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온 용어는 아니지만 ‘생태계의 비가역성‘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독자인 내가 이런 용어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수많은 생물들이 속해있는 생태계라는 것이 인간이 일일이 다 알 수 없을 정도의 어떤 세세한 질서를 이루면서 유지되고 있을지라도 그것이 한 번 망가지게 되면 다시 원래의 상태 그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속성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속성을 엎지른 물을 다시 담는 것과 같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향후에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여 한 번 망가진 생태계를 원상태 그대로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이 나올 지도 모르겠으나, 저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 현재로서는 그저 이론적인 영역만 존재할 뿐 한 번 망가진 생태계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실질적인 과학기술은 없다고 한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 인생도 생태계와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어떤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는 이유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생태계든 우리 각자의 인생이든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계속 흘러갈 뿐이다.

어떤 책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예전에 내가 썼던 리뷰에서 우리 인생은 되감기나 빨리감기 버튼이 없는 그저 재생버튼만 있을 뿐이라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오늘 독서를 통해 그 때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려볼 수 있었고, 결국 지금 이 순간을 가치있고 보람된 것들로 채워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생태계 얘기를 하다가 잠시 곁길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생태계를 지키고 보존하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는 우리 스스로 멸종의 시간을 당기는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개인적으로 함께 읽고 있는 이정모 저자의《찬란한 멸종》이라는 책에서도 끊임없이 경고하는 것이 지금 현재 인간이 지구 생태계 파괴의 가장 핵심 주범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지금 당장 지구 생태계에 대해 각성하지 않고 현재의 생활패턴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생태계는 머지 않은 미래에 다 파괴될 것이고 인간은 멸종할 것이라는 게《찬란한 멸종》의 핵심 메시지이자 오늘 읽고 있는《통섭》본문의 핵심 교훈이다.

간혹 지구가 멸망하면 화성 같은 인접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서 살면 되는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경우 감히 측정하기 힘들정도로 많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해야하기에 결과적으로 지구만큼 인간에게 최적인 행성은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이 지구가 정말로 소중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를 잘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있을 때 잘해‘

삼림 구역에는 수많은 형태의 생명이 산다. 아마도 300종의 새, 300종의 나비, 개미 200종, 딱정벌레 5만 종, 나무 1,000종, 균류 5,000종, 수만 종의 박테리아와 그 외의 것들이 주요 군락의 명부에 올라온다. 다수의 군락에서 수많은 소수 종들은 과학계에 처음 소개되는 것들로서 그 속성들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 P505

각 종들은 명확한 니치를 점유하고 있다. 즉 특정 장소와 정확한 미기상(微氣象), 특정 영양분, 그리고 생활사가 순차적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온도 · 습도 주기를 필요로 한다. 많은 종들은 다른 종들과 공생관계로 묶여 있어서 올바른 배치로 상대와 정렬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 P505

생물학자들이 분류학적 맨해튼 프로젝트, 즉 모든 종의 분류와 보존을 훌륭히 해 낸다 하더라도 그 군락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한 작업은 엎지른 물을 다시 담는 것과 같다. 수십 년 후에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토양을 살아나게 하는 데 필요한 미생물의 생태학이 알려져 있지 않다. 꽃들 대부분의 수분 매개체와 그것들이 나타나는 정확한 시기는 오직 추측만 할 뿐이다. 또한 종들이 공생하기 위한 이주 순서인 ‘합성 규칙(assemblyrules)‘은 아직 이론 영역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 P505

현존 지식으로 이 세계를 보존할 유일한 방법은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 P505

어떻게든 인류는 다른 생명들이 의존하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좁은 통로를 빠져나오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 P506

계몽사상의 유산은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으로 알 수 있고, 앎으로써 이해할 수 있으며, 이해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자신감이 과학 지식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가져왔으며 이 지식은 증가하는 완전한 인과적 설명의 망으로 짜여져 있다. 이 과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의 종으로서 자신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는 인류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인지를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다. - P506

다른 생명과 마찬가지로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 왔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이곳에 있다. 아무도 이러한 상황으로 우리를 이끌지 않았으며 아무도 우리를 지켜봐 주지 않았다. 우리의 미래는 순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밝혀야 한다. - P506

호모 사피엔스가 이 행성을 결단내기 전에 제대로 정착하여 행복해져야 한다. - P506

우리는 새로운 실존주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개인에게 완전한 자율을 부여한 키르케고르와 사르트르의 낡은 부조리적 실존주의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통합된 지식만이 정확한 예견과 현명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는 실존주의 말이다. - P507

동물의 사회성과는 달리 인간의 사회성은 문화에 의해 도덕지침과 법률로 진화한 장기 계약을 형성하는 유전적 성향에 기초해 있다. - P507

계약 형성 규칙들은 인류에게 위로부터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었으며 두뇌 구조 안에서 무작위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 그 규칙들은 수십억 년에 걸쳐 진화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생존과 미래 세대에 발현될 기회를 규정하는 유전자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 P507

우리는 계약이 생존에 필수적임을 발견한 어른들로서 신성한 맹세를 통해 그것을 확고히 할 필요성을 받아들였다. - P507

통섭에 대한 탐색은 처음에는 창조성을 구속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반대가 맞다. 통합된 지식 체계는 아직 탐구되지 못한 실재 영역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이것은 이미 알려진 것에 관한 명확한 지도를 제공하며 미래 연구를 위한 가장 생산적인 질문을 창안한다. - P507

올바른 답변을 하는 것보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P507

사소한 질문에 대한 옳은 대답은 별것 아니다. 그러나 옳은 질문은 그 정답을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주요한 발견의 지침이 된다. 미래 과학의 여정이나 상상력 풍부한 예술의 비행에 있어서도 그러할 것이다. - P508

다음 질문은 반복될 가치가 있다. 우리의 가장 깊은 근원은 어디인가? - P508

우리는 고유한 유전적 기원을 가진 구대륙 영장류이며 영특한 창발적 동물이다. - P508

메리 클라크는 미로를 인간의 복잡한 환경적·사회적 문제로 인식했으며 실타래는 그 문제들을 풀기 위한 객관적 진리와 실재론적 사고라고 보았다. - P515

페타(peta)는 10^15을 지칭한다. - P517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연과 필연의 결과이다." _데모크리토스 - P521

간격 분석이라는 용어는 생물 다양성과 보존 연구에서 차용했다. 이것은 동식물 종들의 분포를 매핑(maping)하는 방법을 지칭한다. 그것은 그 종들을 생물 보유지 지도 위에 겹치게 올려놓고 정보를 이용하여 미래 보유지를 위한 최고의 위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 P539

조엘 코언에 따르면, 지구에 지속 가능한 형태로 생존할수 있는 인구의 총수가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식량 생산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고 평균적으로 용인될 만한 삶의 질이 어떤 정도일지를 확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적 제한은 100억을 넘지 않을 것이다. 광합성이 오로지 인간의 사용만을 위해 변환된다고 가정하고 에너지 총량을 계산하는 식으로 한계 인구를 계산해 보면 대략 60억이 된다. - P540

