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최근 바이러스와 관련된 각종 전염병들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데, 독자인 내가 본문을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은 뭐든지 적당한게 좋다는 말이었다. 적절한 균형을 잃은채 어느 한쪽으로 균형이 쏠릴경우 바이러스가 활동할 수 있는 커다란 무대가 형성되는 것이고 이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코로나19같은 팬데믹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확장해 보자면 이러한 적절한 균형의 중요성은 비단 자연계 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관계된 다른 모든 분야들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듯하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단순하지만 임팩트있는 문장이라고 느껴졌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는 말이었다. 얼핏 들으면 ‘이게 무슨 소리지?‘ 라고 반응할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자연에는 어느 특정한 종류의 생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이 그만큼 풍부한 것을 좋아한다 혹은 종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을 좋아한다 뭐 이런 의미로 보시면 될 듯 하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생태 엇박자라는 개념도 잠시 등장하는데, 이는 기존의 기후환경에 적응되어 있는 생물들이 최근 급속한 기후변화에 따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종의 멸종 같은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함께 연관지어 생각해보는 통섭의 지혜가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이러스에게는 지금이 블루오션이에요.

감염시킬 존재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요. 그리고 늘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감염시키기 너무 좋아요.

우리 인간의 숫자가 확 줄어들지 않는 한, 아니면 우리가 기르는 가축의 수를 줄이지 않는 한, 또는 저 야생동물들이 사는 숲의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런 일은 자꾸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는 한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누가 옮겼어요? 자동차가 옮겼고 사람이 옮겼습니다. 철새가 옮긴 게 아니잖아요.

누가 옮겼어요? 누가 옮겨 다녔어요? 비행기가 옮겨 다녔고 자동차가 옮겨 다녔고 사람이 옮겨 다녔고 사료가 옮겨 다녔습니다. 멧돼지가 옮겨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멧돼지를 죽이고 있습니다.

뭐가 문제입니까? 우리가 가축을 기르는 방식이 문제잖아요. 우리는 그동안 알 잘 낳는 닭, 육질이 좋은 오리, 소를 만들어 내려고 수만 세대의 인위 선택을 해왔습니다. 좋은 형질만 남겨서 그것들끼리만 짝짓기 시켜왔습니다.

우리가 지금 기르고 있는 가축들은 거의 확실하게 복제동물 수준입니다. 유전자 다양성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한 마리만 걸려도 옆의 아이들이 계속 걸리는 겁니다. 게다가 우리는 평소에 이들에게 절대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닥다닥 붙여서 공장식으로 사육합니다. 사회적 거리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니 한 놈만 걸려도 옆에 있는 놈이 그냥 걸리는 겁니다.

야생동물들은 좀처럼 대규모로 몰살당하지 않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몇몇이 죽는 거고, 그 빈 공간을 강한 자의 후손이 또 메우고 삽니다.

독감으로 일가족이 몰살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아빠, 엄마 두 분이 다른 집안에서 오셨잖아요.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분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함께 (독감에) 걸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우리가 기르는 가축들은 똑같이 만들어놓고 다닥다닥 붙여 키우면서, 무슨 일 생기면 멀쩡한 애들까지 한꺼번에 몽땅 죽여버려야 하는 겁니까? 이건 아니라는 겁니다.

"Nature abhors pure stands."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여기서 ‘순수‘라는 건 다양성이 쏙 빠져 그저 한두 개 남았으니까 그걸 순수하다고 하는, 약간의 빈정거림이 섞여있는 표현인 거죠.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자연은 결코 순수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연은 시간을 두면 점점 더 다양화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알파, 베타, 델타, 오미크론, 변이가 계속 일어납니다. 바이러스는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변신합니다. 자연은 원래 그런 곳입니다. 변이가 많이 생겨서 축적이 되면 새로운 종도 되는 거고요. 이게 자연입니다.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인간만 사라져주면 자연은 굉장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건데, 대체로 맞는 얘기입니다.

최상위권 포식자가 사라지면 자칫하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는 수가 있다.

때로는 최상위포식자가 있어야 생태계 유지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갑자기 인류가 사라졌을 때 과연 생태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갈 수 있을까?

"그것까지 우리가 걱정해야 합니까?"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지구의 미래까지는 걱정 안하셔도 좋습니다. 지구는 잘 지낼 겁니다."

전 세계의 아주 대단한 구조 조정을 통해 인구가 줄어들면 환경 문제도 저절로 좋아질 거예요. 모든 환경 문제가 궁극적으로 인구 문제니까.

우리나라의 절기라는 건 말하자면 어마어마한 빅데이터잖아요. 오랫동안 우리 조상님들이 날씨가 변하는 것에 맞춰 농사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축적해놓은 기가 막힌 빅데이터인데, 그게 지금 안 맞잖아요.

곤충은 몸집도 작고 생태계의 변화에 훨씬 민감해요.

생태 엇박자

곤충이 특별히 엇박자의 핵심에 들어있어요. 곤충들이 한창 번식할 때 다른 동물들도 거기에 번식기를 맞췄는데, 이게 안 맞아 떨어지니까 아주 치명적인 거죠.

