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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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나무 이야기 입니다.


"나오이. 나오이 레이토라고 합니다."

레이토를 지그시 바라보는 사지의 눈에는 

호기심이 담겨있었다. 아직 젋은 놈이 무슨 사정이

있어서 이런 일을 물려 받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것이리라.


시지 님의 염원이 녹나무에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덤불숲을 빠져나가면 문득 시야가 툭 트이고

그 앞쪽에 거대한 괴물이 나타난다.

정체는 녹나무다. 지름이 5미터는 되겠다 싶은

거목으로, 높이도 20미터는 넘을 것이다. 굵직

굵직한 나무가지 여러 줄기가 구불구불 

물결치며 위쪽으로 뻗어나간 모습은 큰 뱀이

뒤엉켜 있는 것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완전히

압도되어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죄목은 주거 침입, 기물 파손, 절도 미수였다.

실은 그 회사에서 레이토 자신도 1년여를

근무했다. 그만둔 것은 구 두달 전이지만,

정확하게는 그만둔 게 아니라 잘린 것이었다.


"나만 할 수 있는 일? 그게 뭔데요.?"

"그쪽이 해야 할 일 ···. 그건 녹나무 파수꾼입니다."


그런 전설이 언제쯤 생겼는지는 알지 못한다, 라고

치후네는 말했다. 월향신사의 녹나무에 소원을

빌면 이윽고 이루어진다, 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바로 그 점이에요. 그쪽에서는 단순히

관리인의 일만 부탁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건

둘째지요. 그쪽에게 명하려는 것은 밤 시간의

일이에요. 오히려 그것이 녹나무 파수꾼의

참된 임무입니다.


"모른다니까요? 나는 그냥 준비만 해주는

것뿐이고, 기념 내용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기로 정해져 있어요. 뭘 빌었는지 알고

싶은면 댁이 직접 아버지에게 물어보면

되잖아요." 사지 유미라는 여자는 뭔가 더

애기하려다 말고 답답함을 꾹 참는 듯 입술을

깨물더니 홱 발길을 돌려 가버렸다.


제발 발소리는 내지 말아줘, 라고 마음속으로

빌면서 레이토도 그 뒤를 따라갔다. 

파수꾼으로서의 사명보다 호기심이 앞섰다.


아까부터 계속 마음에 결렸는데, 왜 기념이라고

하지? 소원을 비는 거라면 보통은 기원이라고

하잖아.


네가 사과할 상대는 내가 아니야. 세상 어디에

자기가 집어먹은 요리를 내놓는 레스토랑이

있겠냐. 네가 배신한 상대는 고객이야.


결함 있는 기계는 아무리 수리해도 또 고장이

난다. 그 녀석도 마찬가지여서 어차피 결함품,

언젠가 훨씬 더 나쁜 짓을 저질러서 교도소에

들어갈 것이다.


녹나무에 기념을 하는 시기 말이에요. 그쪽이

알아낸 것처럼 그믐날과 보름달, 두 번이에요.

그게 어떻게 다른지, 알고 있나요?


형제간이니까 둘 다 이곳 녹나무에 대한

전설을 알고 있었고, 똑같이 기념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던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다만 두 사람의 목적이 반드시 똑같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거야.


녹나무 님의 영험이야 당연히 믿고말고, 내가

몸소 감지했으니까,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질지

어떨지는 모르겠어. 우리 그건 내 힘만으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이거든.


여자로서의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야나기사와

가의 당주, 그리고 녹나무 파수꾼으로서의 

사명을 우선하는 게 성품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를 낳으려고 결심했을 때, 각오한 게

있었어요." 미치에가 말했다. "분명 치후네

씨에게는 꾸지람을 듣고, 그런 친척은 필요

없다는 말도 들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는 이제 그만 연을 끊을까 합니다."


인간이란 허세를 부리는 사람보다 그런 게 없는

사람을 더 두려워하는 법이니까요.


과거는 됐어. 중요한 건 장래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느냐는 거야.


내가 받았으면 하는 것을 고객에게도 해드린다,

그것이 서비스의 기본이라고 새삼 깨달은 

것이지요.


"형님께서 녹나무에 맡기신 것은 본인 자신의

염원, 즉 마음입니다."

언어의 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 모두를 언어만으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며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음악까지도 전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못했던 것이 아니라 안 했던 것이었다.

별것도 아닌 자존심이며 하잘 것 없는 고집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거짓말을 했다.

그런 건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는데.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somymedia_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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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
이선영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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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는데 자꾸 가게 되는 점집이 있다.

