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음으로, 좋은 일을하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일이 찾아오는 걸까.
"왜 자꾸 나오래?"가게 앞에는 1.5m 정도 되는 나무 하나가 있었다."개업 축하한다! 대박나라!"오정득이 목소리를 높였다."뭐야 이건?"내가 씩 웃으면 가게 밖으로 향했다."이게 뱅갈고무나무라는 건데, 개업 축하로 많이들 준다더라. 그리고 이게 풍요와 장수를 의미한대. 여기에 딱이잖냐."
사과는 자두나 포도, 토마토처럼 바로 추출을 하면 효율이떨어진다. 먼저 분쇄기에 넣어서 갈아낸 뒤 추출해야 수율이 높아진다.
효능. 이게 중요했다.내가 취급하는 먹을 것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건강식품이라는 점이었다.
즙이라는 것이 50팩, 100팩을 사가서 맛있다고 하루에 10팩씩 먹고 그러는 식품이 아니다. 보통 하루에 한 팩씩 먹게 마련이다. 많아야 2, 3팩. 즉,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해야 지속적인 판매가 가능했다.대신 건강식품에서 오는 이점은 바로 꾸준히 먹는다는 것이었다. 먹고 나서 체감을 할 정도로 효능을 본다면, 매일매일 꾸준히 먹게 된다!내게는 필승법이 있는 셈이었다.최상의 품질은 당연하고,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즙으로 판매를 하면 효능을 보고 또 찾아오게 돼 있다.
요즘은 대부분의 건강원이 과채류를 추출할 때는 60~70도 정도의 저온 가열을 한다. 더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요하지만, 특히 과일류는 가열 과정에서 비타민이 파괴되기 때문에 필수가 됐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절대 쭉 뻗어 나가지를 않는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됐어, 인마. 아무튼...... 성실해야 돼. 조금만 게을러져도 다 표가 나.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야. 바로 발길 끊긴다. 그러니까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돼. 네 몸이 힘든 만큼 사람도 돈도 붙는 거야."
"그리고 마진 높인다고 장난질하면 안 된다. 물 타고 그러면 안 돼."
"그래, 그거 돈 몇 푼에 빌빌거리고 남겨 먹겠다고 지랄하고 있지? 돈도 재수 없다고 안붙어. 무슨 말인지 알아? 당장 눈앞에 얼마 건지려다가 훨씬 큰돈 다 날린다고. 잠재적 고객까지 다 날리는 거야."
머리로 알고 있던 것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같은 얘기도 다른 시선을 알게 되기도 한다.
"장사하려면 일단 생활이 돼야 돼. 기본이 얼마나 버틸수 있느냐 없으냐야. 지금 이거 차린다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서 썼을 거 아니야."
"이제 오픈해서 모르지? 아예 그럴 일이 없으면 좋은데,손님 없고 잔고 비기 시작하지? 가게 시작할 때랑 같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거 같냐? 맛탱이 가는 거 한순간이야.그게 그냥 정신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실수도 하게 되고, 몸도 안 좋아져""아니, 그래도.......""야, 줄 수 있으니까 주는 거야. 그리고 안정화되면 그때 갚으면 되지."
잘되고 싶다. 그리고 잘하고 싶다.
그냥 앉아서 손님을 기다려서는 안 됐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듯한 낚시도 떡밥이든 미끼든 루어든 뭐든 써서 살살 꼬신다. 물고기들이 많은 포인트에서 자리를 깐다.마케팅이 필요했다. 뭘 어떻게 해야 손님이 몰릴까?
의리랍시고 손해를 볼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그런 의리를 쌓은 사이도 아니었고. 비즈니스 아닌가. 모든 관계는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돼야 마땅하겠지만,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돈부터 깔아놓고 시작이니까.이기철도 장사를 하루 이틀한 것이 아니다 보니 당연히 이해하는 눈치였다.
