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저자에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이 거리가 지금처럼 유명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강 고수부지로 들어가는 토끼굴의 위치가 가로수길과 연결되면서 3호선 신사역과 한강 공원을 이어주게 되었고 이러한 것들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거리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사례를 통해 소위 ‘뜨는‘ 거리의 법칙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핵심은 자연과 대중교통이라는 두 요소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보스턴의 뉴베리 거리라는 곳의 사례도 책에 소개되는데, 그곳도 가로수길과 비슷하게 전철역과 공원이 멀지 않은 곳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이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즐기는 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좋은 것이 있다면 잘 벤치마킹해서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 맞게 잘 적용하는 것이 참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
.
.
이어지는 글에서는 종로에 위치한 세운상가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세운상가의 위치가 어떤 중요한 축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뭔가 좋은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면 뭔가의 흐름을 막고 있는 건물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저자는 세운상가 맞은 편에 있는 종묘와 세운상가 뒤쪽에 위치한 남산을 하나로 이어주는 길이 있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듣고보니 꽤나 일리가 있는 얘기처럼 들렸다. 이 내용이 나온 챕터의 제목이 ‘뜨는 거리의 법칙‘ 이라는 것인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연과 대중교통을 연결하는 측면에서 생각해 봤을 때, 남산과 종묘 그리고 그 중간에 종로4가 혹은 을지로3가 역을 관통하는 지하철까지 하나의 축으로 이어진다면 서울에 뜨는 거리 하나가 새롭게 생겨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얘기에 독자인 나의 생각을 한 스푼 보태서 상상만 해보았는데도 기대감이 샘솟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에 나오는 글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책에 이미지가 하나 나오는데 일본에 있는 전통 찻집인 ‘다도의 집‘ 이라는 곳의 구조였다. 흐름도를 보면 이리저리 꼬불꼬불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같은 평수의 공간이라도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곳에 방문한 사람이 체감하는 공간의 크기는 굉장히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이벤트들을 많이 발생시킬 수록 동일한 공간을 보다 크게 느끼게 만들 수 있다는 저자의 얘기가 어떤 의미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이 책의 앞부분에 나왔던 이벤트 밀도와도 연계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 밀도가 높을수록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되어 더 걷고싶은 거리가 된다는 것도 다시금 상기해볼 수 있었다.

뒤이어 덕수궁 돌담길에 대한 얘기가 간단히 나온다. 여기서 저자는 뜨는 거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또다른 요소 중 하나로 ‘안전‘이라는 키위드를 제시하는데, 보다 자세한 내용은 밑줄 친 부분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건축물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게 하는 글들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을 볼 때 밖에서 외부에 드러난 건축물의 표면을 보고 멋있다, 괜찮다 이런 반응들을 보이는 경우들이 많은데, 저자는 이와는 반대로 건물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었다. 이것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활동선이 결국 건물 내부에 있다는 생각에서 기반한다. 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독자인 나만의 문장으로 풀어보자면 ‘건물의 껍데기보다 알맹이에 좀 더 집중해보자‘는 생각처럼 느껴졌다.

물론 외관이 중요한 영역도 분명히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건축물과 자동차의 성질을 비교하며 각자 필요한 요소들이 다르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말해준다. 자세한 내용은 p.302부터 밑줄친 부분에 3가지 정도로 살펴볼 수 있으니 참조해보면 좋을 듯 하다. 여러가지 이유들이 나오는데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속성은 이동성의 유무였다. 건축물은 이동할 수 없지만 자동차는 이동할 수 있다는 속성에서 파생되는 것들이 외관이 중요한지 아니면 내실이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건축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여기서 저자는 건축물도 결국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것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강력히 피력한다. 이에 부합하는 여러가지 사례들도 함께 살펴 볼 수 있어서 저자의 신념에 힘을 실어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로수길이 지금의 보행자들이 찾는 거리가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이고 다른 하나는 한강 고수부지 공원이다. 대중교통 정류장과 자연 요소, 이 두 요소를 연결하는 거리는 사람들이 걷기 좋아하는 거리가 된다. - P284