미스고리아와 아기 동자 듀오의 

인생 역전 전생 상담소!!


자의 반 타의 반 '미스'이긴 했지만 알고 보면

고 사장도 산전수전 공중전을 두루 섭렵한 터,

변태 하나쯤 상대하는 건 큰 문제도 아니었다.


"안뇽! 조기 있잖아요. 나요 ···."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혀 짧은 소리에 

고 사장은 현실감을 잃고 말았다. 개구리

왕눈이를 닯은 눈과 벌름거리는 주먹코에

돼지 똥구멍 같은 입술의 바바리 맨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 그 자체였다.


그 접짐에서 준호 네 미래를 백 퍼센트 맞히기라도

했다는 거야?

맞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 맞힌 것도 아니야.

그냥 나의 미래를 설계해줬다고 할까? 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제안해주더라고.


어린아이를 닯은 아기 동자의 천진무구한 표정이

과연 진짜일까? 신혜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태어난 시간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아기 동자가 너그러운 얼굴로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자 볼살이 함께 출렁거렸다.


오오! 신혜 누나 전생은 외국사람이야, 와, 베르사유

궁전에서 파티가 열리고 ···."

엄숙한 분위기에 맞지 않게, 유치원생이 낼 법한

목소리가 아기 동자 입에서 반말로 툭 튀어나왔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에 신혜는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순정 씨가 자신의 거친 손과도 같은 고단한

인생만은 딸에게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게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도.


---


공짜로 안마의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발 없는 말이 동네에 쫙 퍼졌고, 노인들은

병원 문이 열리기도 전에 길게 줄을 섰다.

속 모르는 사람은 대박난 병원이라 여길 것이었다.


맥락도 없이 막무가내인 노인들을 상대하다 보면

저절로 입이 거칠어졌다. 닥터 강 나름대로 그런

본심을 감춘다고 감췄는데도 최근에 그 속엣말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스트레스 탓일 것이었다.


이왕지사 동네 어르신들한테 무료로 서비스할

거면 좋은 마음으로 친절하게 하면 좀 좋아요.

원장님 얼굴에 다 쓰여 있더라고, 어르신들

무시하고 하대하는 게. 그런 마음보를 가지고

아무리 무료 안마의자 서비스를 하면 뭐해요.

인술이 별게 아니에요. 그런 마음부터 뜯어고치는

게 인술인 거지.

자근자근 밟아대는 듯한 고 여사의 일장 훈계가

닥터 강의 뼈를 때렸다.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만 더 친절하고 상냥하게

진료할걸. 진료실 바같에서 입맛도 없고, 잠도

자지 못하고, 아파서 죽고 싶다고 노래를 하는

노인들에게 진짜 '다음'이나 '내일'이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했다.


마음을 여는 순간 닥터 강은 자신에게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환자의

환부를 만지는 순간 스파크가 터지듯 '필'이

왔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손으로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


미스코리아 점집의 점괘를 부끄러워하는 건

손님의 몫인 듯했다. 점괘의 대부분이

허튼소리라는 걸 아는데도 그 알쏭달쏭한

한마디에 의지한다는 게 신기했다.


---


자식의 독기 어린 말이 부모 가슴에 칼날로

박힌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노모는 앙상한

두 손을 꼭 모아 가슴팍으로 가져갔다.


영광의 사주팔자에 귀인이 들었다는 점괘는

기가 막히게 맞힌셈이었다. 평생 아들 바보로

살아본 노모와 삼십여 년 친구 태춘이 영광이

귀인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나도못맞히는점집

#이선영 #클레이하우스

#점집 #미래 #설계 #마음

#스트레스 #인술 #내일 #다음

#점괘 #신기 #귀인 #사주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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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배자 - 사피엔스를 지구의 정복자로 만든 예지의 과학
토머스 서든도프 외 지음, 조은영 옮김 / 디플롯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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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를 지구의 정복자로 만든 예지의 과학


인간의 정신은 사실상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이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경험하고,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없어도

미래를 상상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예지력은 어쩌면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도구일지도 모르겠다.


자유의지의 이면에는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안타까운 깨달음이 있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했기에 행동의 결과에도 책임이 있다.


알면서도 타인의 해악의 가능성에 노출시킨

'미필적고의'와, 예견하여 피할 수 있었던 위험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과실'을 구분할 때 예지력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힘은 확실히 강력하다.

그러나 미래에 관한 생각에 관해 생각하는 힘은

더욱 강력하다. 나는 상상하는 미래가 그저 나의

상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본질적으로 '반복된 오류 수정'에 해당하는

이 간단한 순환을 통해 세계는 크게 도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효율적으로

미래를 예견하고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영특한 머리와 협동 생활,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덕분에 정복의 기회를 얻었고, 또 그리했다.

