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생태적 발자국 (ecological footprint)‘ 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 나왔었다. 본문에 따르면 이것은 현존 기술로 사회의 각 구성원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비옥한 땅의 크기를 측정하는 단위로 활용되는 용어이다. 용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값이 크면 클수록 풍족한 생활 양식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작을수록 열악한 생활 양식을 영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오늘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이 생태적 발자국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생태적 발자국의 값이 높은 선진국에 있는 사람일수록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고난 뒤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들로 인해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기는 매한가지겠지만 적어도 먹을 게 하나도 없어서 이러다 굶어 죽겠다는 걱정을 하면서 살지는 않지 않는가? 오히려 먹을 게 없어서 걱정한다기보다는 남은 음식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경우들이 더 많지 않은가? 실제로 음식점에 가보면 사람들이 음식을 하도 남기다보니 남기면 벌금이라는 말을 써붙여 놓은 경우들을 종종 보기도 한다. 물론 남기고 버리더라도 실제로 벌금을 징수하는 경우까지는 잘 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오늘 본문을 통해 알게 된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의 인구 중 절대 빈곤층이 약 10억 명 이상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매일 그날의 식량을 구할 수 있을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오늘 본문을 읽기 전까지는 이러한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어쨌든 이를 통해 비록 우리가 사는 것이 아무리 팍팍하고 힘들지라도 삼시세끼 걱정안하고 먹고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할만한 일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또한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나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각자 현재 상황이 어떻든 관계없이 불평불만만 쏟아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성경 어디에 나오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문득 성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났다. ‘범사에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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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지구의 자원이 유한하다는 대전제와 함께 이와 관련된 다양한 얘기들이 나온다. 생산성 있는 비옥한 토지의 유한성, 수산업 혁명인 양식의 유한성 등 인류에게 주어진 자연이 결코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님을 저자는 독자들에 인지시킴으로써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움과 동시에 머지 않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전지구적인 위기들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논조로 끊임없이 말한다.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생존이 달려있는 것이기에 우리 지구인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요즘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접해서 알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미래 예측도 일부 나온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결국 핵심은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지구의 기온이 높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파생되는 일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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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저자는 ‘수용 한계‘라는 개념과 함께 아프리카의 르완다라는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먼저 ‘수용 한계‘ 라고 하는 것은 어떤 나라가 현재의 제반 환경하에서 자신들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인구수의 최고치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가뭄, 토양 고갈, 전쟁 등으로 인해 국가의 제반 환경들에 변화가 생길 경우 현 인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이 수용 한계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여기 자세히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에 나온 사례로 위에서 언급했던 아프리카 르완다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나라의 경우 여러가지 역사적인 이유들로 인해 내전이 빈번히 일어났고 그결과 사회기반시설들이 붕괴됨과 동시에 인구도 상당히 감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원래 르완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인구의 급성장이 결과적으로 내전을 불러일으켰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인구가 갑자기 급성장하게 되자 기존의 사회기반시설들로는 인구증가에 따른 물자 공급량을 따라갈 수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1인당 가져갈 수 있는 몫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르완다는 위에서 소개했던 ‘수용 한계‘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이러한 한계 상태를 해소하려는 본능이 내전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독자인 나는 이러한 저자의 견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과거에 읽었던 어떤 소설을 통해 나는 ‘본능이 이성을 이긴다‘는 나만의 신념을 갖게 되었는데, 오늘 본문에 소개된 사례에서도 각자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게 되자 각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는 생존본능이 작동하게 되었고 이것으로 인해 사람들간의 갈등과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작은 불씨로 시작된 이러한 갈등과 대립이 큰 불로 번져 전국가적인 내전 상태로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르완다의 사례를 보면서 사람들 간의 갈등과 대립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한 번 생각해보았다. 일단은 자신의 기존 생활 수준보다 낮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고 이는 생존본능에 급격한 위기감을 가져올 수 있기에 위에서 언급했던 갈등과 대립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경제적인 수준이 최소한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든가 혹은 지금보다 나은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만이 그 사회의 수용 한계를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사회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현존 기술과 최근의 소비 및 낭비 수준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세계의 생활 수준을 대부분의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수학적 불가능에 도전하는 꿈일 뿐이다. 오늘날의 소득 불균형을 평준화하려면 선진국의 생태적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이것은 시장에 기반을 둔 세계 경제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주역들은 군사적으로도 가장 강력하며 아무리 좋게 말한다고 해도 다른 이들의 고통에 대단히 무관심하다. 전 세계의 가난한 이들이 어느 정도로 비참한지 완전히 깨닫고 있는 사람들은 산업화된 국가에 거의 없다. - P484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넘는 약 13억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산다. 그 다음 16억은 1~3달러를 번다. 미국이 절대 빈곤자로 규정한 10억이 넘는 사람들은 매일 그날의 식량을 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이다. 매년 스웨덴 전체 인구보다 많은 1300만에서 1800만 명이 굶주림이나 영양 실조 부작용, 또는 빈곤과 관련된 다른 원인에 의해 죽어 간다. 그중 대부분은 어린이들이다. 스웨덴 또는 거기에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를 더하거나 뉴잉글랜드를 더해서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내년에 빈곤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할 때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의 반응을 상상해 보라. - P485

