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다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완독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특별히 오늘 나온 표현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들(나잇값 좀 해, 사돈 남 말하네 등)이 영어로 나와 있어서 흥미로웠다.

Act your age! 나잇값 좀 해!

철없이 행동하는 사람에게 충고하는 말이죠. ‘철 좀 들어!‘, ‘나잇값 좀 해!‘라는 뜻의 표현입니다. ‘어린애 같이 굴지 마.‘ 라는 의미로 Don‘t be silly. 또는 Don‘t be a child 와 같이 말해도 됩니다.

*유사표현 : Grow up! - P136

A What‘s up? You look exhausted.

B I‘ve been hooked on* video games for the last few days.

A How old are you? You should act your age.

B Look who‘s talking. Mind your own business.

A Don‘t lecture* me. I‘ll kick your ass*.

B_OK. Let‘s just come to our senses.

A 무슨 일이야? 너 피곤해 보인다.

B 요 며칠 비디오 게임에 빠져 있어서 그래.

A 너 몇 살이냐? 나잇값 좀 해라.

B 사돈 남 말 하시네. 너나 잘해.

A 잔소리 좀 그만해. 혼날 줄 알아.

B 알았어. 우리 둘 다 정신차리자.


기타표현체크

・be hooked on sth ~에 중독되어 있다.

・kick one‘s ass ~를 혼내주다

• lecture 설교하다. 잔소리하다 - P136

act one‘s age 나잇값을 하다 / 철이 들다

A Would you give me a piggyback ride?

B Don‘t be such a baby. Act your age!

A 나 좀 없어 줄 수 있어?

B 애처럼 굴지 마, 나잇값 좀 해! - P137

Look who‘s talking 사돈 남 말하네

A I heard that you are a heavy drinker.

B Look who‘s talking. You‘re known for drinking.

A 너 진짜 술고래라고 들었어.

B 사돈 남 말 하네. 너도 술로 유명하던데. - P137

Mind your own business 너나 잘 해

A Still undecided? You‘re slow in making decisions.

B Mind your own business. I‘ll take care of myself.

A 아직도 결정 못했어? 넌 결정이 너무 느려.

B 너나 잘 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 P137

come to one‘s senses 제정신이 들다

A Sink or swim, I will try.

B I‘m so relieved that you‘ve come to your senses.

A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볼 거야.

B 네가 정신을 차려서 정말 안심이 된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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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 마지막에서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저자는 학문의 경계를 넘어야 함을 강조했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먼저 등장한다. 여기서의 핵심 키워드로 ‘통섭‘이라는 단어가 가장 뇌리에 꽂힌다. 이 두글자가 저자 글의 핵심을 잘 나타낸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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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쭉 읽어나가다 보니 일원론과 이원론에 대해서도 나온다. 솔직히 본문을 읽기전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대략적으로 유추해볼 수는 있었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과거 철학자 데카르트가 이원론을 주장했다고 하는데 저자는 데카르트가 이원론을 주장한 근거 중에 하나[인간의 뇌를 해부했는데 송과체pineal gland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 일반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에게만 영혼이라는 게 존재한다]가 그(데카르트)가 죽기 얼마전에 사실이 아닌 것[인간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송과체pineal gland가 존재한다]으로 밝혀졌다는 근거를 들면서 이원론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찰스 다윈이 주장한 일원론이 과학적으로 옳다는 확신을 갖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저자께서 오래전부터 수많은 책들을 썼던 분이셨는데 개인적으로 저자의 책을 읽는 것이 이 책이 처음인지라 저자의 이력에 대해 잘은 몰랐었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 일원론과 다윈의 진화론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서 저자의 이력이 문득 궁금해져서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더니 일원론자이면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신봉하는 진화론자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과거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진화론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진화론을 부정하는 논리(?) 혹은 주장(?)인 창조론이라고 해서 교과서에 정식으로 수록되어있지는 않았지만 진화론에 반하는 얘기들도 있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들어서 알고 있다.(요즘 교과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과거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창조론관련 내용은 아예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어쨌든 진화론과 창조론 혹은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일원론과 이원론 같은 각각의 주장의 대립들은 과학계에서 꽤나 불꽃 튀는 이슈들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이슈를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에서 보고 생각해보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어쩌면 이런 것도 저자의 말처럼 우연한 만남인지도 모르겠다.

독자인 나는 개인적으로 진화론과 창조론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다른 한쪽이 절대적으로 틀리다고 생각하는 입장은 아니다.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인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얘기 간에 약간 절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어찌보면 이는 오늘 읽은 앞 부분에서 저자가 말한 통섭과 공생(심비오틱 symbiotic)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밑줄 친 문장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 중에 일부가 뭍으로 올라오면서 육지동물이 생겨났고, 그 육지동물 중 누구는 파충류가 되고, 누구는 조류가 되고, 누구는 포유류가 되고, 포유류 중에서 영장류로 진화한 친구들이 있고, 그 영장류들이 가지를 치다가 그 가지의 어느 한 끝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이 태어난 것이지, 태초부터 인간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이 모든 생물이 존재했던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인용한 위의 문장에서 개인적으로는 맨 앞에 나온 문장인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 중에‘라는 부분이 독자인 내 마음에 자꾸 걸렸다. 태초에 뭐가 있을라면 무언가 사소한 것이라도 창조되어 있는게 있어야 맞는 말 아닌가? 하다못해 좁쌀만한 크기의 씨앗이라도 있었어야 맞는거 아니냐는 말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태초에 저 물고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진화론의 입장을 따르자면 태초에 물 속에 살던 저 물고기의 조상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 진화론만으로는 논리적인 설명이 안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위에서 어느 한 쪽의 주장만 옳고 다른 한 쪽은 무조건 틀렸다는 식의 사고를 경계하면서 진화론과 창조론 간에 통섭과 공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의문 때문이다. 이러한 통섭과 공생의 관점에 입각해서 위에 인용한 문장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설명해보자면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의 경우는 창조론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인듯 하고, 나머지 그 뒤에 나오는 무슨 육지동물이 파충류, 조류, 포유류, 영장류 등으로 진화한 것은 진화론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양다리 걸치지 말고 어느 한 쪽으로 입장을 확실히 정해라 하면서 욕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께서 강조하시는 통섭과 공생의 관점으로 본다면 진화론이든 창조론이든 관계없이 각각의 얘기들 혹은 주장들을 상호간에 존중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께서 책의 앞부분에서는 통섭과 공생을 말씀하시면서 데카르트와 함께 언급된 일원론과 이원론 논쟁도 그렇고 위에 독자인 내가 인용한 문장에서도 진화론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창조론은 단지 가설정도에 불과하다는 식의 뉘앙스로 말씀하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자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지점이었다. 독자인 내 생각에 어쩌면 저자는 아예 창조론이라는 것 자체를 과학이라고 인정하지 않기에 애초부터 통섭과 공생의 범주에 들어올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내가 위에 인용한 문장에서 지적한 부분을 창조론의 가설(?) 혹은 논리(?) 를 사용하지 않고 진화론의 논리로만 설명하기에는 뭔가 2%부족해보이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진화론을 절대적으로 신봉하시는 분들은 비단 너만의 느낌이라고 하시겠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힘든 진화론과 창조론에 관련된 이슈들을 얘기해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래서 우리는 완벽한 절대자 혹은 신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인간이고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더 이상 어느 한 개인이 문제의 답을 찾는 시대가 아닙니다. 한 학문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는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21세기는 학문이 만나야 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자연과학을 하면서 인문 소양을 갖춘 사람, 인문학자지만 자연과학을 이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번 세기에 살아 남는 겁니다.