막판에 주인공과 관련된 약간의 로맨스가 나오면서 해피엔딩으로 무난하게 마무리되어갈 줄로만 알았던 이 소설의 결말이 갑작스럽게 검찰의 압수수색이라는 예상치 못한 이슈로 인해 극적인 반전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회귀전에 주인공을 지독히도 힘들게 했던 김강현이 있었다. 한동안 잊혀져 있었던 이 악역이 막판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해서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를 알 수 없게 혼돈의 상태로 몰아간다.
"그럼 이제 게임 시작인가?"박철규가 물었고."반격의 시간이 된 거죠.""그래. 반격이라. 좋은 말이네."
‘방주인 돌아오면 당분간 몸조심하라고 전해줘요. 천지 분간 못 하고 설치고 다니니까 아주 피곤해 죽겠어. 그쪽만 피곤한가? 우리도 힘들어.‘메시지의 뜻은 명확했다.이번 압수수색 뒤엔 힘센 누군가가 있다는 의미. 검찰이 움직이고 그 위에 수많은 하수인이 있겠지만 그 의지를 따라가다 보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단 한 사람.‘대통령 차대철‘
알 수 있었다. 검찰은 바로 그 자료를 얻기 위해 영장을 청구해 압수수색을 벌였다는걸."네?""무슨?"경고가 아니다. 그들이 가지고 간 건 비록 5년이나 지난 것이지만."문제가 심각해지겠는데요?" 그 5년 전 자료엔 과거 한국공조, 정확히는 당시 기획실이앞장서 회사가 저지른 중대한 범법이 기록되어 있다.
"문제라뇨?""5년 전이라면...... 설마?"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김동호 이사의 눈에 경악이 스쳤고."맞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이쪽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끼어 있는 것 같군요."
김동호의 입에서 5년 전, 그때의 일이 흘러나왔다.으득.이를 악물었다. 악물린 어금니 사이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 이 순간 분명 야비한 미소를 짓고 있을 그의 이름을 흘러나왔다."김강현. 아주 오랫동안 잊었던 이름. 이 순간 등장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던 그 이름에 최지용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기업 내 돈의 흐름은 모두 기록에 남는다. 비록 은밀하게 조성되어 아무도 모르게 사주에게 전달된 돈이지만 그 역시모두 기록에 남아 있다."문제는 숫자 안에 감춰진 범법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그걸 직접 저지른 사람 뿐이라는 거지요."
회계감사가 끝났고 모든 신고절차까지 끝난 2005년 회계장부지만 여전히 법적인 책임은 남아 있다.
당시의 모두가 회사를 떠났다. 억울하게 책임자로 지목된 당시의 임원들부터 배신을 통해 회사를 휘어잡았던 김강현까지.그럼에도 책임은 남는다.불법에 대한 책임은 한국 공조의 후신인 유니콘이 져야만 한다."장부의 내용이 알려지는 날엔......."신용재가 말했고,"유니콘은 회계 조작이라는 천인공노할 불법을 저지른 회사가 되는 거지."
유니콘의 도덕성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무기가 정체조차 불명의 적의 손에 넘어갔다. 이번 압수수색에 그 무기를 정확히 알고 있는 자가 끼어 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은 가능성일 뿐입니다. 정확한 내용이 확인되기 전까지 이번 일은 비밀로 합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아무리 코너에 몰렸다 해도 시작은 적을 아는 것부터다.
두 번째 화재 차량에서 얻어낸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화재 약 한 시간 전 배터리 이상 고온 현상 발생.‘
‘운전자는 화재 전 약 두 시간 동안 디벨로퍼를 상당히 가혹한 조건으로 몰아붙였다.‘
기획실의 파트장이 되기 위해 난 그의 호통은 물론 때때로 날아오는 손찌검을 감내해야 했다. 어리석은 당시 여준선은 그것이 성공의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하지만 이제 안다.김강현은 쓰레기이며 그런 그의 뒤를 아무 말 없이 따랐던 나 역시 다르지 않다는 걸.가슴속에서 김강현이라는 인간을 향한 혐오와 적의가 울컥울컥 치솟았다.