진화생물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 근방에 위치한 지적 이동 막사이다. 물물 교환을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에게 그것은 논리적 만남의 광장이리라. - P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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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생태적 발자국 (ecological footprint)‘ 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 나왔었다. 본문에 따르면 이것은 현존 기술로 사회의 각 구성원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비옥한 땅의 크기를 측정하는 단위로 활용되는 용어이다. 용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값이 크면 클수록 풍족한 생활 양식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작을수록 열악한 생활 양식을 영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오늘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이 생태적 발자국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생태적 발자국의 값이 높은 선진국에 있는 사람일수록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고난 뒤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들로 인해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기는 매한가지겠지만 적어도 먹을 게 하나도 없어서 이러다 굶어 죽겠다는 걱정을 하면서 살지는 않지 않는가? 오히려 먹을 게 없어서 걱정한다기보다는 남은 음식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경우들이 더 많지 않은가? 실제로 음식점에 가보면 사람들이 음식을 하도 남기다보니 남기면 벌금이라는 말을 써붙여 놓은 경우들을 종종 보기도 한다. 물론 남기고 버리더라도 실제로 벌금을 징수하는 경우까지는 잘 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오늘 본문을 통해 알게 된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의 인구 중 절대 빈곤층이 약 10억 명 이상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매일 그날의 식량을 구할 수 있을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오늘 본문을 읽기 전까지는 이러한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어쨌든 이를 통해 비록 우리가 사는 것이 아무리 팍팍하고 힘들지라도 삼시세끼 걱정안하고 먹고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할만한 일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또한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나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각자 현재 상황이 어떻든 관계없이 불평불만만 쏟아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성경 어디에 나오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문득 성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났다. ‘범사에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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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지구의 자원이 유한하다는 대전제와 함께 이와 관련된 다양한 얘기들이 나온다. 생산성 있는 비옥한 토지의 유한성, 수산업 혁명인 양식의 유한성 등 인류에게 주어진 자연이 결코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님을 저자는 독자들에 인지시킴으로써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움과 동시에 머지 않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전지구적인 위기들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논조로 끊임없이 말한다.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생존이 달려있는 것이기에 우리 지구인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요즘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접해서 알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미래 예측도 일부 나온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결국 핵심은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지구의 기온이 높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파생되는 일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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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저자는 ‘수용 한계‘라는 개념과 함께 아프리카의 르완다라는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먼저 ‘수용 한계‘ 라고 하는 것은 어떤 나라가 현재의 제반 환경하에서 자신들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인구수의 최고치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가뭄, 토양 고갈, 전쟁 등으로 인해 국가의 제반 환경들에 변화가 생길 경우 현 인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이 수용 한계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여기 자세히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에 나온 사례로 위에서 언급했던 아프리카 르완다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나라의 경우 여러가지 역사적인 이유들로 인해 내전이 빈번히 일어났고 그결과 사회기반시설들이 붕괴됨과 동시에 인구도 상당히 감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원래 르완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인구의 급성장이 결과적으로 내전을 불러일으켰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인구가 갑자기 급성장하게 되자 기존의 사회기반시설들로는 인구증가에 따른 물자 공급량을 따라갈 수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1인당 가져갈 수 있는 몫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르완다는 위에서 소개했던 ‘수용 한계‘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이러한 한계 상태를 해소하려는 본능이 내전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독자인 나는 이러한 저자의 견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과거에 읽었던 어떤 소설을 통해 나는 ‘본능이 이성을 이긴다‘는 나만의 신념을 갖게 되었는데, 오늘 본문에 소개된 사례에서도 각자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게 되자 각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는 생존본능이 작동하게 되었고 이것으로 인해 사람들간의 갈등과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작은 불씨로 시작된 이러한 갈등과 대립이 큰 불로 번져 전국가적인 내전 상태로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르완다의 사례를 보면서 사람들 간의 갈등과 대립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한 번 생각해보았다. 일단은 자신의 기존 생활 수준보다 낮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고 이는 생존본능에 급격한 위기감을 가져올 수 있기에 위에서 언급했던 갈등과 대립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경제적인 수준이 최소한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든가 혹은 지금보다 나은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만이 그 사회의 수용 한계를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사회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현존 기술과 최근의 소비 및 낭비 수준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세계의 생활 수준을 대부분의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수학적 불가능에 도전하는 꿈일 뿐이다. 오늘날의 소득 불균형을 평준화하려면 선진국의 생태적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이것은 시장에 기반을 둔 세계 경제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주역들은 군사적으로도 가장 강력하며 아무리 좋게 말한다고 해도 다른 이들의 고통에 대단히 무관심하다. 전 세계의 가난한 이들이 어느 정도로 비참한지 완전히 깨닫고 있는 사람들은 산업화된 국가에 거의 없다. - P484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넘는 약 13억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산다. 그 다음 16억은 1~3달러를 번다. 미국이 절대 빈곤자로 규정한 10억이 넘는 사람들은 매일 그날의 식량을 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이다. 매년 스웨덴 전체 인구보다 많은 1300만에서 1800만 명이 굶주림이나 영양 실조 부작용, 또는 빈곤과 관련된 다른 원인에 의해 죽어 간다. 그중 대부분은 어린이들이다. 스웨덴 또는 거기에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를 더하거나 뉴잉글랜드를 더해서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내년에 빈곤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할 때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의 반응을 상상해 보라. - P485

세계적으로 육지 표면의 11퍼센트만이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미 경작 가능한 지역의 대부분이 들어 있다. 나머지 89퍼센트의 상당 부분은 사용되기 힘들거나 아예 소용없는 땅이다. 그린란드, 남극, 광활한 북부 침엽수림 지대의 대부분, 마찬가지로 광활한 사막은 사용할 수 없다. 그 나머지인 우림과 대초원을 개간하여 씨를 뿌릴 수는 있겠지만, 미미한 농업 이득을 위해 세계 대부분의 동식물 종을 희생시키는 일은 미련한 짓이다. 그 구역의 거의 절반은 자연적 생산성이 낮은 토양으로 덮여 있다. - P485

경작되고 벌채된 땅은 지속 가능한 수준의 10배로 표토가 유실된다. - P485

수산업 혁명인 양식에도 한계가 있다. 바닷물 양식장의 확장은 맹그로브(mangrove, 열대 강, 어구, 해변에 생기는 교목, 관목의 특수한 숲) 습지와 앞바다 미끼 고기들의 산란 장소인 해변 습지대 서식지를 점유한다. 민물 양식장에 성장 잠재력이 더 있기는 하지만 유수와 지하수맥의 물 공급을 축소한다는 점에서 농업과 대립적이다. - P487

모든 거대 교란은 나쁘다는 일반적인 생명의 원리에 따르면, 탐욕스러운 인간 생물 중량을 지탱해 줄 지구의 능력은 기후 변화의 가속으로 인해 더욱 불확실해질 것이다. 과거 13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1도가 증가했다. 이 변화의 상당 부분이 이산화탄소 오염에 따른 것이라는 징표는 강력하다. 어떤 대기과학자들은 단호하게 말할 정도이다. - P488

메탄을 비롯한 몇몇 다른 기체와 함께 이산화탄소는 비닐 하우스와 같은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 이것들은 햇빛은 통과시키지만 온실 안에서 생성된 열은 가두어 버린다. - P488

채굴된 얼음 기둥에 들어 있는 공기방울 시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16만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의 평균 기온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화석 연료 연소와 열대 우림 파괴로 인해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16만 년 중 가장 높은 값인 360ppm에 달한다. - P488

대기 화학과 기후 변화는 둘 다 아주 복잡한 주제이다. 둘이 합쳐지면 정확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 궤적과 속도는 넓은 범위 안에서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이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목표이다. - P488

황산 에어로졸은 대기 변화에 관한 계산 결과를 뒤엎어 버릴 수 있는 해양의 장기적 이산화탄소 흡수와 함께 이산화탄소의 온실 효과를 중화시킨다. - P488

지역 기후는 혹서 기간(heat wave)이 잦아지며 더욱 변화무쌍해질것이다. 평균 기온이 약간만 상승하더라도 극심한 고온을 보이는 곳이 더 많아질 것이다. 순전히 통계적 효과 때문에 그렇다. - P489

통계적 정규 분포에서 한 방향으로 약간만 벗어나도 이전의 극단은 거의 0에서 더 큰 수로 비례적으로 변화한다. (다른 예를 하나 들자면 인간 종의 평균수학 능력이 10퍼센트 증가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에서는 그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반면에 아인슈타인들이 많아질 것이다.) - P489

구름과 폭풍우는 섭씨 26도가 넘는 해상에서 발생하므로 열대성 저기압의 평균 발생 빈도는 증가할 것이다. - P489

기온이 높은 기후대가 양극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 예상되는데 이것은 특히 고위도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툰드라 생태계가 축소되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농업에도 영향을 미쳐 덕을 보는 지역이 생기는 반면에 타격을 입는 곳도 생길 것이다. 전반적으로 산업화된 북부 지역 국가들보다 개발도상국들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조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재빨리 새로운 거주지로 이주하지 못한 수많은 자연 생태계와 그것을 구성하는 동식물과 미생물 종들이 멸종할 것이다. - P490

자원과 기후의 미래는 인류가 광물 및 에너지 부족이 아니라 식량과 물 부족이라는 장벽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후 변동이 우호적이지 않음에 따라 장벽에 다다르는 시기가 더 앞당겨지고 있다. 인류는 마치 자산을 경솔하게 처분해 버리는 집안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 P490

면제주의자들의 다음과 같은 충고는 많은 위험을 내포한다. "생활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여러분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 내년 걱정은 하지 마라. 우리는 영리하므로 뜻밖에 뭔가가 일어날 것이다. 항상 그래 왔듯이." - P490

우리 대부분은 이제 수련 연못 산수 수수께끼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연못에 수련 잎이 하나 있다. 매일 수련은 두 배로 불어난다. 30일째 되는 날 연못은 완전히 수련으로 뒤덮여서 더 이상 자랄수 없게 되었다. 연못이 반만 덮이고 반은 비어 있던 날은 몇 번째 날인가? 바로 29일째 되는 날이다. - P490

의학과 마찬가지로 생태학에서도 양성(positive)으로 잘못 진단하는 것은 불편을 초래할 뿐이지만 음성(negative)으로 오진하는 것은 파멸을 초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학자들과 의사들은 도박을 하려 하지 않으며 만일 도박을 해야 할 때에는 항상 경고를 한다. 생태학자나 의사의 염려를 기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 P491

환경 변화가 야기하는 새로운 종류의 역사가 펼쳐질 것이다. 또는 전 지구 규모로 좀 더 구식의 역사, 예컨대 메소포타미아 북부 문명, 이집트문명, 마야 문명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그 밖의 다른 문명이 붕괴되던 그 초기의 역사가 되풀이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 갔다. 어떤 경우에는 그들이 이주하고 다른 사람들이 대신 끔찍하게 죽어갔다. - P491

인구가 지역적인 수용 한계에 도달했을 때 당대의 기술로는 더 이상의 성장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중략)... 그럴 경우 대개 그 시점의 생활은 (특히 지배층에서는) 좋은 편이지만 붕괴되기 쉽다. - P491

가뭄이나 지하수맥의 고갈, 또는 전쟁의 피해와 같은 변화는 수용 한계를 감소시킨다. 인구가 감소하여 지속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영양 실조와 질병으로 인해) 사망률은 급상승하고 출생률은 떨어진다. - P491