생태학은 태생적으로 통섭적인 학문입니다.

"통섭적 인생을 사셔야 한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우리가 왜 공정하고 공평하고, 양심적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답이 자연이 그런 곳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다윈 선생님이 모든 문제에 침 발라놨다."

자연은 그리 험악한 곳이 아니라는 것

"자연은 서로 돕고 사는 곳이다."

자연은 경쟁 일변도의 전쟁터가 아니라 서로 손잡으며 아름아름 돕고 사는 곳

가진 자가 공평하게 살면, 그건 그 사람들만 계속 유리한 거잖아요. 그건 아니에요.

그건 공정이 아니에요, 공평이죠.

"너희들은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인데, 너희가 부정하게 살면 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너희랑 경쟁하면서 살아야 하냐."

"가진 자가 공정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이라는 단어가 가진 자의 입에서 나오면 안 된다."

자연이 이러니까 우리도 이래야 한다는 건 옳지 않죠. 당위성은 없다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지혜‘라는 것은 하루 이틀 새에 만들어진 게 아니잖아요. 오랜 진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형성된 현상이기에, 거기서 얻는 지혜나 지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늘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계속 ‘호모 심비우스‘를 주장하고 "알면 사랑한다"라는 얘기를 하는 이유가 끊임없이 자연을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우리를 되돌아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았으면 해서예요.

자연계에서 우리는 ‘가진 자‘잖아요. 우리는 이미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발자국 하나까지 신경쓰면서 내디뎌야 해요.

이런 노력을 해야 자연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살아보니 인생 퍽 길군요.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맞으며 이제는 더할 수 없이 중요한 분야가 된 생태학

공평은 양심을 만나야 비로소 공정이 됩니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켜줍니다.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우리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각자에게 반짝, 하며 빛날 기회가 적어도 한 두차례는 올 겁니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여러분은 적어도 직업을 대여섯번 갈아타며 살 것이랍니다.

여러분은 앞으로도 쉼없이 배우고 일하고 또 배우고 일해야 합니다. ‘융합의 세기‘ 21세기를 살아내려면 ‘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겸허한 자세로 평생 도전할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치열하게, 그러나 사뭇 겸허하고 따뜻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저는 제 동료들에 비해 출발이 많이 늦었습니다. 불공정한 지름길로 넘나들지 않고 주변과 손잡고 함께 천천히 걸었는데도 오늘 이런 자리까지 왔습니다. 인생 살아보니 참 기네요.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제가 평생토록 관찰한 자연에도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더군요.

자연과학은 사실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이 질문하는 학문이라면, 기술은 답을 찾아내는 분야입니다. 자연과학은 답을 찾아낸다기보다 오히려 질문하는 학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생물은 무생물보다 훨씬 아름다운 존재일겁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는 ‘생태학‘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게는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속성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반드시 이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적어도 지구에 태어난 생명은 반드시 죽습니다. 생명에게는 언제나 한계가 있어요. 생명의 한계성, 이게 생명의 가장 보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초에 생명의 늪에서 우연치 않게 자기를 복제할 줄 알던 어떤 화학물질, 이게 DNA입니다. 최근에는 어쩌면 RNA일 수도 있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DNA 혹은 RNA같은 유전물질은 허구한 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화학물질을 계속 복제하는 일을 합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생명실험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 겁니다.

따지고 보면, 지구의 생명 역사는 DNA 혹은 RNA 일대기에 불과합니다. 태어나서 아직 죽지 않은 그 친구의 삶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얼마 있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한계성을 지닌 개체지만, 우리를 만들어낸 DNA라는 유전 물질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 인간이 자행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환경파괴, 생명 파괴 현상은 결국 가족을 죽이는 일입니다.

생명은 시간적으로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있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 공간적으로도 다 이어져 있다는 겁니다.

DNA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성공해서 DNA를 많이 복제해주나 개미가 성공해서 DNA를 많이 복제해주나, 아니면 병원균이 창궐해서 DNA를 많이 복제해주나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DNA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게 다 연결돼 있기 때문이죠. 생명은 이처럼 영속성과 더불어 연속성을 지닙니다.

생명은 태초에 하나로부터 전부 갈려 나온 겁니다. 생명은 일원성을 지닙니다. 이 부분이 제가 평생 연구하고 있는 찰스 다윈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입니다. 이 세상은 따로따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진화의 과정을 거쳐 하나로부터 분화돼 나왔다는 얘기를 한 겁니다.

인간은 어쩌다보니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결과로 태어난 겁니다.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 중에 일부가 뭍으로 올라오면서 육지동물이 생겨났고, 그 육지동물 중 누구는 파충류가 되고, 누구는 조류가 되고, 누구는 포유류가 되고, 포유류 중에서 영장류로 진화한 친구들이 있고 그 영장류들이 가지를 치다가 그 가지의 어느 한 끝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이 태어난 것이지, 태초부터 인간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이 모든 생물이 존재했던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여러분이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는 건 어마어마한 확률의 우연 덕입니다. 곱하고 곱하고 곱해서,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서 생명은 우연의 결과물입니다.

찰스 다윈이 1859년에《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냈는데요, 제일 유명한 문장 중 하나입니다.

