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병사들도 그렇고 요즘 시대 사람들도 그렇고 승진을 시켜준다거나 혹은 지위를 올려준다고 하면 물불 안가리고 달려드는 본능은 동일한 듯 하다.
또한 원소와 여포가 전쟁을 하다가 협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핏 보기에는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하는거 같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힘있는 쪽인 여포가 갑의 입장에서 원소를 을로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보면 병력의 수로는 원소가 훨씬 많지만 일당백 일당천 일당만 일당십만 이상을 상대할 수 있는 장수들이 더 많은 여포쪽이 힘이 있는 쪽으로 나온다. 역시 협상은 힘이 좌지우지하는가 보다. 그것이 물리적인 힘이 되었든 금전적인 힘이 되었든 아니면 어떤 권력이 되었든 힘의 종류는 크게 중요치 않다.
소설 속에서는 힘이 물리적인 힘만을 뜻하는 것이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거대자본의 힘이나 어떤 각종 조직속에 있는 지위나 권력같은 것들도 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뭐 어떤것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은 각자의 가치관이나 성향의 문제이기에 논외로 하더라도 어쨌든 자신의 뜻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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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우리 이거, 진짜로 이기는 겁니까?" "인마. 그럼 가짜로 이기냐? 이기지도 못할 전투를 내가 왜 하자고 했겠어?"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척, 모든 일이 잘되어간다는 것처럼 태연한 얼굴을 하는 것일 뿐이다.
무신이네, 마중적토 인중여포네, 인중룡이네 하는 소리들로 그 무위를 찬양받는 여포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포 역시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그런 인간이, 고작 자신의 무위 하나만을 믿고 삼십만지적을 자칭한다니?
"밀어붙이자! 저 앞에서 주공이 보고계시고, 뒤에선 총군사님이 보고 계신다! 한 계급이 아니라 두 계급 올라갈 수도 있다고!" 우리 쪽의 병사, 부장 중 누군가가 외치는 그 목소리에, "으아아아아아아! 그러면 백인장이아니라 오백인장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 "나는 천인장이 될 수도 있다! 으하하하하하! 천인지적 백광님께서 가신다! 곱게 죽여줄 테니 목을 길게 빼라, 이놈들아!" 십부장, 백부장들이 정말 미쳐서 날뛰기 시작했다.
"흠. 내기는 내기니까 화내기 없깁니다?" "위, 위속 장군. 아니 총군사! 설마 농담으로 한 것을 진담으로......." "진담 맞는데요? 한 치의 웃음기도 없이 백퍼센트 리얼 다큐였는데?"
"거기까지만 하자, 성렴. 아부도 좀 재미있고 참신하게 해야 들어주지. 이건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하, 하하...... 그렇습니까?"
체력을 회복해야 하는 건 병사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있던 원소에게서 이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원소가 정말 날 죽일 듯이 노려보고있다. 근데 별로 무섭지가 않네. 지가 날 노려보면 뭐 어쩔건데? "와, 이 정도면 진짜 내가 조건 후하게 불러준 건데. 마음에 안 들면 말하죠. 다른 조건으로 바꿔 줄 마음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네, 네놈...... 네놈!" "네놈 뭐? 그래서 하겠다는 거요, 말겠다는 거요?" 원소의 얼굴이 정말 터질 듯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온몸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이거 잘하면 원소도 골로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받아들이마!" 원소의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진짜 앞으로 위속 형님의 말씀이라면 지푸라기를 몸에 두르고 불길에 뛰어들라는 말도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들을 수 있을 것 같소. 정말 고맙소,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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