전쟁과 내전에는 많은 원인이 있으며 대부분은 환경적 압박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인구 과잉과 그에 따른 자원 감소는 사람들 사이의 분란을 조장하는 원인이다. 불안과 결핍이 쌓이면 대립이 시작되고 대립은 공격으로 치닫는다. 때로는 다른 정치 집단이나 민족 집단에서, 때로는 이웃 종족에서 제물을 찾아낸다. 일단 불이 붙기 시작하면 암살, 테러, 잔혹한 행위 또는 다른 도발적인 사고들이 이어진다. - P493

주의하라! 모든 발전에는 인공 보철, 즉 발전된 전문 기술과 집중적인 지속적 관리에 의존하는 인위적 장치가 따른다. 이것은 지구 자연 환경의 일부를 대체하면서 또 다른 장기적인 위험을 더한다. - P494

생태학의 눈으로 보면 인류 역사는 환경적 인공 보철을 축적해온 역사로 파악될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이 만든 절차들이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지구의 수용 한계도 확장된다. 번식의 측면에서는 전형적인 생물인 인류 역시 증가된 수용 한계를 채우며 늘어난다. 이러한 소용돌이는 계속된다. 새로운 요구를 만나면 계속해서 장비를 다듬고 버팀목을 대면서 환경은 더욱 미묘하게 변해 간다. 정교한 기술의 발전은 환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P494

진보의 래치트는 비가역적인 것으로 보인다. 평온한 구석기의 자연 균형을 꿈꾸는 원시주의자(primitivist)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너무 늦었다."라는 것이다. 활과 화살을 치우고 산딸기를 따는 일은 잊어버려라. 미개척지는 위협받는 자연의 비축품이 되었다. 환경주의자와 면제주의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함께하라"는 것이다. - P494

우리는 염려스럽지만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뛰어들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희망은 「헨리 4세」에 있는 핫스퍼(Hotspur)의 대사에 잘 나타나 있다. "친애하는 바보 경, 이 쐐기풀의 위험에서 벗어나 내가 말하노니, 우리는 안전이라는 꽃을 움켜쥐었다오." - P495

인구 증가가 지구를 제압할수록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원을 늘리고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인공 보철물에 의존하여 이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 본질적으로 그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윤리이다. - P495

결국 지구 정상 회의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아젠다의 성공 척도는 생태적 발자국 총량의 감소이다. 인구가 2020년 무렵에 80억에 육박하면 개개인의 만족스러운 생활 수준에 필요한 비옥한 땅의 평균 면적은 전 세계적으로 중심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최우선 환경 목표는 지구의 허약한 환경이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태적 발자국을 축소하는 것이다. - P496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의 많은 부분은 두 가지개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개념인 탈(脫) 탄소는 본질적으로 양이 제한된 석탄, 석유, 장작 연소를 연료 전지, 핵융합, 태양력과 풍력처럼 환경적으로 부담이 적은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 개념인 탈물질은 대량 하드웨어와 그것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 P496

경제 기적은 내생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는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경제 발전은 국가들이 기름, 목재, 물, 농작물 등의 물질 자원을 자국 보유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것들도 소비할 때 이룩된다. 그리고 지금은 기술과 서류의 유동성을 통해 가속화된 상업적 세계화가 물질자산의 대량 교환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목공예품들은 열대아시아에서 파괴된 삼림이며 유럽의 연료는 중동에 매장되어 있던 석유다. - P498

국가 대차대조표에서 경제학자들은 총비용 회계에 좀처럼 천연자원 감소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어느 국가가 모든 나무를 베고 가장 유익한 광물을 파내고 어장을 고갈시키고 토양 대부분을 부식시키며 지하수를 퍼낼 수 있으며 이것을 모두 수입으로 계산할 수 있지만, 고갈된 어떤 것도 비용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또 환경을 오염시키고 도시 빈민가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정책도 추진하지만 그 결과가 총비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 P498

실물 세계의 주인으로 도도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경제학자와 사업가가 이제는 진짜 실제 세계의 존재를 인정할 때가 되었다. 경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제 생산뿐 아니라 자연 세계와 인류 복지를 완전히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 지표가 필요하다. - P499

다른 생명들을 최대한 많이 우리와 함께 데려감으로써 이 세계를 보전하는 것 - P499

지난 30년간 자연 보호 전문가들은 활동의 초점을 판다와 호랑이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동물로부터 여러 종의 생존이 달려 있는 서식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시켜 왔다. - P499

열대 우림은 전체 육지 표면의 단 6퍼센트를 차지할 뿐이지만 전 세계 동식물 종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 P500

모든 요인들은 복잡한 방식으로 함께 작용한다. 어떤 특정 종이 멸종한 요인들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생물학자들은『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식의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즉 그들 모두가 요인이라는 것이다. - P501

현재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발작적인 멸종 행위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완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21세기에는 신생대의 종말을 볼 것이며, 새로운 생명 형성이 아니라 생물학적 고갈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고독의 시대, 즉 "공생대(空生帶, Eremozoic Era, 그리스어 ‘eremos (광야, 고독)‘에서 유래한 말이다.)"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 P501

다년간 생물 다양성을 연구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근거에 대해 3단계에 걸쳐 부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단순히 "걱정하지 마라." 이다. 멸종은 자연적이라는 것이다. 종들은 생명의 30억 년 역사 동안 계속 죽어 갔지만 생물권에 영구적인 해를 가하지 않았다. 진화가 항상 멸종된 종을 새것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진술들은 모두 참이다. 그러나 상당히 비틀려 있다. - P502

중생대 대멸종 이후에 그리고 이전에 3억 5000만 년마다 있었던 네 번의 대멸종 이후에 진화는 재앙 이전 수준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데 약 1000만 년을 필요로 했다. 대기 시간이 그토록 길다는 점과 한 번의 일생 동안 그토록 많은 손실을 입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후손은 약이 오를 것이다. 달리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 P502

부인의 2단계에 들어서면 사람들을 보통 "하여튼 그렇게 많은 종은 필요하지 않다."라는 반응을 한다. 아무튼 대다수가 곤충, 잡초, 균류인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100년도 안 된 옛날, 현대의 자연보호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세계 곳곳의 새와 포유동물도 무관심에 방치되었음을 망각한다면 세상의 기는 벌레들도 무시해 버리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연 세계 미물들의 가치는 더할 수 없이 명백해지고 있다. - P502

생태계에 더 많은 종이 살수록 번식력은 더 높아지고 가뭄이나 다른 종류의 환경 압박을 견디는 능력도 더 강해진다. 물을 정화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숨쉬는 공기를 생성하는 데 우리가 생태계의 작용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생물 다양성은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 버릴 무언가가 절대 아니다. - P502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 철저하게 적응하고 있는 각 종들은 유용한 과학 지식의 방대한 원천을 제공해 주는 진화의 걸작품이다. - P503

오늘날 살아 있는 종들은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 정도 된 것들이다. 그들의 유전자는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역경을 견뎌 왔기 때문에 그 유전자를 운반하는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을 돕기 위해 극도로 복잡한 일련의 생화학적 장치들을 솜씨 있게 작동시킨다. 이것이 바로 야생종들이 인류가 살 만한 환경을 만들어 줄 뿐만아니라 우리의 생명 유지를 도와주는 생성물들의 원천이 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산물들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약물에 관한 것들이다. - P503

미국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약물의 40퍼센트 이상이 원래 식물, 동물, 곰팡이, 미생물 등에서 추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약인 아스피린은 살리실산에서 만들어 낸 것인데, 살리실산은 다시 톱니꼬리조팝나무의 한 중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약으로 쓰일 수 있는 자연 생성물이 들어 있는지 검사된 것은 그 종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아마도 1퍼센트도 안 될 것이다.) - P503

새로운 항생물질과 항말라리아제 발견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물질들은 질병 유기체가 약에 대한 유전적 저항성을 획득함에 따라 그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보편적인 포도상구균 박테리아는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병원체로서 다시 등장했고 폐렴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 P503

의학 연구자들은 앞으로 더욱 격렬해질 것이 분명한, 빠르게 진화하는 병원체들과의 군비 경쟁에 붙잡혀 있다. 21세기 의학의 새로운 무기를 얻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야생종들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 P503

이런 모든 것들을 인정한다해도 부인의 3단계가 남아 있다. 왜 지금 당장 모든 종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가? 살아 있는 표본을 동물원과 식물원에 보호했다가 나중에 야생으로 돌려보내면 어떤가? - P504

오늘날 세계의 모든 동물원은 존재한다고 알려진 2만 4000종 가운데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2,000종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게 최대한이다. 세계의 식물원들은 25만의 식물 종에 압도당할 것이다. 이러한 피난처들은 몇몇 멸종 위기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하다. 액화 질소 안에 냉동된 배아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러한 정도로는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아직 아무도 곤충, 조류 및 다른 생태학적으로 중대한 작은 유기체들을 위한 안전한 은신처를 고안하지 못했다. - P504

자연 그대로의 토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판다와 호랑이는 버려진 논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 P504

모든 종을 다시 복귀시킨다고 하여 자연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을까? 적어도 우림처럼 복잡한 군락의 경우에는 그러한 묘기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중략) 그 어려움의 정도는 분자에서 살아 있는 세포를 생성하거나 살아 있는 세포에서 유기체를 생성하는 것에 견줄 만하다. - P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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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통섭 세계관‘ 이라는 용어를 통해 자연과학을 기반으로 하여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이해해야 한다는 자신의 핵심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었다.