혹시 우리 인류의 불행의 근원은, 끊임없이 다양화하는 자연 속에 살면서 끊임없이 다양성을 말살하다가 자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에 있는 생물다양성을 말살하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문화 다양성을 말살하고 삽니다.

저는 그래서 어쩌면 생물다양성의 문제로 국한할 게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 전반이 위기에 놓인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일반인들의 이른바 엔토모포비아 entomophobia, 즉 곤충을 싫어하는 것 때문에 곤충이 없어진다고 하니까 오히려 반기는 측면도 있어서 뉴스거리가 잘 안되는 것 같다고

숲에 벌레가 없어요. 제일 아래에 있는 식물이 빠지고, 그 바로 위의 곤충도 무서운 속도로 빠지고 있다는 거예요. 조만간 자연 생태계가 그냥 무너져 내리는 걸 우리가 보게 될 것 같은데, 그 순간이 지금 어디까지 와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곤충이 누굽니까? 동물계에서 맨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거든요. 곤충의 종수는 말할 것도 없고, 개체수가 엄청나게 줄어들면 그 곤충을 먹고 살아야 하는 작은 동물들이 차례로 사라진다는 겁니다. 작은 포유동물들, 새들이 지금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곤충의 경우에는 종 다양성만 없어진 게 아니고 풍부도도 없어졌어요. 바이오매스biomass, 즉 생물량 자체가 줄어버린 거예요. 종이 사라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지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생물이 사라지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적어도 다섯 번에 걸쳐 거대한 대멸종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이 지금으로부터 6천 5백만 년 전 거대한 운석이 멕시코 앞바다에 떨어져서 그게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공룡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제5의 대멸종 사건이었습니다. 지금 저희들은 제6의 대멸종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전의 사건들은 전부 천재지변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화산이 터지고 운석이 떨어지고 지진이 일어난 겁니다. 지금 제6의 대절멸 사건은 비교적 조용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천재지변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지구의 막둥이 격으로 태어난 호모 사피엔스라는 한 종이 저지르는 장난질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다 끝나고 나면 지구 역사에서 가장 최대 규묘가 될 거라는 겁니다. 이건 아닙니다.

기후변화보다 생물다양성의 심각성을 알리는 건 참 힘들었어요.

프란체스코 교황님께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교황님이 2019년 11월에 ‘생태적 죄Ecological Sin‘를 인류의 원죄에 포함시킨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참 어마어마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걸 하느님이 창조하셨다. 그러면 이 세상 모든 건 하느님의 피조물이 아니겠느냐. 그런데 그 피조물들 중에서 어떤 하나가 자기(호모 사피엔스)가 힘이 좀 세다고, (중략) 하느님이 만드신 다른 피조물들을 마구 유린하며 죽이고 있는데, 하느님이 그걸 내려다보시면서 심히 흡족하다고 하실리가 있느냐.

어느 손가락 하나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건만, 다 하느님이 만드신 건데 그걸 어떤 한 놈이 망가뜨려버리면 하느님이 얼마나 후회하고 계시겠냐는 거예요.

내가 저놈만 만들지 않았어도, 저 호모 사피엔스만 만들지 않았어도 지금 이 모양 이 꼴은 아니었을텐데... 이게 원죄가 아니면 뭐가 원죄겠느냐.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문제, 그리고 이런 엄청난 팬데믹, 이런 걸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은 자연을 보호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자연이 망가지기 시작하면 이런 일들은 끊임없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생명과학의 힘으로 지금 인류가 이 엄청난 재앙(코로나19) 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행동 백신behavior vaccine 과 생태 백신Eco-vaccine. 이건 실험실에서 만드는 백신이 아닙니다, 손 잘 씻고 마스크 잘 쓰고 거리두기 잘하면 행동으로 우리가 우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저는 행동 백신보다 더 좋은 백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태 백신. 자연계에서 그 나쁜 바이러스가 인간계로 건너오지 못하게 하면 되잖아요. 자연을 잘 보존하면 앞으로 이런 일은 안 벌어집니다. 이게 그렇게 힘든 일입니까?

제가 ‘자연 보호‘라는 표현을 생태 백신이라고 고치는 순간, 이제는 들으셔야 합니다. 이젠 동참하셔야 합니다. 왜? 백신은 구성원의 적어도 70 내지는 80퍼센트가 같이 맞아야 효력이 있거든요.