"태초에 하나로부터 아름다운, 이 기가 막힌 형태들이 진화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다윈은 유전자의 존재를 전혀 모르던 사람입니다. DNA의 존재를 모르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이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로부터 왔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유추해낸 사람입니다.

적자 생존의 영어 표현은 ‘survival of the fittest‘라는 최상급입니다. 그런데 저는 다윈 선생님이 실수하셨다고 생각합니다. ‘the fittest‘라고 하면, 최고로 적응 잘한 친구 하나만 살아남았다는 뜻입니다. 만약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했다면, 그냥 적당히 적자생존이 아니고 ‘최적자생존‘ 이라고 해야 맞는 겁니다. (중략) 서양 사람들은 저 표현을 들을 때마다 1등이 아니면 죽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세상이 1등만 남겨놓고 모두가 죽는 세상은 절대로 아니잖아요. 세상이 어려워지면 꼴등이 떨어져나가는 거죠. 꼴지만 아니면 살아남을 가능성을 갖고 사는 거죠.

생존투쟁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자원을 원하는 존재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반드시 남을 죽이고 남의 피를 빨아야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시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는 걸 다윈 선생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저 같은 생물학자에게 자연계의 가장 위대한 성공사례가 뭐냐고 물으면 열 명 중에 아홉 명이 이렇게 말합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과 그들을 방문해서 꽃가루를 옮겨주고 그 대가로 꿀을 얻는 곤충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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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공간의 속도‘라는 개념을 잠깐 살펴봤었는데 저자는 이 ‘공간의 속도‘라는 것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자 나름의 논리적인 공식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 공식을 바탕으로 저자가 어떠한 내용을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보면 저자가 개발한 공간의 속도를 측정하는 공식을 이용하여 서울 시내 주요 거리인 홍대 앞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명동, 강남대로, 테헤란로 이렇게 5군데를 비교분석하는 자료가 있는데, 결론은 공간의 속도가 낮을수록 사람들이 더욱더 걷고 싶어하는 거리라는 것이었다. 또한 이 공간의 속도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이벤트 밀도와도 유사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데 저자의 이러한 접근 방법이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책이 출간된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뒤늦게나마 잘 알지 못했던 이러한 시각 혹은 관점에 대해 배울수 있게 된 것에 의의를 두고싶다.

뒤이어 관련 내용을 추가로 좀 더 읽다보니 위에서 언급했던 공간의 속도가 무작정 느릴수록 좋은 건 아니고 사람이 걷는 속도인 4km/h (시속 4km) 정도 수준에 가까울 수록 좋다는 얘기가 있어서 제약조건을 덧붙인다. 오히려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도 느린 경우에는 지루함 혹은 따분함 때문인지 걷고 싶은 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일리가 있어보인다.


뒤이어 나오는 2장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에서는 도시를 형태와 재료라는 두 가지 요소의 많고 적음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저자는 아름다운 도시 요소의 특징으로 다양한 형태와 동일한 재료를 꼽고 있다. 본문에서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 저자가 언급한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였는데, 이와 관련된 저자의 얘기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 했던 시간이었다.

또한 발코니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읽었던 동 저자의 인문 건축 기행에 나오는 내용들과 어느정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익숙하게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저자는 도시의 발코니가 오픈되어 있어야 도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기존에 있던 발코니마저도 알루미늄 샤시로 내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이로 인해 도시가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안타까워 한다.

이와 관련하여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방식도 언급되는데, 그가 건축분야에서 영향력있는 인물이긴 하나 그가 추구하는 건축 방식이 현대 도시의 폐쇄성을 촉진시켰다는 견해도 저자는 덧붙이고 있다. 자연을 온전히 체험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게 만든 것에 대해 저자는 아쉬움을 나타낸다.

위에 언급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건축가들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조금씩 다르기에 하나하나 왈가왈부 하긴 힘들지만, 저자의 견해를 보면서 르 코르뷔지에에 대해 약간은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위대한 대가라고 해서 단점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님을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좀 더 설명을 보태자면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의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는 반면, 저자는 건축의 감성적인 면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음을 책에 나온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을 저자는 자전거의 두 바퀴에 비유하는데 하나가 건축의 기능적인 바퀴라면,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역할을 하는 바퀴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 것이다. 다만, 현실의 건축은 감성적인 면보다는 기능적인 면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감성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축이 사람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음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기능적으로는 같은 건물일지라도 건물의 외관이나 내부에 독특한 디자인들이 있는 건물이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감동을 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예산제약이라든지 건축 효율성 등의 이유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 저자는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말은 아니지만 독자인 내 머릿속에 문득 ‘효율성과 예술성은 서로 양립하기 힘든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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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를 바꿔서 3장에는 펜트하우스와 관련된 얘기들이 등장한다. 처음 등장하는 사례는 ‘팬옵티콘‘이라는 감옥인데, 이 감옥의 디자인 자체가 위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며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공간이 창출하는 권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이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도시가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인데 개선문을 중심으로 도로가 사방으로 퍼지는 방사형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어디에 위치해있느냐에 따라 권력을 차등적으로 갖게 된다고 한다.

또한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에는 방사형 구조와 대비되는 격자형 구조가 나오는데 이는 모든 위치에서 바라보는 관계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인해 권력이 차등적이지 않고 동일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다만 동일함은 도시를 단조롭게 느끼게 할 수 있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같은 도시에서는 변칙적으로 대각선 길인 브로드웨이같은 길을 만들어 격자형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단조로움을 탈피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우선 공간의 속도를 대략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 간단한 공식을 만들어 보았다. 원리는 간단하다. 거리를 구성하는 면적에 그 위에 있는 사람이나 자동차의 평균 속도를 곱해서 더한 후에 전체 면적으로 나눈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공간 속에 움직이는 개체의 대략적인 속도를 계산할수 있다. - P38

공간의 속도={(차도 면적 x 차의 평균 속도) +  (인도 면적 x 보행 속도 평균 속도)+ (데크 면적 x 1km/h) + (주차장 면적 x 1km/h)}
÷전체 면적 - P39

데크: deck. 집 앞면이나 후면에 마루처럼 달아내어 앉아서 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 - P385

이벤트 밀도와 거리 공간의 속도는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지표 - P40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식을 통해서 우리는 이제 거리 공간의 속도감을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방식은 추후에 도시설계를 할 때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치수로도 사용 가능할 것이다. - P44

