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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평점 :
아내 쇼코는 알코올 중독과 조울증을 앓고 있고,
남편 무츠키는 대학생 애인 곤을 둔 게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데, 라고 무츠키가 물었다.
"인생에 대해서"
엉뚱한 대답을 했는데, 무츠키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리시 위스키를 마시면서 이렇게
남편과 밤바람을 쐴 때 나는 아주 행복하다.
엄마의 전화는 이래서 싫다. 우울한 일만 생각하게 된다.
무츠키는 여자를 안고 싶어 하지 않는다. 키스도 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내와
게이 남편. 참, 그야말로 끼리끼리다.
"그 녀석과 결혼을 하다니, 물을 안는 것이나 진배없지
않으냐." 그때 등에 으슬으슬 서늘한 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는 나무도 들을 수 있을
만큼 또렷하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전,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순간 시아버지는 움찔하는 표정이 되었다가, 그러고는
슬며시 웃었다. 나는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어, 서둘러
일어났다.
오늘 밤,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같이 식사를 할까.
반짝 반짝 닦인 유리창에 전등 빛이 어리고 있다.
보라 아저씨도 곤의 나무도, 게이도 알코올 중독자도,
모두 알팍한 유리 안에 있다.
우리는 애인을 만들 자유가 있는 부부다. 결혼할 때,
그렇게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무츠키 하나로 충분하거든요." 쇼코는 농담처럼 말하고,
콘센트를 뽑고, 돌아보며 자 침대가 준비되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나는 세상이란 참 잘못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하늘에야말로 별이 필요하고, 무츠키 같은 사람에게야말로
여자가 필요한데, 나 같은 여자가 아니라, 좀 더 상냥하고
제대로 된 여자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그날 밤 거실에서
셋이 같이 잤다. 쇼코가 자기는 소파에서 잘 테니까
애인끼리 침실에서 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당연히
안 된다고 거절했지만 곤이란 놈이 어느 쪽이라도 상관
없다는 따위의 무책임한 말을 하는 바람에 말이 엇갈려
결국 거실에서 나란히 자게 된 것이다.
무츠키를 아주 잔혹하게 대할 때도 있다. 가시 돋친 말과
심술궃은 농담으로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무츠키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무츠키" 참을 수 없어 나는 말을 가로막았다. 이 사람은
어째서 이렇게 선량한 것일까. 마음속으로, 이제 그만하라고
부탁했지만, 무츠키에게는 들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쇼코처럼 순수한 인간에게는 아마 아무것도 아닌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때로 혼란스럼다. 쇼코의 무방비한 말,
안심한 눈길과 웃는 얼굴. 나와는 인연이 없는 감정.
시간은 흐르고, 사람도 흘러가. 변하지 않을 수가 없어.
잃을 것이 하나도 없었어야 할 우리의 결혼 생활.
나는 무츠키를 만가지 전까지 무언가를 지킨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목구멍에서 꺽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츠키는 마치,
양심이란 바늘을 잔뜩 곧추세우고 있는 고슴도치 같다.
무츠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제야 간신히 독립한 부부 두 사람을 위하여.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sodam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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