세계적으로 육지 표면의 11퍼센트만이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미 경작 가능한 지역의 대부분이 들어 있다. 나머지 89퍼센트의 상당 부분은 사용되기 힘들거나 아예 소용없는 땅이다. 그린란드, 남극, 광활한 북부 침엽수림 지대의 대부분, 마찬가지로 광활한 사막은 사용할 수 없다. 그 나머지인 우림과 대초원을 개간하여 씨를 뿌릴 수는 있겠지만, 미미한 농업 이득을 위해 세계 대부분의 동식물 종을 희생시키는 일은 미련한 짓이다. 그 구역의 거의 절반은 자연적 생산성이 낮은 토양으로 덮여 있다. - P485

경작되고 벌채된 땅은 지속 가능한 수준의 10배로 표토가 유실된다. - P485

수산업 혁명인 양식에도 한계가 있다. 바닷물 양식장의 확장은 맹그로브(mangrove, 열대 강, 어구, 해변에 생기는 교목, 관목의 특수한 숲) 습지와 앞바다 미끼 고기들의 산란 장소인 해변 습지대 서식지를 점유한다. 민물 양식장에 성장 잠재력이 더 있기는 하지만 유수와 지하수맥의 물 공급을 축소한다는 점에서 농업과 대립적이다. - P487

모든 거대 교란은 나쁘다는 일반적인 생명의 원리에 따르면, 탐욕스러운 인간 생물 중량을 지탱해 줄 지구의 능력은 기후 변화의 가속으로 인해 더욱 불확실해질 것이다. 과거 13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1도가 증가했다. 이 변화의 상당 부분이 이산화탄소 오염에 따른 것이라는 징표는 강력하다. 어떤 대기과학자들은 단호하게 말할 정도이다. - P488

메탄을 비롯한 몇몇 다른 기체와 함께 이산화탄소는 비닐 하우스와 같은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 이것들은 햇빛은 통과시키지만 온실 안에서 생성된 열은 가두어 버린다. - P488

채굴된 얼음 기둥에 들어 있는 공기방울 시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16만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의 평균 기온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화석 연료 연소와 열대 우림 파괴로 인해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16만 년 중 가장 높은 값인 360ppm에 달한다. - P488

대기 화학과 기후 변화는 둘 다 아주 복잡한 주제이다. 둘이 합쳐지면 정확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 궤적과 속도는 넓은 범위 안에서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이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목표이다. - P488

황산 에어로졸은 대기 변화에 관한 계산 결과를 뒤엎어 버릴 수 있는 해양의 장기적 이산화탄소 흡수와 함께 이산화탄소의 온실 효과를 중화시킨다. - P488

지역 기후는 혹서 기간(heat wave)이 잦아지며 더욱 변화무쌍해질것이다. 평균 기온이 약간만 상승하더라도 극심한 고온을 보이는 곳이 더 많아질 것이다. 순전히 통계적 효과 때문에 그렇다. - P489

통계적 정규 분포에서 한 방향으로 약간만 벗어나도 이전의 극단은 거의 0에서 더 큰 수로 비례적으로 변화한다. (다른 예를 하나 들자면 인간 종의 평균수학 능력이 10퍼센트 증가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에서는 그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반면에 아인슈타인들이 많아질 것이다.) - P489