Ss: Space speed 의 약자. 이벤트 밀도의 e/c와 더불어서 공간의 속도를 측정하는 단위이다. - P385

앞선 조사 결과를 보면 거리의 속도가 사람의 걷는 속도인 시속 4킬로미터와 비슷한 값을 가질수록 사람들이 더 걷고 싶어 하는 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만약에 시속 4킬로미터보다 느린 값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빠른 속도의 공간만큼이나 걷고 싶지 않을 것이다. - P44

자신이 노출된다는 것은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을 말하고 그런 환경은 경험자가 부담을 느끼게 된다. - P44

사람은 적당히 그 공간에 묻혀서 걸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의 속도를 가진 공간을 원한다. - P44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 P46

보통,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나머지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거리를 완성하는 요소이지만 만들기 시작하는 요소는 아니다. - P46

구축 기술적, 건축 재료적 제약들이 도시 DNA의 통일성과 조화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선 이후 크레인과 철골 구조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쉽게 휴먼 스케일을 넘어선 대형화로 진행 가능해졌다. - P50

지나치게 커져 버린 건축물들 사이에서 인간은 소외되기 시작했고, 빠른 자동차가 이동하는 거리에서 사람들은 옆으로 비켜나게 되고 더 왜소해지기 시작했다. - P50

건물이 커질수록 대부분의 일들은 건물 내부에서 해결이 된다. 최근에는 원스톱 쇼핑이라고 해서 한 건물 안에서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수영도 할수 있는 대형 건물들이 들어선다. 건물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이상 거리로 나와서 다니지 않았고,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없어지는 도시 공간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 P50

건축 재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현대 도시는 전 세계에서 수입되어 오는 재료들이 난무한다. 따라서 통일성과 컨텍스트가 부재한 카오스적인 도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 P51

컨텍스트 : context. 건축에서는 통일감을 통해서 만들어진 어떤 가치를 지칭한다. 따라서 컨텍스트가 있다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 P385

커튼월 : curtain wall. 커튼처럼 건물의 외벽이 유리창으로만 된 건축 입면. - P385

사실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도시가 되려면 겨울에 아름다워야 한다. 가로수 한그루 없는 유럽의 도시들이 가로수가 많은 우리나라 도시보다 더 아름답다면 우리 도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 P51

각각 건물의 형태는 경제적인 원리로 비슷하게 나오는 : 제한된 땅에 최대한 법적으로 허용하는 면적을 만들고 가장 저렴하게 지을 형태를 찾다 보면 꽉 찬 상자모양의 건물이 나오는데, 그것을 뜻함. - P386

도시를 형태와 재료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나누어 본다면 도시는 네 종류가 나올 수 있다. 형태도 단순하고 재료도 단순한 경우(한국의 아파트 단지), 형태는 복잡하고 재료는 단순한 경우(그리스 산토리니 섬), 형태는 단순하고 재료는 복잡한 경우(서울의 논현동 뒷골목), 형태도 다양하고 재료도 다양한 경우(서울의 청담동 명품 플래그샵 거리)이다. - P52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형태는 다양하고 재료가 통일되었을 때 도시 공간이 다이내믹하고 좋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52

보스턴의 뉴베리 거리는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유서 깊은 오래된 건물이 있는 거리로 유명하다. 보스턴 시는 이 뉴베리 거리에 신축되거나 리모델링되는 건축물의 재료를 모두 붉은 벽돌을 사용하게 규제함으로써 재료의 통일감을 보존하여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 P52

지역성이 드러나는 재료의 통일성은 일단 좋은 도시로 가는 한 가지 전략 중에 하나라는 것을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보면 느낄 수 있다. - P54

골목과 복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근본적인 차이는 하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 P55

르 코르뷔지에의 디자인에서 자연은 일상에서 체험되기보다는 보기만하는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계획안은 실패하였다. 자연을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이해했을 때 건축 디자인은 실패한다. - P56

하나의 훌륭한 도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건축물도 중요하고 자연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도시를 훌륭하게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성공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은 도시환경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 P57

우리의 아파트가 삭막하긴 하지만, 그나마 발코니가 사적인 외부 공간으로서 약간의 개인 마당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 발코니마저 창틀을 통해서 내부 공간화시키고, 발코니 확장으로 방을 만들어 버리면서 우리의 도시 풍경은 사람들의 삶이 보이지 않는 삭막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된 것이다. - P59

우리의 도시가 살 만한 거리로 채워지기 위해서는 건축물에 사람 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유리창 대신에 발코니가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보다 더 좋은 방식은 우리나라 도시의 특징인 경사지와 구릉지를 이용해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테라스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 P59

각각의 도시는 나름대로의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다.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나라의 기술, 경제, 사회가 만들어 낸 선이다. 그 선은 하늘과 인간이 줄다리기를 한 결과물이다. - P61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스카이라인 대신 지평선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땅과 하늘이 만나는 자연의 선을 보며 살았다. 과거 인간은 자연과 자연이 만든 지평선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하였으나, 현대 시대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이 만든 건축물들과 자연인 하늘이 만나는 것을 본다.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이 어우러져서 복잡한 선을 만들고 있다. 신은 지평선을 만들고 인간은 스카이라인을 만든 것이다. - P61

돔은 아치 구조를 180도 회전시켜서 나오는 구조체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 옛사람들은 나무로 틀을 짜서 돔의 내부를 만들고 그 외부에 돌, 벽돌, 콘크리트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돔을 만든 후에 내부에 있는 나무 구조체를 해체하였다. 엄청나게 많은 목재가 들어가는 기술이었다. - P63

천재 건축가 부르넬레스키가 목재를 적게 사용하고 돔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구조법을 개발하여 지금 우리가 보는 피렌체의 대성당 돔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건축 방식으로 특허를 냈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특허권이었다. - P63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한마디로 엘리베이터가 만든 스카이라인이다. 뉴욕은 섬이기 때문에 땅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조건에서 고층에 쉽게 올라갈 수 있게 해 주는 엘리베이터라는 기술과 고층 건물을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새로운 철골 구조라는 기술이 합쳐져서 이전에는 없었던 하늘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뉴욕만의 독특한 고층 건물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낸 것이다. - P63

로마, 피렌체, 뉴욕의 경우를 보아서 알 수 있듯이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당시의 건축 기술력, 문화적 가치, 경제적배경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 P65

종이에서 연필을 떼지 않고 한 번에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특징지어서 그럴 수 있다면, 그 도시는 성공적인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P65

