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통섭 세계관‘ 이라는 용어를 통해 자연과학을 기반으로 하여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이해해야 한다는 자신의 핵심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었다.

하지만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저자는 현실에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세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 가능한 모든 세계를 포함하는 예술도 존재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설령 ‘통섭 세계관‘ 을 가지고 세상을 탐험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독자인 나는 저자의 이 지적을 들은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완벽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건가?‘

좀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책의 제목이자 키워드인 《지식의 대통합 : 통섭》을 통해 이제 뭔가 세상에 널려있는 다양한 지식들을 하나로 꿰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얻었나 싶었는데, 이러한 생각이 아직 한참 섣부르고 불완전한 것이었음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쓰고보니 이러한 불완전함이라는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독자인 내가 본문 내용에 한동안 몰입하다보니 마치 저자의 얘기가 무슨 완벽한 진리인 것 마냥 빠져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저자도 좀 더 완벽에 가까워지고자 지식의 대통합을 외치면서 통섭이라는 개념을 내세웠겠지만, 결국 과학자도 그저 불완전한 한 인간일 뿐인 것이다.

비록 아직 완벽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자가 추구하는 생각의 방향만큼은 마땅히 존중하는 바이다. 뭐 본문에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결국 핵심은 단순하다. 자기 분야만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서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동원하여 세상을 바라보자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결국 조금씩 완벽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이 책의 막바지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데, 마지막 장까지 저자의 생각을 잘 소화시켜서 조금이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어 보도록 애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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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지구만큼 인간이 거주하기 좋은 다른 행성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얘기와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개발 등으로 인해 지구환경이 조금씩 파괴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개인적으로 최근 함께 읽고 있는 이정모 저자의《찬란한 멸종》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통섭》과《찬란한 멸종》을 통해 내 머릿속에 각인된 교훈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지구가 환경적으로 지금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니 우리 인간들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친환경적인 행동들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추상적인 구호나 외침이 아니라 환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로부터 나온 결론이기에 결코 간과할만한 것이 아니다. 지구가 살려달라고 아우성칠 때 하루속히 대대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개개인도 친환경을 더이상 남의 일마냥 방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라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세계뿐만 아니라 상상 가능한 모든 세계를 포괄하는 예술도 존재한다. 우리의 신경계는 이 상상 가능한 세계를 매우 흥미롭게 여기며, 그 세계는 인간의 고유한 감각 내에서는 참이다. - P462

그들(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상과학을 더 좋아하며 판타지와 사이비 과학을 대뇌의 쾌락중추를 홍분시키는 자극물처럼 여긴다. 우리는 쥐라기보다는 「쥐라기 공원」(영화)을, 천체물리학보다는 UFO학을 더 좋아하는 구석기 시대적인 모혐의 추구자이다. - P462

과학의 산물은 대개 별 볼일 없는 것들이다. 의학적 혁신과 스릴 넘치는 우주 탐험은 드물게 일어날 뿐이다. - P462

마음과 정신 면에서 다윈의 원리에 잘 적응한 영장류인 인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성, 가족, 일, 안전, 개인적 표현, 오락 그리고 영적인 충족 등이다. - P462

전문가들 외에 염색체나 카오스 이론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지만 과학 자체는 대단한 것이다. 예술과 마찬가지로 과학은 전인류가 보편적으로 소유한 지식이며 우리 종이 가진 지식 창고의 핵심이었다. 과학은 우리가 물질세계에 대해 합당하게 아는 확실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 P463

전문가가 되려는 학생들은 단지 지식을 가진 것만으로는 21세기를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과학 기술 덕택으로 모든 종류의 사실적 지식의 단가는 내려가고 그 지식에 대한 접근은 훨씬 더 쉬워졌다. 지식에의 접근은 결국 민주화와 전 지구화의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곧 그 지식을 텔레비전과 컴퓨터 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대답은 분명하다. 종합이다. - P463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지혜의 빈곤 속에 허덕이고 있다. 따라서 세계는 적절한 정보를 적재적소에서 취합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중요한 선택을 지혜롭게 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돌아갈 것이다. - P463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왜 인간을 정의하는 것들은 고생, 열망, 정직, 칭찬, 사랑, 미움, 사기, 똑똑함, 오만, 겸손, 부끄러움 그리고 멍청함 등과 같이 서로 이질적인 것들일까? - P464

아직도 석기 시대의 상식에 기반을 둔 규칙들에 저당 잡혀 있는 신학은 이제 탐구의 문이 활짝 열린 실재 세계에 대한 위대한 노력들을 흡수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서양의 철학이 그런 기능을 해 줄 것 같지도 않다. 철학은 꼬여 있는 토론과 전문가적인 소심함 때문에 현대 문화의 의미를 파산시켰다. - P464