사람들은 지하철을 이용해서 한쪽에서 쏟아져 나오고 그 사람들은 공원을 향해서 걸어가면서 거리를 즐긴다. 일반적으로 가고 싶은 목적지 없이 걷는 사람들은 피곤하다. 하지만 쉴 수 있는 공원을 향해서 걷는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 P285

신사동 가로수길이 변화하게 된 데는 한강 고수부지로 들어가는 토끼굴의 위치가 가로수길과 같은 축선상으로 옮겨 가게 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의 토끼굴은 미성아파트 뒤편에 있어서 동네 아파트 주민들만 아는 굴이었다. 그런 토끼굴이 가로수길에서 연결된 축선상의 도로로 확장 이동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로수길을 걷던 사람들은 차도 옆으로 난 인도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고수부지로 오갈 수 있게 되었다. - P285

신사동 가로수길의 경우처럼 자연과 대중교통, 이 두 가지 요소를 연결하는 거리는 사람들이 찾는 좋은 거리가 된다. 토끼굴의 위치를 몇 십 미터 옮기는 계획은 아주 작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정확한 혈맥에 침을 놓으면 숨넘어가는 환자도 살리는 명의의 침처럼 가로수길의 기의 순환을 살리는 신의 한수였다. - P285

공중 보도가 활성화되면 지상의 도로가 죽게 되고, 지상의 도로가 활성화되면 공중 보도가 죽게 된다. 두 개의 도로를 경쟁하게 만드는 거리의 디자인은 둘 중 하나가 죽은 거리가 되는 문제가 있다. - P286

흔히들 건축가들이 실수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중요한 축을 발견하면 그 축 위를 따라서 선을 긋고, 그 선을 벽으로 만들어서 건물을 짓는 것이다. 세운상가가 그했다. 사실 중요한 축이 있다면 그 축을 따라서 비어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이다. - P287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서 걸으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과거 왕궁이었던 루브르박물관부터 시작해서 나폴레옹이 만든 개선문과 신도시 라데팡스까지 연결되는 축으로 이어진다. 이 역사의 축을 따라서 비워진 공간을 통해서 사람들은 연결된다. - P287

시각적 연결이 없으면 아무런 관계도 없게 된다. 관계가 없이는 도시는 단절된 부분만 쌓여 있는 정신없는 건물들의 ‘더미‘가 되는 것이다. - P288

복잡한 진입로의 또 다른 이유는 건축 이론가 건터 니슈케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니슈케에 의하면 미국처럼 공간이 넓은 곳에서는 시간 거리를 줄이는 쪽으로 건축이 발달하고, 일본같이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시간을 지연시켜서 공간을 심리적으로 커 보이게 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은 시간 거리를 줄이는 고속도로가 발달했고, 일본은 좁은 공간을 넓게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 진입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 P290

좁은 집을 좀 더 넓게 느끼게 하려면 전체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좁다고 집의 모든 벽을 다 터 버리면 오히려 더 좁게 느껴지게 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머릿속으로 전체 공간을 그려 보게 하면 공간이 실제보다 넓게 느껴진다. - P290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이 같은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나빠져서 기억할 일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 만큼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 P290

반대로 어렸을 때는 기억력이 좋아서 하루만 생각해도 기억할 일이 많고 그만큼 시간이 꽉 찬 느낌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 P290

뇌 연구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뇌 시냅스 사이의 정보 전달 네트워크 기능이 느려지면서 정보를 프로세스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만큼 기억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P291

더 많은 이벤트는 심리적으로 기억할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더 많은 기억들은 같은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길게 느껴지면 공간은 더 크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 P291

같은 원리에 의해서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하려면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해야 하고,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하려면 기억할 사건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기억할 사건이 많게 하려면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건들을 느낌과 감정으로 저장하기 때문이다. - P291

기억할 감정이 많다는 것은 인생이 그만큼 풍요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벤트가 많이 일어나는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성공적인 거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뜨는 거리가 되려면 다양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줄 이벤트들이 필요하다. - P291