하지만 이제 필요 없다. 그와는 같은 소속도 아니며 좋은 감정이라곤 일말도 남아 있지 않다. 하나의 욕망만이 꿈틀거렸다.‘이번만큼은 놈을 완벽하게 파멸시킨다.‘
팔짱을 낀 그가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전기차, 그 분수에도 안 맞는 사업 포기해."
예상대로 그는 말단이 아니었다. 조건을 입에 올린다는건 중원 자동차에서 김강현은 그런 조건 결정에 관여할 만큼 중책을 맡고 있다는 뜻."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거야. 니들 2005년 장부가 검찰에 넘어갔어. 그 내용이 까발려지면 유니콘이 어떤 꼴이 될지 아주 잘 알고 있겠지?"잘 알다뿐인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던 유니콘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바닥을 치게 될 거다.
직원들의 업무의욕을 고취시켜 주는 주식의 가치는 수직하락할 것이다.세무조사가 들어오고 징벌적인 벌금이 선고될 거다.아이콘들이 추진하는 일들은 줄줄이 허들에 가로막힐 것이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보한 공장은 가동률에 허덕이게 될 거다.
"감정은 빼고 말할게. 유니콘 이대로도 좋잖아? 그냥 하던 대로 가전만 하란 말이야.가전회사에서 자동차를 판다는 게 말이 돼?"
김강현의 말은 너무 익숙했다. 기획실장일 때도 그는 늘 비슷한 말을 했다.‘어딜 삼전 같은 대기업과 겨루려 하느냐.‘‘너 따위가 무슨 기획을 하려고 하느냐.‘‘너 따위가..... 고작 우리가.... 한국 공조 따위가.......‘
"아무리 배포 좋은 기업이라도 먹거리를 뺏기면 무슨 짓이든 할 수 밖에 없는 거야. 지금 네가 그걸 뺏으려고 한 거 잖아. 생각해 봐. 너 중원 자동차뿐만 아니라 그 회사에 다니는 수십만 명한테 큰 죄를 짓고 있는 거라고."그의 입에선 끊임없이 궤변이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자동차 사업 포기해. 당장 그만두라는 거 아냐. 천천히 한 일 년에 걸쳐 정리하면 돼. 그렇게 한다면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할 수 있어."대답이 없으니 내가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지금 김강현의 얼굴은 진실했다.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진심으로 국가와 우리 회사를 걱정해주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그럼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나는 거야. 더 이상 생기는 문제 같은 건 없어. 유니콘은 지금처럼 그냥 혁신의 아이콘으로 남으면 돼.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가전제품 만들어서 계속 성장하면 되잖아? 그럼 여준선이는 그런 회사를 이끈 능력 있는 대표로 남는 거지."김강현이 씩 웃었다."어때? 이 정도면 제법 합리적인 제안 아닌가?"말을 마친 그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전기차 사업을 포기해라? 요구사항이 그거였다고요?"
"하긴 중원 자동차 입장에선 눈엣가시였을 테지요. 자기들이 10년이나 미국 시장에 공을 들였는데도 성과가 없었는데 벨로프가 일 년도 안 돼서 성공을 해버렸으니....."
그의 말처럼 벨로프에 대한 중원 자동차의 시기와 질투는 정당하다.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이대로라면 내수시장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된 그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질투를 느끼는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건 다른 얘기다. 특히나 상대의 약점을 볼모로 사업 철수를 요구하는 짓거리는 용납이 불가하다.
"김강현을 믿을 수 없습니다.""하긴....... 그놈을 믿느니 끝장을 보는 게 낫겠죠."최지용도 전적으로 동감을 표했다. 김강현은 자신이 벌인 일조차 남에게 뒤집어 씌워 파멸시키기를 주저하지 않는 자.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한들더 이상의 위협은 없을 거라는말을 믿을 수 없다."게다가 한번 자기 말이 통하면 그놈은 거기서 그치지 않을 사람입니다."