하지만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저자는 현실에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세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 가능한 모든 세계를 포함하는 예술도 존재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설령 ‘통섭 세계관‘ 을 가지고 세상을 탐험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독자인 나는 저자의 이 지적을 들은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완벽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건가?‘

좀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책의 제목이자 키워드인 《지식의 대통합 : 통섭》을 통해 이제 뭔가 세상에 널려있는 다양한 지식들을 하나로 꿰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얻었나 싶었는데, 이러한 생각이 아직 한참 섣부르고 불완전한 것이었음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쓰고보니 이러한 불완전함이라는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독자인 내가 본문 내용에 한동안 몰입하다보니 마치 저자의 얘기가 무슨 완벽한 진리인 것 마냥 빠져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저자도 좀 더 완벽에 가까워지고자 지식의 대통합을 외치면서 통섭이라는 개념을 내세웠겠지만, 결국 과학자도 그저 불완전한 한 인간일 뿐인 것이다.

비록 아직 완벽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자가 추구하는 생각의 방향만큼은 마땅히 존중하는 바이다. 뭐 본문에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결국 핵심은 단순하다. 자기 분야만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서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동원하여 세상을 바라보자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결국 조금씩 완벽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이 책의 막바지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데, 마지막 장까지 저자의 생각을 잘 소화시켜서 조금이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어 보도록 애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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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지구만큼 인간이 거주하기 좋은 다른 행성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얘기와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개발 등으로 인해 지구환경이 조금씩 파괴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개인적으로 최근 함께 읽고 있는 이정모 저자의《찬란한 멸종》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통섭》과《찬란한 멸종》을 통해 내 머릿속에 각인된 교훈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지구가 환경적으로 지금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니 우리 인간들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친환경적인 행동들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추상적인 구호나 외침이 아니라 환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로부터 나온 결론이기에 결코 간과할만한 것이 아니다. 지구가 살려달라고 아우성칠 때 하루속히 대대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개개인도 친환경을 더이상 남의 일마냥 방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라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세계뿐만 아니라 상상 가능한 모든 세계를 포괄하는 예술도 존재한다. 우리의 신경계는 이 상상 가능한 세계를 매우 흥미롭게 여기며, 그 세계는 인간의 고유한 감각 내에서는 참이다. - P462

그들(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상과학을 더 좋아하며 판타지와 사이비 과학을 대뇌의 쾌락중추를 홍분시키는 자극물처럼 여긴다. 우리는 쥐라기보다는 「쥐라기 공원」(영화)을, 천체물리학보다는 UFO학을 더 좋아하는 구석기 시대적인 모혐의 추구자이다. - P462

과학의 산물은 대개 별 볼일 없는 것들이다. 의학적 혁신과 스릴 넘치는 우주 탐험은 드물게 일어날 뿐이다. - P462

마음과 정신 면에서 다윈의 원리에 잘 적응한 영장류인 인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성, 가족, 일, 안전, 개인적 표현, 오락 그리고 영적인 충족 등이다. - P462

전문가들 외에 염색체나 카오스 이론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지만 과학 자체는 대단한 것이다. 예술과 마찬가지로 과학은 전인류가 보편적으로 소유한 지식이며 우리 종이 가진 지식 창고의 핵심이었다. 과학은 우리가 물질세계에 대해 합당하게 아는 확실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 P463

전문가가 되려는 학생들은 단지 지식을 가진 것만으로는 21세기를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과학 기술 덕택으로 모든 종류의 사실적 지식의 단가는 내려가고 그 지식에 대한 접근은 훨씬 더 쉬워졌다. 지식에의 접근은 결국 민주화와 전 지구화의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곧 그 지식을 텔레비전과 컴퓨터 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대답은 분명하다. 종합이다. - P463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지혜의 빈곤 속에 허덕이고 있다. 따라서 세계는 적절한 정보를 적재적소에서 취합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중요한 선택을 지혜롭게 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돌아갈 것이다. - P463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왜 인간을 정의하는 것들은 고생, 열망, 정직, 칭찬, 사랑, 미움, 사기, 똑똑함, 오만, 겸손, 부끄러움 그리고 멍청함 등과 같이 서로 이질적인 것들일까? - P464

아직도 석기 시대의 상식에 기반을 둔 규칙들에 저당 잡혀 있는 신학은 이제 탐구의 문이 활짝 열린 실재 세계에 대한 위대한 노력들을 흡수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서양의 철학이 그런 기능을 해 줄 것 같지도 않다. 철학은 꼬여 있는 토론과 전문가적인 소심함 때문에 현대 문화의 의미를 파산시켰다. - P464

교양 과목의 미래는 당황함이나 두려움 없이 인간 존재의 근본 물음들을 묻는 데 있다. 그런 물음들을 위에서 아래로 끌어내려 더 쉬운 언어로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각 조직 수준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연합을 꾀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심장 수술과 우주선 건조도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다. 그런 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능한 사람이 그 일에 매달리는 것이다. - P464

교양 과목들은 각각의 내용에 있어서 탄탄하고 서로의 관계에 있어서 정합적인 만큼 성공할 것이다. - P464

레치트(톱니바퀴의 역회전을 막는 바퀴쐐기) - P465

탐욕에는 설명이 요구된다. 레치트는 계속 재고되어야 하며 새로운 선택이 고려되어야 한다. - P466

최근 인간 진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방향성 변동도 자연선택도 아니다. 그것은 이주(immigration)와 이질 교배(interbreeding)를 통한 균질화(homogenization)이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개체군들은 서로 섞여왔다. 부족과 국가는 경쟁 부족과 국가와의 싸움에서 합병되기도 하고 가끔씩 완전히 멸망하기도 했다. - P469

균질화는 이전의 인종 차이(전체 개체군들을 구별짓는 유전 형질의 통계적 차이)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결과만을 낳는다. 또한 그것은 개체군 내부와 전체 종을 통틀어 존재하는 개체들의 변이 범위를 넓힌다.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피부색, 얼굴 특징 그리고 재능 등에서 과거보다 더 많은 조합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지구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마 안되던 평균적인 차이마저 점점 좁혀지고 있다. - P470

유전적 균질화는 액체를 섞을 때 생기는 현상과 유사하다. 내용물은 극적으로 변하고 새로운 종류의 산물들이 개체 내의 유전자 조합수준에서 창발한다. 변이량이 증가하고 극단은 확장되고 새로운 형태의 유전적 천재와 병리 상태가 더 쉽게 발생한다. 그러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유전자는 교란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유전자의 종류와 양은 거의 동일하게 유지된다. - P470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의 계속되는 진보 덕분에 유전적 변화는 이제 곧 자연선택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선택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만일 인류가 머지않아 자신의 유전자들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손에 넣는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원할 때 진화의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고 그리로 곧장 달려갈 수 있다. 반면 만일 미래 세대가 과거에 존재했던 유전적 다양성의 자유시장을 선호한다면, 그 세대는 어떤 것도 하지 않기로 선택하고 그 결과 100만 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유산으로 살아갈 수 있다. - P470

이런 ‘의지적인 진화‘ㅡ자신의 유전성을 결정하는 종ㅡ의 가망성 때문에 인류는 지금까지 직면해 온 선택들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지적·윤리적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 P470

인간 DNA 문자들 (총 36억 쌍의 염기)의 완벽한 서열 - P471

인류는 원한다면 인간이라는 종의 해부학적 구조와 지능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감정과 창조력도 변화시킬 수 있다. - P471

유전체 공학은 인류 진화사의 마지막 세 번째 단계일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정점을 이룬 200만 년간의 호모 속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을 모양짓는 유전 암호들을 관찰하거나 인식하지 못했다. 그것들은 초미세현미경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 P472

만일 두 개의 열성 대립 인자가 짝을 이루면 낭포성 섬유증, 테이색스병 (Tay-Sachs) 그리고 겸형적혈구 빈혈증과 같은 유전병이 생겨나고 이 질병에 걸린 사람은 일찍 사망하고 만다. - P472

페닐케톤 요증은 최근까지도 신생아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이 병에 걸린 아기들은 심한 정신 지체를 보인다. 연구자들은 특정한 열성 유전자가 짝을 이룬 형태로 존재하며 페닐알라닌(공통의 아미노산)의 정상적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것이 페닐케톤 요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472

유전자 공략의 시대는 의학적 인공 보철의 시대이기도 하다. - P473

DNA 코드의 뉴클레오티드 암호까지 파고들어 유전자 내 특별한 결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면 원칙적으로 그 결함은 영구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 - P473

도대체 얼마만큼의 DNA 수선이 도덕적인지에 관하여 과연 우리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이러한 결정을 할 때에는 한 가지 중요한 구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것은 DNA 수선을 명백한 유전 결함의 치료에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정상적이고 건강한 형질을 향상시키는 데까지 넓힐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하면, 이것은 심한 난독증 (이것과 관련된 유전자 영역이 1994년에 6번 염색체에서 발견되었다.)에서 가벼운 난독증으로의 이행 그리고 손상되지 않은 학습 능력에서 뛰어난 학습 능력으로 이행과도 같다. - P474

그렇다면 수학 능력과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전자를 고치는 것은 어떠한가? 절대 음감을 획득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운동소질은? 이성애적 특질은? 사이버스페이스 적응력은? - P475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미국 시민들, 나아가 전 인류는 적합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 아니면 반대로, 사람들은 다양한 개인적 탁월성을 노리고 소질과 체질을 더 다양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고도의 생산성을 갖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생겨날 수 있도록 말이다. - P475