자연 보호를 저 혼자 하거나 제인 구달 박사님 혼자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저도 하고 여러분도 다 같이 해야 가능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자연 보호를 생태 백신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이젠 동참합시다.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재정립해서 원천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전환은 생태적 전환 밖에 없습니다. 기술의 전환도 아니고, 정보의 전환도 아닙니다. 죽고사는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명한 인간이라는 자화자찬은 이제 집어 던지고 호모 심비우스 Homo symbious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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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서 가방이나 신발에 있는 찍찍이velcro가 인간이 발명한 게 아니라 자연에 있는 식물이 개발해놓은 것을 인간이 베낀거라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이것과 관련하여 저자는 자연을 표절하는 건 합법이라며 자연에 있는 것을 언제든지 벤치마킹할 것을 독자들에게도 권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일개 인간인 내가 이루 다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이 자연에서 배울만한 가치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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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바꿔서 이번에는 몇 년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얘기가 이어진다. 팬데믹의 정의부터해서 박쥐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고, 바이러스의 속성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최근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지구의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저자는 더이상 우리 후손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이 살고 있는 당대에도 얼마든지 기후관련 재앙이 닥칠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읽으면서 이 지구촌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 미칠 악영향을 알면서도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보다는, 무지해서 혹은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환경을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킬 방안을 모색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좀 더 읽다보니 위에 언급한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근데 이게 중요한 게 생물다양성이 감소할 경우 자연계의 먹이사슬 체계가 붕괴되면서 먹을 것이 감소하게 되어 인류의 생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로 자신이 있는 국립 생태원에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연구의 커다란 두 축으로 삼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알기도 힘든 이러한 것들을 연구하는 분들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런 걸 어떻게 연구하나싶은 생각도 든다. 뭐 연구하시는 분들의 몫이긴 하지만 말이다.

표절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자연을 표절하는 건 합법입니다. 자연이 우리를 고소하지 않아요. 자연은 마구 베껴도 된다는 겁니다.

자연을 표절하는 것은 엄연한 발명입니다. 열심히 하십시오.

설계도가 있다면 이 세상의 흰개미 탑은 다 비슷하게 생겼겠죠. 그런데 설계도가 없이 서로 조율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결과물은 무지하게 다양합니다. 어쩌면 그게 흰개미들의 가장 기가 막힌 장점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각자 알아서 합니다.

잠언 6장 7절에서 8절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오죠.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간역자도 없고 주권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개미나라에는 여왕 개미가 있지만, 여왕 개미는 현장에 나와 진두지휘하지 않습니다. 여왕개미는 그저 알을 낳을 뿐이죠. 그리고 여왕 물질이라는 걸 분비해서 개미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일만 할 뿐, 직접 나와서 "이쪽으로 잡아당겨, 저쪽으로 밀어" 이런 걸 안 하거든요.

여왕개미는 굴의 중앙쯤에 앉아서 알 낳는 일에만 전념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개미 사회의 작업 현장에는 리더가 없습니다. 흰개미 사회의 작업 현장에도 리더가 없습니다. 없는데도 저렇게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겁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셀프 오거니제이션Self-organization, 쉽게 얘기하면 일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각자 알아서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답입니다. 십몇 년 연구해서 꺼내놓은 대답이 결국은 각자 알아서 한다는 겁니다.

자가 조직의 원리라고 경영학에서는 얘기하잖아요. 각자 알아서 하는 겁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일을 시켜서 합니다. 그런데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서 각자 그리고 함께 푼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억지 평등을 자꾸 주장하는지 몰라요. 기회의 평등을 주장해야 하는데, 엉뚱한 평등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어요.

다섯 분이 캠핑에 가셨어요. 우리 알아서 하지 않나요.

우리는 기가 막히게 분업을 잘하는 동물입니다. 알아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합니다. 그걸 개미도 할 줄 알고 흰 개미도 할 줄 알고 벌도 할 줄 안다는 겁니다. 자기가 할 일을 찾아서 남이 하는 일과 조율하는 겁니다.

몇 사람이 모여 앉아서 어떻게 풀면 될까 고민하는 거죠. 알아서 횡적으로. 그걸 레터럴 리더십lateral leadership 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데서 오히려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겁니다.

"자연에 널려 있는 아이디어들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자연 선택의 혹독한 검증을 거쳤으며, 더욱 신나는 것은 거저라는 점이다."

솔직히 우리가 사는 삶의 대부분이 아이디어를 내놓는 일이에요.

다윈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들은 수천만년의 자연선택이라는 혹독한 검증을 이미 다 거쳤다는 겁니다. 검증에서 실패한 놈들은 다 멸종했어요. 그래서 안 보여요.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 까치, 은행나무, 개미들은 다 그 혹독한 검증을 거친 것들 입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그들이 뭘 갖고 있나를 들여다보고 그걸 가져다가, 그냥 주워다가 우리 입맛에 맞게 조금만 각색하면 그 아이디어가 여러분이 애써 짜낸 아이디어보다 대부분 훨씬 탁월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래서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를 베끼자는 겁니다.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를 표절하자는 겁니다.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를 제가 주워 갔다고 해서 자연이 제게 "내 걸 가져 갔으면 돈을 내야 할 것 아니야" 그런 소리 안 합니다. 거저입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일 것 같아요.

자연을 주의깊게 관찰하다보면 베낄 게 한두 개가 아닐 겁니다.

자연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잘 들여다보고 자연과 함께 사는 방법을, 자연에 순응해서 그 친구들처럼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이게 바로 의생학입니다.

생물학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바이러스라는 존재는 생물도 아닙니다. 혼자서 생명현상을 이루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유전자 쪼가리거든요.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어디 묻어 있다가 다른 세포 안으로 파고 들어가서 그 세포의 유전체 안에 끼어 앉아서는 그놈이 복제할 때 은근슬쩍 같이 복제되는, 되게 수동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놈입니다.