구름과 폭풍우는 섭씨 26도가 넘는 해상에서 발생하므로 열대성 저기압의 평균 발생 빈도는 증가할 것이다. - P489

기온이 높은 기후대가 양극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 예상되는데 이것은 특히 고위도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툰드라 생태계가 축소되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농업에도 영향을 미쳐 덕을 보는 지역이 생기는 반면에 타격을 입는 곳도 생길 것이다. 전반적으로 산업화된 북부 지역 국가들보다 개발도상국들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조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재빨리 새로운 거주지로 이주하지 못한 수많은 자연 생태계와 그것을 구성하는 동식물과 미생물 종들이 멸종할 것이다. - P490

자원과 기후의 미래는 인류가 광물 및 에너지 부족이 아니라 식량과 물 부족이라는 장벽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후 변동이 우호적이지 않음에 따라 장벽에 다다르는 시기가 더 앞당겨지고 있다. 인류는 마치 자산을 경솔하게 처분해 버리는 집안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 P490

면제주의자들의 다음과 같은 충고는 많은 위험을 내포한다. "생활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여러분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 내년 걱정은 하지 마라. 우리는 영리하므로 뜻밖에 뭔가가 일어날 것이다. 항상 그래 왔듯이." - P490

우리 대부분은 이제 수련 연못 산수 수수께끼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연못에 수련 잎이 하나 있다. 매일 수련은 두 배로 불어난다. 30일째 되는 날 연못은 완전히 수련으로 뒤덮여서 더 이상 자랄수 없게 되었다. 연못이 반만 덮이고 반은 비어 있던 날은 몇 번째 날인가? 바로 29일째 되는 날이다. - P490

의학과 마찬가지로 생태학에서도 양성(positive)으로 잘못 진단하는 것은 불편을 초래할 뿐이지만 음성(negative)으로 오진하는 것은 파멸을 초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학자들과 의사들은 도박을 하려 하지 않으며 만일 도박을 해야 할 때에는 항상 경고를 한다. 생태학자나 의사의 염려를 기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 P491

환경 변화가 야기하는 새로운 종류의 역사가 펼쳐질 것이다. 또는 전 지구 규모로 좀 더 구식의 역사, 예컨대 메소포타미아 북부 문명, 이집트문명, 마야 문명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그 밖의 다른 문명이 붕괴되던 그 초기의 역사가 되풀이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 갔다. 어떤 경우에는 그들이 이주하고 다른 사람들이 대신 끔찍하게 죽어갔다. - P491

인구가 지역적인 수용 한계에 도달했을 때 당대의 기술로는 더 이상의 성장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중략)... 그럴 경우 대개 그 시점의 생활은 (특히 지배층에서는) 좋은 편이지만 붕괴되기 쉽다. - P491

가뭄이나 지하수맥의 고갈, 또는 전쟁의 피해와 같은 변화는 수용 한계를 감소시킨다. 인구가 감소하여 지속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영양 실조와 질병으로 인해) 사망률은 급상승하고 출생률은 떨어진다. - P491

전쟁과 내전에는 많은 원인이 있으며 대부분은 환경적 압박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인구 과잉과 그에 따른 자원 감소는 사람들 사이의 분란을 조장하는 원인이다. 불안과 결핍이 쌓이면 대립이 시작되고 대립은 공격으로 치닫는다. 때로는 다른 정치 집단이나 민족 집단에서, 때로는 이웃 종족에서 제물을 찾아낸다. 일단 불이 붙기 시작하면 암살, 테러, 잔혹한 행위 또는 다른 도발적인 사고들이 이어진다. - P493

주의하라! 모든 발전에는 인공 보철, 즉 발전된 전문 기술과 집중적인 지속적 관리에 의존하는 인위적 장치가 따른다. 이것은 지구 자연 환경의 일부를 대체하면서 또 다른 장기적인 위험을 더한다. - P494

