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엔 내성적이었던 난 혼자 방에서 책 읽는 걸 좋아했다.
엄마는 일찍이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나보다.
읽던지 안 읽던지 전집을 일단 사 놓은 걸 보면 말이다.
계몽사에서 나온 위인전기 전집도 그 중 하나였는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50권이 한질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50권 중에 유일하게 한권만이 여자였다.
그것도 '신사임당'
그래서 어린 마음에 '난 여자니깐 여자를 본 받아야 해~' 라는 무의식이 있었나 보다. 아니면 '여자는 여자답게'라는 교육적 결과였는지도 모르지...
왜 그 많은 위인들 중에서 고리타분하게 곧이곧대로 신사임당을 역할모델로 골랐을까?...
난 그만큼 비주체적인 평범한 애였다는 것이지...쩝...
그 위인전기 전집 중 '밀레'도 좋아했는데 왜 '밀레'를 본받을 생각을 안했는지...
그때쯤 학교에서도 '신사임당'의 현모양처를 교육시키곤 했던 것도 같다.
'현모양처'가 결코 하나의 인생 목표로 삼지 못할 만큼 우습다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 얼마나 어려운 목표인지 통감하지!
어릴때 접하게 되는 모든 것은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지.
정말이지 뭐든 흡수하게 되어 버리는 나이인 것이다.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분별력을 갖게 되고 주체성을 갖게 되는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