아트버스터 : Artbuster. ‘예술성을 갖춘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 기존에는 소수 마니아들에게나 관심을 받던 예술 영화가 최근 들어 영화팬들의 수준 향상과 저변 확대로 인해 큰 주목을 받고 히트작 반열에 드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 P386

건축가는 항상 건축주와 시공자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 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협업해야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음악처럼 콘셉트부터 완성품까지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 P66

화가도 혼자서 작품을 완성하지만 그 작품은 미술관이나 화랑에 가야만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반면 대중음악은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든 편하게 선택하고 소비할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어느 예술에서도 찾기 힘든 장점인듯하다. - P66

필자는 예술을 ‘인간의 감정을 일으키는 무엇‘이라고 정의한다. 마음속이 잔잔한 호수처럼 조용하다가도 어떤 노래를 듣거나 소설을 읽으면 마음속에 새로운 감정이 솟아난다. 그러면서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과 자신의 인간됨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 P66

배불리 먹고 잘 잤다고 인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가슴속에 무엇이 됐든 감정이 솟아날 때 비로소 인간됨을 느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예술은 감정을 일으켜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100원을 지불하고서 디지털 음원을 구입하는 이유는 그 노래를 들을때마다 내가 원하는 감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음악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 P66

20세기 초반에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는 주택을 "사람이 살 수 있게 하는 기계"라고 정의 내렸다. 건축에서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기능은 건축이라는 자전거의 두 바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자전거가 굴러가려면 두 개의 바퀴가 필요하듯 건축은 기능 이외에도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바퀴가 필요하다. 현대 도시의 건축에서 부족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빠른 자동차를 위한 길과 넓은 집들을 추구했지만 정작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성을 깨우는 공간을 놓쳐 온 것이다. - P68

계절에 어울리는 한 곡의 노래가 우리의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것같이 감성을 울리는 건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건축은 대중음악이 팔리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장에서 잘 팔리는 건축이 될 것이다. 또한 그런 건축이 많아질 때 현대 도시는 더 아름다워 질 것이다. - P68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는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가장 확실히 보여 주는 공간 형태다. 건축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구조를 그 내부에 숨기고 있다. - P71

‘공간은 권력을 만들어 낸다‘라는 명제를 팬옵티콘(Panopticon)처럼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팬옵티콘‘이라는 단어를 분석해 보면, 전체를 뜻하는 ‘pan‘과 바라본다는 뜻의 ‘optico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번역하면 ‘모두 본다‘라는 뜻이 된다. - P73

팬옵티콘은 감옥이다. 특이한 점은 이 감옥의 디자이너는 건축가가 아닌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라는 것이다. 그는 1791년 죄수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팬옵티콘을 설계하였다. - P73

1975년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nish)』에서 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가 계속해서 감시를 당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삶과 비슷하기 때문에 팬옵티콘의 디자인과 우리가 사는 사회 구조는 유사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유명해진 계획안이다. - P73

죄수를 감시하는 것은 간수가 아니라 팬옵티콘의 공간이라고 - P75

방사형 도시 구조는 방사상의 중심점에 서 있느냐, 반대로 주변부에 서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을 차등적으로 갖게 된다. - P75

격자형 도로망은 모든 코너가 동일한 권력의 위계를 갖는다. 모든 코너가 바라보는 관계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격자형 도시 구조는 방사형 도시 구조에 비해서 평등한 민주적인 공간 구조라고 할 수 있다. - P76

뉴욕 같은 경우에는 이 같은 격자형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브로드웨이가 디자인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공 공간은 격자형과 대각선이 만나서 삼각형 같은 독특한 공간 구조가 형성되는 결절점 부분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뉴욕의 타임스퀘어가대표적인 예이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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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기회가 되어 이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 살아갈 지혜를 얻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지금은 미처 예상치 못한 지혜들 또한 덤으로 배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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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를 읽으면서는 저자가 연구해온 곤충들에 대한 이야기들과 더불어 저자인 최재천이라는 사람이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의 과정들을 쭉 살펴볼 수 있었다. 특별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저자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정적이고 좋다는 이유로 선망하는 길이 아닌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나갔다는 것이었다. 저자의 친구들은 다들 의대에 진학했는데, 저자만 다른 학과에 진학하게 된 이야기부터 해서 저자가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과정 그리고 미국 현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보면서 저자의 말처럼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어쩌면 우연이 연속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으로 인해 또다른 기회를 얻게 되고 하는 것들을 보며 참으로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왔던 저자였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남들과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면 저자만의 색깔있는 생각이나 글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저자는 비록 독특한 길이었지만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내고, 이렇게 사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신선하게 느껴지는 저자만의 얘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게으른 자들아,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잠언 6장 6절)

곤충은 작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사는 모습이 참 비슷합니다.

식물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먹이사슬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맨 밑바닥이 없어진다는 거잖아요. 그럼 어마어마한 붕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식물계 바로 위에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계가 곤충계죠.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가 멸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과 그들을 방문해서 꽃가루를 옮겨주고 그 대가로 꿀을 얻는 곤충의 관계

꽃을 피우는 식물은 자연계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존재이고, 곤충은 숫자로 가장 성공한 존재입니다. 이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며 물고 뜯어서 성공한게 아니고 서로 손잡고 함께 성공한 겁니다.

여러 동물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자연스레 인간의 모습이 보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도 전 생명의 진화사를 함께 걸어온 엄연한 동물이기 때문이지요.

생명은 한계성도 지니지만, 영속성을 지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이 늘 궁금했기 때문

‘브라운 백 런치 brown bag lunch‘ (중략) 누런 종이봉투에 싸온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발표도 하고 질문도 하는 건데,

선생님(해밀턴)은 어떻게 해서 일개미들이 희생정신을 발휘하게 됐는지에 대한 결정적 이론, 이른바 포괄적합도 이론inclusive fitness theory을 만들어내신 분이에요.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 수컷이 암컷보다 아름다운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선택권이 암컷에게 있기 때문에 수컷은 선택을 받기 위해 노래도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춤도 더 잘 춰야 하고 더 예뻐야 하는 거죠.

굉장히 화려한 색을 띠는 아름다운 수컷은 사실 훨씬 더 많은 기생충을 가지고 있더라

"누구나 기생충은 다 갖고 사는 거야. 그런데 나는 기생충을 갖고도 색깔이 이렇게 대단하고, 노래도 잘 불러. 내 유전자가 얼마나 좋으면 내가 이럴 수 있을까?" (중략) 유전적 탁월함을 보여주는 그런 과정이라는 거죠.