교양 과목의 미래는 당황함이나 두려움 없이 인간 존재의 근본 물음들을 묻는 데 있다. 그런 물음들을 위에서 아래로 끌어내려 더 쉬운 언어로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각 조직 수준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연합을 꾀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심장 수술과 우주선 건조도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다. 그런 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능한 사람이 그 일에 매달리는 것이다. - P464

교양 과목들은 각각의 내용에 있어서 탄탄하고 서로의 관계에 있어서 정합적인 만큼 성공할 것이다. - P464

레치트(톱니바퀴의 역회전을 막는 바퀴쐐기) - P465

탐욕에는 설명이 요구된다. 레치트는 계속 재고되어야 하며 새로운 선택이 고려되어야 한다. - P466

최근 인간 진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방향성 변동도 자연선택도 아니다. 그것은 이주(immigration)와 이질 교배(interbreeding)를 통한 균질화(homogenization)이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개체군들은 서로 섞여왔다. 부족과 국가는 경쟁 부족과 국가와의 싸움에서 합병되기도 하고 가끔씩 완전히 멸망하기도 했다. - P469

균질화는 이전의 인종 차이(전체 개체군들을 구별짓는 유전 형질의 통계적 차이)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결과만을 낳는다. 또한 그것은 개체군 내부와 전체 종을 통틀어 존재하는 개체들의 변이 범위를 넓힌다.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피부색, 얼굴 특징 그리고 재능 등에서 과거보다 더 많은 조합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지구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마 안되던 평균적인 차이마저 점점 좁혀지고 있다. - P470

유전적 균질화는 액체를 섞을 때 생기는 현상과 유사하다. 내용물은 극적으로 변하고 새로운 종류의 산물들이 개체 내의 유전자 조합수준에서 창발한다. 변이량이 증가하고 극단은 확장되고 새로운 형태의 유전적 천재와 병리 상태가 더 쉽게 발생한다. 그러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유전자는 교란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유전자의 종류와 양은 거의 동일하게 유지된다. - P470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의 계속되는 진보 덕분에 유전적 변화는 이제 곧 자연선택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선택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만일 인류가 머지않아 자신의 유전자들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손에 넣는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원할 때 진화의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고 그리로 곧장 달려갈 수 있다. 반면 만일 미래 세대가 과거에 존재했던 유전적 다양성의 자유시장을 선호한다면, 그 세대는 어떤 것도 하지 않기로 선택하고 그 결과 100만 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유산으로 살아갈 수 있다. - P470

이런 ‘의지적인 진화‘ㅡ자신의 유전성을 결정하는 종ㅡ의 가망성 때문에 인류는 지금까지 직면해 온 선택들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지적·윤리적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 P470

인간 DNA 문자들 (총 36억 쌍의 염기)의 완벽한 서열 - P471

인류는 원한다면 인간이라는 종의 해부학적 구조와 지능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감정과 창조력도 변화시킬 수 있다. - P471

유전체 공학은 인류 진화사의 마지막 세 번째 단계일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정점을 이룬 200만 년간의 호모 속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을 모양짓는 유전 암호들을 관찰하거나 인식하지 못했다. 그것들은 초미세현미경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 P472

만일 두 개의 열성 대립 인자가 짝을 이루면 낭포성 섬유증, 테이색스병 (Tay-Sachs) 그리고 겸형적혈구 빈혈증과 같은 유전병이 생겨나고 이 질병에 걸린 사람은 일찍 사망하고 만다. - P472

페닐케톤 요증은 최근까지도 신생아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이 병에 걸린 아기들은 심한 정신 지체를 보인다. 연구자들은 특정한 열성 유전자가 짝을 이룬 형태로 존재하며 페닐알라닌(공통의 아미노산)의 정상적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것이 페닐케톤 요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472

유전자 공략의 시대는 의학적 인공 보철의 시대이기도 하다. - P473

DNA 코드의 뉴클레오티드 암호까지 파고들어 유전자 내 특별한 결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면 원칙적으로 그 결함은 영구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 - P473

도대체 얼마만큼의 DNA 수선이 도덕적인지에 관하여 과연 우리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이러한 결정을 할 때에는 한 가지 중요한 구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것은 DNA 수선을 명백한 유전 결함의 치료에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정상적이고 건강한 형질을 향상시키는 데까지 넓힐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하면, 이것은 심한 난독증 (이것과 관련된 유전자 영역이 1994년에 6번 염색체에서 발견되었다.)에서 가벼운 난독증으로의 이행 그리고 손상되지 않은 학습 능력에서 뛰어난 학습 능력으로 이행과도 같다. - P474

