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이서원 지음 / 나무사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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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살겠다는 것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나의 답이다.


사람의 일생은 고통과의 싸움이다. 고통이 선행되지

않는 즐거움은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었다.

이런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꾸려면 자신만의 인생

공식이 필요하다.


오십 이전이 남의 이유로 남의 삶을 사는 시간이라면

오십부터는 나의 이유로 나의 삶을 사는 시간이다.

20대에 남들이 감탄하는 가장 예쁜 옷을 입었다면,

30대는 남들과 다른 개성있는 옷을 입었고, 40대는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


나의 삶은 세상의 기준으로는 못 사는 것처럼

보여도 나답게 살아왔기에 후회가 없고 충만하다.


마음의 주인이 되는 시기의 감정은 잔잔함이다.

특별히 즐거운 것도 괴로운 것도 없이 담담해진다.

오십 이전에는 무슨 일이 생겨야 즐겁지만 오십

이후에는 무슨일이 생기지 않아야 편안하다.

행복의 조건이 정반대가 된다.


인생 2막에서 가슴 셀레는 삶을 살 것인가,

약해지는 몸을 한탄하며 살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어떤'이 지닌 의미가 무겁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떤'이다.


강사로서 삶의 철학은 하나였다. 내가 경험하고

깨달은 것만으로 강의한다. 아는 척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책을 읽는 세월이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 책은

현실의 이야기와 어우러지며 나만의 삶에 대한

원리로 변환되었다.


사람이 할 일이 없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일하지

않아 늙는다. 시야를 넓히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는 해야만 하는 일에서

퇴직한 후 하고 싶은 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때다. 이제는 더이상 남의 일을 하지 않고, 남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황금기에 당도한 것이다. 그것을

누리느냐 누리지 못하느냐는 얼마나 일에 대해 열린

시선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로 정해진다.


나는 교수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건 평소

나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 때문이었다.

세 가지 질문은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인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필요로 하지만,

누구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다.


나는 나에게 친절하다. 자기 친절은 남과 세상에

친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행복은 남을 대할 때 나처럼 그도 행복하기를 빌며

상대방에게도 친절하게 대한다.


지금 현실이 힘들어도 내일은 조금 나아질 거라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오늘을 버티고 견디는 것이

사람이다.


서로의 행동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지옥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서로의 행동을 문제로

여기지 않는 순간 천국에서 살기 시작한다.


무엇이 혼자 있는 것을 즐겁게 할까, 그건 자기를

좋아하고 자기에 대해 궁금해하면 된다. 

자기 자신은 평생 그 속을 들여다보아도 질리지

않는 유일한 존재다.


감정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다.

눈물로 감정을 살릴 때 감정도 우리 몸과 마음을

살려낸다. 잘 울어야 잘 웃을 수 있다.


하고 싶은 말만 하려는 충동에서 벗어나면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궁금해지면

생각하게 된다. 그 생각의 결과가 좋은 말이다.


사랑이란 그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저는 내일만 바라보고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여기 사는 40년간 하루도 걱정과 불안 없이 지낸

적이 없었는데 캐나다 사람들은 저랑 달라요.

여기 사람들은 오늘만 바라보고 살아요.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련이 남지

않고 후회가 남지 않는 하루를 사는 것이다.


선택은 내 삶에서 나만의 길을 만든다. 틀린 길은

없다. 서로 다른 개성의 길이 있을 뿐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tree42book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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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의 시작
치카노 아이 지음, 박재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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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소재, 신선한 감각


빨간 입술에서 한숨과 함께 연기가 천천히

뿜어져 나왔다. 너무 조심스레 연기를 뱉어내니까

선생님은 빨아들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뱉고

싶어서 담배를 피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예전에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소문을 내는 동급생들의

얼굴에는 선생님에 대한 혐오감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흥미로운 뉴스처럼 받아들였다.


왜 성매매업소를 관두고 교사가 되었을까?

3년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그런 게 궁금해진

이유는 엄마가 출장 성매매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려고 했기 때문이다.


혼처라기보다는 돈벌이할 곳, 지금까지 나를

위해 성매매를 해온 엄마가 이번에는 나를 위해

누군가의 아내가 되려고 한다.