흰개미와 사촌 격인 곤충 (중략) ‘민벌레 Zoraptera‘

1인자가 되기도 쉽고, 1인자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하면 죽기 전에 1인자가 되기 힘들어요. 그런데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면 1인자가 돼요.

그러니까 너무 세상이 원하는 것을 하려고만 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코스타리카에 몬테베르데Monteverde라는 참 아름다운 고산지대가 있어요.

개미들은 나라를 건설할 때 여왕개미들끼리 자주 동맹을 맺습니다. 여왕 혼자서 키우면 일개미 몆 마리밖에 못 키우는데, 대여섯 마리가 함께 키우면 일개미 20~30마리를 한꺼번에 키워낼 수 있거든요.

살아남기 위해 여왕개미들이 동맹을 많이 맺어요.

민벌레는 옴길이가 2밀리미터 밖에 안됩니다. 정말 작아요.

개체 또는 유전자 수준의 자연선택이 아니라 집단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

유전자 수준의 자연 선택이 훨씬 막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너무나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집단 수준의 자연 선택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정도의 분위기

"수학을 못한다고 진화생물학 분야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수학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이과 계통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연구가 많다."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죠. 수학을 잘한다면 훨씬 유리합니다. 수학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굉장히 막강해지거든요. 대부분의 분들이 수학적으로 설명을 잘 못하고 있는 와중에 그걸 가지런히 설명해주면 단숨에 대가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화생물학과 동물생물학도 수학을 진짜 잘하면 해볼 만한 분야다. 그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의 결과물

"아름다운 방황을 해봐라!"

인생의 초반부에 방황하는 게 훗날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위화의《활착》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활착‘은 ‘뿌리 내리다‘ ‘삶을 시작하다‘ 이런 뜻 (중략)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 때, 제목을 ‘인생‘이라 붙였어요.

이 책(활착)이 말하는 것은 "인생은 제법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지는 거다"예요. 내가 멋있게 살아보려고 해서 뭐가 제대로 되는 게 아니라 살다보니 그런 삶을 사는 거라는, 정말 맥 빠지는 소설입니다.

우리 인간은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자기 인생을 기획할 줄 아는 동물일 겁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남이 하라는 대로 하지 말고, 부모님이 시키는 인생 그대로 따라 살지 말고 멋있게 내 인생을 디자인 해보면 어떨까,

왜 하필이면 그 때

그 모든 우연이 다 들어맞아서 그분(조지 에드먼즈 교수)이 제 앞에 나타나주신 겁니다. 직접 오셔서 제 미래를 보여주신 겁니다. 과학자가 이런 얘기하면 안 되겠지만, 다른 설명이 불가능해보입니다. 그분은 신이 제게 보내주신 천사였습니다. "방황하는 최재천이에게 가서 그의 미래를 보여주고 와라." 그래서 저한테 다녀가신 것 같아요.

"혹시 오늘 이 자리에서 저 때문에 딱 한 명이라도 인생의 길을 찾는다면 저는 너무너무 값진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왔습니다."

어마어마한 데이터베이스의 힘이라는게 기가 막힌 겁니다.

영장류 연구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 같았어요.

세계적인 영장류 연구 국가들이 있습니다. 영장류 연구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이 다섯 나라가 꽉 잡고 있습니다.

저는 과학이 늘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인간은 인간이란 동물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가봐요.

돌고래는 초음파로 신호를 보내고 대화를 나누는 동물입니다. 콘크리트 수조 안에 갇히면 소리가 반사되어 이명을 앓는 것과 같습니다. 소리 지옥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돌고래 쇼는 없어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 번쯤은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더 행복한 삶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게 뭔지 생각해봤어요. ‘지붕이 있는 직업‘일 겁니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직업.

저는 아직도 제 지붕이 얼마나 높은지 모르고 삽니다. 하늘이 얼마나 높은 줄 모릅니다.

저는 아직도 꿈이 많아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학문의 경계를 낮추고 넘나드는 시대를 맞은 겁니다.

저는 학문의 경계를 넘는 사람들이 21세기의 주인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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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는 평균과 분산 표준편차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서 다루었고 오늘은 모집단과 표본에 관한 얘기로 시작한다. 대부분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통계 수업시간에 다루는 개념들이긴 하지만, 각각의 의미를 좀 더 곱씹어본다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 듯 하다.

개인적으로 ‘장기적 사전 도수 확률‘과 ‘중심 극한 정리‘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감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독서를 통해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하게 된듯 하다. 읽으면서 기본이 참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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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바꿔서 귀무가설과 대립가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 두 용어는 오래전 통계과목을 배울 때 얼핏 들어봤던 것들인데 평상시에 잘 쓰는 용어가 아니다보니 그 개념에 대해서도 잊어버린지 오래였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다. 저자께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용이한 예시들을 사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데, 이 쪽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든 여러 예시들 중에 영화《살인의 추억》에 나왔던 대사를 통해 귀무가설과 대립가설의 개념을 직관적인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영화《의뢰인》에 나왔던 사례를 통해 각각의 가설들이 오류가 발생한 상황을 지칭하는 ‘1종 오류‘ , ‘2종 오류‘에 대한 개념 설명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1종 오류는 실제로는 참인 것을 거짓이라고 판단하는 오류인 반면, 2종 오류는 실제로는 거짓인 것을 참이라고 판단하는 오류를 지칭한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위에 언급한 귀무가설의 옳고 그름을 증명하기 위한 지표인 ‘유의수준‘과 ‘유의확률‘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가 나온다. 유의수준은 p-value 라고도 하며, 가설에 대한 검정 결과가 잘못될 가능성의 설정 수준을 지칭하는데 이는 사전적으로 설정되는 값인 반면 유의확률은 가설을 검정한 결과 사후적으로 해당 가설이 틀린 확률을 지칭한다.

개념적으로만 보면 약간은 어려울 수도 있는 개념이지만, 저자가 책에 나온 사례에 개념들을 적용하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제대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통계시간에 교과서에 나온 개념만 보면 왠지 딱딱해서 잘 와닿지 않는 느낌도 들 수 있지만, 확실히 예시와 함께 보다보니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어서 유익했던 것 같다.