사람들은 무엇보다 장수하기를 원할 것이다. 만일 긴 수명을 위한 어떤 기술이 단지 일부라도 성공적이라고 밝혀지면 그것은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 P475

정말 자유로운 최초의 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를 만들어 낸 자연선택을 해제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자유 의지 바깥에는 유전적 숙명도, 우리의 갈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별도 없다. 인간 본성과 인간 역량의 유전적 진보를 포함하는 진화는 이제부터 도덕적·정치적 결정으로 조절되는 과학 기술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우리는 곧 우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어떻게 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은 끝났다. 이제 메피스토펠레스의 진짜 음성을 듣게 되리라. - P476

우리는 보수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보수주의는 최근의 미국 보수주의 운동이 빠져든, 경건한 체하며 이기적인 자유지상주의 (libertarianism)가 아니다. 대신, 자원들을 소중히 여기고 유지하며 공동체에 최선이라고 판명된 그런 윤리관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보수주의란 사회 제도뿐 아니라 인간 본성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상이다. - P476

나는 미래 세대가 유전적으로 보수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들은 장애를 야기하는 결함을 치료하는 것 외의 유전적 변화를 거부할 것이다. 정신 발달의 후성 규칙과 감정을 보존하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요소들이 종의 물리적 영혼(physical soul)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P476

이런 생각(장애를 야기하는 결함을 치료하는 것 외의 유전적 변화를 거부하는 것)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감정과 후성 규칙을 충분히 변화시켜라. 그러면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더 나아질 수 있어도 더 이상 인간은 아닐 것이다. 순수한 합리성을 선호하도록 인간 본성의 요소들을 중화시켜라. 그러면 남는 것은 조악하게 구성된 단백질 컴퓨터일 뿐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수백만년의 생물학적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한,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는 핵심을 포기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P476

이 질문이 단순한 미래주의를 넘어서도록 만드는 것은 그것이 무엇보다도 인류 존재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명백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다음과 같은 궁극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이 알아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인간 자신은 무슨 목표들(그런 게 있다면)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 P476

공동의 의미와 목적의 문제는 시급하면서도 당면한 문제이다. 다른 이유가 없다면 그것이 환경 윤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 P477

인류가 전지구적 규모의 문제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의심을 품을 사람은 거의 없다. 아무도 바라지 않았지만 우리는 지구 기후를 바꿀 만한 지구물리학적 힘을 갖게 된 최초의 종이다. 이전에는 판구조, 태양의 플레어(flares), 빙하 주기 등이 했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 P477

우리는 6500만 년 전 유카탄 반도 근처에 떨어져 파충류의 시대를 끝장낸 10킬로미터 크기의 운석 이래로 최대의 생명 파괴를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인구과잉으로 말미암아 우리 자신이 식량과 물 부족의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또 하나의 파우스트적인 선택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의 어쩔 수 없는 대가로 우리를 좀먹는 위험한 행동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자신을 평가하고 새로운 환경 윤리를 탐색할 것인가? - P477

이것은 인류의 두 가지 상반된 자아상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자연주의적 자아상이다. 우리는 상상 가능한 수많은 지옥들에 둘러싸인 오직 하나의 낙원인 생물권에 국한되어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지옥과 낙원은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되돌리기 바라는 자연은 인류를 품어 기른 독특한 물리적·생물적 환경이다. 시련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몸과 마음은 완전히 이 세계에 적응되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세계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모든 종이 자신의 유전자가 조립된 환경에 자연히 끌리고 좋아한다는 점에서 호모 사피엔스 역시 유기체 진화의 기본 원리를 따른다. 이것을 ‘서식지 선택(habitat selection)‘이라고 한다. 여기에 인류의 생존이 있으며 우리의 유전자가 규정한 정신적 평화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안식처를 찾아도 그곳이 우리가 변화시키기 이전의 이 푸른 행성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P478

이와 경쟁하는 자아상은 서양 문명의 지침이기도 한 면제주의자(exemptionalist)적 관점이다. 이 자아상에서 우리 좋은 자연 세계와 떨어져서 존재하며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다. 우리는 다른 종을 규제하는 엄격한 생태학 법칙에서 면제된다. 인류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특별한 지위와 독창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는 거의 없다.
우리에게는 지구 표면을 개조하여 우리 조상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나은 세계를 창조할 자유가 있다. - P478

면제주의자로 자처한 이상 호모 사피엔스는 사실상 새로운 종이 되었다. 나는 이런 ‘변신자 인간(shapechanger man)‘을 ‘호모 프로테우스(Homo proteus, 프로테우스(Prot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능력과 예언의 힘을 가졌다)‘라고 명명하려고 한다. - P478

지구 생물의 분류법에 따르면 가상적인 호모 프로테우스는 다음과 같이 분류될 것이다.

문화적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으며 어디로 튈지 모른다. 서로 얽혀 있으며 정보의 지시를 따른다. 거의 모든 곳으로 여행할 수 있으며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쉽게 모인다. 우주 공간을 식민지화하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자연과 멸종된 종들을 잃은 것을 후회하지만 이것은 진보의 대가이며 어쨌든 우리의 미래와는 별 상관이 없다. - P478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슬기로운 사람‘인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자연주의적 분류를 살펴보자.

문화적이다. 무한한 지적 잠재력을 가졌지만 생물학적으로는 한계를 갖는다. 신체와 감정의 레퍼토리는 기본적으로 영장류 종이다.(영장목, 그중에서도 협비류 원숭이, 성성잇과에 속한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훨씬 크고, 두 발 동물, 작은 구멍들이 많고, 물렁하며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 수백만의 섬세한 생화학 반응의 공동 작용으로 작동한다. 미량의 독소나 콩알만 한 총알에도 쉽게 작동을 멈출 수 있다. 수명이 짧으며 감정적으로 허약하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구상의 다른 유기체들에게 의존한다. 대규모의 자원 공급이 없는 우주 식민지화는 불가능하다. 자연과 다른 종을 잃게 된 것을 깊이 후회하기 시작했다. - P479

가시관목 지대(thornscrub. 대초원과 사막의 중간 기후를 보이는 지역.) - P479

"자연 생태계가 거저 주는 생명 유지 서비스를 인위적으로 인간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이것을 아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 P480

"미스터리와 위험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아는 한 지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서식지이다." - P480

생명의 연약함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면제주의는 반드시 실패한다. 과학적이고 기발한 천재가 나타나 계속되는 위기를 해결할 것을 기대하고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지구 생물계의 쇠퇴 위기 또한 유사하게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수십 년 후에는 (아마도 수세기 후에는)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 P481

생물의 세계는 인공적인 우주 캡슐로 전환될 어느 행성의 정원처럼 유지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생물학적 항상성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것이 있다고 믿는다면 지구는 쓰레기장이 되어 버리고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되어 버릴 것이다. - P481

현 상태의 환경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세계 인구는 위험할 정도로 많으며 앞으로 더욱 증가하여 2050년 이후 어느 시점에서는 정점에 이를 것이다. 인류 1인당 생산, 건강, 수명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수백만 년된 천연자원과 생물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지구의 자원을 소모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식량과 물 공급의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 이전에 살았던 다른 종들과 달리 인류는 세계의 대기와 기후를 변화시키고 지하수면을 낮추며 오염시키고 숲을 줄어들게 하여 사막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산업화된 몇몇 국가에서 비롯되었다. 나머지 국가들은 산업화된 국가들의 증명된 번영 방식을 열광적으로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소비와 낭비의 수준에서는 경쟁이 유지될 수 없다. 개발도상국의 산업화가 일부 성공한다 하더라도 환경 변화의 여파가 그에 선행될 인구 폭발을 위축시킬 것이다 - P481

환경은 대중 매체에서 정기적으로 다루는 것보다는 덜 논쟁적인 주제이다. - P482

각 나라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 곱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복잡한 방식으로 PAT라는 공식ㅡ인구X 1인당 부(소비량) X 소비 유지에 사용되는 기술 의존 척도ㅡ에 의존한다. PAT의 크기는 현존 기술로 사회의 각 구성원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비옥한 땅의 ‘생태적 발자국 (ecological footprint)‘으로 유용하게 시각화될 수 있다. 생태적 발자국은 유럽에서 3.5헥타르, 캐나다에서 4.3 헥타르, 미국에서는 5헥타르이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0.5헥타르도 되지 않는다. 현존 기술을 이용하여 전 세계를 미국 수준으로 올리려면 지구와 같은 행성 두 개가 더 필요하다. - 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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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자신의 서열을 과시하고 유지하는 정교한 신호들을 사용한다‘ 는 이야기를 했었다.