벨로프를 철수하면 다음은 날 치려 할 것이다. 유니콘에서 내가 사라져도 그는 계속 그 다음을 원할 것이다. 아마도 눈엣가시 같은 이 회사가 산산이 부서질 때까지 그는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상대가 김강현이라니....... 어차피 우리로선 협상 자체가 불가능한 상대였군요.""그렇죠.""중원도 참 한심하군요. 그 쓰레기 같은 놈을 받아주다니 원.""필요했던 거겠죠. 우릴 치기 위한 무기로."
고개를 끄덕이던 최지용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차라리 잘됐습니다. 그 속 시커먼 놈하고 거래를 하느니 벌을 받는 게 맘 편하겠군요. 어쨌든 대비는 해놓으라고 해야겠네요."협상이 결렬되면 2005년 회계장부가 백일하에 드러난다. 회계부정에 대한 징벌이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알 수없지만 어찌 보면 마땅히 받았어야 했던 벌이다.
김강현과 거래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2005년 부정에 대한 벌을 받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무기를 쥔 자들이 그걸 어떤 식으로 휘두르느냐.
장담컨대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부정을 엄청난 부도덕으로 포장해 세상에 터트릴 것이며 그에 동조한 언론은 이슈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오랜 시간 국민들의 신뢰속에서 커온 유니콘이었기에 이슈의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물론 믿었던 기업에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터져나올 소비자들의 반발은 생각도 하기 싫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제주도지사 고상원, 우릴 도와 제주도 렌터카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덕에 지금 입장이 아주 곤란해진 그였다.전화를 통해 그는 다짜고짜 전기차 방화범을 잡아두었으니 제주도로 내려올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유가 있어서 그래.]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지사는 단호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정황상 방화는 거의 확실해. 소지한 장비도 확보했고 뭣보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장비로 렌터카에 손을 써놓은 것까지 확인했으니까 말이야.]
"고작 이 정도로 징징거리면 고추 떨어지지."어릴 적 내가 울거나, 울려고 하면 할머니가 했던 말이었다.왠지 모르게 힘이 났고, 더 열심히 일했다.
내가 가게의 얼굴인데 당연히 깔끔해 보여야지.
"다이어트하시면 후식이나 야식으로 드시는 건 피해주세요.""그래요? 100% 과일즙 아니에요? 그리고 칼로리 낮던데.""그렇죠. 하지만 다이어트를 가장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야식은 피하는 게 좋겠죠? 그리고 과당이라는게 있고, 즙이나 주스로 마시면 혈당이 좀 빠르게 오릅니다. 그러니 아침에 혈당이 떨어졌을 때, 그때 먹는 게 제일 좋아요. 아니면 식간이나요.""그렇구나아."
"요거트에 드셔도 좋고, 탄산수에 타서 드셔도 괜찮을 거예요. 팩 뒤쪽이나 박스에 영양성분표 보시면 아시겠지만,사실 칼로리가 워낙 낮아서 식후에 드셔도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최선의 경우를 말씀드리는 거예요."
"자두가 다이어트랑 피부에 좋다고 하던데, 또 어디에 좋죠?""영양성분표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타민C도 많고, 비타민E가 노화방지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항산화 성분들이 있고요. 식이섬유도 풍부한 데다가 항암 효과, 뇌 건강에도 도움을 줘요.제철 자두로 내린 즙이라 맛도 좋으실 겁니다.""먹어보고 괜찮으면 또 사러 올게요. 많이 파세요.""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제 시작이었는데, 이 일이 너무 좋았다.지갑도 두둑해지고 마음도 따뜻하고 푹신하며 부드러운데다가 달달한 무언가로 가득차는 듯했다.