그렇다면 수학 능력과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전자를 고치는 것은 어떠한가? 절대 음감을 획득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운동소질은? 이성애적 특질은? 사이버스페이스 적응력은? - P475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미국 시민들, 나아가 전 인류는 적합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 아니면 반대로, 사람들은 다양한 개인적 탁월성을 노리고 소질과 체질을 더 다양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고도의 생산성을 갖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생겨날 수 있도록 말이다. - P475

사람들은 무엇보다 장수하기를 원할 것이다. 만일 긴 수명을 위한 어떤 기술이 단지 일부라도 성공적이라고 밝혀지면 그것은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 P475

정말 자유로운 최초의 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를 만들어 낸 자연선택을 해제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자유 의지 바깥에는 유전적 숙명도, 우리의 갈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별도 없다. 인간 본성과 인간 역량의 유전적 진보를 포함하는 진화는 이제부터 도덕적·정치적 결정으로 조절되는 과학 기술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우리는 곧 우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어떻게 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은 끝났다. 이제 메피스토펠레스의 진짜 음성을 듣게 되리라. - P476

우리는 보수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보수주의는 최근의 미국 보수주의 운동이 빠져든, 경건한 체하며 이기적인 자유지상주의 (libertarianism)가 아니다. 대신, 자원들을 소중히 여기고 유지하며 공동체에 최선이라고 판명된 그런 윤리관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보수주의란 사회 제도뿐 아니라 인간 본성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상이다. - P476

나는 미래 세대가 유전적으로 보수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들은 장애를 야기하는 결함을 치료하는 것 외의 유전적 변화를 거부할 것이다. 정신 발달의 후성 규칙과 감정을 보존하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요소들이 종의 물리적 영혼(physical soul)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P476

이런 생각(장애를 야기하는 결함을 치료하는 것 외의 유전적 변화를 거부하는 것)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감정과 후성 규칙을 충분히 변화시켜라. 그러면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더 나아질 수 있어도 더 이상 인간은 아닐 것이다. 순수한 합리성을 선호하도록 인간 본성의 요소들을 중화시켜라. 그러면 남는 것은 조악하게 구성된 단백질 컴퓨터일 뿐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수백만년의 생물학적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한,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는 핵심을 포기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P476

이 질문이 단순한 미래주의를 넘어서도록 만드는 것은 그것이 무엇보다도 인류 존재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명백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다음과 같은 궁극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이 알아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인간 자신은 무슨 목표들(그런 게 있다면)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 P476

공동의 의미와 목적의 문제는 시급하면서도 당면한 문제이다. 다른 이유가 없다면 그것이 환경 윤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 P477

인류가 전지구적 규모의 문제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의심을 품을 사람은 거의 없다. 아무도 바라지 않았지만 우리는 지구 기후를 바꿀 만한 지구물리학적 힘을 갖게 된 최초의 종이다. 이전에는 판구조, 태양의 플레어(flares), 빙하 주기 등이 했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 P477

우리는 6500만 년 전 유카탄 반도 근처에 떨어져 파충류의 시대를 끝장낸 10킬로미터 크기의 운석 이래로 최대의 생명 파괴를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인구과잉으로 말미암아 우리 자신이 식량과 물 부족의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또 하나의 파우스트적인 선택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의 어쩔 수 없는 대가로 우리를 좀먹는 위험한 행동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자신을 평가하고 새로운 환경 윤리를 탐색할 것인가? - P477

이것은 인류의 두 가지 상반된 자아상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자연주의적 자아상이다. 우리는 상상 가능한 수많은 지옥들에 둘러싸인 오직 하나의 낙원인 생물권에 국한되어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지옥과 낙원은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되돌리기 바라는 자연은 인류를 품어 기른 독특한 물리적·생물적 환경이다. 시련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몸과 마음은 완전히 이 세계에 적응되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세계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모든 종이 자신의 유전자가 조립된 환경에 자연히 끌리고 좋아한다는 점에서 호모 사피엔스 역시 유기체 진화의 기본 원리를 따른다. 이것을 ‘서식지 선택(habitat selection)‘이라고 한다. 여기에 인류의 생존이 있으며 우리의 유전자가 규정한 정신적 평화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안식처를 찾아도 그곳이 우리가 변화시키기 이전의 이 푸른 행성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P478

