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포도주
마르셀 에메 지음, 최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12월
절판


어떤 집단이든 그 광신자들의 한복판에서 나의 태도는 제삼자의 태도일 수밖에 없었고, 그 모욕적이리만치 무심한 태도는 동료들의 불신과 혐오만 사게 될 뿐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런 경험이라면, 예를 들어 식구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부족했던 동족의식 때문에 이미 수없이 겪어온 터였다.

심한 증오나 깊은 사랑은 물론, 세상과의 연계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나는 사회적 적응력이 결여된 인간이었고, 적어도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숨가쁘게 살아가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소외된 무심한 구경꾼으로 남게 될 것이 뻔한 이치였다.

-346~34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한다는 것
고이케 마리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중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은 '가키무라'씨였다.

화자인 '마야'가 아니라.

'가키무라'씨는

"말했지? 난 연애 따위 흥미 없어. 여자에게 반하는 일에도 흥미가 없어. 정서 과잉에 지나치게 감상적인 아가씨와 그림 연극 같은 청년의 대사는 이미 오래 전에 질리게 들었어."

라고 말한다.

내가 건조한 사람이여서 그런가...

주변에 '사랑'이야기가 넘쳐 나고 있다. 드라마, 연극, 영화, 문학...등등등

살아가는 것과 관련되어서 모든 곳에서 '사랑'이라는 것이 과잉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어떤 식으로든 '미화'된 것이 말이다.

물론 그렇지 않으면 사는게 더 힘들어지니깐 '미화'된 이미지를 뿜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자기위안' 차원에서 애써 미화시킨 것...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한다는 것
고이케 마리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품절


나오코는 천박한 몸짓으로 말보르를 물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또롯하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야한테는 연애하며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자유가 있어. 틀림없이 그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건 연애가 잘되어 갈 때 이야기죠. 지금은 뭐 시간이 있어봤자 괴롭기만 해요"라고 나는 말했다.

나오코는 훗, 하고 웃으며 "그래?"라고 사람을 깔보듯이 되물었다.

"연애하거나 사랑하기 위한 시간과 자유가 풍족하다는 건 멋진 일 아닐까?

괴롭다거나 안타깝거나 그런 건 다음 이야기고.

시간과 자유가 없는 사람은 변변히 연애도 못 한다고. 안 그래?"

그 순간 마음속으로 나는 나오코에게 거세게 반발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건 달라, 다르다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녀의 말이 완벽하게 옳았다고.
-70~71쪽

그 무렵 내 마음의 날씨는 지금도 또롯이 떠올릴 수 있다. 그건 날마다 시간마다 눈이 핑핑 돌 정도로 계속 변화하고 잠시도 같은 곳에 머물지 않았다.
오늘은 평온한 마음을 되찾았다고 생각하면 다음 날은 그때보다 극심한 지옥을 겪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가 하면 홀연히 구름이 걷히고 한줄기 빛이 비치는 듯한 기분이 되기도 했다.
이 정도라면 생각했던 것보다도 빨리 일어설 수 있겠다고 방심하면, 그 몇 시간 뒤에는 다시 음울한 먹구름으로 뒤덮여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알코올을 끊임없이 입에 댄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마시면 마실수록 끝없는 절망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을 때도 있고 반대로 술에 취하지 않았는데 섬뜩할 정도로 기분이 잔잔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마음속 깊이 괴어있는 어둠의 크기는 같았다. 그 어둠은 아무리 알코올의 힘을 빌려도 결코 사라지는 일이 없었다.
자살할 용기가 없다면 바쁘게 살아가야 한다. 죽을 수 없다면 어떻게든 살아 나가야 한다.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는 듯 방에 틀여박혀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소리 높여 계속 울고 술을 마시고 굴뚝처럼 담배를 피워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을 -175-176쪽

잘 알고 있었다.
살아간다는 건 단순히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생활을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가는 것이다.
습관과 의무......살아가기 위해 내가 마지막으로 의지하고자 한 것은 그 두 가지 였다.
모든 사람에게는 습관이란 게 있다. 사소하지만 의무라는 것도 있다. 습관도 의무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176쪽

"어쨌든 그만둘 결심을 했어"라고 나는 그의 이야기를 부드럽게 가로막았다.
"바로 조금 전 얘기야. 여러 가지 일이 말이지, 쿵 하며 이해가 되는 것 같고 별안간 눈앞이 확 트였어. 왜 그랬을까? 나도 잘 모르겠고 멋들어지게 설명할 수 없지만 아무튼 그런 마음이 들었어."-275-27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편 고르기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총 아홉편의 단편들이 있는 소설집이다.

 

단편소설는 '소설 중의 소설' 즉 '엑기스'인 것 같다.

 

작가의 모든 철학들이 단편이라는 작은 그릇안에 담아야 하니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어진 '엑기스'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된다고 하면 어떤 작가에 대해 빨리 흡수하려면 다른 어떤 것보다는 '단편'을 먼저 접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작품들도 예외는 아니였다.

전에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은 것도 아니고 처음 접하게 된 작품들이지만 작가의 문체와 사상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여서 '단편소설'하면 '모파상'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그의 작품들과 비교하는데 이 작가의 작품들도 역시 '모파상'의 작품들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모파상'의 작품들보다는 덜 했지만 특유의 서글픈 유머랄까 뒷끝이 쌉쌀한 사탕을 먹고 난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구판절판


그는 예전에 아버지와 나누웠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고통은 왜 존재하는 거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란다. 불에서 손을 떼게 하려면 고통이라는 자극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6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