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과학(여기선 사회생물학)이 인문학과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저자는 과학이 주는 이러한 점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는 듯 하다. 독자인 나 또한 이 책을 쭉 읽어나가면서 저자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과학이 주는 매력에 조금씩 젖어드는 느낌이다. 처음 밑줄 친 문장에 이러한 것들이 응축된듯 하다.

두번째 밑줄 친 문장에는 사회생물학자인 윌슨이 했던 얘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얼마전에 읽었던 최재천 교수의 책에서 한 번 봤었던 분이라 조금은 생소함이 덜했던 것 같다. 이 글의 소제목이 ‘생물학 패권주의‘ 였는데 인문학 위에 생물학이 있다는 윌슨의 주장을 잘 나타낸 말처럼 느껴졌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사회주의에 대한 얘기가 등장한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았지만 여기서의 핵심은 마르크스가 인간의 본능을 너무나도 이상적인 것으로 가정했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이기적인 본능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한 결과로 인해 사회주의가 무너졌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었다. 결국 이 이야기에서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과학적인 사실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 역행하여 어떤 일을 추진한다면 잠깐은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인간 본능에 따라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실패 사례로 명백히 보여준다.

다음에 나오는 핵심 키워드로 ‘ESS모델‘ 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의 줄임말로 한국말로 풀어쓰면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모델에 기반하여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설명한다. 난 개인적으로 어떤 한 가지 모델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을 때 그 모델이 굉장히 파워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오늘 읽은 부분에서 저자가 소개한 이 ‘ESS모델‘이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아마 저자도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 모델 하나로 수많은 사회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책에서 이렇게 자신있게 소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과거 보건복지부 장관을 할 때의 경험을 토대로 의료서비스와 관련하여 의료서비스의 소비자인 환자와 의료서비스의 공급자인 의사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아주 자세하고 알기 쉽게 풀어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볼 수 있었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이러한 발상가능한 문제점들을 제어하기 위한 몇 가지 장치들(심사평가원 조직을 통한 과잉진료와 부당청구 방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기는 하나 오늘 읽은 부분 중에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생존 기계로 지칭되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에 따른 행동의 선택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저자가 정말 잘 풀어서 설명해준 덕분이다. 저자께 감사드리는 바이다.

아무튼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인간의 행동이라는 것이 지극히 생존본능에 입각한 것임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사회생물학의 질문은 내용과 형식 모두 인문학과 다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인문학과 다른 관점으로 다른 각도에서 인간과 사회를 살핀다는 것이 매력이다. - P132

인류가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한다면 우리 종은 신이 아니라 유전적 우연과 환경적 필연의 산물이다. 지난 세기 과학 탐구의 철학적 유산인 이 명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물리학 없는 천문학이나 화학 없는 생물학이 될 것이다. - P133

인간은 분명 유전적 우연과 환경적 필연이 작용한 자연선택의 산물이고, 문명은 우리 종이 진화를 통해 획득한 본성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 P133

문명의 힘으로 본능을 어느 정도는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지만 본성 그 자체를 역사의 시간에 바꾸지는 못한다. 한종의 본성이 달라지는 데는 역사의 시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긴 진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 P133

(윤리학자 싱어Peter Singer는) 유토피아에 대한 이상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재한 경향성에 근거를 둔 개혁 정책을 추진하라고 충고했다. 인간 본성과 마찰을 덜 일으키는 과제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 P134

사실은 도덕이 아니다. 자연에 존재한다고 해서 다 아름답고 좋은 건 아니다. 생물은 어디서나 생존경쟁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생존경쟁이 아름답거나 고귀하다고 하는 건 어리석다. - P134

자연선택과 진화는 특정한 방향이 없다. 인간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하며 인간에게도 보편적인 생물학적 본성이 있다. - P134

마르크스는 이기심 • 소유욕 • 지배욕을 포함해 계급 착취와 대립을 일으키는 모든 종류의 의식을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토대의 산물로 규정했다. 인간을 그렇게 이해하면 폭력혁명과 계급독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 P134