건축가는 이런 이벤트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할 수 있는 무대장치를 디자인하는 연출가이다. - P291

과거에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유는 현재의 서울시립미술관이 과거에는 가정법원이었기 때문에 덕수궁 돌담길에 연인이 걸어가면 가정법원에 이혼하러 가는 사람으로 오해를 해서 그런 말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연인들이 진도를 나갈 때 걷는 강북의 대표적인 달달한 데이트 코스이다. - P292

자동차가 인도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볼라드(bollard) - P292

대사관 관련 시설들은 보안이 중요한 공간이라서 담장을 높게 쌓는다. - P294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는 구경거리를 원하는 사람이 걷는거리라면, 담장 옆을 걷는 사람들은 조용하게 방해받지 않고 남들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연인이 선택하는 거리이다. 특히 담장 옆을 걸으면 연인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벽에 반사되어서 둘의 이야기가 잘 들린다. 특히나 정동길같이 차량이 없는 곳은 더 잘 들린다. - P294

뜨는 거리가 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안전‘이다. 대부분의 거리에서 안전은 쇼윈도의 불빛과 사람들의 눈으로 만들어지지만 정동길처럼 대사관 보안이라는 이유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 P294

세상의 디자인은 둘로 나뉜다. 그 기준은 사람이다. 모든 디자인은 디자인하는 대상이 ‘사람보다 큰가‘ 아니면 ‘사람보다 작은가‘로 나누어질 수 있다. - P297

숟가락에 얼굴이 거꾸로 비추이는 원리를 아니쉬 카푸어는 큰 조각으로 만들어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일상의 흔한 원리가 스케일이 큰가, 작은가에 따라서 그냥 숟가락일수도 있고 유명한 조각품이 되기도 한다. 스케일은 이렇게 중요하다. - P297

모든 디자인은 사람의 몸 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내 손 안에서 가지고 노는 휴대 전화를 디자인하는 방식과 여러 명이 들어가서 다양한 행위를 해야 하는, 사람보다 훨씬 크고 사람보다 오래 지속되는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 - P298

기본적으로 건축은 밖에서만 바라보는 조각품과는 다르다. 건축은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 P298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은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관점을 중요하게 여긴 건축이다. 병산서원이나 소쇄원 같은 건축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는 마루에 앉아서 바깥경치를 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서 디자인한 건축이다. 이처럼 좋은 건축은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기 때문에 휴대 전화나 옷을 디자인하는 식으로 건축을 디자인해서는 안 된다. - P301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건축은 인간이 안에 들어가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 P301

보통의 제대로 된 건축가라면 웬만한 크기의 건물을 짓기 전에 최소한 50분의 1 스케일의 모형은 만들어본다. 왜냐하면 그래야 실제로 지어지는 건물과 스케일 감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01

건축 공간이 주는 감동은 여러 가지 현상의 조합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 P302

건축은 인간의 몸보다 큰 것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몸보다 작은 물체를 디자인하는 것과는 다르게,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사용자의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디자인해야 한다. - P302

자동차 디자인과 건축 디자인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첫째, 자동차는 이동을 하는 반면 건축은 이동을 하지 않는다. 이 점은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다시 말해서 자동차는 주변 환경과 별다른 연관성을 맺지 않는다. - P302

건축물은 대지의 주변 환경에 맞는 조건에 맞추어서 디자인되어야 한다 - P303

건물이 들어서는 대지는 전 지구상에서 같은 조건을 가진 장소가 하나도 없다. 땅의 기울기도 다르고 주변의 건물이나 자연환경도 다르다. 게다가 사용자의 프로그램도 제각각이다. 건축은 이러한 다른 조건에 맞추어서 맞춤형으로 디자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 P303

자동차는 한 장소에 구속을 받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에 주변 환경보다는 사용자의 편의성과 밖에서 바라보는 외관의 수려함이 더 중요하다. 반면, 항상 이동하는 자동차와는 달리 건축물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어느 장소에 위치하고 어느 방향으로 건물이 배치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건물을 ‘앉힌다‘라는 표현을 쓴다. - P303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관점이 발전해서 조상들은 풍수지리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풍수는 내가 위치한 곳에서 어떻게 보느냐를 중요시한 ‘일인칭 관점에서 바라본 관계의 미학‘이다. 그래서 자동차 디자인에는 없는 풍수지리가 건축에는 있다. - P304