엄마의 직업에 신경 쓰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황금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갔을 때, 쇼가

모멸에 찬 눈으로 칠판을 가리켰다.

심장이 철렁했다. 시선을 사진에서 종이로 겨우

돌린 순간, 또다시 심장이 크게 크게 고통쳤다.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을 쥐어짜는 듯 숨이 막히고 토할 것만 같았다.


"미안해"

잠긴 목소리로 사과하는 말을 들으니 울음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눈물이 복받쳐

흘러넘치기 전에 아직 덜 녹아 딱딱한 젓가슴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필사적으로 빨아 먹었다.

엄마는 더럽다. 그 아들인 나도 더럽다.


나의 남부럽지 않은 생활은 성매매 덕분에

유지되었고, 나는 그 사실을 닭튀김과 함께

목구멍으로 삼켰다.


결국 나는 내가 엄마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해한 척하며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면 모처럼 말을 꺼내려던

용기가 꺽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문제로

친구를 잃은 일, 엄마가 업소를 그만둔 일,

종이학을 접는 일, 하지만 다시 생계를 위해서

업소로 되돌아간 일, 선생님은 내말을 한 번도

자르지 않았다.


생일날마다 생각났다. "나 따위를 낳지 말았어야지"

라는 내 말과 둥글게 움츠린 엄마의 등. 그때 나는

엄마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내가 상처 입은 만큼

엄마가 상처 입을 만한 말을 찾았다.


어떤 미안함도 지금은 아직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생일날에는 낳고 키워줘서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무당벌레 컵 세 개를 사서

언젠가 꼭 그렇게 하리라.


처음에는 누런 봉투를 받을 때마다 자신의 일부를

팔아버린 것 같은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에 대한 긍지도,

일하는 보람도, 아무것도 없다.


차갑고 딱딱한 손끝이 빰을 스쳤다. 손을 뿌리친

아빠가 뿌리쳐진 나보다 더 상처 입는 듯한,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더러워, 만지지 마."

조용한 목소리에는 확실한 혐오감이 배어 있었다.


성매매 여성에게 "왜"는 없다. 자살해도 "역시",

사건을 일으켜도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불상사가

일어났다 해도 일반인처럼 "그 사람이 왜"라고 하지

않았다. 이유는 "성매매 일 따위를 하니까 그렇지"로

완결 되었다.


3년 전에는 불안정한 지반 위에 혼자 서있지 못해

도망쳤다. 하지만 이제는 이 종이학을 펼치면 연락

할 상대가 있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종이학을 지갑

속에 소중히 간직했다.


우리는 타인이다. 과거도 미래도 공유하지 않는,

오직 '지금'만 존재하는 관계다. 그가 나에게 한

이야기나 내가 그에게 한 이야기도 진실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익명의 관계이기에, 원하면 언제든

끊을 수 있는 관계이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우리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친민한 타인이다.


배 속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날뛰기 시작했다.

슬픔인가, 억울함인가, 분노인가, 그 덩어리는

몸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여러 번 딱은 눈가가

따끔거렸다. 누구 탓일까? 누구 때문에 내가 이런

일을 겪는 걸까?


난 그냥··· 나 같은 사람 옆에 있고 싶었을 뿐이야.

모든 사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옆에 누군가가 없으면 불안한 사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서 있었다. 아무리 대화를 나눠도 그 골은

메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말이 오갈수록 그 골은

점점 더 깊어졌다.


단골이 된 그는 나를 만나러 올 때마다 호타루는

내 도피처고, 내가 의지할 곳이라고 했다.

나는 만족감을 느꼈다.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세계에서 한 발이라도 나가면 두 번 다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 같았다.


돈 때문이 아니다. 편해서도 아니다. 그저 나 같은

애를 필요로 해주고 내가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을 뿐이다.


이 아이가 태어나면 넓은 집으로 이사 가야지.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랐던 일과 해주지 않은 일도

전부. "처음으로 사는 게 기대됐어요."


아, 그렇구나. 나는 계속 구해다라고 말하고 싶었구나!


