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과 함께한 사람들
강현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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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이름들을 그냥 시험 문제 답으로만 외웠던 사람으로서, 이 책은 꽤 다른 경험이었어요.

엄홍도, 박팽년, 정순왕후. 단종 곁을 지킨 사람들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넘어갔던 이름들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이름들이 완전히 달리 느껴졌습니다. 500년 전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지금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계속 나왔어요.

박팽년이 목숨과 맞바꾼 글자 한 획 이야기가 특히 오래 남았어요. 적당히 타협하는 게 세상 사는 요령이 된 지금, 그 한 획이 정면으로 부끄럽게 만들더라고요. 이개의 이야기에서는 내가 가진 재능을 어디에 빌려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왔는데, 내 실력이 부당한 일에 쓰이고 있다면 그건 성과가 아니라 부역이라는 말이 읽고 나서도 한참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한테는 정직하게 살라고 하면서 정작 나는 눈치 보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어요. 역사서인데 이렇게 지금 내 삶을 들여다보게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걸 읽으면서 계속 느꼈어요.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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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가장 위대한 통찰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13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안진환 옮김, 서진 편저 / 스노우폭스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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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불편했어요. 그런데 그 불편함이 싫지 않았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어떤 종교도, 이념도, 스승의 가르침도 따르지 않은 사람이에요. 어떤 깃발도 들지 않았고 어떤 신의 구원도 전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이렇게 읽히는 이유가 책을 펼치자마자 느껴졌습니다. 그는 그냥 진실을 말하거든요.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정확한 말을.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가 무지를 예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읽으면서 깨달았어요. 내가 쌓아온 지식, 경험, 믿음들이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관계에 대한 부분이 가장 뜨끔했어요. 나는 상대방을 보는 게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보고 있다는 말이, 읽고 나서도 한참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문장은 쉬운데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에요. 계속 나를 불편한 곳으로 데려가거든요. 그런데 그 불편함을 통과하고 나면 뭔가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오래 붙들고 있던 것을 잠시 내려놓은 것처럼요.

지금 뭔가에 막혀있는 느낌이 드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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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1억 습관 - 저축부터 주식·ETF·ISA·금테크까지 쌈짓돈도 1억으로 불리는 부자 루틴
김나연(요니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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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표지에 적힌 체크리스트를 보다가 멈췄어요. 쇼핑은 평평 하고 점심은 편의점에서 때우는 직장인, 앱테크로 알뜰살뜰 모으지만 배달앱에 중독된 솔로, 유튜브 재테크 강의 들으려다 쇼츠만 보다 끝내는 사람. 전부 저 얘기였거든요.

이 책이 다른 재테크 책들과 달랐던 건 독자를 몰아세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반성하게 만들거나 대단한 각오를 요구하지 않고, 지금 이 현실에서 5만 원으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부터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통장 쪼개기부터 ETF, ISA, IRP, 연금저축펀드까지 어렵게 느껴졌던 것들이 읽다 보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정리되더라고요.

재테크는 원래 적은 돈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진짜로 이해됐어요. 1억이 대단한 능력의 결과가 아니라 작은 습관의 결과라는 게 위로가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로 느껴졌거든요.

돈 공부 해야지 하면서 두꺼운 책 앞에서 번번이 포기하셨던 분들, 이 책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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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이기는 글쓰기 - 마케터, 크리에이터, 에디터, 그리고 콘텐츠를 만드는 모두를 위한
신익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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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나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챗GPT가 쓴 글이 내 글보다 매끄러운 걸 보면서 슬슬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이 책을 만났고, 내가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독자의 뇌는 0.017초 만에 스크롤을 멈출지 넘길지 결정한다고 저자는 말해요. 챗GPT 글이 매끄럽고 논리적인데도 밋밋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그거라고요. 정보는 정확한데 독자의 본능을 건드리는 자극이 없다는 것. 읽으면서 내가 멈췄던 콘텐츠들을 떠올려봤는데, 전부 맞는 말이었어요.

이 책은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에요. 반드시 읽히는 글, 스크롤을 멈추게 만드는 글을 설계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걸 읽으면서 계속 실감했어요. 사례들도 구체적이라 바로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거나, SNS 콘텐츠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 분들께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책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 저한테는 지금 딱 필요한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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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下동문
한상경 지음, 김보근 그림 / 메이킹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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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표지부터 뭔가 달랐어요. 구겨진 종이 위에 손으로 쓴 듯한 제목, 그리고 그 아래 작게 그려진 그림 하나. 펼치기 전부터 이미 어떤 감각이 전해졌습니다.

머리글이 이미 시였어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인 것들을 꺼내 들여다봤더니,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것도 있었고, 무거운 것도 있었고, 가볍고 산뜻한 것도 있었다는 고백. 잘 쓴 척하지 않는 그 솔직함이 오히려 책 전체를 믿게 만들었습니다.

한상경 시인의 문장은 조용해요. 크게 흔들거나 극적으로 치달아가지 않는데, 그 조용함 속에 꽤 오래된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있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 한쪽이 슬며시 무거워집니다. 선물이라면 선물, 아니라면 아닌 퇴적물들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시인의 시선이 담담하면서도 깊었어요.

김보근 작가의 그림도 시와 참 잘 어울렸습니다. 설명하거나 꾸미려 하지 않고 그냥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느낌이랄까요.

시집을 덮고 나서도 한참 그 무게가 남아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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