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공간의 속도‘라는 개념을 잠깐 살펴봤었는데 저자는 이 ‘공간의 속도‘라는 것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자 나름의 논리적인 공식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 공식을 바탕으로 저자가 어떠한 내용을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보면 저자가 개발한 공간의 속도를 측정하는 공식을 이용하여 서울 시내 주요 거리인 홍대 앞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명동, 강남대로, 테헤란로 이렇게 5군데를 비교분석하는 자료가 있는데, 결론은 공간의 속도가 낮을수록 사람들이 더욱더 걷고 싶어하는 거리라는 것이었다. 또한 이 공간의 속도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이벤트 밀도와도 유사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데 저자의 이러한 접근 방법이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책이 출간된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뒤늦게나마 잘 알지 못했던 이러한 시각 혹은 관점에 대해 배울수 있게 된 것에 의의를 두고싶다.

뒤이어 관련 내용을 추가로 좀 더 읽다보니 위에서 언급했던 공간의 속도가 무작정 느릴수록 좋은 건 아니고 사람이 걷는 속도인 4km/h (시속 4km) 정도 수준에 가까울 수록 좋다는 얘기가 있어서 제약조건을 덧붙인다. 오히려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도 느린 경우에는 지루함 혹은 따분함 때문인지 걷고 싶은 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일리가 있어보인다.


뒤이어 나오는 2장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에서는 도시를 형태와 재료라는 두 가지 요소의 많고 적음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저자는 아름다운 도시 요소의 특징으로 다양한 형태와 동일한 재료를 꼽고 있다. 본문에서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 저자가 언급한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였는데, 이와 관련된 저자의 얘기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 했던 시간이었다.

또한 발코니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읽었던 동 저자의 인문 건축 기행에 나오는 내용들과 어느정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익숙하게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저자는 도시의 발코니가 오픈되어 있어야 도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기존에 있던 발코니마저도 알루미늄 샤시로 내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이로 인해 도시가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안타까워 한다.

이와 관련하여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방식도 언급되는데, 그가 건축분야에서 영향력있는 인물이긴 하나 그가 추구하는 건축 방식이 현대 도시의 폐쇄성을 촉진시켰다는 견해도 저자는 덧붙이고 있다. 자연을 온전히 체험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게 만든 것에 대해 저자는 아쉬움을 나타낸다.

위에 언급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건축가들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조금씩 다르기에 하나하나 왈가왈부 하긴 힘들지만, 저자의 견해를 보면서 르 코르뷔지에에 대해 약간은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위대한 대가라고 해서 단점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님을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좀 더 설명을 보태자면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의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는 반면, 저자는 건축의 감성적인 면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음을 책에 나온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을 저자는 자전거의 두 바퀴에 비유하는데 하나가 건축의 기능적인 바퀴라면,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역할을 하는 바퀴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 것이다. 다만, 현실의 건축은 감성적인 면보다는 기능적인 면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감성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축이 사람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음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기능적으로는 같은 건물일지라도 건물의 외관이나 내부에 독특한 디자인들이 있는 건물이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감동을 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예산제약이라든지 건축 효율성 등의 이유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 저자는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말은 아니지만 독자인 내 머릿속에 문득 ‘효율성과 예술성은 서로 양립하기 힘든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
.
.
챕터를 바꿔서 3장에는 펜트하우스와 관련된 얘기들이 등장한다. 처음 등장하는 사례는 ‘팬옵티콘‘이라는 감옥인데, 이 감옥의 디자인 자체가 위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며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공간이 창출하는 권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이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도시가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인데 개선문을 중심으로 도로가 사방으로 퍼지는 방사형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어디에 위치해있느냐에 따라 권력을 차등적으로 갖게 된다고 한다.

또한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에는 방사형 구조와 대비되는 격자형 구조가 나오는데 이는 모든 위치에서 바라보는 관계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인해 권력이 차등적이지 않고 동일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다만 동일함은 도시를 단조롭게 느끼게 할 수 있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같은 도시에서는 변칙적으로 대각선 길인 브로드웨이같은 길을 만들어 격자형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단조로움을 탈피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우선 공간의 속도를 대략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 간단한 공식을 만들어 보았다. 원리는 간단하다. 거리를 구성하는 면적에 그 위에 있는 사람이나 자동차의 평균 속도를 곱해서 더한 후에 전체 면적으로 나눈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공간 속에 움직이는 개체의 대략적인 속도를 계산할수 있다. - P38

공간의 속도={(차도 면적 x 차의 평균 속도) +  (인도 면적 x 보행 속도 평균 속도)+ (데크 면적 x 1km/h) + (주차장 면적 x 1km/h)}
÷전체 면적 - P39

데크: deck. 집 앞면이나 후면에 마루처럼 달아내어 앉아서 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 - P385

이벤트 밀도와 거리 공간의 속도는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지표 - P40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식을 통해서 우리는 이제 거리 공간의 속도감을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방식은 추후에 도시설계를 할 때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치수로도 사용 가능할 것이다. - P44

