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주제 사라마구 지음, 박정훈 옮김 / 해냄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기억이 더듬이를 잃고 헤매다가 기억의 파편들을 하나둘씩 그러모아 새롭게 짜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그때까지 의심과 미결정이 지배하던 곳을 확신과 진실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p166

 

 

동명의 소설과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원작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에세이다. 1922년 포르투갈에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주제 사라마구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그는 야지냐기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리스본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책은 두 도시를 배경으로 쓰였다.

 

 

특별한 점은 위대한 작가들의 자서전이나 에세이와는 좀 다르다는 것이다. 인생의 전체를 다루지 않고 오직 출생에서 16세까지만 다룬다는 점이다. 연대기 순도 아니다. 기억나는 순서대로 쓰여있고 마지막에는 틀린 기억을 교정하는 작업이다. 뒷부분의 17장의 사진도 이채롭다. 어린 나이에 죽은 형의 아기 사진부터 점차 남자다워지는 자신의 사진과 부모님, 친척들의 사진도 인상적이다.

 

 

왜 유년시절의 이야기만 담았을까. 책은 2010년 83세로 세상을 떠나기 4년 전 남긴 회고록이다. 어린 시절에 겪은 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는 오랜 정설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작업이다. 노년이 되어서도 유년 기억의 창고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결국 유년기가 튼튼할수록 인간 전체의 삶에 윤이 난다는 것을 말이다.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 프란시스쿠 형, 돼지를 키우던 조부모님의 따스함, 마누엘 외삼촌의 조수로 일했던 일, 자신의 성인 '사라마구'의 유래, 스페인 내전, 영화가 만들어 낸 공포 등 1920-30년의 먼 나라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첫아들과 남편을 잃고 홀로 어린아이를 보살피며 힘들었음직한 어머니에 대한 회고도 녹아 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거나 강렬해진다. 우리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어 선별적으로 기억하는데 조각난 기억을 왜곡되고 윤색되기 십상이다. 그중에서도 행복했던 추억만을 선별하는 것도, 불행한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도 힘든 일이다. 뒤틀린 모든 기억을 끄집어 내 마치 소설처럼 써 내려간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선명하다.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스타일로 뽑아낸 주제 사라마구의 회고록은 사실 먼 나라의 1920,30년대, 개인적인 이야기를 완벽히 이해하기란 벅찼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에 영향을 끼친 소재도 분명 다이내믹한 유년기의 한 페이지에서 출발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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