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땅 서던 리치 시리즈 1
제프 밴더미어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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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급 소설을 만났습니다. 환경재난 SF를 결합한 장르의 기이함과 독특함에 이끌려 단순에 읽어 내려갔던 소설.  뉴위어드(New Weird)스타일에서 벗어난 환경 스릴러, 자연 공포를 따르는 '제프 밴더미어'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인류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과학적 호기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고하고 있어 오싹함은 배가 됩니다.

 

​《서던 리치》는 1편 소멸의 땅, 2편 경계 기관, 3편 빛의 세계로 3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세 편이 한 번에 출간되었으며 2015년 네뷸러 상 장편 부분을 수상했습니다. 출간 전부터 파라마운트사와 영화화 옵션 계약이 체결되었는데요. 원작의 모티브만 가지고와 각색한 흔적이 보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 원작의 모호함이 어떻게 이미지화되었지 모르겠는데요. 간단 시놉시스를 보니 생물학자는 남편의 죽음을 파헤치러 지원했다는 당위성을 부여받았네요. 원작에서는 생물학자 다운 호기심이 더 컸던 걸로 기억합니다<엑스 마키나>의 감독 '알렉스 갈런드'가 연출하고 생물학자는 '나탈리 포트먼'이 심리학자는 '제니퍼 제이슨 리'가 맡았으며, <토르: 라그나로크>로 한국 관객에게 얼굴을 알린 '테사 톰슨'도 출연합니다.

 

ⓒ 넷플릭스 <서던 리치 : 소멸의 땅>

 


《서던 리치》는 읽으면 읽을수록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X 구역이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이상하다 못해 섬뜩한 자연 세계관을 만든 조물주, 작가의 이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어릴 적 평화봉사단이던 부모님을 따라 피지 섬에서 성장했으며, 그 후 여러 국립야생동물 보호구역, 국립 공원을 다니며 원시 자연을 탐미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실제 눈으로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인간들이 여기서 목숨을 잃었고, 스스로 모습을 감추거나 혹은 더 나쁜 결과를 맞이했다. 온 사방에 수많은 절망적인 투쟁의 섬뜩한 흔적들이 숨겨져 있었다. 왜 기관은 우리를 계속해서 보내는 걸까? 우리는 왜 여기로 온 걸까? 너무 많은 거짓말이 있었고, 진실의 얼굴을 마주하기에는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

p. 150



아름답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환경 재앙은 일종의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장치일 뿐,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정부는 30년간

지난 X 구역에 탐사대를 보내 폐쇄된 않는 땅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벌써 11번의 탐사 실패 소설 속 탐사대는 12번째로 파견됩니다. 생물학자, 인류학자, 심리학자, 측량사 4명의 전문 여성학자로 구성된 12차 탐사대는 철저히 생물학자의 시점으로 구성되는데요. 이름은 따로 등장하지 않고 역할만 불립니다.  지도에도 없는 탑을 찾게 되면서 이야기의 봇물을 타게 되죠.

​어려서부터 작은 정원이 된 수영장의 생태계를 관찰하는 게 낙이었던 아이는 자라서 생물학자가 됩니다.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즐기지만 남편을 만나며 사랑도 시작합니다. 그녀의 어두운 면을 알고 있는 군인 출신의 쾌활한 남편은 바로 직전 11차 탐사대에 지원했으며, 그곳에서 유령처럼 돌아와 격리되었습니다.

ⓒ 넷플릭스 <서던 리치 : 소멸의 땅> , 어나힐레이션


아내인 심리학자는 남편 대신이란 이유와 생물학자의 사명감으로 12차 탐사대에 자원하게 되었죠. 네 사람은 철저히 이름과 나이를 모른 채 X 구역 탐사라는 일로만 엮인 사이입니다. 알 수 없는 캐릭터인 심리학자의 역할도 주목할만한데요. 마음의 안정을 떠나 일종의 최면을 유도하는 그녀의 역할이 밝혀질지도 흥미롭더군요.

 

"그날 밤 우리는 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 이외의 다른 세 사람은 그걸 동굴이라고 부르기를 고집했다. 나는 한동안 탑을 동굴이라고, 심지어 구멍이라고 생각해 보려고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신에 한 가지 의문점만 계속해서 떠올랐다. "

탑(등대, 동물 등 의견이 분분)를 발견 한 후 대상을 모방하고 의태하는, 의태하면서도 이질성을 잃지 않은 '기는 것'의 정체를 풀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겪습니다.  일단 1편에서는 남편이 자신에게 남긴 것 같은 보고서를 되짚으며 X 구역을 떠나 최대한 멀리, 해안가까지 다다릅니다.

 

소설은 '변해버린 것'에 주목합니다. 더 이상 원시적인 자연 생태계가 아닌, 뭔가가 변해버린 듯한 X 구역, 살짝 변해 버린 것 같은 사람의 마음,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변한 독자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네요. 변해버려 결국 소멸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은유일까요? 매우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한 '서던 리치 시리즈' 빨리 2편으로 정독해야겠습니다.

ⓒ 영화 <서던 리치 : 소멸의 땅>


영화 《서던 리치 : 소멸의 땅》은 3월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는데요. 원작을 얼마나 살리고 각색했을지 기대되는 반면, 극장 개봉이 아니라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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