Ss: Space speed 의 약자. 이벤트 밀도의 e/c와 더불어서 공간의 속도를 측정하는 단위이다. - P385

앞선 조사 결과를 보면 거리의 속도가 사람의 걷는 속도인 시속 4킬로미터와 비슷한 값을 가질수록 사람들이 더 걷고 싶어 하는 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만약에 시속 4킬로미터보다 느린 값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빠른 속도의 공간만큼이나 걷고 싶지 않을 것이다. - P44

자신이 노출된다는 것은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을 말하고 그런 환경은 경험자가 부담을 느끼게 된다. - P44

사람은 적당히 그 공간에 묻혀서 걸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의 속도를 가진 공간을 원한다. - P44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 P46

보통,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나머지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거리를 완성하는 요소이지만 만들기 시작하는 요소는 아니다. - P46

구축 기술적, 건축 재료적 제약들이 도시 DNA의 통일성과 조화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선 이후 크레인과 철골 구조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쉽게 휴먼 스케일을 넘어선 대형화로 진행 가능해졌다. - P50

지나치게 커져 버린 건축물들 사이에서 인간은 소외되기 시작했고, 빠른 자동차가 이동하는 거리에서 사람들은 옆으로 비켜나게 되고 더 왜소해지기 시작했다. - P50

건물이 커질수록 대부분의 일들은 건물 내부에서 해결이 된다. 최근에는 원스톱 쇼핑이라고 해서 한 건물 안에서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수영도 할수 있는 대형 건물들이 들어선다. 건물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이상 거리로 나와서 다니지 않았고,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없어지는 도시 공간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 P50

건축 재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현대 도시는 전 세계에서 수입되어 오는 재료들이 난무한다. 따라서 통일성과 컨텍스트가 부재한 카오스적인 도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 P51

컨텍스트 : context. 건축에서는 통일감을 통해서 만들어진 어떤 가치를 지칭한다. 따라서 컨텍스트가 있다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 P385

커튼월 : curtain wall. 커튼처럼 건물의 외벽이 유리창으로만 된 건축 입면. - P385

사실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도시가 되려면 겨울에 아름다워야 한다. 가로수 한그루 없는 유럽의 도시들이 가로수가 많은 우리나라 도시보다 더 아름답다면 우리 도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 P51

각각 건물의 형태는 경제적인 원리로 비슷하게 나오는 : 제한된 땅에 최대한 법적으로 허용하는 면적을 만들고 가장 저렴하게 지을 형태를 찾다 보면 꽉 찬 상자모양의 건물이 나오는데, 그것을 뜻함. - P386

도시를 형태와 재료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나누어 본다면 도시는 네 종류가 나올 수 있다. 형태도 단순하고 재료도 단순한 경우(한국의 아파트 단지), 형태는 복잡하고 재료는 단순한 경우(그리스 산토리니 섬), 형태는 단순하고 재료는 복잡한 경우(서울의 논현동 뒷골목), 형태도 다양하고 재료도 다양한 경우(서울의 청담동 명품 플래그샵 거리)이다. - P52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형태는 다양하고 재료가 통일되었을 때 도시 공간이 다이내믹하고 좋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52

보스턴의 뉴베리 거리는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유서 깊은 오래된 건물이 있는 거리로 유명하다. 보스턴 시는 이 뉴베리 거리에 신축되거나 리모델링되는 건축물의 재료를 모두 붉은 벽돌을 사용하게 규제함으로써 재료의 통일감을 보존하여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 P52

지역성이 드러나는 재료의 통일성은 일단 좋은 도시로 가는 한 가지 전략 중에 하나라는 것을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보면 느낄 수 있다. - P54

골목과 복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근본적인 차이는 하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 P55

르 코르뷔지에의 디자인에서 자연은 일상에서 체험되기보다는 보기만하는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계획안은 실패하였다. 자연을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이해했을 때 건축 디자인은 실패한다. - P56

하나의 훌륭한 도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건축물도 중요하고 자연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도시를 훌륭하게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성공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은 도시환경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 P57

우리의 아파트가 삭막하긴 하지만, 그나마 발코니가 사적인 외부 공간으로서 약간의 개인 마당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 발코니마저 창틀을 통해서 내부 공간화시키고, 발코니 확장으로 방을 만들어 버리면서 우리의 도시 풍경은 사람들의 삶이 보이지 않는 삭막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된 것이다. - P59

우리의 도시가 살 만한 거리로 채워지기 위해서는 건축물에 사람 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유리창 대신에 발코니가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보다 더 좋은 방식은 우리나라 도시의 특징인 경사지와 구릉지를 이용해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테라스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 P59

각각의 도시는 나름대로의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다.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나라의 기술, 경제, 사회가 만들어 낸 선이다. 그 선은 하늘과 인간이 줄다리기를 한 결과물이다. - P61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스카이라인 대신 지평선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땅과 하늘이 만나는 자연의 선을 보며 살았다. 과거 인간은 자연과 자연이 만든 지평선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하였으나, 현대 시대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이 만든 건축물들과 자연인 하늘이 만나는 것을 본다.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이 어우러져서 복잡한 선을 만들고 있다. 신은 지평선을 만들고 인간은 스카이라인을 만든 것이다. - P61