오늘은 이것의 사례 중 하나로 늑대들이 자신의 서열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묘사하는 문장들로 시작한다. 여기 나온 늑대의 모습을 보면서 ‘진짜 생김새만 다를 뿐 어쩜 인간 사회와 저리 똑같을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본문에 나온 늑대 사례를 보면서 문득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에 소위 말하는 ‘일진 양아치 무리들‘이 힘없고 선량한 학생들을 괴롭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근데 그 일진 양아치 무리들도 본능적으로 어떤 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애들은 웬만해선 잘 건드리지 않았다. 아마도 걔네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자신들의 신상에 안좋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떤 것을 서열화 한다는 게 일장일단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계급이나 서열이라는 것도 전체적인 사회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의 일부라고 본다면 그로 인한 단점보다는 장점에 좀 더 포커스를 두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거기서 파생되는 부작용들을 조정해나갈 수 있는 사회적 장치들은 분명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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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과학적인 것과는 별개로 종교의 좋은 점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종교라는 것이 비록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어떤 객관적이고 증명가능한 측면에 있어서는 약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물리적인 실체를 뛰어넘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안정감을 심어주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이 있기에 오랜 세월 동안 소멸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존속되고 있다는 게 이 부분의 핵심 내용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약간 의외였던 것이 저자가 과학자이다보니 객관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과학의 입장에서는 초월성을 추구하는 종교의 도전(?)을 탐탁치 않게 여길만도 한데, 본문의 논조가 의외로 서로가 서로를 상호보완하면서 발전해나가자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의 전반적인 논조는 ‘경험론‘으로 대표되는 과학 쪽에 좀 더 무게 중심이 쏠려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교에 대해 마냥 배타적인 태도만을 취하고 있지는 않았기에 뭔가 ‘열린 마음‘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과학자들이 기본 전제로 깔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언제든 자신의 주장이 틀릴 수 있다‘ 는 생각인데, 이런 생각을 이 11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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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이 책의 마지막 12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초반부에 나온 내용만 간단히 언급하고 본격적인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통섭‘의 속성과 그 세계관에 대해 언급되는데, 아마도 여기까지 읽어온 독자라면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동의할 만한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읽었던 유시민 저자의 책《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에서 자주 접했던 내용이라 본문의 내용이 크게 거부감없이 다가왔다. 이런 걸 보면서 참 배경 지식의 유무가 독서의 체감 난이도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늑대의 무리에서 서열이 높은 동물은 머리, 꼬리, 귀를 세운 채 ‘거만하게‘ 다리를 빳빳이 세우고 유유히 걸으며 다른 늑대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바라본다. 경쟁자가 나타나면 그 우두머리 늑대는 털을 곤두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며 먹이와 영역 사수를 위한 행동을 취한다. - P447

반면 지위가 낮은 늑대들은 이와 정반대의 신호를 사용한다. 즉 높은 늑대들을 만나면 슬슬 피하며 꼬리와 귀를 내리고 머리를 숙이며 털도 곤두세우지 않고 이빨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은 엎드려 살금살금 도망가며 상대가 달라고 하면 먹이나 영역을 내어 준다. - P447

험악하게 쳐다보면서 때때로 손바닥으로 땅을 치며 공격할 태세가 되었음을 알린다. - P447

만일 다른 행성에 사는 행동과학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한편으로 동물의 복종 행동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종교와 권위에 대한 인간의 복종 행위를 관찰하고는 둘 사이의 기호론적 유사성을 곧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가장 유력한 인간 집단의 일원인 신에게 가장 정교한 형태의 순종 의례가 바쳐진다는 사실을 지적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 종이 해부학적인 구조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적 행동에 있어서도 인간 아닌 영장류 선조로부터 단지 최근에야 진화적으로 분기된 종이라고 결론지을 것이다. - P448

집단에서 지위가 높은 일원이 되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 이것은 문화적 복잡성에 물들지 않은 본능적 행동을 가진 동물들을 연구한 수많은 사례들에서 밝혀졌다. 이것은 비단 우세한 개체뿐 아니라 열등한 개체들에게도 해당된다. - P448

한 집단의 일원이 되면 홀로 생존하는 것보다 적들에 대한 더 나은 방어 수단이 생기며, 먹이, 서식지 그리고 짝에 대한 더 나은 접근 가능성이 제공된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집단 내의 예속 관계가 반드시 영속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세한 개체가 약해지고 죽으면 부하 중 몇몇의 서열이 올라가고 그들이 더 많은 자원을 점유하게 된다. - P448

인간은 영장류의 후손답게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들, 특히 수컷 지도자들에게 쉽게 넘어간다. 이 같은성향은 종교 조직에서 가장 강하다. 예찬자 집단은 바로 이와 같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게다가 만일 그들이 최고의 유력자, 즉 전형적으로 대부분 남성의 형상을 가진 신에게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고 알려지면 그들의 권력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 P448

예찬자 집단이 종교 조직으로 진화하면서 최고의 존재자라는 이미지는 신화와 예배 의식을 통해 강화된다. 때가 되면 그 종교를 창시한 자들과 그 후계자들의 권위는 신성한 경전에 새겨진다. 그러면 모독자로 알려진 말 안 듣는 아랫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 P449

인간의 마음은 상징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감정 영역에 있어서도 절대로 원숭이의 거친 느낌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 마음은 모든 차원에서 최대한의 보상을 제공하는 문화를 형성하려고 한다. - P449

종교에는 제식이 있고 최고의 존재자와 직접 접촉하는 기도가 있으며, 동료 신자들로부터 위안이 있어 그렇지 않았더라면 견뎌 낼 수 없었을 슬픔을 이겨 낸다. 또 종교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해 주며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더 큰 전체와 드넓은 교감을 느끼게 해 준다. 바로 이와 같은 교감이 핵심이며 이것으로부터 솟아나는 희망은 영원하다. - P449

종교는 영혼의 암흑상태로부터 빛으로 나아가는 영적 여행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보여 준다. 몇몇 특별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영적 여행이 생전에 가능하다. 마음은 더 고차적인 깨달음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일정한 방식으로 성찰을 거듭하여, 드디어 더 이상의 진전이 불가능한 시점에 이르면 전체와의 신비한 통합 상태에 진입하게 된다. - P449

위대한 종교들 가운데 이와 같은 깨달음(전체와의 신비한 통합 상태)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는 힌두교의 사마디 (samadhi, 선정(禪定), 삼매(三昧), 즉 명상의 최고 경지), 선불교의 득도(得道), 수피교(Sufi)의 파나(fana), 도교의 무위(無爲), 오순절 기독교도(Pentecostal Christian)의 부활 등이 있다. 이와 유사한 깨달음은 환각에 빠진 문자 이전 시기의 주술사들도 경험했다. - P449

"그것은 완전하고 위대한 어떤 것 속으로 용해되어 들어가는 행복감이다." _윌라 캐더(Willa Cather) - P450

물론 신성을 발견하고 자연의 전일함 속으로 들어가거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답고 영원한 어떤 것을 파악하고 그것에 의지하는 경험은 행복감에 틀림없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찾아 헤맨다. 그들은 이것을 찾지 못하면 궁극적인 의미도 없이 삶 속에서 길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돈다고 느낀다. - P450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뇌의 회로와 심층적인 유전자의 역사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비로운 합일(mystical union)이라는 개념은 가장 강경한 경험론자라 할지라도 하찮게 보아 넘길수 없는 주제이다. 그것은 진정 인간 정신의 일부이고 수천 년 동안이나 인류의 마음을 채워 왔으며 초월론자뿐 아니라 과학자들도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는 문제들을 제기해 왔다. - P450

그녀(아빌라의 성녀 테레사)는 1563~1565년 회고록에서 기도를 통해 신비로운 합일에 도달하기 위해 밟아 나갔던 단계들을 기록했다. 그녀는 헌신과 간구의 평범한 기도를 넘어 두 번째 단계인 침묵의 기도로 나아갔다. 여기서 그녀는 "신의 종이 되겠다는 단순한 동의"를 스스로 이끌어내기 위해 심력을 모았다. 주님이 "커다란 은총과 축복의 물"을 채워주실 때 깊은 위안과 평화로움의 감각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때 그녀의 마음은 세속의 일에 관심 갖기를 멈췄다. - P451

기도의 세 번째 상태에서는 성녀의 정신이 "사랑으로 취하여" 온통 신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 찼다. 이런 생각에 생기를 불어넣고 통제하는 분은 다름 아닌 신이었다. - P451

오, 나의 왕이시여,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마력의 힘 아래 여전히 있다는 것을 보고 계시지요. 제가 당신께 간청하노니, 제가 교제해야만 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사랑에 취하도록, 그렇지 않으면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도록 허락하소서. 아니면, 제가 이 세상 속의 어떤 것과도 관계하지 않도록 명하소서. 아니, 저를 아예 이 세상에서 데려가소서. - P451

기도의 네 번째 상태에서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는 신비로운 합일 상태에 다다른다.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고 오직 실현되었다는 기쁨만이 느껴집니다. 모든 감각들이 바로 이 느낌에만 집중되는 까닭에 감각들 중 어떤 것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영혼은 신을 열심히 찾아 헤매는 동안에도 의식을 갖고 있으며 달콤하고 흘러넘치는 기쁨으로 마치 거의 실신할 지경에 있습니다. 숨쉬기도 힘들고 몸의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합니다. 저의 영혼은 신의 영혼 속으로 용해되어 들어가며 그분과 결합되는 순간 마침내 그분께서 주신 은총을 이해하게 됩니다. - P451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초월적 존재와 불멸에 대한 충동은 매우 강렬하다. 초월론은 특히 종교적인 믿음을 통해 강화될 때 심리적으로 충만하고 풍요로워진다. 그것은 어쨌거나 옳다는 느낌을 준다. 이와 비교하면 경험론은 메마르고 부적절해 보인다. 궁극적 의미를 모색하는 여행에서 초월론자의 길을 따르는 것이 훨씬 더 쉽다. 바로 이것이 경험론이 아무리 마음을 파헤친다 해도 초월론이 계속해서 인심을 얻고 있는 이유이다. - P452