마르크스는 인간 본성을 호모 사피엔스의 보편적 생물학적 속성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총체로 보았다. 사회적 관계를 바꾸면 본성도 달라진다고 믿었다. 공산주의자는 ‘올바른 사상‘을 지녔기 때문에 권력을 잡아도 오직 인민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꿈에 홀려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 P135

마르크스 추종자들은 어느 시대 어느 권력자보다 무자비하고 집요하게 권력을 탐했다.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으면서 권력을 독점했다. 고대 황제보다 더 무분별하고 잔인하게 권력을 휘둘렀다. 그것이 변하기 어려운 인간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마르크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반박할 여지가 없게 증명했다. 인류 역사에 이토록 비극적인 역설은 없다. - P136

논리만 보면 윌슨이 옳다. 그러나 옳다고 해서 뭐든 실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P136

학문은 권력이 아니다. 권력을 쥔 사람이 학문을 탄압할 수는 있지만 어떤 학자의 주장이 다른 학문을 억누르지는 못한다. - P136

사회제도는 변하기 어려운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충돌하면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 P136

‘ESS 모델‘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ESS는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을 줄인 말이다. - P137

ESS는 어떤 군집의 대다수 개체가 일단 선택하면 다른 모든 전략을 능가하는 전략이다. 자연선택은 ESS를 벗어나는 전략을 징벌한다. 때로는 둘 이상의 전략이 ‘집단적으로 안정한 전략‘CSS(collectively stable strategy)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항상 배신‘이라는 안정점과 ‘TFT‘ 라는 안정점이 공존하는 쌍안정 시스템이 있을 수 있다. 우연히 먼저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이 일단은 우위를 유지하지만 또 다른 우연으로 우위가 바뀔 수도 있다. - P137

TFT(Tit For Tat)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또는 상대방을 믿고 협력하지만 배신행위는 응징하는 전략이다. - P137

‘전략‘은 인문학의 언어다. 사람은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쉬리나 박쥐는 전략을 구사하는 지적 생명체가 아니다. 유전자의 명령 또는 본능에 따라 생존하고 번식할 뿐이다. - P140

ESS 모델에서 개체는 전략을 구상하지 않으며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 P140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개체군 안에서 안정적으로 우세한 지위를 차지한 행동양식을 가리키는 말일 뿐이다. ‘자연선택이 ESS에서 벗어난 전략을 징벌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로, ESS가 아닌 방식으로 행동하는 개체가 생존과 번식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 P140

생물학자들은 주저하는 경향이 있지만 ESS 모델은 인간 군집에도 적용할 수 있는 형태의 게임이론이다.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같은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는 데 쓸 수 있다. - P140

소련 정부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모범이라고 추켜세웠던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의 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성실‘ 전략을 택한 청년 공산주의자의 운명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열혈 공산주의자들은 과로사하거나 반혁명분자로 몰려 처형당했다. - P142

소련의 권력자들은 문제를 직시하지 않았다. 인간 심리와 행동의 밑바닥에 생물학적 제약조건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기심과 가족에 대한 집착 같은 성향은 사적 소유를 토대로 한 계급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에 사회구조를 바꾸고 교육을 실시하면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알렉세이 스타하노프라는 광부를 노동영웅으로 내세워 노동자의 사명감을 고취하고 기술혁신을 북돋우려 했다. - P142

국민 대다수가 ‘태만‘을 생존 전략으로 선택한 사회는 혁신과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소련은 미국이 아니라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싸우다 졌다. - P143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다. 그런 행위가 옳은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생존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뇌는 대체로 본업을 앞세운다. 욕망이 이성보다, 이익이 도덕보다 힘이 세다. - P144

전교 1등 출신들이 의과대학에 가서 의사가 되고 병원을 운영하지만 그들의 뇌도 생존이라는 본업에 충실하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심사평가원이라는 전문가 조직을 만들었다. 심사평가원은 진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과잉‘ 진료와 ‘과잉‘ 청구를 한 징후가 보이는 의료기관을 조사해 부정하게 청구한 보험급여 지급금을 회수하고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적정‘ 전략이 공급자 집단의 ESS가 되는 이상적 상태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적정‘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 ‘과잉‘이 공존하는 ‘쌍안정 시스템‘을 이루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는다. - P144

