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퇴각할때 퇴각하더라도 적들이 우리가 도망치는 것이라 생각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 최대한 침착하자.
조운이 직접 병사들까지 끌고 와서 돕겠다는데. "콜. 무조건 콜. 못 먹어도 고지, 이건." "......?" "좋다는 겁니다. 잘 부탁합시다." 조운이 고맙다는 듯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군주가 있어야 세력이 존재하는 것이고, 세력이 있어야 병사와 백성이 있는것이다. 공손찬의 휘하에 있던 그들은확실히 그러한 사고방식이 당연하다고 여겨왔고, 맞는 것이라 생각해 왔다. 군주의 몸에 티끌만 한 상처라도 하나나는 게 일반 병사 백 명이 몰살당하는것보다 더 큰 일이라 생각해 왔으니까. 그랬는데,
신분의 고하를 따지기 이전에 부상의 경중을 따지며 움직인다. 여포가, 위속이 병사를 지극정성으로 아낀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이렇게까지 병사를 아끼는 경우가 고금을 통틀어 과연 있었던가? "모두를 인의로 대한다는 유현덕조차 이 정도까지는......." 가만히 유비와 마주했던 시절을 떠올리던 조운이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원소, 원술 양측은 지금껏 위속에게 수도 없이 당해왔네. 자다가도 위속이란 이름을 들으면 벌떡 일어나게 될 정도로. 그들이 그런 상황이라는 걸 위속도 이해하고 있으니 그 점을 이용한 것이겠지." "자세하게 좀 얘기해 보게, 국양.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위속은 적들이 자신을 두려워하는걸 알고 있으니 매복을 숨긴 척 가장해 적장이 물러나게 한 걸세. 적이 물러남과 동시에 헐레벌떡 도망친다면 매복이 없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이렇게 여유를 가장하며 슬금슬금 쉬어가는 것이고." "그런 것이었나?" "그런 걸세. 나도 이렇게 직접 위속과 함께 움직이고 있으니 알아차린 것이지, 그게 아니면 장합과 똑같은 꼴이 되어 두려워하고 있을 걸세.
"우리 주공의 휘하에도 저런 자가 있었더라면 그리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