 고르는 방법을 익힌 아이는 자기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왜?‘라는 질문을 할 때가 지적 호기심이 생겼을 때다. 책을 통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도록 도와준다면 스스로 생각해서 알아내려는 태도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길러진다. 호기심이 발동한 아이들이 책을 통해서 해답을 얻으면 이후에도 책을 찾아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게 되고 필요한 책을 직접 고르는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 - P113

독서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기에 전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보이지만 그 사람이 무엇을 듣고 있는지 들리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지요. 독서는 ‘그 사람이 무엇을 읽고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어떻게 읽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118

‘조독‘은 마쓰오카 세이고가 만든 말이다. 조독(組讀)은 2권 이상의 책을 조합해서 번갈아 가면서 읽는 것이고 정독(精讀)은 한 권의 책을 깊이있게 읽는 것이다. - P119

다독 :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많이 읽는다. 한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다.

소독 : 몇 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는 독서법으로 독서의 질을 중요시 한다.

조독 : 2권 이상의 책을 번갈아 읽는다.

정독 : 단어의 뜻을 이해하면서 읽는 독서법으로 문장과 단어의 의미를 새기며 읽는다.

협독 : 필요한 내용, 관심 있는 부분만 읽는다. 발췌독이라고도 한다.

광독 : 내용의 범위를 확장하며 읽는다.

속독 :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읽는다.

묵독 : 책을 눈으로만 읽는다. 눈동자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글을 읽는 속도도 빨라진다.

통독 :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제목, 차례, 내용 등을 순서대로 읽는 것을 말한다.

숙독 : 책을 읽는 목적에 맞게, 논리에 맞게 정확히 내용을 읽는 것을 말한다.

난독 : 여러 권의 책을 마구잡이로 읽는다.

편독 : 관심 있는 책만 읽는다. - P119

일본의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처럼 느리게 읽는 만독을 자기만의 독서법으로 업그레이드한 ‘슬로우 리딩‘을 실천할 수도 있다. (중략) 그는 속독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 P120

"일류지성이라는 사람들이 수 년, 수십 년 동안 만든 명작을 한두시간 또는 몇 시간 만에 듬성듬성 읽고 이해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그것은 마치 최상의 보르도를 단숨에 마시는 것과 같이 부끄럽고 천박한 짓이다." - P120

"한 달에 책을 백 권 읽었다느니 자랑하는 사람들은 라면가게에서 개최하는 빨리먹기 대회에서 십오 분 동안 다섯 그릇을 먹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 P120

이 독서법은 좋고 저 독서법은 나쁜 게 아니라 각각의 독서법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필요하다면 한 권의 책을 여러 가지 독서법으로 읽어 볼 필요도 있다. - P120

속독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글을 읽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제한된 시간에 빠른 속도로 글을 읽으면서 중심 내용과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 내는 것이 핵심이다. - P121

애블린 우드의 속독법은 두 눈을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많은 양의 글을 읽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글을 읽으면 1분에 6,000 단어 정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 P121

속독훈련법

① 평온한 상태에 나타나는 뇌파인 알파alpha파 상태를 유지하며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을 한다.

② 망막 후면의 시세포 가운데 황반부 주변의 간상세포를 활발하게 움직여서 순간적으로 많은 글자를 보는 연습을 한다.

③ 황반부의 추상세포를 개발하여 눈으로 본 글자를 머리로 이해하는 훈련을 한다. 이 훈련을 하면 눈으로 글자를 보는 순간 뇌에서 판독작용이 일어난다.

④ 뇌세포 중에서 사용하지 않던 뇌세포에 자극을 주어 새로운 회로를 형성하여 더 많은 정보를 빨리 처리하도록 만든다.

⑤ 읽고 이해하는 방법이 아니라 눈에 글자가 들어오는 순간 뇌에서 배경지식을 상기시켜 비교·분석한 후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른다. - P122

다독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많은 책을 읽어서 폭넓은 지식을 쌓는 게 다독의 목표다. - P122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보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풀이하면 "사내라면 다섯 수레의 책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의미로 책 읽기를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격언이다. - P123

조선시대 실학자 유성룡은 다독의 단점을 지적했다.
"어떤 사람이 입으로는 다섯 수레의 책을 외지만, 그 뜻을 물으면 멍하니 알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23

다독은 책을 읽는 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많은 책을 읽어서 지식을 쌓는 것이 목적이다. - P123

독서의 목적은 삶의 지혜를 얻는 데 있다.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면서 여러 가지 책을 읽는 것이 진정한 다독이다. 아이들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독서량이 적더라도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터득하며 책을 읽기를 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P124

정독은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독서법이다. 책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꼼꼼히, 자세히 읽는 것이다. - P124

정독을 할 때는 밑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하기도 하고 여백에 중요한 키워드를 메모하면서 내용을 정리한다. - P124

정독은 단어의 뜻을 이해하면서 읽는 독서법이다. 단어의 뜻을 이해하면서 책을 읽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시기부터 정독이 가능하다. - P124

취학 전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다독이든 정독이든 관계 없이 책 읽는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 책 읽기도 선행학습처럼 저학년 아이들에게 고학년이 읽는 책을 권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런 책 읽기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읽는 방법만큼 나이(수준)에 맞는 책을 읽는 ‘적기 독서‘도 중요하다. - P125

적기 독서는 도서 선정의 원리로 ‘적기에 적서를 적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적기 독서는 미국도서관협회 American Library Association에서 아이의 수준과 발달을 고려하여 도서를 선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P125

어렸을 때 무조건 많은 책을 읽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두뇌와 정서 발달에 맞춰서 읽어야 할 책과 시기에 맞는 독서법을 적용해야 아이가 책을 읽고 발전하게 된다. - P125

누가 더 많이 읽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음미하면서 읽어야 한다. - P125

읽기수준에 맞춰서 책을 고르고 읽어야 한다. - P125

아이의 지적 수준과 무관하게 무조건 많은 책을 읽히면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방해할수 있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어려운 책을 읽으면 흥미를 느끼지도 않고 부모나 선생님의 강요로 억지로 읽으면 책 읽기가 싫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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