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부터가 묘하다.
앞뒤표지엔 제목하나 없이 온통 무지개색으로 뒤덮여 있다.
마치 최면을 거는 영상을 보는 것 처럼.
난 '감정이입'이 잘 되는 민감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의 감정과 생각을 흡수하듯이 삼킨다.
특히 그 주인공이 '여자'일때 동성일때 내가 그 여자가 된다.
배우들이 곧잘 어떤 배역을 맡게 되면 그 인물이 된다는 말!
'딱' 그렇게 된다. 읽는 동안 보는 동안 난 그 사람이 된다.
마치 원래부터 난 그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느끼고 살았던 사람처럼 말이다.
나의 이런 모양새를 설명하고 싶어도 표현하고 싶어도 '딱히' 정리가 되지 않고 있었는데 이 책은 마치 나를 옆에서 읽은 것 처럼 정리해주고 있다.
역시나 난 이 작품의 여주인공인 '사쿠미'가 된것이다.
나도 반은 죽어버린 것일까?...
'사쿠미'는 어느날 계단에서 떨어져 의식을 잃고 깨어나서는 전의 기억들이 마치 자신의 기억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면서 나이차가 많이 난 남동생은 '정념'을 느낄 수 있게 되어 혼란을 겪고 죽은 여동생의 남자친구랑 연인이 되고 같이 식구처럼 지내던 엄마의 친구 '준코' 아줌마의 돌연한 가출, 신비스러운 능력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정말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그녀는 말한다.
'그렇게, 무슨 일이 생기든, 나의 생활은 변함없이, 쉼 없이 흘러갈 뿐이다.'
'사쿠미'의 이말이 이 책의 농축된 엑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