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 모든 어른 아이에게 띄우는 노부부의 그림편지
안경자 지음, 이찬재 그림 / 수오서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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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 삶의 지혜입니다. 나이는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얻어지지만 연륜은 직접 체득해 얻어내는 거니까요. 대학 때 만나 결혼하고, 브라질로 이민 가 살다가 느지막이 한국에 온 노부부의 이야기.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들려줍니다. 마치 손주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요.

 

그림이 포근하고 위로해주는 것 같았어요. 오랜만에 우표 붙인 손편지를 받은 기분입니다. 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리고 할머니가 글을 쓰는데, 세상의 모든 자식들 손주들을 위하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른 풍경을 조부모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담았습니다.

 

 

 

 

 

수채화가 주는 손맛과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인생찬가는 BBC, NBC, 《가디언》도 알아볼 정도로 위대했죠. 브라질에서 함께 살던 손주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하신 거래요. 그래서 그런지 진심 어린 마음이 전해지는 울림입니다.

 

"시내 나가는 지하철에서 한 노인을 보았다. 노인 우대석의 그 할머니는 비스듬히 앉아 저쪽 젊은이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어. 문득, 그분에게서 외로움이 느껴졌다. 먼지 많은 날, 마스크를 하고 지팡이까지 짚고 어딜 가는 걸까. 궁금했다. 할머니의 청춘이, 지난 젊음이."

 

갈라파고스 섬에서 만난 동물들을 만나서도 삶의 의미를 전하고, 미세먼지 많은 날에는 손주들 건강 걱정이 우선이며, 우연히 마주친 노인의 모습에서 삶의 회한을 읽습니다. 지금 나에게 인생은 뭘까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내어 줍니다.

 

 

요즘은 국제전화 요금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언제 어디서든 영상통화로 상대방의 안부를 묻고 답하는 초스피드 시대잖아요. 기술은 점점 발전해서 거리와 시간은 뛰어넘을 수 있는데, 오히려 정(情)의 두께는 줄어든 것 같아 섭섭합니다. 버튼만 누르면 멀리 있는 상대방의 목소리와 얼굴을 볼 수 있는데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않잖아요.

 

문득 오늘 오래된 그림일기장을 꺼내보고 싶어졌어요. 친구와 주고받은 다이어리나 나의 기록인 일기장도요. 78세 할머니 할아버지가 뿌린 씨앗은 멀리 날아와 행복이란 새싹이 되었습니다.

 

 

재능은 나이를 가리지 않아요. 언제 어디서 자신의 숨은 재능을 찾게 될지 모르잖아요. 손주들이 그리워 시작한 그림과 글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인플루언서가되었습니다. 노부부의 그림과 글은 참으로 아름답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돌아보니 아름다웠더라 하고 말할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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