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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의와 도덕, 삶을 이야기하다
11월 신간 페이퍼에도 적었듯, 마이클 샌델의 저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주목을 받은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 철학 등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생명윤리라는 사회를 구성하는 각 분야가 도덕에 기반한다고 역설한다’는 내용은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지만, 그럼에도 지적 희열을 느끼게 했던 그의 수업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게 만든 책이 [왜 도덕인가?]였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넘어서기는 힘들다. 우리 사회에서 도덕이 정의보다 덜 가치적이어서도 아니고 [정의란 무엇인가]가 먼저 소개되었기 때문도 아니다. 먼저, 한국경제신문에서는 [왜 도덕인가?]를 이렇게 묵직한 양장본으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왜 도덕인가?]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비해 덜 한 인터렉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도덕이라는 본질적인 요소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예시들이 흥미는 있지만 새롭지는 않았다.
책에서는 3부로 나눠 도덕이란 무엇인가,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를 이야기한다. 도덕이란 무엇인가에서는 경제, 사회, 교육, 종교,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덕은 사회 어디에나 존재한다) 도덕적 논의가 되고 있는 사안들의 예를 든다. 복권과 도박은 공공서비스인가 비도덕적 타락인가, 존엄사는 허용되어야 하는가, 정치인의 거짓말은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는가, 앞서 언급한 문제들도 한국 내에서 꾸준히 논의되고 있지만 특히 상업주의가 교육을 어떻게 물들이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거리를 준다. 이어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는 도덕적 가치가 왜 중요한가를 설명한다. 3부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에서는 그가 꾸준히 주장하는 결론(‘모두를 위한 경제정책’ 즉, 공동체주의적인 자유)을 설파하지만 미국 정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한국 상황과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마이클 샌델이 말하고자 하는 정의나 도덕은 공동체주의의 회복을 위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이지만, 생활과 밀접하고 직접적인 도덕은 갈피를 잡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정의는 무엇인가]보다 더 쉬운 예이고 답도 명확하지만, 이를 바꾸기란 더 어려운 것이다.
왜 도덕인가. 그는 이 책을 통해 “실질적인 도덕적 논의가 진보적 공공 목적과 부딪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다양한 도덕적, 종교적 신념들을 회피하는 대신 그것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려운 도덕적 문제들에 대해 공공의 숙고를 함으로써 반드시 일치된 합의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도덕적, 종교적 관점을 충분히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 역시 없다. 타인의 관점과 견해를 알아갈수록 그것을 전보다 더 싫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도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법이다.”(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