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1 펭귄클래식 74
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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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를 얼마 전 영화로 먼저 접했다. 샬럿 브론테가 당시 필명 '커러 벨'로 내놓은 소설의 22번째 영상화 영화였다. 감독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코로나 연기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연출자(이젠 좀 그냥 틉시다). 미아 와시코브스카 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열연한 감독 캐리 후쿠나가의 작품이었다.

 

 

사실 [방구석 1열] 때문에 봤지만, 고전을 읽기 전 영화를 먼저 보는 것도 추천한다. 학대받은 어린 시절을 과감히 압축하고 성인이 된 제인을 전면에 배치한 과감한 선택. 후반부 먼 친척인 세인트 존과 결혼할 뻔한 이야기부터 끌어와 어린 시절에서 성인이 되어 로체스터를 만나기까지를 섬세하게 그렸다. 그뿐만 아니라, 주디 덴치, 제이미 벨, 샐리 호킨스가 등장하는 초호화 캐스팅도 한몫한다. 두 배우뿐만 아니라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개인적이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텍스트를 자기 마음대로 상상한 후 영상으로 보는 것이 좋지만 아무렴 어떠랴, 무언가를 봤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각설하면, 영화가 너무 좋았기에 고전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강한 끌림이 있었다는 거다. 옛날말이 많고 번역체가 휘리릭 읽기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영상을 떠올리며 생략한 부분과 힘준 부분을 곱씹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고전을 굳이, 힘들게, 시간을 들여 읽어야만 하는 이유다. 사진과 영상이 대세인 시대에 텍스트는 여전히 사유의 시간을 내어 준다. 그러므로 꼭 텍스트를 자기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제인 에어는 19세기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고아가 된다. 외삼촌의 부탁으로 외숙모네 집에 얹혀살지만 구박당하기 일쑤였다. 잦은 트러블이 있던 외숙모는 제인을 잘 돌봐 달라는 외삼촌의 당부를 어기고 기숙학교에 보낸다. 그곳에서 제인은 제2의 인생을 맞는다. 성장기 소녀에게 피죽만도 못한 음식을 먹이며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학교 교장의 위선적인 태도를 견디며, 친구 헬렌을 만나지만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겨우겨우 템플 선생의 도움으로 버텼지만, 그녀마저 결혼으로 학교를 떠나자 정말 혼자가 된다. 성인이 되어 선생님 자격으로 남아 있던 기숙 학교를 진짜 떠나야 할 때가 온다. 우연히 가정교사를 구한다는 손필드 장(저택)의 가정교사로 취업하게 되고,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를 만난다. 잘생기지도 멋진 구석이라고는 하나 없는 퉁명스러운 로체스터와 예쁘지도 출신이 좋지도 못한 제인이 사랑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좁은 자간에 450p가 넘는 《제인 에어 1》은 로체스터를 만나 가정교사와 귀족의 대립, 남성과 여성의 대립, 이를 뛰어넘는 사랑의 속삭임까지 전개되어 있다. 신분차와 나이를 극복하고 저택 주인과 가정교사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데 문제는 로체스터는 약혼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갈등하는 제인이 내면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더 큰 비밀은 1편에 확실히 등장하지 않는다. 전운이 감도는 비밀의 진실의 떡밥들만 가끔씩 등장하며 제인의 심기를 건드린다.

 

책은 로맨스 소설의 외피를 하고 있지만 성 안에서 일어나는 고딕 소설이며, 계급에 항거하는 급진적인 혁명 소설, 여성을 향한 페미니즘적인 소설이자 독립적인 성장소설로 부를 수 있다. 당시 여성의 소설을 취급도 해주지 않고 저평가 되어 브론테 자매 셋은 필명으로 데뷔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저택, 기숙학교, 목사 등은 실제 자전적인 경험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애그니스 그레이》를 쓴 앤 브론테는 '액턴 벨'이란 필명을,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는 '엘리스 벨'이란 필명을 썼더랬다. 무려 여섯 아이들 중 셋이 작가로 데뷔했고, 유일하게 샬럿만 살아남았지만, 그녀로 38세에 요절했다. 그러나 소설은 오랫동안 남아 울림을 준다. 가부장적 계급 사회에 태어나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개척하는 여성 주인공의 모습은 당시로써 파격적이고, 지금도 매력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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