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를 하다 -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정치인 나혜석을 아는가? 식민지 시절 서울 시장에 출마하며 만약 내가 시장이 된다면 여성 인권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효율적인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물론 여성 서울 시장은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나혜석은 정치적 야망을 숨기고 1922년 만주에 조선여자 야학을 설립하고 의열단의 적극적인 후원에도 가담했다.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5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책은 나혜석뿐만 아닌 여성으로 정치에 입문한 세계적인 리더들의 이야기다. 독재자와 대결을 펼친 여성, 법과 제도를 뜯어고치고자 평생을 바친 여성, 문인, 가수, 화가, 통계 프로그램을 만든 여성, 승차거부한 여성, 적폐를 고발한 여성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성들의 용기를 담았다.

 

나혜석이 존경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으로 평생을 바쳤다. 영화 <서프러제트>에서 이 상황을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1914년 자서전 《나의 이야기》(한제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을 출간했다. 그녀는 모진 고난을 겪었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팽크허스트의 공헌을 이정 받아 1918년 30세 이상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다. 하지만 성인 여성 모두가 참정권을 얻게 되는 날을 위해 투쟁했고 마침내 10년이 지난 1928년 영국 여성들은 참정권을 획득한다.

 

 

 

책에는 그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과감히 정치에 뛰어든 21명의 여성들이 소개되어 있다. 완벽하리만큼 전 세계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인 흑인을 위한 일을 끊임없이 펼쳤던 미셸 오바마는 자서전 《비커밍》을 통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이기 이전에 나를 찾고 중심을 세우는 즐거움을 설파하기도 했다.

 

5월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다룬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가 개봉한다. 책 속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10대~20대 젊은 시절 그림과 사회활동에 큰 영향을 준 시대를 알아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스웨덴의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는 영화 속 방황하는 청소년, 미혼모, 두 아이의 엄마, 늦깎이 작가 등 다양한 타이틀을 짊어지고 살아갔던 여성이다.

 

 

 

21명의 여성들은 시대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과 다른 여성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무지막지한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왜'라는 질문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했다. 아직도 여권신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분야에 여성의 숨결이 고루 퍼지길 기대한다.

 

얼마 전 봤던 드라마 [미세스 아메리카]도 생각났다. 미국 ERA(성평등수정헌법안)를 통과 시키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10년간의 혈투. 페미니스트와 반페미니스트. 보수와 진보의 싸움, 여성들간의 입장 차이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여성 정치도 살기가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가부장제 아래서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고, 가정을 위해 무료 봉사하고 섬김을 당연하다고 외치는 필리스 슐래플리의 지적이고 우아한 모습이 미국과 닮았다. 미국 정치 역사 퇴보의 주인공이지만 여성 정치의 한계와 진보를 위해 싸웠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인상적인 표지의 그림은 케테 콜비츠의 '전쟁은 이제 그만(1924)'이다. 반전평화주의 독일 예술가가 그린 전쟁의 참상이 여권신장을 위해 싸우는 여성과 비견되는 강렬한 이미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썼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