우린 모두가 주름투성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협하고 서로 양보하며, 이해한 척하기도

하고 뭔가에 매달리거나 손을 놓기도 하고, 수많은

그런 과정을 거치며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wedon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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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 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쑨야페이 지음, 이신혜 옮김, 김봉중 감수 / 더퀘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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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에스파냐인이 대서양을 가로질러 아메리카로

향한 이유는 '황금'이라는 단어의 저주에 결렸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폰 엥겔스>


금 약탈이라는 광기에 휩싸인 식민지 지배자들

앞에서 규칙이란 약육강식의 법칙을 설명하는

단어에 불과했다.


도대체 금에 어떤 마력이 있기에 수많은 사람을

이토록 미치게 했을까? 바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문명이 금을 최고 권력의 상징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을 찾아내고 많은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았다.


발보아, 신대륙에서 수년간 정복 전쟁을 치른

용맹한 인물은 인디언의 독화살이 아니라

반역죄하는 명목으로 수하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금의 저주는 계속되었다. 금 때문에 목숨을 잃는

발보아와 멸망한 잉카 제국처럼 피시로와 

알마그로의 운명 역시 금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539년에 알마그로는 전리품을 공평하게

분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사로와 사촌 형에게

살해당했다. 2년 후, 복수의 기회를 노리던 

알마그로의 심복이 피사로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귀금속은 주기율표에 등장하는 루테늄, 로듐,

팔라듐, 은, 오스뮴, 이리듐, 백금, 금, 총 여덟 개의

원소를 가리킨다. 이 금속들은 지구에서 보기 드물고

채구하기도 어려워 자연스럽게 귀한 대접을 받는다.


금은 쉽게 썩거나 부식되지 않아 여러 산업 부문에서

다양하게 활용되지만 가장 독특한 능력은 따로 있다.

모든 원소 중에서 외부의 충격에 깨지지 않고 늘어나는

성질인 가단성이 제일 뛰어나다.


인류 문명에 관한 이야기할 때 구리는 빠트릴 수 

없는 원소다. 구리는 물질이 다른 물질과 반응하는

정도인 활성도가 금, 은보다 훨씬 높다.


구리의 뛰어난 능력 덕분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대형 청동솥들은 표면이 산화되어 특유의 

푸른빛으로 변한 것을 제외하면, 모양이 변형되거나

깨지지 않고 잘 보존될 수 있었다.


청동은 합금이라는 글자 그대로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원소로 만들어진 물질로서 그 속에는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금속 원소가 들어 있지만

원소들 사이에서는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바위는 규소라는

원소와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규소는 지구 지각 내 원소 존재비가 27퍼센트에

달해 산소 다음으로 흔한 원소다.


유리는 어떻게 투명해지는 걸까? 금속과 달리

규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 이뤄진 구조에서 전자는

가시광선과 같은 진동수로 진동하지 않는다.

햇빛을 받은 유리에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유리는 자외선을 흡수하지만 인간의

눈에 자외선이 보이지 않아서 아무 변화도 보지

못할 뿐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모든 섬유는 탄소 원자로 구성된

유기 고분자다. 탄소는 지구상에서 풍부하기는 커녕

상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원소다. 그런데도

탄소가 상대 원자 질량을 측정하는 기준이 된 것은

화학적 성질이 매우 특수하기 때문이다.


휘발유와 경유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연료유는

대부분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인

탄화 수소에 속한다. 탄화수소가 공기와 접촉해

산화하면 수소 원자는 물로 바뀌고 탄소 원자는

이산화탄소로 바뀐다.


타이타늄이 없었더라면 고성능 초음속 비행기

제작도 불가능했으리라. 타이타늄 합금은 가볍지만

단단해서 비행기 동체 표면, 날개 골격, 날개 표면,

착륙장치, 꼬리 날개 보호덮개 부품, 앵커 볼트,

베어링부터 자석 간격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좌석

가이드 레일까지 비행기의 거의 모든 부분에 사용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엔진에 타이타늄이 

사용되면서 비행기 산업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바닷물을 이겨내는 금속 중에서 타아타늄만

유일하게 선박 제조에 사용 할 수 있다. 지구 지각 내

원소 존재비가 아홉 번째에 이르는 타아타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납, 아연, 구리보다 양이 많다.


