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세이노의 가르침을 완독 한 뒤 저자가 추천했던 여러가지 책 중에 이 책(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을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이 처음 나온지는 20년도 더 지났지만, 그 때 썼던 저자의 글이 지금의 현실에도 상당부분 들어맞는 것을 보면서 저자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20여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보니 요즘 시대와 맞지 않은 사례들도 간혹 등장하긴 했지만, 거의 십중팔구는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저자는 대학교수로 고대 갑골문과 관련된 논문을 쓸 정도로 동양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공자, 유교 등과 관련된 각종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풀어내면서 이 유교가 우리 역사에 미친 영향력이 어마어마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고려왕조를 뒤로 하고 새롭게 건국된 조선왕조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성계를 왕으로 세우고 통치 체계를 이룩하고자 노력했던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공자가 주장했던 유교를 뼈대로하여 나라의 통치 체계를 잡아 나가는데 이때 들여와서 만들었던 유교니 주자학이니 하는 것들이 조선왕조 500년간 우리 문화 곳곳에 침투하여 21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그 뿌리가 이 사회 곳곳에 남아있음을 보게 된다. 각종 제사 문화부터 시작해서, 남존여비 사상 같은 요즘 시대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생각들이 유교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이외에도 아주 다양한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책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자는 이러한 유교문화의 영향력아래에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결코 숨기지 않으면서 책의 제목처럼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의 미래를 논하기 시작하는데 핵심은 앞으로의 시대는 한국내에 국한된 채로 사는 것이 아닌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영어는 기본이고 우리 나라가 속해있는 동아시아권인 한국, 중국, 일본을 잇는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의 언어인 한자를 잘 알아 둘 것을 주장한다. 다만, 단순히 어떤 공부로서의 언어습득이 아닌,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실전에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의 학습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언어를 '공부'할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데 포커스를 두라고 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라고 말한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세계인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이해하면서 지구촌 시대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선 통일과 관련된 이야기도 별도로 한 챕터를 할애하여 나오는데 여기서의 핵심도 결국에는 지난 수십년의 세월동안 다소 이질적으로 변해버린 남한과 북한이 다른 그 무엇보다도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사라져야 통일에 수반되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빨리 해결될 수 있음을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을 통해 통일과 관련해서 장밋빛 미래의 면만 봐왔던 사람들에게 문화적 이질감과 관련된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서는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사회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로 인해 통일에 좀 더 신중해야 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내가 위에 적은 내용외에도 각종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고, 저자의 주장을 바탕으로 기존에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어떤 사회적 관습이나 기타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준 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어떤 생각이나 사상 혹은 관습들을 무비판적으로 그저 수용하는데 익숙했던 독자들에 뭔가 정신이 번쩍 들게 한 책이 바로 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라는 책이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