사장이라는 소리가 참 듣기좋다. 비록 직원 하나 없이 나 혼자 일하는 작은 가게이지만, 사장이라는 말이 좋다. 아마 당분간은 이 호칭이 질릴 일은 없을 듯하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고 바빴다. 하지만 조금도 귀찮거나 성가시지 않았다.
"처음에는 끊을 생각이 없었는데, 자네가 말한 대로 끼니때마다 마늘 챙겨 먹고 그랬거든? 밥에도 서리태 꼭꼭 넣어서 하고. 고기 대신 고등어랑 갈치 같은 거 좀 먹고.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영지 달인거, 그거 마시니까 진짜 어지럼증이 싹 가시는 거야. 오긴 왔는데, 그냥 견딜만하더라고?"
"마음만 받겠습니다.""예끼, 이 사람아. 젊은 사람이라서 뭘 모르는구먼.""예?""감사의 표시는 맨입으로하는 게 아니야. 말만 해서 뭐해? 진짜 고마우면 뭐라도 줘야지."
"에잉.... 나보다 고집 센 놈은 처음 보네. 돈을 준대도 난리여.""법대로 살아야죠. 켕기는게 있으면 마음 편하게 장사 못 해요."
얼마전 세이노의 가르침을 완독 한 뒤 저자가 추천했던 여러가지 책 중에 이 책(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을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이 처음 나온지는 20년도 더 지났지만, 그 때 썼던 저자의 글이 지금의 현실에도 상당부분 들어맞는 것을 보면서 저자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20여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보니 요즘 시대와 맞지 않은 사례들도 간혹 등장하긴 했지만, 거의 십중팔구는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저자는 대학교수로 고대 갑골문과 관련된 논문을 쓸 정도로 동양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공자, 유교 등과 관련된 각종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풀어내면서 이 유교가 우리 역사에 미친 영향력이 어마어마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고려왕조를 뒤로 하고 새롭게 건국된 조선왕조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성계를 왕으로 세우고 통치 체계를 이룩하고자 노력했던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공자가 주장했던 유교를 뼈대로하여 나라의 통치 체계를 잡아 나가는데 이때 들여와서 만들었던 유교니 주자학이니 하는 것들이 조선왕조 500년간 우리 문화 곳곳에 침투하여 21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그 뿌리가 이 사회 곳곳에 남아있음을 보게 된다. 각종 제사 문화부터 시작해서, 남존여비 사상 같은 요즘 시대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생각들이 유교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이외에도 아주 다양한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책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자는 이러한 유교문화의 영향력아래에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결코 숨기지 않으면서 책의 제목처럼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의 미래를 논하기 시작하는데 핵심은 앞으로의 시대는 한국내에 국한된 채로 사는 것이 아닌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영어는 기본이고 우리 나라가 속해있는 동아시아권인 한국, 중국, 일본을 잇는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의 언어인 한자를 잘 알아 둘 것을 주장한다. 다만, 단순히 어떤 공부로서의 언어습득이 아닌,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실전에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의 학습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언어를 '공부'할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데 포커스를 두라고 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라고 말한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세계인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이해하면서 지구촌 시대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선 통일과 관련된 이야기도 별도로 한 챕터를 할애하여 나오는데 여기서의 핵심도 결국에는 지난 수십년의 세월동안 다소 이질적으로 변해버린 남한과 북한이 다른 그 무엇보다도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사라져야 통일에 수반되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빨리 해결될 수 있음을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을 통해 통일과 관련해서 장밋빛 미래의 면만 봐왔던 사람들에게 문화적 이질감과 관련된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서는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사회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로 인해 통일에 좀 더 신중해야 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내가 위에 적은 내용외에도 각종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고, 저자의 주장을 바탕으로 기존에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어떤 사회적 관습이나 기타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준 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어떤 생각이나 사상 혹은 관습들을 무비판적으로 그저 수용하는데 익숙했던 독자들에 뭔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한 책이 바로 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라는 책이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