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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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이 죽었다.


이번에 정식으로 초대받은 나는, 나나쿠마 탐정사무소의

소장 나나쿠마 스바루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야쿠인

리쓰는, 말하자면 운전사 겸 짐꾼 알랑쇠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

그는 가장 중요한 초대 손님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루살이회'는 말하자면, 제 블로그를 계기로 모이게 된 

사람들이 모임입니다. 오프라인 모임이라고 해야 할까요.

회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뿐입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2박 3일이나요?"

여유로운 시간이야말로 최고의 치유지요. 뭐, 이번은

특별한 경우입니다만 이번에도 메인 이벤트는 내일 열릴

카운슬링이 되겠네요.


가모 게이타입니다, 목소리는 내려면 낼 수 있소. 하지만 금방

목이 상하고 피로해진답니다. 게다가 가래도 자주 나오고.

그래서 대화는 이렇게 태블릿으로 글자를 쳐소 하고 있소.

직업은 기자, 병은 후두암이오. 담배가 원인이라더군요.

그리고 당료도 있소.


"전직 형사인 나나쿠마 선생님보다 전직 수련의였던 조수분이

더 뛰어나다는 건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누구에게나 잘 맞는 일과 안 맞는 일이

있으니까요. 저는 앉아서 일하는 타입의 탐정이라 머리를 쓰는

것이 특기입니다. 반대로 발로 뛰는 일은 이 친구 담당입니다.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1년 이내, 설령 그 선고가 빗나간다 해도

성인식 때 화려하게 차려입은 딸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다. 오래 사는 것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는 질문도 여기서는

세심하게 말하지 않으면 지뢰를 밟을 수 있다. 나는 그런 세심한

배려에 서투르다. 오히려 여성을 상대하는 일이라면 야쿠인이

더 능숙하다.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저택. 어딘가 사연 있는 손님들에게

초대받은 탐정. 그리고 사체로 발견된 남성. 현장은 문도 창문도

잠겨 있는 밀실. 흔히 있는 패턴이지. 이건 첫 번째 사건이다!


인슐린입니다. 인슐린을 사용하면 눈에 띄는 외상을 남기지

않고도 자연사처럼 보이게 죽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모 씨는

평소에도 피하 주사를 놓고 있었으니까요. 흉터는 흉터에

가려지는 겁니다. 


사람이 죽으면 심장이 멈춰 피가 돌지 않게 되죠. 그렇게

되면 혈액 침강이라고 해서 중력에 따라 피가 몸 아래쪽으로

모입니다. 그게 멍처럼 보이는 게 바로 시반입니다. 

생기는 부위는 자세에 따라 정해져 있어요.


"죽은 사람과 훼손된 그림이라 관련이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겠어. 단순한 장난일 수도 있고, 뭔가 목적이 있었던 걸

수도 있고. 그런데 말이야."

목적은 알 수 없다. 그것도 범인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는 일인가.


사람이 죽는 건 둘 중 하나예요. 수명을 포함한 불확실한 요인,

아니면 누군가의 의지, 그렇죠?


자야마가 사망한 선고를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서 이틀 연속으로

죽음에 직면하게 되다니, 여기 있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너는 이야기가 너한테 유리하게 굴러가기만 하면 그걸로

좋았던 거야? 아니면 혹시 정말 의문을 품지 않았던 거야?

물론 수면제 같은 건 안 넣었어. 전부 내가 지어낸 이야기야. 

그걸 사쿠라코 씨 입으로 너한테 말하게 했을 뿐이야.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alpha_media_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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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시한부 #추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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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다음 집
상현 지음 / 고래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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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을 꿈꾸는 모두를 위한 한 줌의 햇살 같은 책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놀이.

형형색색의 우산들을 이리저리 펼쳐 쌓아 만든 돔.

식탁 의자 몇 개 세워두고 이불을 느슨하게 얹은 텐트.

계절 이불이 들어찬 장록 속, 손전등 하나로 밝힌 동굴.

그 작고 아담한 공간이 온몸을 말랑하고 부드럽게

감싸안아 주는 것만으로 안도감과 자유로움을 하염없이

만끽하고는 했다.


아담한 방의 첫인상은 흡사 작은 큐브와 같았다.

당연히 불편함 투성이었다.