생태학의 눈으로 보면 인류 역사는 환경적 인공 보철을 축적해온 역사로 파악될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이 만든 절차들이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지구의 수용 한계도 확장된다. 번식의 측면에서는 전형적인 생물인 인류 역시 증가된 수용 한계를 채우며 늘어난다. 이러한 소용돌이는 계속된다. 새로운 요구를 만나면 계속해서 장비를 다듬고 버팀목을 대면서 환경은 더욱 미묘하게 변해 간다. 정교한 기술의 발전은 환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P494

진보의 래치트는 비가역적인 것으로 보인다. 평온한 구석기의 자연 균형을 꿈꾸는 원시주의자(primitivist)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너무 늦었다."라는 것이다. 활과 화살을 치우고 산딸기를 따는 일은 잊어버려라. 미개척지는 위협받는 자연의 비축품이 되었다. 환경주의자와 면제주의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함께하라"는 것이다. - P494

우리는 염려스럽지만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뛰어들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희망은 「헨리 4세」에 있는 핫스퍼(Hotspur)의 대사에 잘 나타나 있다. "친애하는 바보 경, 이 쐐기풀의 위험에서 벗어나 내가 말하노니, 우리는 안전이라는 꽃을 움켜쥐었다오." - P495

인구 증가가 지구를 제압할수록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원을 늘리고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인공 보철물에 의존하여 이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 본질적으로 그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윤리이다. - P495

결국 지구 정상 회의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아젠다의 성공 척도는 생태적 발자국 총량의 감소이다. 인구가 2020년 무렵에 80억에 육박하면 개개인의 만족스러운 생활 수준에 필요한 비옥한 땅의 평균 면적은 전 세계적으로 중심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최우선 환경 목표는 지구의 허약한 환경이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태적 발자국을 축소하는 것이다. - P496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의 많은 부분은 두 가지개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개념인 탈(脫) 탄소는 본질적으로 양이 제한된 석탄, 석유, 장작 연소를 연료 전지, 핵융합, 태양력과 풍력처럼 환경적으로 부담이 적은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 개념인 탈물질은 대량 하드웨어와 그것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 P496

경제 기적은 내생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는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경제 발전은 국가들이 기름, 목재, 물, 농작물 등의 물질 자원을 자국 보유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것들도 소비할 때 이룩된다. 그리고 지금은 기술과 서류의 유동성을 통해 가속화된 상업적 세계화가 물질자산의 대량 교환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목공예품들은 열대아시아에서 파괴된 삼림이며 유럽의 연료는 중동에 매장되어 있던 석유다. - P498

국가 대차대조표에서 경제학자들은 총비용 회계에 좀처럼 천연자원 감소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어느 국가가 모든 나무를 베고 가장 유익한 광물을 파내고 어장을 고갈시키고 토양 대부분을 부식시키며 지하수를 퍼낼 수 있으며 이것을 모두 수입으로 계산할 수 있지만, 고갈된 어떤 것도 비용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또 환경을 오염시키고 도시 빈민가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정책도 추진하지만 그 결과가 총비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 P498

실물 세계의 주인으로 도도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경제학자와 사업가가 이제는 진짜 실제 세계의 존재를 인정할 때가 되었다. 경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제 생산뿐 아니라 자연 세계와 인류 복지를 완전히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 지표가 필요하다. - P499

다른 생명들을 최대한 많이 우리와 함께 데려감으로써 이 세계를 보전하는 것 - P499

지난 30년간 자연 보호 전문가들은 활동의 초점을 판다와 호랑이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동물로부터 여러 종의 생존이 달려 있는 서식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시켜 왔다. - P499

열대 우림은 전체 육지 표면의 단 6퍼센트를 차지할 뿐이지만 전 세계 동식물 종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 P500

모든 요인들은 복잡한 방식으로 함께 작용한다. 어떤 특정 종이 멸종한 요인들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생물학자들은『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식의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즉 그들 모두가 요인이라는 것이다. - P501

현재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발작적인 멸종 행위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완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21세기에는 신생대의 종말을 볼 것이며, 새로운 생명 형성이 아니라 생물학적 고갈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고독의 시대, 즉 "공생대(空生帶, Eremozoic Era, 그리스어 ‘eremos (광야, 고독)‘에서 유래한 말이다.)"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 P501

