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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4월
평점 :

여섯 개의 각각 다른 소설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독특한 형태를 갖춘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를 만났다. 2018년 《퍼스트 러브》로 일본 최고 권위의 상 중 하나인 나오키 상을 수상하며 입지를 확실히 다녔다. 하지만 2001년 데뷔 후 약 20년 동안 글을 써온 내공이 대단한 작가다. 《퍼스트 러브》는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 예정이라 무척 궁금했다.
소설의 프롤로그 격인 <청소년을 위한 길잡이>를 통해 도쿄 '미와타 장'이라는 하숙집의 캐릭터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야마토가 대학 진학을 위해 도쿄로 상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이미 살고 있는 쓰바키, 고하루, 치즈루를 통해 전달된다.
각 장마다 바뀌는 화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주변 인물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복잡한 속내를 숨기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인 하숙집으로 안내한다. 각 장마다 독특한 문체와 분위기가 사뭇 대조적인데 독립적인 단편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연결성을 갖는다. 마치 내가 그 하숙집에 머물고 있는 것 같은 공감감도 따라 붙는다.
“아, 하지만 그런 스타일도 좋아요. 지금 사는 하숙집, 마와타 장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놀러 오는 여고생이 진짜 천연 공기청정기 같아요.”
“호오. 하숙집, 재미있겠는데. 또 어떤 사람들이 살지?”
“구지라이 고하루라고 체구는 좀 크지만 성격이 좋은 여대생과, 무뚝뚝하기는 해도 사람들을 잘 챙기는 쓰바키 씨. 그리고 진짜 수수께끼에 싸인 주인 여자.”
그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가슴속에 따끈한 것이 점차 퍼져갔다. 마치 가족을 소개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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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인장 와타누키 치즈루가 신입생 야마토에게 화가 마지막 세우를 '내연의 남편'라고 소개하는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내연과 남편은 상충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불륜과 법적 부부의 헷갈리는 단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일종의 복선이기도 한데, 미와타 장의 17년 전 비밀까지 밝혀지며 흥미로움은 배가 된다.
소설은 단순한 연애 소설 같지만 남모를 아픔과 상처, 편견에 맞서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다. 비대한 몸짓으로 자칫 남성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여대생 고하루는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또한 여고생 야에코와 연애를 즐기는 쓰바키는 세상에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 레즈비언 커플이다. 우락부락한 체구지만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화가 마지마 세우. 그리고 그를 내연의 남편이라 부르는 하숙집의 주인장 치즈루까지 마음속의 갈등과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이제 막 상경해 아이 같은 순수함인지 뭔지 모를 철부지 야마토만이 세상 물정 모른 채 고민 없이 살고 있다.
이 독특하게 얽힌 관계의 복잡성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의 무게감과 책임과 맞물릴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다. 과연 잘 사는 건 무엇인가, 행복한 인생은 어떤 걸까를 묻는 것 같아 감동과 깊이감을 헤아릴 수 없는 작품이다.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