지구상에 사는 포유동물 전체 종수의 절반이 쥐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절반이 박쥐입니다. 지구에 사는 포유동물의 넷 중 하나가 박쥐이다 보니까 박쥐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 확률이 높은 것뿐입니다. 박쥐가 특별히 나쁜 동물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요.

모름지기 모든 생물은 면역계라는 시스템을 진화시켰습니다. 그렇겠죠. 생물로 살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을 아무 거름 장치 없이 들어오게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만약 면역계의 민감도를 가지고 생물들을 줄 세운다고 하면, 저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금메달을 따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까지 예민한 동물을 저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예민하면 ‘자가 면역 질환‘ 이라는 것까지 있겠어요. 에이즈도 그런 병이고요.

우리가 지나치게 예민한 면역 시스템을 갖고 있다 보니까, 내가 내 몸에게도 반응을 잘못해서 시작된다는 거죠.

세계면역학회지의 논문을 읽어보니, 박쥐는 우리 인간에 비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물질을 인식하고 방어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의 개수가 훨씬 적답니다. 무슨 얘기 입니까? 우리만큼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보다 훨씬 느슨한 방역 체계를 가졌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까 박쥐는 모르는 거예요. 바이러스가 자기 몸에 들어와있는지도 모르고, 별 영향을 받지 않으니 그냥 날아다니면서 여러 동물에게 옮겨주는 겁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박쥐는 기본적으로 열대에 사는 포유동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박쥐 한마리가 대체로 코로나바이러스 두세 종류 정도를 갖고 다녀요.

코로나19 팬데믹의 배후에는 기후변화가 있습니다. 물론, 기후변화만 이런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닙니다. 저는 기후변화 외에도 생물다양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적으로 터지는 유행병을 저희가 에피데믹epidemic 이라고 부르고, 이게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 팬데믹 pandemic이라고 하죠.

병원체라는 건 이런 겁니다. 더 이상 감염시키지 못하면 못 죽이는 겁니다.

바이러스나 병원체는 절대 우리를 깡그리 죽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다릅니다.

어쩌면 기후변화는 우리 인간을 마지막 한 사람까지 완벽하게 이 지구에서 쓸어버릴 어마어마하게 위험한 재앙입니다.

어쩌면 뒤에 오는 더 큰 적을 대비하기 위해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잘 사는 나라들이 너무 방만하게 편안한 생활을 하려고 자동차 많이 타고 에어컨 많이 틀고 난방 많이 하다보니까, 온실 기체가 대기권으로 너무 많이 빠져나와서 지구의 온도를 올려주고 있는 겁니다.

이제는 재앙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잘살고 못사는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가 그나마 구축해놓은 이런 시스템들이 지구의 기후변화 때문에 쏟아지는 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는 겁니다. 이젠 모두 같이 당하는 겁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문제, 이 두 문제를 확실하게 챙기지 않으면 앞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저희 생물학자들의 걱정은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에 지구의 생물다양성 절반정도가 사라질 것 같다는 겁니다.

지구의 동식물 절반이 사라질 때 과연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마어마한 식량대란이 일어날 겁니다. 기름이 좀 부족한 건 나무 때면 될지 모르지만, 먹을 게 없으면 그때는 아비규환이거든요.

생물다양성의 문제가 훨씬 더 시급하고 훨씬 더 직접적으로 우리를 옥죌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자연계의 다양성이 일단 확보되면 그게 유지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라는 곳은 먹이사슬로 연결된 하나의 네트워크입니다.

우리가 뿌린 대로 거두는 겁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농사를 지을 때 이렇게까지 생물다양성을 완벽하게 말살하고 짓지 않았어도 된다는 겁니다.

간작, 혼작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싹 밀어내고 한 가지로만 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겁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우리가 지금 환경을 어마어마하게 파괴하고 그 악순환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생물다양성은 이렇게 중요한 이슈입니다. 우리의 삶과 아주 직결된 대단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저는 생물다양성의 문제가 우리가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팬데믹도 결국은 생물다양성의 문제입니다.

DNA연구를 해보면 개를 기르기 시작한 건 4만 년 정도 전이고, 고양이는 3만 3천 년 전쯤 됩니다. 농경을 하기 (1만년) 전에도 우리는 개, 고양이를 데리고 살았다는 겁니다.