과학과 종교가 충돌할 때마다 과학은 늘 종교적 도그마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보람도 없는 일이었다. 미국만 해도 1500만 명의 침례교도들이 있고,
그들은 기독교의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를 선호하는 최대 종파이다. 반면 세속적이고 이신론적인 인문주의를 표방하는 대표 기구인 미국 인문주의 협회의 회원은 단지 5,000명에 불과하다. - P452

역사와 과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온 바가 있다면, 그것은 열정과 욕망이 진리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P452

인간의 마음은 신을 믿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것은 생물학을 믿는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초자연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뇌가 진화하고 있던 선사 시대에 큰 이점을 제공했다. 따라서 이것은 근대의 산물로서 전개되었던, 그래서 유전 알고리듬의 보증을 받지 못하는 생물학과는 날카롭게 대립된다. 이 두 믿음 체계(종교와 생물학)가 실질적 차원에서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불편하지만 진리이다. 그 결과 지적 진리와 종교적 진리를 동시에 열망하는 사람들은 결코 이 양자 모두를 완전하게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신학은 과학과 유사하게 추상을 향해 진화함으로써 이 딜레마를 해소하고자 한다. - P452

우리 선조들이 섬겼던 신들은 신적인 인간이었다. 헤로도토스가 주목했듯이, 이집트 인은 자신의 신들을 이집트 인으로 그렸고(때로 몸의 부분들은 나일 강변의 동물들로 나타내기도 했다.), 그리스 인들은 그리스 인으로 표상했다. - P453

히브리인들의 큰 공헌은 모든 신들을 합쳐 단일 위격인 야훼ㅡ사막의 부족들에게 걸맞은 족장ㅡ로 만들고 그의 현존을 지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조각된 성상은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히브리 인들은 신의 현전을 더욱더 만질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성경에서는 아무도, 심지어 불타는 덤불 속에서 야훼에 다가갔던 모세마저도 그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시간이 흐른 뒤 유대인들에게는 야훼의 진짜 이름 전체를 발음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지전능하고 인간 만사에 소소히 개입하는 유일신이라는 관념은 서구 문화에 지배적인 종교적 이미지로서 오늘날까지도 존속돼 왔다. - P453

계몽시대에는 유신론을 보다 이성적인 관점과 화해시키기를 바라는 자유주의적 유대 · 기독교 신학자들이 증가하면서 인격신(God-as-person)의 개념이 후퇴했다. - P453

17세기의 걸출한 유대인 철학자였던 스피노자는 신성을 우주의 도처에 현전하는 하나의 초월적 실체로서 그려 냈다. 그는 신이나 자연은 상호 교환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천명했다. 그 철학적 노고 때문에 그는 파문을 당한 채 암스테르담에서 추방되었고 그의 저작들에 대해서는 온갖 저주가 퍼부어졌다. - P453

이단 심판이라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신으로부터 인격을 박탈하는 작업은 근대를 통해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20세기의 가장 유력한 개신교 신학자 중 한 명인 폴 틸리히 (Paul Tillich)에게 있어 인격신의 존재를 단언하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무의미한 것이었다. 자유주의적인 현대 사상가들 중 다수는 구체적인 신성을 부정하면서 과정신학(process theology)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존재론의 가장 극단이라 할 수 있는 이런 신학에서 모든 것은 한결같고 끊임없이 펼쳐지는 관계들의 복잡한 그물망의 일부가 된다. 신은 만물 어디에나 존재한다. - P454

‘만물 이론(Theory of Everything, T.O.E)‘은 물리적 우주의 여러 가지 힘들에 대해 알려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기술하는 서로 연결된 방정식들의 체계를 일컫는다. - P454

만물 이론은 "아름다운" 이론이다. 그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최소한의 법칙으로 끝없는 복잡성의 가능성을 표현하는 우아한 이론이기 때문이며, 그것이 대칭적인 이유는 모든 시공에 걸쳐 불변하기 때문이다. - P454

만물 이론은 필연적이다. 일단 한번 진술되면 그 어떤 부분도 전체를 무효로 만들지 않고서는 변경될 수 없다. 살아남은 모든 하위 이론들은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공헌에 대해 언급했던 것과 같이 궁극적 이론에 영원히 포섭된다. - P454

아인슈타인은 "이론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논리적 완전성에 있다. 만일 그 이론에서 도출된 결론들 중 어느 하나라도 틀렸음이 판명된다면 그 이론은 포기되어야 한다. 전체 구조를 파괴하지 않고 그것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 P454

과학은 한때 서구 문명 전체를 주재하던 인격신으로부터 우리를 너무 멀리 떼어 놓았다. 과학은 시편 기자가 그토록 사무치게 표현해 놓았던 우리의 본능적 갈망을 만족시키지못했다. - P455

사람은 그림자와도 같은 나날을 살고, 헛되게도 교만한 환상으로 스스로를 불안하게 하는도다. 그는 그의 보물들을 누가 모았는지 알지 못하노라. 주여, 무엇이 저를 위로할 수 있겠나이까? 저의 희망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 P455

인류의 영적 딜레마의 본질은 우리가 하나의 진리를 받아들이게끔 유전적으로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진리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P455

그러나 우리는 정령들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람들은 성스러운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그들은 지적으로 합리화된 더 큰 목적을 어떤 형태로든 지녀야만 한다. 그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동물적 절망에 굴복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또 사람들은 시편의 기자와 함께 "무엇이 저를 위로할 수 있겠나이까?"라고 계속해서 탄원한다. 그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정령들을 되살리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 P457

우리는 하나의 단일한 유전자군(gene pool)을 이룬다. 이 유전자군으로부터 각 세대마다 개인들이 태어나고 또 그 속으로 용해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유산과 공통의 미래를 통해 하나의 종으로서 영원히 통합되어 있다. 사실에 기반을 둔 이 생각으로부터 우리는 불멸성에 대한 새로운 암시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새로운 신화도 여기서 진화해 나올 수 있다. - P458

종교적 초월론과 과학적 경험론 중 어떤 세계관이 우세한지는 인류가 미래를 어떤 식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사실들을 깨닫게 된다면 모종의 화해에 이를 수도 있다. 즉 한편으로는 윤리와 종교가 여전히 너무 복잡하여 오늘날의 과학만으로는 깊이 있게 설명될 수 없다는 점과 다른 한편으로는 윤리와 종교는 대부분의 신학자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율적인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 P458

과학은 윤리와 종교 속에서 가장 흥미롭고 아마도 자신을 겸허하게 만드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반면 종교는 자신의 신빙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과학의 발견들을 한데 통합시키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야만 할 것이다. - P458

종교는 경험적 지식에 모순되지 않는 인류 최고의 가치들을 불후의 시적 형식 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 때 그만큼의 힘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강력한 도덕적 리더십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맹목적 신앙은 제아무리 열정적으로 표출된다 할지라도 충분하지 못하다. - P458

과학은 자신의 자리에서 인간의 조건에 대한 모든 가정들을 가차 없이 시험대 위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다 때가 되면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감정들의 기반이 발견될 것이다. - P458

두 가지 세계관의 경합이 가져다줄 최종 결과는 인간 서사시의 세속화와 종교 자체의 세속화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이 아무리 지난하더라도 그것을 위해서는 상호 존중의 분위기 속에서 공개 토론을 계속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 지적 엄격함을 견지해야 한다. - P458

통섭은 봉합선이 없는 인과 관계의 망이다. - P459

통섭 세계관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현상들ㅡ예컨대, 별의 탄생에서 사회 조직의 작동에 이르기까지ㅡ이 비록 길게 비비 꼬인 연쇄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물리 법칙들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간이 공통 유래를 통해 모든 다른 생명들과 친척 관계에 있다는 생물학적 결론은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모든 생명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DNA 유전 암호를 공유하는데 이 암호는 RNA로 전사되고 결국 동일한 아미노산을 지닌 단백질로 번역된다. - P460

계통학적으로 보면 우리는 구대륙 원숭이와 유인원 사이에 위치한다. 화석 기록은 인간의 직접적인 조상이 호모 에르가스테르나 호모 에렉투스임을 보여 준다. 그것은 인류가 20만 년 전쯤에 아프리카에서 유래했음을 시사한다. 그 이전이나 이후의 몇십만 년동안 진화해 온 우리의 유전적 인간 본성은 문화의 진화에 여전히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P460

역사에서 우연이 담당하는 결정적 역할을 깎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작은 사건들도 큰 차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 지도자의 성격이 전쟁이나 평화냐를 결정할 수도 있고 하나의 기술 혁신이 경제를 바꿀 수도 있다. - P460

통섭 세계관의 요점은 인간 종의 고유한 특성인 문화가 자연과학과 인과적인 설명으로 연결될 때에만 온전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여러 과학 분과들 중에서 특히 생물학은 이런 연결의 최전선에 있다. - P460

20세기를 마무리하며, 자연과학은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새로운 근본 법칙을 찾는 일에서 새로운 종류의 종합ㅡ 이것을 전일론이라 불러도 좋으리라ㅡ으로 그 초점을 옮겼다. 예컨대, 우주의 기원, 기후 변동의 역사, 세포의 기능, 생태계 조직 그리고 마음의 물리적 기초에 관한 연구 등은 복잡계를 이해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런 탐구들에서 가장 잘 통하는 전략은 조직의 여러 수준들을 가로지르는 정합적인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포생물학자들은 분자 집합체의 여러 수준을 넘나들며 연구하고 인지심리학자들은 집합적인 신경 세포들의 활동 양상에 관심을 기울인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P461