다년간 생물 다양성을 연구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근거에 대해 3단계에 걸쳐 부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단순히 "걱정하지 마라." 이다. 멸종은 자연적이라는 것이다. 종들은 생명의 30억 년 역사 동안 계속 죽어 갔지만 생물권에 영구적인 해를 가하지 않았다. 진화가 항상 멸종된 종을 새것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진술들은 모두 참이다. 그러나 상당히 비틀려 있다. - P502

중생대 대멸종 이후에 그리고 이전에 3억 5000만 년마다 있었던 네 번의 대멸종 이후에 진화는 재앙 이전 수준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데 약 1000만 년을 필요로 했다. 대기 시간이 그토록 길다는 점과 한 번의 일생 동안 그토록 많은 손실을 입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후손은 약이 오를 것이다. 달리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 P502

부인의 2단계에 들어서면 사람들을 보통 "하여튼 그렇게 많은 종은 필요하지 않다."라는 반응을 한다. 아무튼 대다수가 곤충, 잡초, 균류인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100년도 안 된 옛날, 현대의 자연보호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세계 곳곳의 새와 포유동물도 무관심에 방치되었음을 망각한다면 세상의 기는 벌레들도 무시해 버리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연 세계 미물들의 가치는 더할 수 없이 명백해지고 있다. - P502

생태계에 더 많은 종이 살수록 번식력은 더 높아지고 가뭄이나 다른 종류의 환경 압박을 견디는 능력도 더 강해진다. 물을 정화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숨쉬는 공기를 생성하는 데 우리가 생태계의 작용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생물 다양성은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 버릴 무언가가 절대 아니다. - P502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 철저하게 적응하고 있는 각 종들은 유용한 과학 지식의 방대한 원천을 제공해 주는 진화의 걸작품이다. - P503

오늘날 살아 있는 종들은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 정도 된 것들이다. 그들의 유전자는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역경을 견뎌 왔기 때문에 그 유전자를 운반하는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을 돕기 위해 극도로 복잡한 일련의 생화학적 장치들을 솜씨 있게 작동시킨다. 이것이 바로 야생종들이 인류가 살 만한 환경을 만들어 줄 뿐만아니라 우리의 생명 유지를 도와주는 생성물들의 원천이 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산물들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약물에 관한 것들이다. - P503

미국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약물의 40퍼센트 이상이 원래 식물, 동물, 곰팡이, 미생물 등에서 추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약인 아스피린은 살리실산에서 만들어 낸 것인데, 살리실산은 다시 톱니꼬리조팝나무의 한 중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약으로 쓰일 수 있는 자연 생성물이 들어 있는지 검사된 것은 그 종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아마도 1퍼센트도 안 될 것이다.) - P503

새로운 항생물질과 항말라리아제 발견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물질들은 질병 유기체가 약에 대한 유전적 저항성을 획득함에 따라 그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보편적인 포도상구균 박테리아는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병원체로서 다시 등장했고 폐렴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 P503

의학 연구자들은 앞으로 더욱 격렬해질 것이 분명한, 빠르게 진화하는 병원체들과의 군비 경쟁에 붙잡혀 있다. 21세기 의학의 새로운 무기를 얻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야생종들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 P503

이런 모든 것들을 인정한다해도 부인의 3단계가 남아 있다. 왜 지금 당장 모든 종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가? 살아 있는 표본을 동물원과 식물원에 보호했다가 나중에 야생으로 돌려보내면 어떤가? - P504

오늘날 세계의 모든 동물원은 존재한다고 알려진 2만 4000종 가운데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2,000종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게 최대한이다. 세계의 식물원들은 25만의 식물 종에 압도당할 것이다. 이러한 피난처들은 몇몇 멸종 위기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하다. 액화 질소 안에 냉동된 배아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러한 정도로는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아직 아무도 곤충, 조류 및 다른 생태학적으로 중대한 작은 유기체들을 위한 안전한 은신처를 고안하지 못했다. - P504

자연 그대로의 토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판다와 호랑이는 버려진 논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 P504

모든 종을 다시 복귀시킨다고 하여 자연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을까? 적어도 우림처럼 복잡한 군락의 경우에는 그러한 묘기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중략) 그 어려움의 정도는 분자에서 살아 있는 세포를 생성하거나 살아 있는 세포에서 유기체를 생성하는 것에 견줄 만하다. - P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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