지난 1만 년 동안 우리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 로봇혁명, 별의별혁명을 다 일으키더니 완전히 지구를 뒤덮었습니다.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너무나 극심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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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y라는 단어가 까다롭다는 뜻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물론 아셨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배우게 되서 유익했다. pick은 동사로 뽑다, 집다 뭐 이런 뜻이 있는 거로 알고 있고, 무슨 TV프로그램 같은데서도 누구를 pick 했다 그러는 걸 많이 봐서 비교적 익숙한 편인데, picky는 pick에 단지 y하나 붙였을 뿐인데 생소하게 느껴졌다. 영단어 공부를 포괄적으로 하지 못하고 지엽적 혹은 단편적으로만 했던 과거의 내 자신에게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아무튼 미안한 감정은 차치하고, 또다른 표현 중에 비교적 생소하게 느껴졌던 건 be up for sth(something)이었다. 이 책에선 ‘~을 먹고 싶다‘는 의미로 나와서 sth의 자리에 커피같은 먹을 게 들어갔는데, 개인적으로 이 숙어의 의미가 직관적으로 와닿게 느껴지지 않아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유의어로 willing to do sth(something) 라고 하여 ‘기꺼이 ~을 하려고 하다‘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에 나온 예문에 이 뜻을 대입해보니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뜻이 통한다는 게 느껴져서 신기했다.

검색해서 찾아본 것과는 별개로 이 be up for sth (something)을 그냥 직역해서 생각해보면 ‘sth에 대해 위쪽에 있다‘ 뭐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듯한데(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양해바랍니다), 이걸 이 책에 나온 예문인 커피에 적용해보면 커피에 대해 위쪽 있다(?), 좀 더 의역하면 커피에 대해 호의적이다(그래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 정도로 해석해볼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유의어로 나왔던 willing to do sth(something)에 적용해보면 기꺼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오늘 나온 표현 중에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표현은 get that a lot 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말 많이 듣는다‘는 뜻인데, 의역이 아닌 직역으로 의미가 느껴져서 좋았고, 본문에 나온 I get that a lot 이라는 문장은 그냥 일상회화에서 대화 상황에 맞게 그대로 써도 아주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유용할 듯 하다. 추가로 인터넷 상에 이 표현을 검색해보니 이미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긴 그러니까 저자께서도 책에 이 표현을 수록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I‘m not picky about food 난 뭐든 잘 먹어
be picky about sth은 ‘~에 대해 까다롭다‘라는 뜻입니다. 쉽게 결정하지 않고 ‘자꾸 고른다‘는 의미죠. 요구사항이 많다‘라는 뜻으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우리 사장님은 매우 까다로워‘는 My boss is very demanding.과 같이 말합니다.

유사표현: I‘m not a picky eater - P142

A How old do I look?

B Well, I thought you‘re in your mid-30s*.

A Actually, I‘m pushing 40*.

B Really? You look young for your age.

A Thanks. I get that a lot*. What are you up for?

B Anything. I‘m not picky about food.

A 제가 몇 살처럼 보여요?

B 글쎄요. 30대 중반이라고 생각했어요.

A 사실 곧 40이 됩니다.

B 정말요? 나이에 비해 동안이세요.

A 고마워요.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뭐 드실래요?

B 뭐든지 좋아요. 음식은 안 가려요.


기타표현체크

be in one‘s mid-30s 30대 중반이다

get that a lot 그런 말 많이 듣는다

be pushing 40 곧 40세가 되다 - P142

How (old) do I look? (나이가) 어때 보여요?

A How do I look? Do I look all right?

B You look great today. Anything good?

A 나 어때요? 괜찮아 보여요?

B 오늘 멋진데. 뭐 좋은 일 있어? - P143

look young for one‘s age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다

A You look really young for your age.

B Thanks. I‘ll take that as a compliment.

A 나이에 비해 정말 젊어 보이네요.

B 고마워요.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 P143

be up for sth ~을 먹고 싶다

A You want to take a break for a while?

B Sure. I‘m really up for some coffee.

A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는 건 어때요?

B 좋아요. 커피가 정말 마시고 싶네요. - P143

be picky about sth -에 대해 까다롭다

A He‘s so picky about food.

B No kidding. He‘s very hard to please.

A 그 사람은 식성이 정말 까다로워.

B 정말 그래. 비위 맞추기 힘들다니까.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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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팬옵티콘 그리고 개선문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도시 구조를 살펴보았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읽으면서 팬옵티콘이든 개선문이든 펜트하우스든 대상만 다를 뿐 본질은 동일한 것처럼 느껴졌다. 핵심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것이 일종의 권력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뒤이어 모텔과 호텔을 비교하는 내용도 있는데 두 시설의 특성에 따라 창문의 크기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참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다. 둘 다 사람들이 숙박하는 시설이지만 좀 더 파고 들어가면 그 시설을 이용하려는 목적이 약간은 다름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목적의 차이가 창문의 크기에도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며 건축물이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의미들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혔다.

또한 면적과 체적이라는 개념도 비교해서 나오는데, 면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들 알고 있지만 체적은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 개념이다. 체적은 기존의 가로 × 세로 인 면적에 높이라는 요소를 추가한 개념이다. 일종의 부피같은 개념으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좀 더 수월할듯 하다. 면적이 2차원이라면 체적은 3차원인 것이다.

저자는 체적이라는 개념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건축물의 가치를 단순히 면적의 크기로만 판단하기보다는 해당 면적에 함께 있는 높이까지 고려한 체적의 크기로 판단하는 것이 좀 더 건축물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독자인 나는 처음에는 체적이라는 용어가 낯설었는데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각종 예시들을 통해 체적이라는 개념을 알게 됨과 함께 건축물의 가치를 좀 더 잘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아서 왠지모를 뿌듯함마저 느껴졌다.