그럼에도 좋았다. 어쩌면 크지 않아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 어설프게 꾸려가는 살림,

다닥다닥 채워가는 추억,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두 면만이 온기가 달아나지 않는 곳이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답답하다고만 여겼는데

매서운 도시의 겨울,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나름의 생존 방법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집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다.

바닥에 몸을 붙고, 벽에 어깨가 기울고, 침대에 등이

파묻히는 자각이 들 때면 애써 나를 집에서 떼어놓으려 한다.

대충 손에 잡히는 옷에 몸을 집어넣고, 현관문을 여는 동시에

신발의 뒤축에 발을 툭툭 밀어 넣는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닫는다. 그럼 집은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점이 된다.

그때, 걸음이 시작된다.


어떤 인물들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서사를 이루어지는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소설이 되듯, 집도 그 속에 담기는 사람과

놓일 땅과 짜임새가 다른 한, 무한히 달라질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것.

아파트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당연한 것을 잊고 지냈다.

모두가 각각의 이야기를 담은 유일한 집에 살 수 있다면

보다 자연스럽고 평온할 텐데.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그런 희망을 품어보았다.


결국 집이 만드는 치유의 종착역은 볕이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바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내어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서 걷고, 자연을 누리고,

누군가를 만나고, 살아내는 것이리라. 하지만 가정 먼저,

눈부실 만큼 볕 좋은 날, 창문을 활짝 열어보는 것부터 해 볼까.


'집은 그냥 집일 뿐이야.'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속의 나와 

함께했던 사람들, 그 모든 기억의 장면들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goraein

@chae_seongmo


#집다음집

#상현 #고래인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집 #안도감 #자유로움 #추억

#온기 #공간 #점 #희망 #치유

#사람 #기억 #만남 #이야기

#책 #도서 #독서 #철부지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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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은 흡수하라 - 경제 불황과 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
김지유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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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과 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


'이길 수 없다면 친구가 되라'에 더해, 모든 것을 흡수하고,

그들을 이길 수 있도록 일본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사상이

문장에 함축되어있다. 이러한 사상적 토대는 현재까지도

일본의 경제 구조와 기업들의 생존전략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돗판은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핵심 기술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다각화하며, 유연하고 포용적인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변화무쌍한 현대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핵심 기술의 끊임없는 확장과 다각화

-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기업 문화 혁신

- 지역 및 외부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한 상생 비즈니스 모델 구축


소니는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수많은 실패와 위기를

겪었지만,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꿈과 호기시므로 미래를

열고, 다양성을 통해 더 나은 것을 창조하며, 성실성과 책임 있는

행동으로 신뢰를 얻는다'라는 소니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 선견지명과 도전 DNA

- 과감한 사업 재편과 개방적 기업 문화

- 기술과 콘텐츠의 시너지


레조낙의 전략은 명확하다. 삼성이나 TSMC 처럼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의 왕좌를 노리는 대신, 칩을 자르고

붙이고 포장하는 '후공정' 분야의 절대적 지배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 핵심에는 '공동창업형 인재' 육성과 '모야모야(모락모락) 회의'가

있다. 이는 직원들이 가진 모호하고 답답한 고민을 직접 듣고

해결하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360도 피드백 시스템, 무의식적 편견 제거 훈련, 경청과

의사소통 능력 강화 등은 이러한 문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며,

두 거대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완성하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 문화는 조직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협업을

촉직하여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도전은 장려하되 실패에 대한 

책임은 회사가 지며, 성공은 개인의 공으로 돌리는 문화가 혁신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 방식 - 단계별 핵심 요소

- 슬로건의 중요성, 회사 비전을 명확하게 세워라

- 결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 인사에는 채용과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

- 윤리적 경영과 조직 문화

- 리스크를 관리하라

- 외부와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마라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secrethouse_book

@chae_seongmo


#좋은것은흡수하라

#김지유 #시크릿하우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생존전략 #다각화 #혁신 #집중

#개방적 #인재 #비전 #책임 #행동

#책 #도서 #독서 #철부지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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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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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와 미스터리는 이런 식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정해진 대본도 없고 스피치 연습도 해본 적 없지만 여름밤의

경험담을 단 한번의 막힘 없이 열중해서 늘어 놓았다.