돔은 아치 구조를 180도 회전시켜서 나오는 구조체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 옛사람들은 나무로 틀을 짜서 돔의 내부를 만들고 그 외부에 돌, 벽돌, 콘크리트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돔을 만든 후에 내부에 있는 나무 구조체를 해체하였다. 엄청나게 많은 목재가 들어가는 기술이었다. - P63

천재 건축가 부르넬레스키가 목재를 적게 사용하고 돔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구조법을 개발하여 지금 우리가 보는 피렌체의 대성당 돔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건축 방식으로 특허를 냈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특허권이었다. - P63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한마디로 엘리베이터가 만든 스카이라인이다. 뉴욕은 섬이기 때문에 땅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조건에서 고층에 쉽게 올라갈 수 있게 해 주는 엘리베이터라는 기술과 고층 건물을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새로운 철골 구조라는 기술이 합쳐져서 이전에는 없었던 하늘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뉴욕만의 독특한 고층 건물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낸 것이다. - P63

로마, 피렌체, 뉴욕의 경우를 보아서 알 수 있듯이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당시의 건축 기술력, 문화적 가치, 경제적배경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 P65

종이에서 연필을 떼지 않고 한 번에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특징지어서 그럴 수 있다면, 그 도시는 성공적인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P65

아트버스터 : Artbuster. ‘예술성을 갖춘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 기존에는 소수 마니아들에게나 관심을 받던 예술 영화가 최근 들어 영화팬들의 수준 향상과 저변 확대로 인해 큰 주목을 받고 히트작 반열에 드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 P386

건축가는 항상 건축주와 시공자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 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협업해야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음악처럼 콘셉트부터 완성품까지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 P66

화가도 혼자서 작품을 완성하지만 그 작품은 미술관이나 화랑에 가야만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반면 대중음악은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든 편하게 선택하고 소비할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어느 예술에서도 찾기 힘든 장점인듯하다. - P66

필자는 예술을 ‘인간의 감정을 일으키는 무엇‘이라고 정의한다. 마음속이 잔잔한 호수처럼 조용하다가도 어떤 노래를 듣거나 소설을 읽으면 마음속에 새로운 감정이 솟아난다. 그러면서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과 자신의 인간됨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 P66

배불리 먹고 잘 잤다고 인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가슴속에 무엇이 됐든 감정이 솟아날 때 비로소 인간됨을 느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예술은 감정을 일으켜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100원을 지불하고서 디지털 음원을 구입하는 이유는 그 노래를 들을때마다 내가 원하는 감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음악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 P66

20세기 초반에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는 주택을 "사람이 살 수 있게 하는 기계"라고 정의 내렸다. 건축에서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기능은 건축이라는 자전거의 두 바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자전거가 굴러가려면 두 개의 바퀴가 필요하듯 건축은 기능 이외에도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바퀴가 필요하다. 현대 도시의 건축에서 부족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빠른 자동차를 위한 길과 넓은 집들을 추구했지만 정작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성을 깨우는 공간을 놓쳐 온 것이다. - P68

계절에 어울리는 한 곡의 노래가 우리의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것같이 감성을 울리는 건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건축은 대중음악이 팔리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장에서 잘 팔리는 건축이 될 것이다. 또한 그런 건축이 많아질 때 현대 도시는 더 아름다워 질 것이다. - P68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는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가장 확실히 보여 주는 공간 형태다. 건축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구조를 그 내부에 숨기고 있다. - P71

‘공간은 권력을 만들어 낸다‘라는 명제를 팬옵티콘(Panopticon)처럼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팬옵티콘‘이라는 단어를 분석해 보면, 전체를 뜻하는 ‘pan‘과 바라본다는 뜻의 ‘optico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번역하면 ‘모두 본다‘라는 뜻이 된다. - P73

팬옵티콘은 감옥이다. 특이한 점은 이 감옥의 디자이너는 건축가가 아닌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라는 것이다. 그는 1791년 죄수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팬옵티콘을 설계하였다. - P73

1975년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nish)』에서 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가 계속해서 감시를 당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삶과 비슷하기 때문에 팬옵티콘의 디자인과 우리가 사는 사회 구조는 유사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유명해진 계획안이다. - P73

죄수를 감시하는 것은 간수가 아니라 팬옵티콘의 공간이라고 - P75

방사형 도시 구조는 방사상의 중심점에 서 있느냐, 반대로 주변부에 서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을 차등적으로 갖게 된다. - P75

격자형 도로망은 모든 코너가 동일한 권력의 위계를 갖는다. 모든 코너가 바라보는 관계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격자형 도시 구조는 방사형 도시 구조에 비해서 평등한 민주적인 공간 구조라고 할 수 있다. - P76

뉴욕 같은 경우에는 이 같은 격자형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브로드웨이가 디자인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공 공간은 격자형과 대각선이 만나서 삼각형 같은 독특한 공간 구조가 형성되는 결절점 부분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뉴욕의 타임스퀘어가대표적인 예이다. - P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