사실상 지구 전체를 지배하게 된 인간은 그에 

걸맞은 이름을 스스로 주었다. 

사피엔스. 현명한 존재.


우리의 문화적 형질 가운데 많은 것들이 의도적으로

전달된다. 즉 우리는 가르친다. 아이들은 무지하며

현재의 학습이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널리 인지된 사실이다.


사실 혁신은 그 근본에서 이미 예지력을 전제한다.

혁신은 미래 유용성을 인지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자는 서로 알지 못하는 먼 시대의 시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아마도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일

것이다. 책은 시간의 족쇄마저 끊어버린다.


우리의 상상력은 장기적인 목표를 추동하는 힘일뿐

아니라 그 자체로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화는 개인의 예지력과 소통함으로써 전화하고,

그렇게 하여 상보적인 기술과 지식이 구성하는

사회을 만들어 간다.


예측은 지각과 동작이 협응에 관여할 뿐 아니라

내일과 그 이후를 시뮬레이션하는 놀라운 뇌의

능력을 분명히 보여준다.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로 두 가지 특징이

모든 상황에서 계속 등장했다.

첫째, 시나리오 속 시나리오 제작은 대안을 상상하고

그것을 더 큰 서사에 끼워 넣는 능력을 말한다.

두 번째는 정신적 시나리오를 교환하기 위해 

우리의 정신을 하나로 연결하려는 욕구다.


키케로는 모든 것은 "자연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하며,

"인간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하게

타당한 방법은 사건 사이에서 자연적인 연결성을

찾는 것"아라고 생각했다.


인류의 발전 대부분은 더 나은 세상을 예견하고

소통하고 창조하기 위해 협력한 사람들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다.


사람들이 밝은 미래에 대해 환상을 가질 때 

비현실적 낙관론을 더 강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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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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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세계를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식당 한쪽 구석에 켜져 있는 TV 스크린 위로

참사 현장의 이미지들이 끝없이 지나간다.

감염병이지,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는 감염병.

군집이 커질수록 악화되는 병.


전쟁 상황에서 살인자들은 적을 향한 증오심과

희생자들의 고통이 야기한 집단적 감정을 이용해

눈에 띄지 않게 살인을 저질러요. 대중의 관심이

전투와 대량 학살에 쏠려 있는 것을 교묘히

이용하는 거죠.


그녀는 군중을 죽음으로 모는 방법만 아는 게

아니라 살리는 방법 또한 알고 있어요.


난 알이야, 인간은 게임하는 동안에만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게임에 집중할 때는 유년기의 상처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아픈 몸에 대한 걱정도도

다 사라져. 오직 게임 그자체만 남아.


믿을 수 없어. 그가 이럴 리 없어. 더군다나

상대가 ··· <그 여자>라니. 웬만하면 감정에

휘들리지 않는다고 자신해 오던 니콜 오코너가

지금 이 순간은 동물적 분노에 휩싸인다.


다 연출이었어. 사진. 텅 빈 호텔. 열려 있던

방문. 내가 함정에 걸려든 거야.

내가 그렇게 순진하게 행동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감정은 마약이나 다름없어요. 화학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죠. 웃음이든 분노든

오르가즘이든 간에 모든 감정에는 티핑 포인트가

존재해요.


감각 박탈. 가장 악독한 심리 고문이지.

외부에서 유입되는 감각 정보를 모두 차단하는

거야.


이게 다 그 망할 모니타 탓이야. 여기서 나가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고통이 뭔지 알게 해주지.

이제 우리 싸움은 체스 게임에서 끝나지 않아.

망할 계집애, 널 짓밟아 버리겠어. 복수하고 말겠어.


우리는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에요. 그녀는 집단에게 미래가 달렸다고

믿는 반면 나는 개인에게 미래가 달렸다고 믿으니까.


지금은 감정적으로 굴 때가 아니야. 니콜은 소피를

죽였고 나는 니콜의 아버지를 죽였어. 우리는 

상대방에게 소중한 말을 하나씩 잡은 셈이야.

그러니 게임은 이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거지.


상대를 심리적으로 제압하는 게 우선이야. 일단

상대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어 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해야 돼.


진정한 권력은 이름도 계급장도 제복도 필요

없어요. 눈에 뜨지 않고 은밀하게 존재할 뿐이지.

그래도 굳이 하나 꼽으라면 시선일 거야.