오늘날에는 매년 수백만 톤의 타이타늄이 인체 

삽입물로 가공될 정도로 타이타늄 합금 인공관절

치환술은 매우 흔한 수술 방법이 되었다.


과학자는 본인 한 사람의 생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 명의 지혜를 종합해낼 줄 알아야 한다.

<어니스트 러더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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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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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와 공포,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란포 세계’, 각 장을 마칠 때마다 기괴한 전율이 

당신과 함께한다.


독한 악인도 죽을 날이 가까워져 오면 착한

사람이 되나 봅니다. 제가 만일 그 죄를 자백하지

않고 죽는다면 제 아내가 너무도 가엾습니다.


그 것보다 더 전에 또 한 사람을 죽인 일이 있습니다.

그를 생각할 때마다 저는 참으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건 바로 제 형입니다.


저는 마침내 제 육체를 들여다보는 것도 두려워

졌습니다. 죽은 형과는 주름 하나, 근육 하나까지도

똑같은 이 육체가 너무도 무서워졌습니다.


저와 똑깥이 생긴 쌍둥이의 목을 휘감아 죽을힘을

다해 미친 듯이 졸랐습니다. 마침내 새빨갛게

불어오른 목이 반쯤 제 쪽으로 돌아오자, 허옇게

뒤집힌 눈가로 제 얼굴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그 얼굴은 죽어도 못 잊을 겁니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혈육을 증오하는 감정이 있습니다.

이 감정에 대해서는 소설책 같은 데서도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오직 저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닌 것 같은데,

타인에 대한 그 어떤 증오보다도 한층 더 견딜 수 없는

종류인 것 같습니다.


=====


유희라는 것은, 갑작스런 말씀이라 놀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 살인입니다. 전 그 유희를 발견

하고는 지금까지 오로지 권태로움을 털어버리고자

무려 100여 명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남자와

여자, 어린애들 모두 말입니다.


절대로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살인, 셜록 홈즈라도

알아낼 수 없는 살인이라니, 정말 눈이 번쩍 뜨이도록

더없이 근사한 일 아닙니까?


=====


죽일 만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내는 바람둥이였습니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려면 지금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준비해 둔

송곳을 아내의 향기로운 목덜미에 있는 힘껏 

찔러 넣었습니다.


내 눈앞에 놓인 유리관 속에는 여자의 얼굴이

들어있었다. 앞니를 다 드러내고 방긋 웃고 있는

그녀. 밀랍으로 세공된 소름 끼치는 종기 속에..


=====


한마디로 의자가 한 사람의 방이 된 셈이지요.

전 셔츠만 걸치고 밑바닥에 장치한 출입구를 열고

의자 속으로 기어 들어 갔습니다. 

참으로 기묘하더군요.


캄캄한 절벽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가죽 속 세상.

아 얼마나 야릇하고 매력적인 곳입니까! 그곳에서는

사람이란 것이 평소 눈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생물처럼 느껴집니다. 목소리, 콧소리, 발소리,

옷 스치는 소리, 그리고 몇개의 둥글둥글한 탄력 있는

살덩이로 이루어진, 단지 그것뿐인 생물 말입니다.


의자 속 사랑! 그게 얼마나 짜릿하고 매력적인지

들어가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오직 감각과 청각,

그리고 얼마 안 되는 후각만의 사랑이고, 어둠 속

세계의 사랑입니다. 결코 이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악마가 사는 세상의 애욕이 아니겠습니까?


=====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병석에서 일어난 듯 핏기

없이 초췌한 그녀의 추악한 얼굴이 드러났다.

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내 눈은 저절로

그녀의 허리께로 갔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아니다 다를까, 뼈만 남은 굶주린 개처럼 금방이라도

접힌 듯이 폭삭 꺼져버린 그녀의 납작한 배가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


"아아, 숨바꼭질을 하고 계셨군요. 정말 유치한 

장난을 다 하시고 ···, 그런데 어째서 이 자물쇠가

잠겨버렸답니까?"

