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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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형식의 다른 수상작품집들을 읽어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읽으면서 여러모로 참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작품의 소재들이 비교적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을 다루고 있었기에 더욱 더 신선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읽었던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도 예전에 느꼈던 신선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여러 작가님들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들이 독자인 나의 오감을 자극하여 글을 읽어나가는 와중에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럼 이제 각각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자.

예전부터 있어왔던 동급생 간의 학교 폭력과 관련된 이슈와 더불어 최근에는 학생들의 인권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교사들의 인권이 많이 약화되었는데 이로 인해 예전처럼 학생들을 체벌할 수 없게 되자 일부 학생들이 선생님을 우습게 보고 짓궂은 장난을 서스럼없이 치고 심지어는 선생님의 인격을 짓밟아 버리는 행동들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못된 학생들에 대해 쉬쉬하면서 단지 해당 선생님에게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인내할 것만을 강요하는 교직사회의 분위기 또한 당사자인 선생님을 두 번 죽이는 행위처럼 보여진다. 심지어 이러한 현실을 미처 감당하지 못하는 선생님들은 심한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것을 각종 뉴스를 통해 어렵지 않게 보게 되는게 요즘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소설화 한 작품이 안보윤 작가님의 작품이었는데, 읽으면서 독자인 나조차도 소설 속에서 동급생을 괴롭히고 선생님을 못살게 구는 학생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감정이입이 되면서 작품을 감상했던 기억이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다시금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본인은 학생인권과 교사인권 둘 다 중요한 것이기에 균형이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게 참 쉽지 않은게 예전에 학교를 보면 교권이 너무 절대적이어서 학생인권이 너무나도 짓밟힌다 싶을 정도로 억눌렸던 시절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결국 세상이 돌고돌아서 그 힘의 균형추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교사쪽에서 학생쪽으로 상당히 많이 이동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마디로 예전에 교권에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던 무게중심이 이제는 학생인권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쳐 버린 느낌이라는 말이다.

두 무게중심 모두 바람직해보이지 않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위에 말했듯이 학생인권을 보장하듯이 교사인권도 보장해서 두 축의 균형을 맞춰야 학생과 교사 양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강보라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관광지인 우붓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여행자들 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님이 전하고자하는 어떤 메시지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국적인 배경이 주는 신선한 느낌에 도취되어 읽었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제목이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이었는데 독자인 내가 이해력이 부족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소설 말미에 뭔가를 상징하는 듯한 뱀과 양배추가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작가님의 추가적인 작품해설이 있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그 다음 김병운 작가님의 작품은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작가님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단순히 동성애가 어떻고 저떻고(?) 하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과 관련한 무언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소재가 동성애일 뿐 메시지는 동성애와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훨씬 더 포괄적인 것을 표현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으로 느꼈던 문장을 인용해본다.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나는 어떻게 되었나?배제되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나는 어떻게 되었나? 박탈당했다.'

이 다음에 나온 김인숙 작가님의 작품은 '호더(hoarder)' 라고 해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일종의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을 소재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여기서 호더는 어떤 할머니인데, 이 할머니와 손녀 딸 간에 오가는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흘러간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의 내용과는 별개로 메인 소재로 쓰인 '호더'라는 개념에 꽂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쓰지 않고 그저 모아두는 물건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시리 반성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작가님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작가님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느끼지는 못한 것 같아 이정도로만 쓴다. 위에서 언급했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과 함께 작품해설 같은게 있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이 다음에 나오는 신주희 작가님의 '작은 방주들' 이라는 작품은 회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사용된 소재가 비교적 최근에 나온 '비트코인' '블록체인' 같은 것이어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좀 더 신선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또한 '우유니 소금사막' 이라는 관광지에 대한 얘기도 나왔었는데,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본 관광지라 위에 나왔던 발리의 우붓처럼 이국적으로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 나오는 지혜 작가님의 '북명 너머에서' 라는 작품은 백화점에서 일하는 두 인물 간의 일화를 통해 이야기가 풀려나가는데 앞서 나왔던 '작은 방주들'이 비교적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느낌이라면,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클래식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옛 추억들을 곱씹는 듯한 느낌이 있었고 비교적 옛날에 유명했던 외국 아티스트들에 대한 얘기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마지막에 나온 김멜라 작가의 '이응 이응' 이라는 작품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있을 법한 어떤 기계장치를 지칭하는 듯한 대명사인 '이응'이라는 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현실보다는 미래에 나올 어떤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쓴 것 같아서 작가님의 상상력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 김멜라 작가님이 쓰셨던 어떤 작품을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읽었던 작품도 결코 평범한 소재가 아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참으로 대단한 창의력과 상상력의 소유자이신듯 하다.

모든 작품이 다 나온 뒤 수상작들에 대한 심사위원분들의 간단한 평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나온 평들을 통해 내가 놓쳤던 부분들에 대한 약간의 힌트도 얻을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대상을 수상한 안보윤 작가님의 인터뷰와 같은 구체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에선 나오지 않아서 작품의 의도나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뭔가 살짝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면상의 한계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은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던 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마치 위에 인용했던 문장처럼 독자로써 소설의 내용을 좀 더 깊이있게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배제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지극히 독자의 입장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신선한 소재들을 사용하여 여러 작가님들이 써주신 다양한 작품들을 한 권의 책에서 접할 수 있었기에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책이 아니었나 생각해보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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