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수사대 4 - 진정한 협객의 귀환!
이충호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지난 3권 이야기 //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으로 남은 과거의 연장에서 다시 재회한 지후와 이현, 이현의 생존을 확인하고 어떻게든 다시는 그의 등뒤를 비어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돕는 지후, 하지만 결국 그런 노력은 이현의 칼끝에 지후가 상처 입게되고, 무림수사대는 녹림방 서울채주 체포를 위해 한바탕 큰 격전을 치른다.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흑룡방주의 음모는..!?



못 봤던 나머지를 새벽에 몽땅 몰아쳐서 읽어버린<무림수사대> (새벽에 시작해서 새벽에 끝났단 얘기다) 다 읽고나니, 편하게 접근했던 마음이 여러가지로 심란하다. 생각보다 더 넓은 스펙트럼의 주제를 내포하고 있던 만화였던것을 새삼 실감한다. 사람은 타인에게 인정받아야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가련한 존재인 것일까? 겉은 일자무식이지만 속은 너무도 여린 지후에게서 내가 버뜩 든 생각이 바로 이거였다. 물론, 이것은 어떻게 보면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 스스로가 세워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게 정말 가능한걸까? 많은 사람들이 외롭고 고독한 이유는 어쩌면 바로 우리가 그것들을 스스로 행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애감정이 아니라도, 서로가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그 누군가에게 하나의 가치있는 사람으로서 남고싶은 욕구는 누구나 갖고 있는 염원아닐까. 안타깝지만, 자신을 던져서 타인에게 마음을 주는 여린 사람들이야말로 상대에게 신뢰받지 못할때 받는 충격은 크기만 할 것이다. 지후는 그런 아이였다. 그 안타까운 좌절은, 자괴감과 더불어 질투를 낳고, 때론 그릇된 행동을 낳았다. 따지고보면 그렇게 된것이 한쪽의 잘못만은 아닐진데, 결국은 더 많은 피해를 입힌 쪽이 모든 죄책감을  갖고 갈 수 밖에 없다. 파트너로서의 인정과 유대, 신뢰는 지후에게 생명과 같은 일이었지만 오해로 생긴 골은, 결국 운명을 갈랐고 지후와 이현은 모든 책임을 서로가 지려고만 한다. 지후에게, 파트너로서 누구 한명의 책임은 없다고 말했음에도,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은 궁극적인 상처에 대해서는 자신이, 하지만 지후 또한 같은 생각을 하며 결국 서로가 모든 짐을 짊어지려고 한 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가장 큰 비극이었는지도.


이미 지나간 일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일. 살아있는 자, 현실에 있는 자의 시간은 흘러야만 했다. 과거의 덫에 걸려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후를 너무나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현은 자신과 지후 서로가 잘못한 과거에 대해 지후 혼자 짊어지고 멈춰있지 않기를 바랐다. 지후가 그 크나큰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하길 바랐다. 



드디어 현대무림활극의 클라이막스의 막이 올랐다. 나머지 모두 살해되고 혼자 남아있는 흑룡방주는 자신을 스스로 무림의 맹주라 일컬으며 무림계의 고수들을 한대모아 성대한 행사를 치른다. 거기서, 네명의 신군을 살해한 이현을 제거하여 완벽히 자신의 위치를 공표하려는 흑룡방주, 그의 음모의 끝은 어떻게 될까. 흑룡방주의 음모와 범죄사실을 알게된 무림수사대는 지후의 '무대뽀' 정신으로 흑룡방주 검거에 나선다. 그.리.고 한때는 서로의 파트너 였지만, 이제는 연쇄살인자와 경찰의 신분으로 재회한, (연우의 목숨을 지켜야만 하는)이현과 그런 이현을 지켜내야만 하는 지후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



엇갈린 오해, 그로인해 서로 깨닫지 못했던 상대의 마음, 너무 늦게 도착한 진심. 그것들을 딛고 일어서야만 하는 지후의 운명이 가련하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냉혹해서, 정의는 실종된 듯 보이고, 악은 여전히 건재하다. 악한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비참한 현실, 끊임없는 희생을 담보로 하는 정의, 그리고 점차 찾기 힘들어지는 그런 '협객'들. 


어쩌면 이충호 작가는, 이 비참한 세계에서 정의(正義)와 선(善)을 실현하기 위해 서로가 책임을 다하며 또 탓하지 않는, 나아가 아픈 과거또한 거름으로 삼아, 앞으로 얼마나 더 아플지 모르는 이 현실을 꿋꿋하게 견디며 각자가 상징적 '협객'으로 성장해야 함을 역설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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