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이제껏 영어를 마치 대본을 외우듯이 외우면서 공부하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되었다. 물론 아예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뭔가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었다.

이 책은 영어 공부책이 아니다. 초·중·고에서 영어 과목 수업을 들었고, 취업을 위해 토익,토플, 오픽 등의 시험을 보았거나,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단어장, 문법책, 회화책을 구매한 적이 있다면, 이제 그런 공부는 그만하자고 권하고 싶다. 이미 우리 머릿속에 많은 단어와 기본 표현이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자연스럽게 말하지 못할 뿐, 공부한 것을 미처 떠올리기도 전에 ‘빨리 빨리‘ 성능 좋은 번역기에 의지할 뿐,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니다. 사실 영어를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생활전반이 편리해졌음에도 ‘아, 영어 공부해야 하는데‘ ‘영어 잘하고 싶다‘고 되뇌는 건, 영어가 외국어 그 이상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 P5
상대방에게 말과 함께 전하는 마음의 울림, 온도 등은 오직나여야만, 나다운 말이어야만 전할 수 있다. 그런 말은 공부한다고 알 수 없다. - P6
사람은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다. 나도 이 사실을 생각하며 인터뷰 한마디 한마디에 정성을 다했지만 모든 말을 마음 그대로 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 P6
치열한 고민 끝에 얻은 나름의 결론을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 P7
수백 명의 배우와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깨달음 아닌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대화의 분위기는 10초 내에 짧은 한마디로 훅훅 바뀔 수 있다는 것. 때론 본론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쉬는시간에, 마지막 인사 등 짧은 한마디를 건넸을 뿐인데 배우가 자처해서 정해진 시간을 넘기며 더 대화하고 싶어 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서로의 표정, 제스처, 리액션, 미소가 더해질수록 분위기도 달라졌다. 고군분투해서 공부하고 준비한 것보다 그날, 그때의 상대방에게 집중해야만 나오는 분위기와 이야기가 있었다. - P7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이를 자주 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게 대화다. 특별한 방법도 없다.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고 가벼운 이야기도 하고, 칭찬 한마디 더하는, 마음을 전하는 그런 대화를 나누면 된다. - P7
상대방에 대해 단정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대화하는 한, Start off on the wrong foot.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영어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상대방을 잊지 않는지 돌아보자. - P8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이 안 나와요‘ ‘분위기가 어색해요‘ 등 영어로 말할 때 겪는 어려움도 상대방에 초점을 맞추면 어느 정도 사라진다.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을 관찰해보면 영어공부를 가장한 ‘대본 외우기‘에 익숙하다. 면접용 자기소개 대본, 친목용 자기소개 대본, 취미소개용 대본, 한국문화 소개용 대본 등 학교나 학원에서 달달 외웠던 표현 말이다. 이런 ‘대본‘들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나도 할리우드 배우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대본‘을 준비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자마자 본론부터 불쑥 꺼낼 수는 없다. 삶은 대본이 아니니까.
영어로 말하는 게 왠지 어색하고 힘든일이 된 것도 평소 자신의 습관이나 분위기, 성향과는 동떨어진 ‘대본‘으로 연기하느라 그런 건 아닐까. 상대방이 나의 대본대로 반응하길 바랐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 P8
부족하더라도, 문화가 다르더라도 진심으로, 사려 깊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외면할 사람은 없다.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는 눈빛, 미소,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유독 영어에서 우리는 완벽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모국어가 아닌 이상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더 낫다. - P9
이 책은 배울 만큼 배웠지만 여전히 영어로 말하기 어려운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여기 담은 말은 흔히 ‘아이스 브레이킹‘에 유용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좀 더 생각했다. - P9
글로벌 시대를 살며 우리 모두 실감하듯 사람 사는 것사람 대하는 마음에는 국경이 없다.
‘영어는 우리말과 다르지" 하며 두려워했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그간 외웠던 천편일률적인 표현대신 가장 자신다운 표현으로 업그레이드했으면 좋겠다. - P9
개인적으로 ‘Own it!‘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자신 있게 이 상황을 내 것으로 ‘가져! 만들어!‘라는 뜻이다.
삶에, 대화에 맞고 틀린 것은 없다. 가장 나다운 마음과 그 마음 그대로 전하는 말이 있을뿐. 그 말을 ‘내것으로 만들고‘ 말할 수 있다면 저절로 상대방과 상황도 own it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Own it!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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