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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세계의 농담 - 삶의 모퉁이를 돌 때 내게 다가와주는 고전들
이다혜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2월
평점 :
삶의 모퉁이를 돌 때 내게 다가와주는 고전들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사람으로
성장해간다. 그 와중에 가장 신기한 것은 고전이 이미
"다 말해두었다"라는 사실을 발견할 때다.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인류는 이 꼬락서니로 살고 있다.
나 역시 알고 있다고 아는 대로 살지는 않겠구나
하는 겸손한 깨달음만 남는다.
글이 잘 읽히지 않을 때가 있다. 삶에 치일 때 흔히
그렇게 된다. 눈으로 글을 따라가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독서인의 응급처방에는 맞춤한 책이 필요하다.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책이면서도, 동시에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적당히 오솔길이 난 책이어야 한다.
<베갯머리 서책>은 많은 경우 '장면'을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꽃이 피고 나무가 무성해지는 일,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일을 문장으로 그려낼 때 각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어디까지나 수필이기 때문에 시와는 또 다른다.
"당신은 안다"라고 반복해 말하지만, 이 시는 정작
'무엇을' 아는지 아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읽는
사람이 생각하는 '그것'이기 때문이다.
자크 프레베르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생각을
범상한 단어들에 실어 잊 못하는 형태로 만들어낸다.
<알리칸테>를 처음 읽었을 때, 혜끝에서 터지는 오렌지의
향과 카메라가 움직이듯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과 따뜻하게
맞닿은 체온의 온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고전은 읽히기보다는 숭배되는 책이다. 그래서 고전 독서는
종종 파편화된다. 예를 들어 첫 문장이 유명한 책이 그렇다.
제인 오스틴이 쓴 <오만과 편견>은 이렇게 시작한다.
"부유한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레프 톨스토이가 쓴 <안나 케레니나>
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이다.
책은 상승이 아닌 침잠을 말한다. <월든>의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망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는 그 해결책으로 "절망의 도시를 떠난
절망의 시골로" 들어갈 것을 권한다. 그는 낙원이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블루엣>은 파란색에 대한 통념을 답습하는 대신, 그저
파란색이 연루된 세상 모든 것을 빌려 자기 자신을 말한다.
삶이라는 이름의 펄떡임을.
고독하더라도 탐색을 멈추지 않고 과거와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영토를 찾기를 멈추지 않는 일. 그 길 위에 더 오래
서고 싶다.
사랑은 어렵다. 사랑이 어려운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사랑을 하면 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해서
나쁘다는 극적인 전개도 있지만, 평범한 사랑에도 악은
깃든다.
언제나 잃을 것이 있다. 이미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고
믿는 순간에조차 삶을 지탱하는 최후의 것들이 있다.
다르게 말하면, 언제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광고가 약속하는 것은 쾌락이 아니라 행복이다.
<오리지널스>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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