뒤이어 여러가지 내용들이 나오는데 p.107에서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는 얘기가 와닿게 느껴졌다. 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독자인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도시에도 ‘기승전결‘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도 이어지는 문장에 서술해놓았듯이 이는 마치 우리 인간의 생애와도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하나의 도시가 탄생하고 성장하고 전성기를 맞다가 서서히 쇠퇴하는 이 흐름은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인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이러한 원칙은 도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건축물, 사람 같은 도시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에도 적용되는듯 하다. 이런 걸 생각해보면 사람이든 건축물이든 혹은 도시든 관계없이 생김새는 각자 다 달라도 그 안을 관통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흐름(?) 혹은 생애주기(?)는 모두 동일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진리(?)같은 거라고나 할까.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확실히 보여주는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볼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되고, 보지 못하고 보이기만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 P77

우리는 이렇듯 남이 자신을 보지 못하면서 동시에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다른 말로 관음증 혹은 보이어리즘(Voyeurism)이라고 하는데, 관음증이라고 하면 보통 변태성욕 중 하나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지만 실상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이 같은 관음증이 넘쳐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우리가 자주 가는 영화관이다. 영화관은 어두운 곳에서 화면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생활과 이야기를 훔쳐보는 것이다. 일종의 관음증이다. - P77

연극 극장 같은 경우에는 더욱 확실하다. 배우들은 관객이 있는 줄 알면서도 없는 ‘척‘하면서 연기를 한다. 배우가 관객에게 돈을 받고 일정 시간 동안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P77

이러한 행위들은 인터넷에서 극치에 달한다. 웹서핑을 하고, 다른 사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익명으로 댓글을 다는 행위는 보이어리즘이 팽배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 게다가 때로는 악플로 개인이나 사회에 대해서 밴덜리즘(vandalism)을 하기도 한다. - P78

밴덜리즘: 문화재나 예술품 또는 공공장소에 낙서를 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뜻한다. - P386

다른 집을 다 내려다보는 옥탑방의 가격이 싼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공간의 권력이라는 것은 그렇게 시각적인 관계성만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을 알수 있다. - P78

옥탑방의 가격이 펜트하우스와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보안상의 문제와 연관시켜서 볼 수 있을 것이다. - P78

수공간(水空間)은 확연히 다른 공간으로 건너갈 때 쓰는 건축적 장치이다. - P79

누군가를 볼 수 있는 자유를 갖는 것은 그 만큼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 P80

자금성의 여러 겹의 담장처럼 보안상의 단계가 많을수록 안쪽 공간은 더 많은 권력을 가진 공간이 된다. - P80

클럽의 경우 그 선은 단순히 입장료만 낸다고 해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젊음과 외모로 판가름 난다. 우리가 유명 클럽에 들어가는 이유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통과한 사람은 자신이 차별화된 권력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받는 것이다. 클럽 주인은 그런 달콤한 경험을 파는 것이다. - P82

공간에 들어가는게 쉽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며, 동시에 권력을 가진 공간도 아니라는 것이다. - P82

공간의 디자인은 권력의 창출 및 재분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건축가들이 도시 구조를 디자인하고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은 향후 수백년간의 권력 구조를 구성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 P82

감시는 때로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 P83

공간 디자인을 잘하면 흉측한 CCTV 설치 없이도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 P83

감시자의 눈이 있다는 점은 공공 공간에서 사생활에 침해를 받는다는 단점도 있지만, 장소를 안전하게 만드는 장점도 있다. - P83

근린생활시설과 학교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상생할수 있는 관계이다. - P86

바라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에는 이와 같은 권력과 보안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건축적 장치에서는 창문이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을 결정짓는 장치이다. 하지만 단순히 창문이 모두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모텔과 호텔은 둘 다 창문이 필요하지만 창문의 크기에 따라서 미묘하게 건축적 의미가 나누어진다. - P86

일반 호텔에는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 같은 부대시설이 많은 반면, 모텔에는 그러한 부대시설이 없다. 이는 호텔은 서로 얼굴을 대면해도 되는 공간이나 모텔에 입장하는 손님들은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기 싫다는 생각이 설계에 반영된 것이다. - P87

모텔과 호텔은 이 같은 부대시설 유무의 차이도 있지만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 창문의 크기일 것이다. 모텔은 바깥세상과 건물 내부를 완전히 차단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환기의 목적 이외에는 창문이 필요 없다. 이 공간은 항상 밤이기를 원하는 공간이다. 외부 공간을 거의 다 차단하는 곳이 모텔이라면, 반대로 호텔에서는 바깥 경치를 보기 원한다. 그리고 보이기를 원한다. - P87

건축에서 창문은 건축물의 안과 밖을 연결해 주는 소통의 요소이자 ‘바라본다‘는 권력을 조절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 P87

리차드 마이어는 호화 주택과 박물관 설계로 유명한 현대 건축의 대가이다. - P89

호텔이나 고가의 아파트는 유리창이 큰 반면 모텔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항상 비밀스럽고 보여 주기 싫다는 것이다. - P89

