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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 - 2집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 스튜디오 브로콜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2집 소식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내 거 지인들에게 선물할 거 해서 몇 개 챙겨 넣고 도착하길 기다리며 두근두근 콩닥콩닥.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에 룰루랄라.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여전히 생생하기에, 내 기대치는 쑥쑥 높아져만 갔다. 우연히 들었는데 너무나 살갑게 다가온 1집의 노래들처럼 만나자마자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 이번 앨범과는 그리 친해지지는 못했다. 나는 씨디를 걸고 첫곡부터 끝곡까지 쭉 듣다가 어느 노래가 귀에 꽂히면 그 곡만 주구장창 듣는데, 아직 그 노래를 찾지 못한 걸까. 2집 발매 전 싱글들과 라이브곡은 좋았는데 왜 그런 걸까. 보컬의 문제인지 무엇인지는 내귀에좋으면좋은음악인 까막귀인 나로서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지만, 이 앨범과는 아직 서먹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무리하게 친해지려고 하지는 않을 거다. 아마 전작보다 천천히 내 귀로 흘러오려는 모양이니까, 조금 더 기다려 봐야지. 마침 찬바람이 불며 시작된(날짜로는 가을이지만 체감온도는) 겨울, 온기를 간직한 이들의 음악을 들을 시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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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먹했던 날이 지나고, 요즘은 거의 이 앨범만 듣고 있다. 그런데 스피커로 듣지 않고, 꼭 이어폰으로 듣는다. 출퇴근 길엔 엠피로, 집에서는 씨디피로. 나는 옛날부터 사오정 소리를 듣던 사람이었는데, 이 앨범은 특히 더 스피커로는 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서먹한 첫 느낌에 그것도 영향을 준 것일까? 늘 난청을 걱정하면서도, 이 앨범만은! 하며 이어폰을 놓지 못한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은 솔직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앨범은 더더욱 그렇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다거나 '좀 말 같은 말을 들어보고 싶'다거나 '세상은 원래 그런 거란 말은 할 수가 없고 아니라고 말하면 왜 거짓말 같'을까 하는 가사들은 조용하지만 얼마나 거침없는가.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할 거라 믿었던 때에, 왜 나의 위로가 그 사람에게 닿지 않고 또 그의 위로가 내게 닿지 않는지 괴로웠다. 나나 그 사람, 아니면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누구나 그런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음까지 부정하는 것 같아 선뜻 인정하기 쉽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과 그로 인한 괴로움. 그저 그걸 담담히 노래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위로받은 기분이다. 내 초라한 모습으로 인한 괴로움, 사랑으로도 넘을 수 없는 거리,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의 방황과 소통의 부재 등등 노래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사실, 내 현실이기도 하다. 나이는 계속 먹어가는데 방황은 그치지 않고, 요령은 는 것 같은데 정작 중요한 것에는 서툴기만 한 어른아이. 허나 체념이나 냉소는 아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서툰 우리, 그래도 '이제는 내가 너의 손을 잡'겠다고 말하고, '이 미친 세상에 있더라도 넌 행복'하길 바라고 또 널 잊지 않으리라 약속한다. 다가올 아침 해를 기다리자 말한다. 이것이 청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1집에서 느꼈던 달콤함보다 쌉싸름한 맛이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청춘을 노래하는 이들. 다시 만나 정말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