두 번째로 자동차와 건축의 다른 점은 수명이다. 건축은 보통 다른 어떤 디자인보다도 오랫동안 지속된다. 부실 공사가 아닌 이상 대체로 사람보다 수명이 길다. - P304

앞서 도심의 팰럼시스트에서 설명했듯이 건축은 사람보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여러 시대에 걸쳐서 다른 사람의 영향들이 누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건물의 용도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달라진 기능에 맞추어서 건축물에 부분적인 수정이 가해지고 부품이 교체되기도 한다. - P304

오래된 시간의 누적이 하나의 건축물에 중첩되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건축은 한 개인의 창작물이라는 가치를 뛰어넘어 한 사회의 결과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 P304

세 번째로 다른 점은 건축물은 환경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을 다시 받는다는 데 있다. 건축물은 빈 땅 위에 지어진다. 빈 공간을 건물로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건축이 되고 나면 그 건축물을 통해서 빈 공간이 프레임되기 시작한다. - P305

건축물은 어느 공간을 점유하게 되면 그 주변 공간을 변형시키고 다시 그 변형된 공간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는 순환의 고리가 선순환될수록 좋은 건축물이다. - P305

고층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바람이다. 바람은 고층 건물을 꽈배기처럼 비튼다. 고층 건물에 있는 기둥의 상당수는 이러한 바람의 영향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은 지면에 있는 물체의 저항이 없어지기 때문에 더 빨라진다. 그래서 건물이 높아질수록 바람의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 P306

두 개의 고층 건물 사이 공간에서는 바람이 건물에 부딪힌 후 건물 사이로 모여서 더 빠른 바람이 형성된다. 이러한 현상은 고층 건물이 많은 현대 도시의 부정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바레인에 가면 이 원리를 좋게 이용한 건물(바레인 세계 무역 센터)이 있다. (중략) 이 디자인은 건물에 부딪힌 바람이 모여서 더 세지는 현상을 이용하여 건물을 발전기로 만든 것이다. - P307

좋은 건축은 대지 주변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건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체험자의 입장에서 디자인할 줄 알아야 한다. - P310

건축물이 대지의 환경과 에너지를 잘 이용하는지 못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그 건축물을 그 땅에서 들어서 다른 장소로 옮겨 놓고 보면 알 수 있다. - P310

캔틸레버 : 모자의 차양같이 한쪽만 지지되고 한쪽 끝은 돌출된 구조물 형식의 하나로, 발코니나 처마 등의 돌출부에 구조적으로 채택된다. - P387

진정 훌륭한 건축 디자인은 어느 한 땅에서는 훌륭하게 작동을 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때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런 건물이 그 대지가 가진 에너지를 잘 이용한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P312

수학에는 전통적인 유클리드기하학과는 다른 위상기하학이 있다. 고무로 만들어진 A라는 도형을 늘려서 B라는 다른 모양의 도형으로 만들었다고 하자. 유클리드기하학에서는 A와 B는 다른 모형이지만, 늘려서 모양을 바꾼 도형은 같은 도형이라고 보는 위상기하학에서는 A와 B를 같은 도형으로 본다. - P313

과거 전통 건축들과 비교해서 현대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고층화를 통해서 고밀화되었다는 점이다. 이 건물들은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이 얹혀 있다. 건축가들은 이러한 형식의 공간 구성을 ‘팬케이크‘ 라고 폄하해서 이야기한다. 그렇게 폄하되는 이유는 각 층간의 공간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누어진 층간의 공간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오직 계단과 승강기를 통한 이동만이 허용될 뿐이다. 한마디로 이런 건물 안에서는 소통이 단절된 사회가 만들어진다. 만약에 우리가 3층에서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2층과 4층의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시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P314

건축물은 자연의 겉모습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대신 그 본질을 모방해야 한다. - P3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