창문은 건축물의 기능과 사회적·심리적인 요구에 따라서 외부와 내부의 관계를 조절하여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건축 요소이다. - P89

요즘같이 에너지가 귀한 시절일수록 체적이 넓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한 크기의 3차원 공간의 환경을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 같다. - P90

‘평‘이든 ‘제곱미터든 이들은 모두 평면의 면적을 측정하는 단위다. 하지만 천장의 높이까지 계산된 체적을 알려 주는치수는 아니다. - P90

자신이 소유한 공간은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이다. 더 큰 체적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신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적인 해석을 한다면 더 큰 공간을 소비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 P90

우리는 흔히 얼마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사람인가로 그 사람의 권력을 측정한다. 회사 내에서 회장님이 혼자서도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이유가 그것이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큰 평형대에 사는 분들이 더 권력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면적이 아니라 체적으로 그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 P93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정확하게 우리가 소비하는 공간을 평가하려면 우리가 사는 집들도 이제 체적으로 계산해서 팔아야 한다. - P93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 기술의 산물이며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이 명제를 뉴욕의 로프트(Loft)처럼 잘 보여 주는 건축 형태도 없다. 로프트의 사전적인 정의를 찾아보면 ‘예전의 공장 등을 개조한 아파트‘라고 되어있다. 이 사전적 정의는 단순하게 결과만 설명하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재미난 이야기가 나온다. - P97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이 ‘은행가 사람이 모이면 예술 이야기를 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면 돈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 P99

뉴욕시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설계사무소가 밀집된 지역의 건물을 사면 된다.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설계사무소들은 단위면적당 벌어들이는 돈이 적기 때문에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모인다. 소호 지역이 그러했다. - P99

플로터 : plotter, 출력 결과를 종이나 필름의 평면에 표나 그림으로 나타내는 출력장치. 주로 대형 인쇄에 쓴다. - P386

건축사무실들이 들어서고 나서 20년가량 있으면서 주변의 상업 시설들이 활성화된다. 멋을 아는 건축가들이 가는 식당이나 카페의 인테리어는 일반적인 곳과는 다르게 만들어진다. 자연스레 차별화된 멋스런 상업 지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쯤 되면 일반적인 뉴욕의 10~20년 장기 임대 계약이 끝나고 이 자리에 IT회사들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 뉴욕 부동산의 패턴이다. 이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면 이동하는 철새처럼 건축 사무실이나 예술가들은 다른 지역을 찾아 이동한다. 그리고 그 지역은 한 20년 후에 뉴욕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가 서울의 홍대 앞일 것이다. - P100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이제 홍대 앞에서 쫓겨난 예술가들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쫓겨나는 건축가들이 가는 지역이 어디인지 알아봐야 할 시점이다. - P100

약간의 비호감적인 컨디션이 연출되면 부정적인 변화는 가속도가 붙어서 더욱 급속하게 나빠지게 된다 (중략) 이것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 - P101

작은 발명품 하나가 도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P102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발명품은 인간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냈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기차의 발명은 기차역을 만들었고, 비행기의 발명은 공항을 만들었고, 자동차의 발명은 주유소와 고속도로와 주차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건축물들은 도시의 모습을 바꾸었다. - P102

냉장고가 발명되기 이전에 사람들은 오랫동안 음식을 보관할 수 없었기에 식재료를 조금씩 사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생산지에서 도시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식료품점에서 집으로 가져가서 음식이 상하기 전에 먹으려면 서둘러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주변에 모여서 살아야 했다. - P104

뉴욕시는 할렘의 버려진 건물들을 한 채당 1달러에 100년을 임대해 주는 조건으로 개발업자들에게 장기 임대를 주었다. 물론 시로서는 슬럼가가 개발이 되면 세금이 들어오고 치안이 좋아지기 때문에 거저 주어도 남는 장사가 된다. - P105

거의 공짜에 임대를 하게 된 회사는 먼저 하나의 거리 전체를 한 번에 개발하게 된다. 거리가 전체적으로 개발되지 않고 한두 채만 개발될 경우에는 사람들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 때문에 이사를 오지 않는다. - P105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전성기를 지낸 후, 쇠퇴하고, 마지막으로 죽는다. 도시의 여러 부분도 태어나서, 성장하고, 나중에는 죽는다. 죽음이 생명의 일부이듯이 도시가 오래되면 일부분이 슬럼화되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죽은 부분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시를 재생시키는 건축가의 역할이다. 소호와 할렘은 이러한 도시 재생의 사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P107

보통 변화하는 환경에 건축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환골탈태의 방식으로 기존의 건축물들을 모두 철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재개발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즐겨 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건축물을 되도록 유지하면서 재생하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를 도시 재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재생이라는 말에서 보이듯이 도시 재생은 기존의 건물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를 유지한 상태에서 건축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 P108

중정형 : 가운데에 정원이 있고 주변으로 방이 위치한 형식의 평면 구성을 뜻한다. - P386

법규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하드웨어인 한옥을 교체할 수 없게 되자,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용도를 변경하여 건축물이 생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P108