경제학은 이 문제를 ‘주인-대리인 principal-agent 모델‘로 설명한다. 정보 비대칭 현상 때문에 소비자 주권이 성립하기 어려운 시장의 문제를 다루는 이론이다. - P145

의료서비스 시장이 대표적이다. 소비자인 환자는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어떤치료가 필요한지, 병원과 의사가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제공했는지, 진료비를 적정하게 청구했는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 질병과 의학적 치료에 대한 정보는 공급자만 가지고 있다. 이런 시장을 방치하면 필연적으로 공급자가 소비자를 착취한다. 그래서 대리인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 가입자인 국민의 대리인이 되어 의료서비스 가격을 책정하고 심사평가원은 공급자와 동등한 수준의 의학 정보를 가지고 과잉 진료와 부당 청구를 막는다. - P145

ESS 모델과 ‘주인-대리인 모델‘은 상충하지 않지만 같지도 않다. 같은 대상을 다른 관점에서 다른 개념으로 설명한다. 둘 모두를 알면 하나만 아는 경우보다 인간과 제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 P145

수학 · 게임이론 · 동물행동학 · 유전학 등 여러 학문의 도구와 문제의식을 결합한 ESS 모델은 사회제도의 구조와 결함을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문학을 사회생물학의 하위 분야로 편입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건 아니다.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자연선택이 만든 생물학적 기초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간과 사회를 다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147

나는 윌슨의 견해를 온건한 형태로 받아들인다. ‘인문학과 생물학 사이에 차원을 나누는 경계는 없다. 인문학은 인간 의식과 행동에 대한 생물학의 연구 결과를 적극 받아들여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정도만 해도 윌슨 선생은 만족할 것이다. - P147

이기적이라고 유전자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유전자는 ‘몸만들기 매뉴얼‘을 지닌 물질일 뿐이다. 물질은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 P148

분명히 해두자. 유전자는 적어도 100만 년 단위로 나이를 헤아려야 할 정도로 오래 생존하는, 끝없이 자기를 복제하면서 여러 생존기계의 몸을 옮겨 다니는, 네 가지 염기가 특수한 순서로 이어진, 충분히 작아서 잘 흩어지지 않는 염색체 조각이다. 목적의식이나 지향같은 건 없다. 끝없이 자기를 복제하면서 온갖 생존기계를 만들 따름이다. - P148

유전자의 생존기계는 성장해서 짝을 찾아 자손을 낳고 죽으라는 명령을 수행한다. 그런 면에서 모든 생존기계는 이기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같은 종의 다른 개체나 다른 종의 개체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 P148

자연은 오로지 남을 죽여야만 생존하는 검투장이 아니라 공감 · 협력 · 거래 · 공존의 무대이기도 하다. 협력 전략으로 생존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많다. - P148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 말고는 어떤 종 어떤 개체도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특정한 행동방식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협력이 생존에 유리한 환경에서는 자연선택에 따라 결과적으로 협력 행동을 부추기는 유전자가 퍼졌고, 대결이 생존에 유리한 환경에서는 결과적으로 대결 행동을 부추기는 유전자가 살아남은 것이다. - P149

인간을 포함해 진화가 빚어낸 모든 종은 의도적 설계가 아니라 자연선택이라는 필연과 유전적 우연의 산물이다. - P149

자연은 경쟁과 협력을 차별하지 않는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이기적 목적을 실현하는 전략이라는 면에서 둘을 평등하게 대한다. - P150

어떤 생존기계는 단순히 협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타 행동을 한다. 생물학 언어로는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낮추고 다른 개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 인문학 언어로는 ‘자신이 가진 희소한 자원을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행위‘를 한다. - P150

