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안녕
나카지마 교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엔케이컨텐츠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영화 <조금씩, 천천히 안녕>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를 먼저 봐서인지 원작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원작을 먼저 읽고 상상한 게 영화에서 없어지거나 다르게 표현되었을 때의 실망 뒤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 원작 보다 영화가 각색을 잘했던 것 같다. 텍스트와 영상은 많은 부분이 다르다. 이 점은 감안하고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즐겨주길 바란다.

 

 

소설은 인지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얽힌 다수의 에피소드가 10년에 걸쳐 등장한다. 조금씩, 천천히 안녕을 고하는 가족간의 추억이 아스라히 전개된다.

 

미국에 사는 마리는 준과 다카시 두 아이의 엄마다. 영화에서는 마리의 아들은 다카시 하나뿐이다. 둘째 나나는 전업주부지만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다. 게다가 곧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둘째를 임신했다. 셋째 후미는 자신의 꿈을 찾아다니기 바쁘다. 영화에서는 나나는 없고, 나나와 후미를 섞은 후미만 있다. 소설 속 캐릭터 보다 훨씬 책임감 있고, 언니 대신 노부부를 살뜰히 챙긴다. 대신 소설에서는 점점 병세가 나빠지는 아버지를 엄마가 거의 독박으로 간병하고 있었다. 영화보다 소설 속 엄마 유코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일본 특유의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상이 유독 엄마에게 쏠려 있다. 엄마는 옛날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쇼헤이가 점점 나빠지는 병세는 혼자 감당하는 게 안쓰러워 보였다. 회전목마 장면이 원작과 달랐다. 영화에서는 굉장히 주요한 포인트지만 소설 속에서는 많은 에피소드의 하나쯤일뿐이었다. 대신 후미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직접 쇼헤이와 요코 가 다녀가는 에피소드가 자세히 나온다. 영화는 생략했다.

 

 

 

딸들이나 손주들이 쇼헤이와 함께한 에피소드보다 아내이자 엄마 요코의 심경에 더욱 쏠려 있으며, 당사자인 쇼헤이의 입장에서 서술되기도 했다. 소설은 다중 화자를 설정해 다양한 사람들의 속 마음을 다루고 있다. 작가의 아버지가 살아 있었을 때 겪었던 일상을 소설 속에 녹여 내 사실감 있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치매, 인지증, 디멘치아라고 다르게 불러도 모두 기억을 서서히 잃어버리고 천천히 멀어져 가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건 어떤 기분일지 가히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책을 통해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혹시라도 모를 그때 나와 내 가족이 어떻게 생활하고 생각할지 고민해 보는 하루가 되었다. 집과 가족 절대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는 소중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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