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을 꿈꾸는 너에게 - 네가 있어야 할 곳을 끝내는 찾아내기를
박가영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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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약 네가 싫다면 굳이 남들 속도에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어. 느리더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한국에서는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다다라야 하고, 마치 고속도로처럼 남들에게 맞춰 달려야 하는 게 제일 중요해 보이겠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과는 상관없는 네 달리기잖아. 외롭겠지만, 결국에는 너만의 달리기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흔히 요즘 세대는 살기 힘든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릅니다. 부모 세대까지만 해도 열심히만 일하면 월급으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었고,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되던 시대가 있었는데요. 요즘은 대단한 스펙과 긴 가방끈을 갖고도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거나, 어렵게 취업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마음과 몸에 병이 들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때, 한국에 살기 싫은 사람들이 '이민'에 대한 동경을 품고 이민붐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유학, 외국에서 한 달 살기도 아닌 그곳의 영주권을 딴다는 일은 쉽지도 쉽게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죠.

83년 생, 한국에서 힘든 알바를 전전하며 한국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아온 박가영 저자는 우연히 떠나게 된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인생의 반환점을 맞습니다.

스물여섯까지 이렇다 할 스펙이나 기술 없이 지내가 무작정 떠난 곳에서도 허송세월을 보내기 일쑤였죠. 하지만 호주 특히 멜버른은 저자와 궁합이 잘 맞는 도시였던지 편하고 좋았던 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나잇값을 요구하지도 않고, 외모 품평도 늘어놓지 않으며, 단편적인 모습으로 그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지 않는, 하나만 있는 의자에 서로 앉기 위한 경쟁의식을 갖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는 다른 스타일의 전문성, 예의, 삶의 태도 등을 갖춰야 하는 곳이기도 했죠.

책은 크게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장은  직접 보고 들은 혐오와 불만, 갑질이 넘치는 한국의 모습들을 가감 없이 나열하며 도피성일지 모르지만 떠나야 했던 명문을 제시합니다. 두 번째 장은 어떻게 호주에서 눌러살게 되었는지  이민을 위한 저자의 꿀팁과 조언이 차근차근 소개되어 있고요. 마지막은 은 청명한 날씨, 여유롭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호주의 삶과 어린 나이에 오너 셰프로 레스토랑 2곳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압축해 놓았습니다.   
 

이민도 세상 모든 결정들과 마찬가지로
그때는 정답이지만 지금은 오답일 수도 있고,
너에게는 정답이지만 나에게는 오답일 수 있다는 걸 말이야.


왜 한국에서는 자리 잡지 못하고 그토록 방황하고 힘들었는지 사회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닐까란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정작 좁은 땅덩어리에서 매일 부대끼며 악다구니하며 살고 있는 한국인은 느낄 수 없던 복잡한 제3자의 시선도 가감 없이 담았습니다.

나이에 맞는 옷차림이나 화장, 외모에 대한 시선을 받지 않아도 되고, 나이와 국가에 상관없이 뜻이 잘 받는 사람끼리 서슴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럼 곳. 최근 후 정장 차림에 옷만 갈아입고 근처 해변에서 서핑 타고 귀가하는 라이프스타일, 어려서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여러 번 수정해도 괘념치 않는 교육 등 여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 상위권에 랭크된 호주의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진료비 때문에 고생했던 일, 우리나라에서는 무료이던 인적 서비스에 제대로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  역이민의 불편한 질실까지도 다룬 솔직한 이민 에세이입니다.

물론 이곳에서도 차별과 냉대가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단순히 한국이 싫어서라기보단 꿈을 위한 기회를 잡고 싶거나, 이민을 생각할 확고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친한 언니, 누나가 조언해주듯 다정한 말투로 써 내려갔습니다.  이런 매력 때문인지, 연재 때부터 인기가 좋았고 책 한 권으로 편집된 경험담은 단순한 이민 성공기에 국한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책은 이민에 대한 환상 보다 이민 실패 사례, 역이민 등 이민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한국이 싫어서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 보기 좋은 책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에게 서류부터 삶을 꾸리기  좋을 터를 찾는 조언까지 스스로 삶의 방향 키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브런치에 필명 '멜버른 앨리스'로 호주 정착 8년 차에 생각을 정리할 겸 한두 개씩 올린 글이 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얻으며 책으로 출간될 수 있었는데요. 다음 주 저자가 한국에서 강연을 한다고 해서 기대가 큽니다. 책은 저자의 20대의 상황, 그러니까 10년 전 이야기라는 점에서 현재 바뀐 것들과 궁금했던 것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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