개체의 이타 행동은 자연선택 이론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타 행동을 유발하는 형질을 가진 개체는 자손을 남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자연선택은 그런 형질을 제거한다. 그런데도 동물의 이타 행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등동물일수록 더 다양한 이타 행동을 한다. 『종의 기원』 출간 이후 100여 년이 지나서야 그럴듯한 이론이 나왔다. 영국 생물학자 해밀턴 Wiliam Hamilton(1936~2000)의 ‘포괄적응도‘包括適應度(inclusive fitness)이론이다. - P150

개미는 암수 결정 방식이 특이하다. 생물은 보통 염색체수가 2개인 ‘두배수체‘ diploid다. 그런데 개미 수컷은 수정되지 않은 난자에서 나오기 때문에 염색체수가 개인 ‘홑배수체‘ haploid다. 어미 염색체 2n개의 절반만 가지고 있다. 반면 수정란에서 태어나는 암컷은 어미와 아비한테서 받은 유전자를 다 지니고 있다. - P151

일꾼 개미가 자신의 번식을 포기하고 여왕개미의 출산과 양육을 돕는 ‘친족이타주의‘ 행동을 함으로써 직접 짝을 찾고 자식을 낳는 경우보다 가족의 고유한 유전자 세트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미가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한다는 말이 아니다. 유전적 우연으로 생긴 본능 행동이 가족의 고유한 유전자 세트의 생존 확률을 높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친족이타주의‘ 행동을 하는 개미 집단이 번성했다는 이야기다. 생물학자는 이것을 ‘개미 집단에서 친족이타주의 행동이 진화했다‘고 표현한다. - P152

해밀턴의 접근법은 인간을 포함해 모든 동물의 이타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이다. - P152

호모 사피엔스의 친족이타주의는 개미 못지않게 강력하다. 인간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동물이 자식을 낳는다. 자식을 먹이려 고된 노동을 하고 자식을 보호하려고 죽을 위험도 감수한다. 도대체 왜? 본능이라는 대답은 충분하지 않다. 왜 그런 본능을 가지게 되었는지 해명해야 한다. 열쇠는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가 쥐고 있다. - P153

해밀턴 모델은 이타 행동이 가족과 친족 안에서 먼저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절반씩 지니고 있다. 자신의 유전자를 자식만큼 많이 가진 개체는세상에 없다. 부모한테는 자식이 자신만큼 소중하다. - P153

형제자매의 유전 연관도는 50퍼센트고 사촌끼리는 12.5퍼센트다. 인간의 이타 행동은 유전 연관도가 높은 부모자식과 형제자매에서 시작해 가까운 친족과 먼 친척으로 퍼져 나간다. 이것이 가족주의 또는 혈연의식이라고 하는 의식과 감정의 생물학적·유전학적 기초다. - P153

친족이타주의가 오로지 유전자 때문에 생긴다는 건 아니다. 생존을 위한 상호 의존, 접촉의 밀도와 빈도, 공동의 경험, 공유하는 기억 등 인문학 이론으로도 친족이타주의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둘은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다. - P153

생물학과 인문학의 이론을 결합하면 친족이타주의가 생긴 이유를 더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다. 혈연에 근거를 둔 비합리적 연고주의와 부정부패를 없애기가 왜 그토록 어려운지도 알 수 있다. - P153

해밀턴의 이론은 맹자가 옳았음을 증명했다. 보편적 사랑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우리가 사랑의 표현이라고 하는 이타 행동의 범위는, 가족에서 시작해 이웃으로 넓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이 인정하는 사실일 뿐이다. 사실이라고 해서 훌륭한 건 아니다. - P153

우리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애쓰는 것은 아름답다. 우리 삶에는 도덕과 미학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사실은 사실 그대로 알면서 선과 미를 추구하자. 사실을 도덕으로 착각하지도 말고 도덕으로 사실을 덮지도 말자.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맹자는 과학적으로 옳은 견해를 폈지만 묵가와 양주학파를 부적절하고 과도하게 비판했다고 할 수 있다. - P154

오해할까 봐 다시 강조한다. 유전자는 친족이타주의를 설계하지 않았다. 유전자는 그 무엇도 설계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를 복제할 뿐이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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