그녀는 쇠고리를 풀어 뚜경을 쌀짝 들어 올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원래대로

꾹 누르면서 재차 자물쇠를 걸어버렸다.


훗날 무참한 남편의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오세이를

가장 괴롭했던 것이 바로 이 뚜겅을 들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던 나약하기 이를 데없던 남편의 손힘

이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thebooks.garden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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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 청소년 상담사 아빠가 들려주는 내 아이와 행복하게 사는 법
신재호 지음 / 설렘(SEOLREM)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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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상담사 아빠가 들려주는 내 아이와 행복하게

사는법, 중학교 간 우리 아이가 많이 달라졌어요!


사춘기 는 무조건 초기 개입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증상이 어떤지 부모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사춘기의 서막이 올랐고, 그건 곧 전쟁을

의미한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들이 사춘기 구간에 진입하면서 가장 힘든

일을 꼽으라면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흔히 사춘기를

누구나 지나가는 통과의례로 치부하고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때론 그대로 두어선 안 된다.

그걸 판단하는 건 부모의 몫이다. 부모 혼자 해결하기

벅차다면, 청소년 상담센터에 방문해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춘기는 청소년들이 아동기를 벗어나면서 크게 

변화하는 시기로, 신체가 성장하며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인지적으로 타인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게 되며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들의 사춘기가 시작된 후로 폭탄이라도 품고

있는 듯 매 순간이 조마조마하다. 아이의 감정이

수시로 널뛰다 보니 가끔은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만큼 변덕이다.


나만 나이 먹는 줄 알았지, 아이들 크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순간은 찰나였다. 정작 중요한 시간을 놓친 것 

같아 아쉽다.


사춘기에 진입한 아들의 대표적인 증상이 예측

불가한 감정의 변화다. 물론 아들도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 역시도 사춘기 때는

수시로 차오라는 불같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으니까.


예민한 시기에 독립을 꾀하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부모는 섭섭함을 느끼고,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의

관심이 간섭으로 다가온다. 자녀를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고, 아이가 보이는 행동을 반항이 아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생리적 변화로 이해하면

마음이 좀 편해진다.


비단 우리 아이뿐 아니라 사춘기 시기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을 꼽아보면 "몰라", "됐어", 

"신경 꺼"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아이가

공통으로 경험하는 정상적인 발달 특성이다.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했고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방문이 굳게 닫혔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만든 것은 닫힌 문이 아니라 닫힌 마음이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아이에게서 좋은 면, 잘하는 점을

찾으려 노력하면 언젠간 아이 안에 긍정의 싹이

자라 꽃을 피우리라. 아이가 어렸을 때 무한 긍정으로

품어주던 그때의 마음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이다.


아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관해 고민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때 느끼는 불안을 가볍게

넘겼다가는 스스로 실패자란 낙인을 찍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점이 격려와 지지다.


성교육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부모 자녀 관계가

쌓여 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동영상이나 교육 자료, 책 같은 것을 자녀와 같이

보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다.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고 전과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인다면, 일단 아이의 마음부터 살펴봐야 한다.

학업과 심리적 요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주도권을 주었다. 부담되는 학원은 모두

끊고,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늘렸다.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표정도 밝아지고 말수도

늘었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대화를 자주

시도했다.


사회적 지지의 가장 큰 장점은 스트레스가 감소

한다는 것이다. 힘든 시기에 의지할 대상이

있으면 스트레스와 불안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


나는 아이에게 삶의 중요한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

힘들땐 언제든 찾아와 도움을 청하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성숙한 관계 말이다.

그러려면 꾸준히 좋은 사이를 유지해야 한다.


자녀의 사춘기 때 꾸준히 대화를 유지하고 싶다면

가족 독서 모임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힘그괜' 대화법은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힘들지?"란 말을 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온기를 

느낀다고 한다. 대화할 때는 "그렇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준다. 마지막으로 "괜찬아"라고 말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를 안심시키고 포용하고

격려하는 말을 자주 해주면 스스로를 믿고 

자존감이 생긴다고 한다.


아들이 행복해지고 싶다는 말을 지켜주고 싶다.

가만히 있다고 행복이 찾아오는 건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고 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slodymedia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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