앞이 보이지 않자 당황한 니콜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겨 총을 난사한다. 그사이 모니키는

절뚝거리며 니콜의 옆을 지나 타고 온 말 등에

오른다.


예나 지금이나 그녀는 내 행동의 유일한 동기야.

<복수하려면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지.

난 몇 년 동안 기다릴 만큼 기다렸어. 이제 허기를

느껴. 그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


난 백퀸이야. 양 떼를 인도하는 양치기지.

누가 도살장으로 향하고 누가 절벽 밑으로 

떨어질지 정하는 사람은 바로 나야.


사람의 물결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황토물이

흐르는 강이라고 생각하자.


물컹한 느낌에 이어 딱딱한 표면이 감지되는

순간 니콜의 눈에서 피가 솟구쳐 오른다. 

니콜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비명을 지른다.


나한테는 한 개인에 대한 복수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어. 앞으로 인류를 위해 내가 해야만

할 일이 많아. 다시는 복수심 때문에 길을 잃지

않겠어.


죽음의 천사가 앞에 서 있나 싶어 모니카가

놀란 눈으로 그의 손을 내려다본다. 낫이 들려

있지는 않다.


누가 이기는지 보자. 개인이 이길지 ··· 

집단이 이길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openbooks21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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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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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세계를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누구에게나 <네메시스>라고 부를 만한 분신이

한 명씩 있다. 이 사람은 영혼의 형제가 아니라

영혼의 적이다. 둘은 만나는 순간 서로를 알아보고

상대를 파괴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야.

지금 내 앞에 있는 어른은 어차피 나는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는 다 안다고 생각할 테니까.


동류 인간들의 호들갑과 소란스러움은 참아 내기

힘들어.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 치고 해보라지.

난 혼자 조용히 있는 게 좋아.

저런 멍청이들의 존재를 <견딜 수가 없어>.


아빠도 너랑 똑같아, 니키. 아빠 역시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늘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져. 북적북적한 게 좋아. 그리고 

이 애긴 너한테 처음 하는 건데, 지금까지 

아빠가 이룬 모든 것은 개인주의를 배척하고

집단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어.


고립된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보다, 함께하는

집단의 숫자에서 나오는 힘을 믿어야 한단다.


둘 이상 모이는 순간 사람들은 바보가 돼요.

그 집단의 어리석음을 못 참겠어요.

숨이 막혀요.


니콜이 들고 온 토끼 인형을 바다 쪽으로 힘껏

던진다. 개가 벌떡 일어나 절벽을 향해 뛰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니콜의 눈앞에서 사라진다.

울타리 밖으로 나온 양들이 개를 뒤따라 사라진다.

암석 해안이 일순간에 짐승들의 사체로 뒤덮인다.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뒤따른다는 걸 알아야지.

사소한 행동이 막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많은 사람이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그래.


세상은 본래 모순 투성이야. 가난한 사람들의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건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들이지. 과거 로베스파에르나 레닌 같은

위대한 혁명가들, 그리고 오늘날 마오쩌둥이나

피델 카스트로 같은 혁명 지도자를은 모두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어. 하지만 그들은 피착취 계급을

단결시켜 착취 계급을 굴복시키게 만들었지.


너도 봤지, 모니카. 창의력과 독창성을 지닌 인물

하나가 국제 지정학 판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거

말이야.


기도가 막히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당혹감이나

공포, 분노 같은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니콜은 생각한다.

은회색 눈동자가 거울처럼 맑은 아이야.

이왕 죽을 바에 이런 완전무결한 미모의 소유자에게

죽는 게 낫겠지.


장난 테러 협박 때문에 엄마가 죽었어.

엄마가 그들의 발메 밟혀 죽었어.

엄마를 타고 넘고 밟고 간 사람들··· 그리고 가짜

폭탄 테러 협박한 그놈. 모니카가 길에 우뚝

멈춰 선다.


열여덟 살에 벌써 양도 사람도 죽여 봤다는

생각이 들자 니콜이 뿌듯한 표정이 되어

가느다란 한숨을 내뱉는다. 마치 양 떼를

이끄는 목동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도망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야. 그 근원에서

부터 매듭을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어.


그 여성이 독창적인 테러 전술을 제안했어요.

상대의 허를 찔러 테러인지조차 모르게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모니카는 집단적 공격성과 어리석음이 만들어

낸 종말론적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무력감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


니콜이 이 장면을 지켜보며 눈을 감는다.

놈에게 남아 있는 생명의 기운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듯 숨을 깊이 들이쉰다. 누군가의 생명을 거두는

순간 묘한 쾌감이 느끼는 이유는 뭘까.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openbook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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