여기서의 핵심은 p.46에 밑줄친 내용 중에 나오는 ‘참을 거짓으로 판명(1종 오류)하고 거짓을 참으로 해석(2종 오류)하는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경계선을 정하고자 함‘ 이라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유의수준과 유의확률은 일종의 경계선이라는 말이다. 데이터가 예상했던 경계선 범위 안에 있으면 가설이 옳은 것이고, 경계선 범위 밖에 있으면 가설이 틀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 분야에서는 데이터 분석 시 표본조사를 수행한다.
전체에서 선택된 표본은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표본을 선정하면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 P31

전체를 대변할 표본을 선정할 때에는 몇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분석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국가 또는 지역인지, 사람이 대상인지 동물이 대상인지, 기업인지 또는 그에 포함된 제품이나 품질인지 등이다. - P31

둘째, 전체 대상에서 어느 부분을 표본으로 구성할지를 정하고 추출 방법을 선택한다. 즉, 표본을 추출하는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홀수인지 짝수인지, 선입선출인지 무작위인지 등이 있다. - P31

셋째, 표본의 구성과 추출 방법을 정한 다음에는 표본의 크기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도 역시 전체 집단을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대표하는 크기를 산정해야 한다. 표본 추출 방법과 표본 크기는 시간과 비용, 조사 목적, 방법을 면밀히 검토하고 고민해 선택한다. - P31

당연히 표본은 전체를 대변하고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며 목적과 분석 방법이 고려돼야 한다. 표본을 선정하는 데 표본 추출 방법과 크기도 중요하지만,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을 명확히 설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P31

데이터 분석은 우리 생활에서도 이루어진다. 기업의 전문적 시장 분석만이 아니라 물건을 하나 살 때도 머릿속에서는 쉴 새 없이 분석을 한다. 이때 대상이 정확하면 경험적 분석을 바탕으로 좀 더 효율적인 정답을 유추할 수 있다. - P32

우리의 일상은 불확실한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판단하는 사고(데이터 분석)의 연속이다. - P32

선택된 자료(표본)로부터 전체(모집단)의 특성을 추출할 때 해당 표본이 전체를 얼마나 잘 대표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확률은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러한 확률은 절대적 또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다. - P32

절대적 확률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예측 또한 가능하다(사전적 확률). - P33

쉬운 예로 ‘러시안 룰렛‘이 있다. 권총에 총알을 한 개만 넣고 총알의 위치를 알 수 없게 탄창을 돌린 후 참가자들이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총알 6개가 들어가는 총에 총알을 한 발만 장전하면 이 게임에서 누군가 죽을 확률은 1/6이다. 여기에 이론의 여지는 없다. - P33

상대적 확률은 어떨까?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은?
주사위를 던져 1이 나올 확률은? 전자는 1/2, 후자는 1/6이다. 그런데 정말 동전을 두 번 던지면 앞면이 반드시 한 번은 나올까? 주사위 역시 6번 던지면 반드시 한 번은 1이 나올까? 결론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직관적이기보다는 경험 또는 실험 및 관측의 결과로 확률이 계산된다(장기적 상대도수 확률). - P33

동전을 몇 번을 던지면 1/2, 즉 50% 확률이 될까? 100번? 1,000번? 10,000번? 확실한 것은 던지는(실험) 횟수를 늘려 반복하면 할수록 우리가 기대하는 50% 확률을 수렴해간다는 점이다. - P34

동전 던지기의 실험을 10,000번할 때 1,000번 만에 앞면이 504번 나왔다면 그 확률은 50%를 충족하게 된다. 그러면 10,000번을 실험하지 않아도 1,000번의 실험을 통해 이미 상대적 확률 50%를 확인한 셈이 된다. 여기서 실제 실험 횟수인 1,000번은 10,000번을 대표하는 표본이 되며, 1,000번의 실험으로 그 결과를 정확히 도출한 게 된다.
따라서 표본이 전체를 대표하는 실험과 관찰은 확률에 의존적이며 영향을 많이 받는다. - P34

어떤 확률을 구하기 위해 실험과 관찰 횟수가 많아지면 얻고자 하는 확률을 수렴할 것이다. 이러한 확률을 평균이라 부른다. 확률에 따른 평균은 한두 번의 관찰만으로 얻기 어렵다. 관찰 범위가 많아질수록 주사위나 동전의 확률처럼 높아질 것이다. - P34

데이터 분석은 표본을 통해 전체를 이해해야 하므로 전체로부터 표본을 선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표본 선정 과정에는 자연스럽게 확률이 적용되고 확률은 평균과도 연결된다. - P35

거래처 1,000곳에서 표본 100개를 뽑는 경우의 수는 매우 많다.

여기서 경우의 수는 순서를 고려하지 않는 무작위 추출(조합) 1000 Combination 100로, 6.38505×10^139를 의미한다. - P35

전체로부터 표본을 추출하는 과정은 확률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결합돼 있다. - P35

어떤 과정을 따라 어느 부분을 표본으로 추출하든 표본 역시 해당 표본만의 특성(표본 통계)을 가진다. 표본의 다양한 특성 중에서도 표본의 중심 성향을 파악하는 표본 평균은 매우 중요하다. - P36

일반적으로 모집단의 규모가 클수록 해당 모집단의 평균을 미리 알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표본을 추출해 분석하는데, 특이하게도 모집단에서 추출한 표본 평균은 모집단의 평균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으로 분포한다. 이는 모집단의 평균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모집단으로부터 추출한 여러 표본의 각 평균은 모집단의 평균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 형태로 분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표본평균의 분포 특성을 설명한 이론이 중심극한정리 Central limit theorem다. - P36

드무아브르가 즐겨 하던 주사위 놀이는 주사위 두 개를 동시에 던져 나오는 수의 합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었다. 그는 놀이와 휴식을 위해 주사위 던지기를 했지만그 순간에도 예측한 수가 나오는 확률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꾸준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 P37

주사위 두 개를 동시에 던져 나오는 수의 합을 매번 기록하고, 꽤 긴 시간 기록된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의 평균을 구했다. 그 후 매일 그날의 주사위 놀이 평균을 구하였고 며칠 뒤 매일 진행한 주사위 놀이의 평균이 앞서 기록한 전체 평균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 형태로 분포돼 나타남을 확인했다. 또한 주사위를 던지는 횟수가 많은 날은 더욱더 전체 평균에 가깝게 분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것이 그(드무아브르)가 최초로 발견하고 정리한 ‘중심극한정리‘다. 그(드무아브르)는 논문에서 시행 횟수가 많을수록 이 공식이 정확해지지만 100번 정도만 시행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 P38