이와 경쟁하는 자아상은 서양 문명의 지침이기도 한 면제주의자(exemptionalist)적 관점이다. 이 자아상에서 우리 좋은 자연 세계와 떨어져서 존재하며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다. 우리는 다른 종을 규제하는 엄격한 생태학 법칙에서 면제된다. 인류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특별한 지위와 독창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는 거의 없다.
우리에게는 지구 표면을 개조하여 우리 조상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나은 세계를 창조할 자유가 있다. - P478

면제주의자로 자처한 이상 호모 사피엔스는 사실상 새로운 종이 되었다. 나는 이런 ‘변신자 인간(shapechanger man)‘을 ‘호모 프로테우스(Homo proteus, 프로테우스(Prot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능력과 예언의 힘을 가졌다)‘라고 명명하려고 한다. - P478

지구 생물의 분류법에 따르면 가상적인 호모 프로테우스는 다음과 같이 분류될 것이다.

문화적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으며 어디로 튈지 모른다. 서로 얽혀 있으며 정보의 지시를 따른다. 거의 모든 곳으로 여행할 수 있으며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쉽게 모인다. 우주 공간을 식민지화하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자연과 멸종된 종들을 잃은 것을 후회하지만 이것은 진보의 대가이며 어쨌든 우리의 미래와는 별 상관이 없다. - P478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슬기로운 사람‘인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자연주의적 분류를 살펴보자.

문화적이다. 무한한 지적 잠재력을 가졌지만 생물학적으로는 한계를 갖는다. 신체와 감정의 레퍼토리는 기본적으로 영장류 종이다.(영장목, 그중에서도 협비류 원숭이, 성성잇과에 속한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훨씬 크고, 두 발 동물, 작은 구멍들이 많고, 물렁하며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 수백만의 섬세한 생화학 반응의 공동 작용으로 작동한다. 미량의 독소나 콩알만 한 총알에도 쉽게 작동을 멈출 수 있다. 수명이 짧으며 감정적으로 허약하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구상의 다른 유기체들에게 의존한다. 대규모의 자원 공급이 없는 우주 식민지화는 불가능하다. 자연과 다른 종을 잃게 된 것을 깊이 후회하기 시작했다. - P479

가시관목 지대(thornscrub. 대초원과 사막의 중간 기후를 보이는 지역.) - P479

"자연 생태계가 거저 주는 생명 유지 서비스를 인위적으로 인간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이것을 아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 P480

"미스터리와 위험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아는 한 지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서식지이다." - P480

생명의 연약함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면제주의는 반드시 실패한다. 과학적이고 기발한 천재가 나타나 계속되는 위기를 해결할 것을 기대하고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지구 생물계의 쇠퇴 위기 또한 유사하게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수십 년 후에는 (아마도 수세기 후에는)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 P481

생물의 세계는 인공적인 우주 캡슐로 전환될 어느 행성의 정원처럼 유지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생물학적 항상성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것이 있다고 믿는다면 지구는 쓰레기장이 되어 버리고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되어 버릴 것이다. - P481

현 상태의 환경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세계 인구는 위험할 정도로 많으며 앞으로 더욱 증가하여 2050년 이후 어느 시점에서는 정점에 이를 것이다. 인류 1인당 생산, 건강, 수명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수백만 년된 천연자원과 생물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지구의 자원을 소모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식량과 물 공급의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 이전에 살았던 다른 종들과 달리 인류는 세계의 대기와 기후를 변화시키고 지하수면을 낮추며 오염시키고 숲을 줄어들게 하여 사막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산업화된 몇몇 국가에서 비롯되었다. 나머지 국가들은 산업화된 국가들의 증명된 번영 방식을 열광적으로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소비와 낭비의 수준에서는 경쟁이 유지될 수 없다. 개발도상국의 산업화가 일부 성공한다 하더라도 환경 변화의 여파가 그에 선행될 인구 폭발을 위축시킬 것이다 - P481

환경은 대중 매체에서 정기적으로 다루는 것보다는 덜 논쟁적인 주제이다. - P482

각 나라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 곱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복잡한 방식으로 PAT라는 공식ㅡ인구X 1인당 부(소비량) X 소비 유지에 사용되는 기술 의존 척도ㅡ에 의존한다. PAT의 크기는 현존 기술로 사회의 각 구성원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비옥한 땅의 ‘생태적 발자국 (ecological footprint)‘으로 유용하게 시각화될 수 있다. 생태적 발자국은 유럽에서 3.5헥타르, 캐나다에서 4.3 헥타르, 미국에서는 5헥타르이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0.5헥타르도 되지 않는다. 현존 기술을 이용하여 전 세계를 미국 수준으로 올리려면 지구와 같은 행성 두 개가 더 필요하다. - 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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