듣는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며 즉흥적으로 말투를 조절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다.


히타노가 내민 손에 반으로 접힌 쪽지 한장이 들려 있었다.

펼쳐 보니 그녀의 글씨체인 듯 꼼꼼한 필체로 '오쿠사토 정의

7대 불가사의'라는 제목에 이어 건물 이름이며 괴담 제목으로

추정되는 사항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S터널의 동승자, 영원한 생명 연구소, 미사사 고개의 목이 달린

자장보상, 자살 댐의 아이, 산할머니 마을, 우물이 있는 집.

"이거, 여섯 개 밖에 없는데?"

"맞아," "왜?"

일곱 번째를 알면 죽는다나,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지만 기지마라면 일곱 번째를 알고 있을 것 같아서.


일단은 괴담 현장을 답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심령 현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 장소의 분위기를 살핀다거나 이웃에

사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하는 식의 기삿거리는

있을 테니까.


그때 입구 쪽에 주차된 차에서 요란한 경적이 울려 퍼졌다.

차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경적 소리도 멈추고 차내도 조용해진

상태였다. 안을 들여다본 세 사람은 운전자가 공포에 얼어붙은

표정으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 입에서 들어본 적 없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덩달아 두 소녀도 비명을 질렀고, 내 시선이 향한 곳을 보고

더 크게 비명을 질렀다.


살해당한 사촌 언니가 남긴 7대 불가사의. 게다가 알면

죽는다는, 자신을 죽음을 예견한 듯한 한마디.

어느새 히타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아무도 없는 공간에 말을 건네는 반도.

'누군가'의 존재를 확신하는 듯한 경찰의 모습.

그 광경을 상상하니 체육공원에서 그림자 유령이 목격되었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오컬트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나뿐인

듯 했다.


당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자세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마리코 누나가 괴담을 통해 전하려 한건 젊은

의사 한 명이 아니라 반도 일가 전체가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 아니었을까.


중요한 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어도 논리의 힘으로 모두의 지지를

얻으면 돼. 그렇지. 예를 들어, 범인을 특정하는 방법 중 하나로

소거법이 있는데, 미나는 알지?


도키토 교수의 죽음이 사고인지 사건인지 알 수 없지만,

마리코 누나는 그 죽음에 관해 느끼는 바가 있어 반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체육공원 운동장에서

살해당한 뒤 아이폰을 빼앗겼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 한 소문이 날개 돋친 듯 퍼졌다.

장례식에 낯선 사람이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무서운건 죽은 사람들이 모두 그 정체불명의 인물을 목격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영상을 보고 자살 댐에 갔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남성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사진만

왜곡이 심해서 사람이 형체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어요.


'신체'의 존재를 알게 된 나즈테의 모임은 나즈테 신을 숭배하게

되었고, 그들의 권력을 이용해 나즈테 신은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어. 녹스의 10계 또한 이 추리에 따라 해석할 수 있어.


범인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다.

범인이 증거를 숨기려는 행동을 예측하거나 범인만이 아는

정보에 대해 실언을 끌어내서 범인의 마음을 꺽는다.


그 눈은 안구가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 모공 사이

사이에서 검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뿜어져 나와 온몸을 물들였다.

마치 그림자 유령처럼.


지금까지 재앙신은 신격을 높이기 위해 지장보살이 모셔진 것과

장례식에 섞여 마치 사람들이 '신체'를 숭배하는 것처럼 하는 데

집착했다. 마녀는 이를 '유사 신앙'이라고 불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mytomobook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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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문
서맨사 소토 얌바오 지음, 이영아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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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든 건 우리가 내린 수많은 선택이다.

만약 그 선택을 지운다면, 나는 여전히 나일까?


본디 시간에는 경계가 없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을

빼고는, 유난히 추운 가을 아침, 이시카와 하나는 얇디얇은

한 켜의 피부로 그 경계를 만들어냈다. 이런 일에는 눈꺼풀이

유용하다. 눈을 꾹 감고있는 한, 그녀의 인생을 둘로 분리해둘

수 있다. 지난 21년의 세월, 그리고 눈을 뜬 후 앞으로 펼쳐질

모든 나날로.