놀라운 것은 표본의 크기(표본에 포함된 관측 값의 개수)가 커질수록 표본들의 평균값은 모집단의 평균값에 더욱 근접해 분포한다는 점이다. 100개에서표본 10개를 뽑는 것보다 30개를 뽑으면 더 정확하게 전체 평균이 근접해 대칭 분포를 형성한다. 100개 중 90개를 표본으로 삼으면 거의 전체 평균의 중심에 붙어 표본의 평균이 좌우 대칭을 이룬다. - P38

중심극한정리는 데이터 분석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이다. 이것은 모집단에서 추출한 표본이 충분히 전체를 반영해 설명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다시 말해, 모집단의 성격과 분포가 어떠하든 상관없이 표본평균의 분포는 모집단의 평균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이 되며, 이를 통해 충분히 전체를 대변할 수 있다. - P38

표본은 전체에서 추출한 확률이다. 따라서 표본평균의 분포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중심극한정리는 확률분포에 의거하며 이러한 확률분포를 ‘정규분포‘라 부른다. - P38

세상의 모든 현상은 정규분포를 따른다. 기업의 매출, 시장의 공급과 수요, 키와 몸무게도 모두 정규분포 형태를 띤다. 어떤 현상을 관찰한 결과가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 P38

통계학에는 다음과 같은 속설이 있다. ‘통계는 틀린 것은 증명할 수 있어도 맞는 것은 증명하기 어렵다.‘ 수학을 기반으로 한 통계학에서 나온 속설치고는 역설적이다. 그만큼 이미 정설로 굳어진 진리는 번복하기 어렵다는 표현일 것이다. - P40

가설假說을 한자 그대로를 해석하면 ‘거짓 또는 임의로 정한 이야기‘다. 일상에서 비슷한 개념으로 ‘가정假定‘ 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 P40

데이터 분석에서 가설은 ‘탐구 대상이 되는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실험과 관찰을 통해 논리적으로 증명해 나가는 이론‘을 뜻한다. - P41

중요한 것은 과학적 자료와 논리적인 증명이다. 가설이 과학적 자료의 실험과 관찰을 통해 논리적으로 증명되면 진리로 굳어진다. - P41

반드시 과학적 자료가 존재해야 하며 이를 실험하고 관찰해 논리적인 증명이 이루어저야 가설이 성립된다. 적어도 통계에서는 말이다. - P41

가설은 꼭 내가 얻고자 하는, 증명하고자 하는 상황만을 설정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항상 그렇지는 않다. - P41

가설은 내가 얻고자 하는 상황을 설정한 ‘대립가설‘과 이와 반대되는 상황인 얻고자 하는 진실과는 반대의 상황을 설정한 ‘귀무가설‘로 나눌 수 있다. - P41

이미 진실로 굳어진 사실 (대립가설)은 증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데이터를 분석할 때는 일반적으로 귀무가설을 세우고 해당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본인의 이론을 논리적으로 확정한다. - P42

가설의 설정과 증명 과정은 꼭 숫자를 통한 데이터 분석이 아닌 일상에서도 유용하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싶다면 그 반대인 귀무가설을 설정하고 그것이 거짓임을 증명하면 어떨까? - P43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사실은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간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 - P43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는 과정에서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것은 대립가설이든 귀무가설이든 해당 가설이 맞고 틀린지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P43

"하나, 둘, 셋을 세면 저 문으로 죽은 부인이 등장할 겁니다." - P44

"여러분도 아직 부인이 죽었다고 믿지 않는데, 심증만으로 남편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 P44

변호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진짜 무죄지만,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된다면 어떨까? 이는 귀무가설이 거짓이 되는 경우로, 여기서 얻고자 하는 결과를 도출한 것이 된다. 즉, 대립가설이 선택된 경우다. 그러나 이것은 가설 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첫 번째 오류 (제1종 오류)로, 귀무가설이 참임에도 거짓으로 오판한 경우다. - P44

두 번째 오류 (제2종 오류)는 반대의 경우다. 남편이 진짜 범인임에도 무죄를 선고받았다면 어땠을까? 이러한 제2종 오류는 귀무가설(남편은 무죄다)이 거짓이지만 참으로 선택하면서 발생한 오류다. - P45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귀무가설의 참과 거짓을 반대로 선택한 경우로, 참일때 거짓을 선택하고 거짓일 때 참을 선택한 오류라고 보면 된다. - P45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준 - 유의수준과 유의확률 - P45

"네, 믿을 수 있습니다. 우선 하반기 공급량은 1,500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따라서 ‘공급량은 1,500대가 넘지 않는다‘라는 귀무가설을 정하고 유의수준 5%를 설정했습니다. 검정 결과 유의확률이 2%로 나와서 해당 귀무가설을 버리고(기각) 대립가설(1,500대가 넘을 것이란 예상)을 채택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 유의수준(P value라고 하며 p로 표기)은 무엇이고 또 유의확률은 무엇이란 말인가? - P45

유의수준 5%는 가설에 대한 검정 결과가 잘못될 가능성을 5%로, 반대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을 95%로 설정하겠다는 뜻이다. - P46

분석 결과에서 유의확률은 공급량이 1,500대가 넘지 않을 확률을 5%까지만 허용하며, 95%는 확실히 1,500대가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는 것 - P46

설정한 귀무가설인 ‘공급량은 1,500대가 넘지 않는다‘가 참일 가능성이 2%로 나왔으므로 설정한 유의수준인 5% 미만이 돼 (98%가 거짓) 해당 귀무가설을 기각한 것이다. - P46

그러면 이 유의수준과 유의확률은 왜 정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앞서 영화 「의뢰인」에서 설명한 오류, 즉 귀무가설이 참인데 거짓으로 판명하고 거짓인데 참으로 해석하는 (제1종 오류와 제2종 오류는 상층적 관계)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경계선을 정하고자 함이다. - P46

유의수준 5%는 검정 결과의 유의확률이 5% 미만이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는 것이고, 그 반대로 5% 이상이 되면 무의미한 결과가 된다. 따라서 유의수준의 값이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 검정 결과는 더욱 정밀해지며 결과의 신뢰도는 높아진다. - P46

법정에서 유의수준은 무엇이며 유의확률은 무엇일까? 유의확률까지는 아니어도 유의수준과 기준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재판에서는 ‘판례‘가 유의수준과 기준점 역할을 담당하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처럼 반드시 숫자가 아니어도 된다. - P46

우리가 정한 가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준이 되는 유의수준은 앞선 사례와 지금까지의 패턴, 흐름 등으로 충분히 설정할 수 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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