대부분의 경우 고가도로는 지상 층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이로 인해서 거리를 어둡게 하여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싶지 않게 만든다. 거리에 사람이 없으면 상점이 없어지게 되고, 상점이 없으면 도시는 죽는다. - P110

도시가 고밀화, 고층화되면 지면은 점점 건물에 묻히게 된다. 건물 옥상과 지면이 멀어질수록 건물의 길어진 그림자 때문에 지상은 더 어두워지는데, 건물에 바짝 붙어서 위치한 인도는 가운데를 차지한 차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어두워지게 마련이다. - P111

고가도로는 기본적으로 지상층을 죽이는 괴물 - P111

일단 뉴욕은 엄밀히 말하면 단순한 격자형은 아니다. 격자형이되 가로는 길고 세로는 짧은 형태의 격자형이다. 가로로 형성된 길은 스트리트이고 세로로 난 길은 에버뉴(avenue)로 명명되어 있다. - P112

소요되는 시간이 약 네 배가 길다는 이야기는 네 배가 더 지루하다는 이야기로 풀이될 수 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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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장 먼저 buy가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구입하다‘는 뜻 외에 ‘믿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는 걸 새롭게 배웠다. 이와 관련하여 이 책에 추가적인 설명이 별도로 더 나오진 않지만, 독자인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좀 덧붙여보자면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산다‘는 것이 그 구입하려는 대상이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buy라는 단어를 ‘믿다‘ 라는 뜻으로도 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니 뭐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또한 뒤이어 나오는 표현 중에 play the field라는 표현이 직역하면 ‘어떤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의미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여러 사람과 사귄다‘는 의미로 관용적으로 쓰인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의역해도 직역한 것과 딱히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단지 의미를 좀 더 확장해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뒤이어 예문에 나온 단어중에 pushover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이 여기서는 명사로 만만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나오는데 이 단어를 쪼개서 생각해보면 push 가 누른다 혹은 민다 는 느낌이고 over는 위에서 라는 느낌이므로 이 둘을 합치면 위에서 누른다 혹은 위에서 민다 정도의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pushover 라는 단어가 (위에서 눌러도 될 정도로) 만만한 사람이라는 뜻이 된게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보게 되었다.

오늘 배운 표현 중에 stand sb up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를 바람맞히다‘ 라는 의미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표현이 직관적으로 느낌이 오지 않아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stand sb up을 직역하면 ‘~를 세워두다‘ 라는 뜻인데 이것이 sb(somebody, 누군가)를 기다리게 해놓고 나타나지 않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를 바람맞히다‘라는 뜻이 있다고 하는데 이해는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특정 상황을 상상해야 하는 단계가 하나 더 추가돼서 그런지 해설 같은 걸 보고서도 입에서 바로 튀어나오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자주 봐서 익숙해지면 좋겠습니다.

I don‘t buy it 믿을 수 없어

buy는 ‘구입하다‘ 외에 ‘믿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눈앞의 상황을 믿지 못할 때 I can‘t believe my eyes[ears]와 같이 말하기도 하고, ‘너무 좋아서 믿기지 않아‘는 That‘s too good to be true.라고 표현합니다.

유사표현 : I can‘t believe it - P140

A You‘ll never guess what happened last night.

B What? She stood you up* or what?

A Exactly. Don‘t you think she plays hard to get*?

B I‘m sure she really likes to play the field.

A According to rumors, she has feelings for you.

B I don‘t buy it*. I have a lot on my mind.

A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도 못할걸.

B 뭔데? 그녀에게 바람이라도 맞은 거야?

A 맞아 걔 너무 튕기는 거 아냐?

B 확실히 개는 여러 사람과 사귀는 걸 좋아해.

A 소문에 걔가 너한테 마음이 있다고 하던데.

B 믿기질 않아, 머리가 복잡해진다.


기타표현체크

stand sb up ~를 바람맞히다

play hard to get 까다롭게 굴다/튕기다

don‘t buy it 믿지 못하다
- P140

You‘ll never guess 의문사+주어+동사

~했는지 상상도 못할걸

A You‘ll never guess what my parents got me today.

B How should I know? What did they get?

A 오늘 우리 부모님이 뭐 사 주셨는지 상상도 못할걸.

B 내가 어떻게 알아? 뭘 사 주셨는데? - P141

play the field 여러 사람과 사귀다

A When are you going to marry?

B I‘m too young to settle down. I want to play the field.

A 언제 결혼할 거야?

B 난 정착하기엔 너무 어려. 여러 사람과 사귀고 싶어. - P141

have feelings for sb ~에게 마음이 있다

A I think he still has feelings for you.

B Nonsense! I‘m not such a pushover.

A 그가 아직 널 좋아하는 것 같아.

B 말도 안 돼. 나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니야. - P141

have a lot on one‘s mind 생각이 많다 / 머리가 복잡하다

A You‘re acting weird today. You‘re not yourself.

B I have a lot on my mind these days.

A 오늘 좀 이상하다. 평소 너답지 않아.

B 요즘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해.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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