그렇다면 왜 이와 동일한 전략을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통합하는 데 써서는 안 되는가? 안 될 이유가 전혀 없다. 두 영역 간의 차이는 단지 문제의 크기 차이일 뿐 문제의 해답을 찾는 데 필요한 원리들의 차이는 아니다. - P461

인간의 조건은 자연과학의 가장 중요한 미답지이다. 역으로 자연과학에 의해 드러난 물질세계는 인문·사회과학의 가장 중요한 미답지이다. 그렇다면 통섭 논증은 다음과 같이 압축될 수 있다. 두 미답지는 동일하다고. -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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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거의 2주만에 다시 읽는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공룡 생태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름이 생소한 에드몬토사우르스, 트로오돈, 안킬로사우르스, 드로마에오사우르스 등을 비롯해 과거 영화《쥬라기 공원》에서 비교적 자주 들어서 익숙한 트리케라톱스까지 다양한 공룡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조금씩 담당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공룡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 사람도 본질적으로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의 거주단위라고 할 수 있는 가족 안에서도 각자가 맡은 역할이 있을 것이고, 학교나 직장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속에서도 그 사회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아가기 위한 개개인만의 역할이 다들 있을 것이다.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났다. 누구나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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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내용에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들을 보면서 이 세상이라는 곳이 참 크고도 넓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각 종은 생태계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담당한다. - P204

지금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사냥하고 지키고 살아남아야 할 때다. - P205

인도 대륙의 중앙부에 자리잡고 있는 데칸고원 - P206

당시 화산 활동은 쌍각류 조개껍데기 화석에 반영되어 있다. 탄산염 동위원소 구성을 분석하면 당시 해양 온도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06

또 껍데기 화석에 축적된 수은 농도를 측정하면 화산의 규모를 알 수 있다. 화산은 유독성 금속인 수은이 자연에 유입되는 가장 거대한 통로다. - P206

멸종이란 생물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생물 종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 P206

종의 다양성이 줄어든 생태계는 건강하지 못한 생태계다. 아픈 생태계다. 허약한 생태계, 비실비실한 생태계다. 한 방 얻어맞으면 끝날지도 모를 위태로운 상태다. - P208

나는 원초적인 힘과 생존의 상징이다. 매일 반복되는 교향곡의 마지막 소절은 사냥으로 절정에 달한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트리케라톱스를 사냥하고 싶다. 쉬운 먹잇감이 많지만 오늘은 그래야 할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트리케라톱스를 못 본척했다. 생태계의 지배자로서 위엄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은 뭔지 모를 집착이 생긴다. - P208

폭풍 전의 고요함은 아름다움과 망각의 시간이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할 세상이 오기 전의 찰나의 평화다. - P208

왠지 오늘은 결판을 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감정이 솟는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목숨을 걸어야 한다. - P209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이겼다. 지구의 지배자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니까. 지배자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세상 모든 공룡이 내 승리 장면을 오래 기억하도록 나는 트리스타를 짓밟고 오랫동안 포효한다. - P209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아르코사우루스 Archosaurus라고 부른다. ‘지배하는 파충류‘라는 뜻이다. 고생대 페름기에 등장해 중생대 트라이아스기까지 존재한 동물 그룹을 일컫는 말 - P216

옛날 일을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헷갈릴 수 있다. 너무 괘념치 마시라. - P217

우리는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늪과 숲을 지배한다. - P218

인간들은 중생대라고 하면 쥐라기와 백악기만 기억한다. 초등학교 없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을 수 없다. 트라이아스기는 중생대의 초등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트라이아스기는 삼첩기三疊紀라고도 한다. 지층이 3개로 뚜렷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 P218

고생대 페름기 말에 형성된 초대륙 판게아 - P218

환경에 굴하지 않고 극복하는 것, 끝내 버텨내는 것이다. - P219

어디에나 ‘루저‘들은 있는 법. 그들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배신을 시작한다. - P220

적은 체중은 에너지를 절약하게 해준다. - P222

반칙을 쓰면 벌칙을 받아야 하지만 생태계에 공정한 규칙 따위는 없다. - P222

역시 아무거나 잘 먹는 게 최고다. - P225

이산화탄소는 지구 대기를 가열하고 이산화황은 산성비를 만든다. - P229

모든 생명은 온도에 민감하다. 온난화는 생태계를 교란하고 서식지를 변화시킨다. - P229

바닷물의 온도가 오르면서 용존산소량이 줄어든다. 바다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 - P229

원래 최고 포식자는 대멸종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법. - P229

진화와 변화는 필연적이며 변화만이 유일한 살 길 - P230

지배적인 조건에 잘 적응한 생물이 챔피언이다. 모든 시대에는 새로운 챔피언이 등장한다. - P231

나는 공룡의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질투가 질투에 머물렀다는 게 우리가 몰락하는 원인이다.
질투는 나의 힘이 되어야 했다. 그들과 나는 같은 환경에 살지 않았던가. - P231

물론 역사라는 수레바퀴를 끊임없이 돌려야 할 것이다. - P231

신경배돌기란 생물의 척추뼈 일부가 길게 자라고 그 위를 살이 얇게 덮어 마치 돛과 같은 구조가 된 것이다. 태고의 양서류와 파충류에는 신경배돌기가 있는 동물이 많았다. - P232

스피노사우루스는 ‘척추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영화 <쥬라기 월드>에서 티라노사우루스를 짓밟아 공룡 팬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거대한 공룡이다. 엄청나게 커다란 신경배돌기가 있긴 하지만 시대가 다르다.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아프리카에 살았다. - P233

오우라노사우루스는 ‘용감한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60센티미터가 훌쩍 넘을 정도로 높은 신경배돌기가 척추에서 미추까지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오우라노사우루스는 중생대 백악기 전기 아프리카에 살았던 공룡이다. - P233

디크라이오사우루스는 ‘두 갈래로 나뉜 도마뱀‘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목 긴 공룡이다. 목뒤 척추뼈에서 위로 솟아오른 신경배돌기가 두 갈래로 갈라진 Y자 형태로 생겼다. 하지만 쥐라기 후기 아프리카에 살았다. - P233

디메트로돈 ...(중략)...이름의 뜻은 ‘두 가지 di 크기 metro 의 이빨 don‘. 그래서 한자로는 이치룡異齒龍이라고 한다. - P233

공룡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에나 등장한다. - P234

단궁單弓이란 구멍이 하나 있다는 뜻이다. 무슨 구멍일까? 두개골 뒷부분에 양쪽으로 난 측두창이라고 하는 구멍을 말한다. 여기에 구멍이 없으면 무궁류다. 거북이가 그렇다. 구멍이 2개 있으면 이궁류다. 익룡과 공룡이 여기에 속한다. 공룡이 여기에 속하니 새도 여기에 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뿐만 아니라 악어, 뱀, 도마뱀도 이궁류다. 거북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파충류와 조류가 이궁류인 셈이다. - P234

대부분의 단궁류는 트라이아스기 대멸종기, 즉 네 번째 대멸종 때 몰살되었지만 살아남은 것들은 나중에 포유류로 진화한다. - P235

이궁류와 단궁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이빨의 종류다. 공룡 같은 이궁류는 이빨이 다 똑같이 생겼다. 모양이 한 가지다. 그런데 단궁류는 이빨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여러 가지 이빨이 있다. - P235

사람은 무궁류, 단궁류, 이궁류 중 어디에 속할까? 자기 치아를 보면 답이 나온다. 사람의 치아는 여러 가지 모양이다.
그렇다. 인간은 단궁류다. - P235

축축한 날씨는 풍요를 말해준다. - P235

무수한 생물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 P235

페름기는 이첩기二疊紀라고도 한다. 고생대 이첩기 다음 시기가 중생대 삼첩기라고 해서 숫자가 시대 순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페름이라는 도시에서 발견된 이 시대 지층이 2개로 되어 있어서 그렇게 불릴 뿐이다. - P236

은행나무는 활엽수가 아니라 침엽수다. 은행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바늘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P237

에리옵스Eryops는 ‘잡아 늘린 얼굴‘이라는 뜻이다. 마치 코와 입을 잡아서 앞쪽으로 쭉 늘린 것처럼 두개골의 대부분이 눈보다 앞에 있다. 에리옵스는 물에서 성공적으로 육지로 진출한 동물이다. - P238

아프리카 남부에 살고 있는 파레이아사우루스Pareiasaurus는 ‘뺨 도마뱀‘이라는 뜻인데 넓적한 두개골의 뺨 부분에 두드러지게 돋아난 돌기와 가시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페름기 초식 파충류의 대표선수다. - P239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는 테랍시다Therapsida는 매우 특이한 파충류다. 다른 파충류와 달리 다리를 몸 밑으로 뻗어서 몸을 땅에 끌지 않고 다리로만 움직일 수 있다. - P239

‘테랍시다‘라는 이름 자체가 ‘포유류 같은 파충류‘라는 뜻이다. 현대의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 같은 단공류, 캥거루와 코알라 같은 유대류, 그리고 생쥐와 인간 같은 태반류의 조상에 해당한다. - P240

조연 없이 주연이 있을 수 없다 - P240

그래도 주연이 제일 중요하다. - P240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엄마의 아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때부터 전해온 세상과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너무나 다르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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