도시오가 전당포를 운영하는 동안 제시간에 문을 열지 않은

날은 딱 이틀뿐이었다. 두 번 모두 손님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와 아버지가 그 이틀을 입에 올리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그들의 전당포가 다이아몬드며 금이며

은을 거래하는 여느 평범한 전당포와 같았다면, 대대로 이곳을

운영해온 이시카와 가족은 몸이 안 좋은 날이나 주말에 휴무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가 도시오에게 훈련받은

것은 그보다 훨씬 더 귀한 보물을 감정하는 방법이었다.


다케다 님은 저 문밖의 세계에서 오셨지요. 제 딸과 저는

문안의 세계에 살고 있어요. 문밖의 세계의 사람들이 전당포에

찾아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랍니다. 손님들은 저마다

버거운 짐이 되어버린 선택을 마음속에 품고 계시지요.

저희는 손님들이 이 선택을 손에서 놓고 더 가벼운 마음으로,

흡족하게 문밖 세계로 돌아가시도록 도와드립니다.


인생에서 내린 모든 결정을 항상 품고 다니십니다.

이 선택도 다르지 않아요. 그리고 그럴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이미 알고 계시는 것 같군요.


꿈이 없는 삶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무엇이 결핍됐든 일상으로

열마든지 메울 수 있었고, 계획만 잘 세운다면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까무룩 잠들기 전까지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백일몽이니, 빛 바랜 소망이니, 시시한 잡념이니 하는 것들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손님들은 저마다 다른 선택으로부터 풀려나게 되니, 저마다

생각하는 자유의 맛도 다르지요. 손님에게 자유란, 비 오는 날

좋아하는 장소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즐거움처럼 위안이 되고

따스할지도 모릅니다. 반면 다음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자유는

용기와 비슷한 맛일수도 있어요. 마시면 취하는, 위험하게

달콤한 맛.


자유를 한번 맛본 새는 다시 붙잡히지 않으려고 무슨 짓이든

하기 마련이거든. 시간 자체를 되돌려서 운명을 바꾸는 거야.


목적에 대한 절대적 확신.

그 목적이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답을 찾을 때까지

이 의문의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건 확실했다.


어떤 사람의 눈을 유독 잊을 수 없는 건, 그 생김새 때문만은

아니다. 그 눈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것이다. 미나토 자키 게이신이 거짓말을 고백하는 순간 하나는

그의 눈을 잊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이토록 허심탄회하게

속내 비치는 눈을 잊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가설 하나 증명하겠다고 실험실 몇 시간씩 갇혀 있는데,

연못에 뛰어들기만 하면 답이 나온다니 얼마나 수월합니까.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인생 최고의 모험을 하게 되는 거고,

사실이 아니면 홀딱 젖는 거죠 뭐.


"꿈이라고 믿어야 이 세계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그렇게 해요. 하지만 진실을 보고 싶다면 ···."

하나는 어머니의 안경을 게이신에게 건넸다.

"이걸 써봐요."


"새들을 수거하러 온 것이 아니다."

시쿠인의 입에서 새어 나온 이 공허한 음성에는 열 개가

넘는 늙고 젊은 목소리들이 뒤섞여 있었다. 마지막 단어는

어린아이의 목소리였지만, 그 엄숙함은 가장 늙은 목소리에

뒤지지 않았다.


악몽에서 깨어나는 경우도 있고, 깨어나기 악몽인 경우도 있다.

아침은 악몽을 멈출 힘이 없다. 하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게이신이 시쿠인에게 할퀴어진 팔에 피를 흘리며 요 위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뒤틀려

있었다.


비밀은 그 어떤 냄새보다 강하고 독특한 향을 풍기거든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비밀을 품고 있으니까요.


시간을 접는 거지. 그러니까, 내 아내가 잡혀간 날 아침으로

시간을 되접을 수도 있을 거야.


현실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하는 선택이 인생행로를 결정하곤

한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미하고 사소해 보여도 그 미세한

각도 변화로 인해 다음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손님들은 선택을 전당포에 두고 떠날 때 자기가 선택한 인생을

받아들일 기회도 포기하는 거예요. 결코 끝내지 못할 여정,

결코 끝내지 못할 여정, 결코 배우지 못할 교훈만 남긴 채요.



<원모어페이지>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1morepage_mg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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