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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 인류를 사로잡은 놀라운 과일 이야기
베른트 부르너 지음, 박경리 옮김 / 브.레드(b.read) / 2022년 9월
평점 :
이토록 매력적인 책을 만나게 되서 정말 기쁘다. 사실 제목과 책소개를 보고 내용이 궁금해서 만나본 책인데, 내용이고 뭐고 다 떠나서일단 나를 사로잡은 건 단연코 책 속의 삽화이다.
350여 페이지에 걸쳐 거의 한 장에 하나씩의 삽화가 들어 있는데 삽화 종류도 과일이 그려진 유명화가들의 명화, 사진, 포스터, 다양한 사료 등등 그 종류도 가지각색이고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라 눈이 굉장히 즐거운 책이다. 시각적 효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던 시간 !!
재생종이로 만든 종이질도 이 책의 분위기에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만약에 이런 멋진 삽화가 매끈하고 뻣뻣한 종이에 담겼다면 그 분위기는 전혀 달라졌을 것 같다.
내용 또한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새로웠는데, 이 책은 인간이 과일을 어떻게 재배하고 길들였는지에 관해, 인간과 과일의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를 식물학은 물론이고 인류학, 문화사,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범위에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과일을 먹는 영장류의 뇌는 그러지 않은 종보다 평균 25% 크다고 한다. 맛있는 과일을 섭취하려면 잘 익는 시기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하나의 과일나무 중에서도 잘 익은 과일을 판별할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과일을 먹는 방법도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맛있는 과일을 찾아 숲을 기웃거리고, 어렵게 찾은 과일을 맛있게 먹은 동물들에 의해 과일의 부산물은 숲에 흩어졌고, 이런 방법을 통해 과일을 맺은 나무가 점점 더 퍼지게 되는데 동물 못지 않게 이 달콤한 과일의 매력에 빠진 인간은 그러나 동물들처럼 과일을 찾아 나서는 대신, 과일을 재배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수도사와 수녀들은 숲에서 딸기와 산딸기를 채집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 과일들을 최초로 재배했고, 태양왕 루이 14세는 달콤한 배를 너무도 좋아해서 베르사유궁에 전용 텃밭을 만들었다고 한다. 16세기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모든 부부가 과일나무 여섯 그루를 심고 돌봐야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결혼할 수 없는 법까지 만들었다고 하니 나라에서조차 과일재배 정책을 집중적으로 실시했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버지니아의 한 농토에 과일 묘목 수천 그루를 심었고 과일 농사 활동을 일기로 남기기까지 했다.
레몬나무와 오렌지나무의 황홀한 향기는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고, 자두는 프랑스에서는 " 자두 한 알보다 달걀 두 알을 먹는 편이 낫다" 라고 말하고 자두가 자라는 담장공간도 너무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로 인기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고 한다. 귀하거나 이국적이라는 평판의 부족, 변비 치료제라는 이미지, 게다가 자두나무는 못생겼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럼에도 자두는 정물화에서는 빠지지 않고 사랑받는 과일이었다고 한다. 나는 자두나무를 한번도 못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 맛있는 자두가 그런 대접을 받았었다는 사실이 새롭기만 하다.
이 외에도 엄청나게 다양한 방면으로 관찰하고 설명되는 과일의 역사는, 이제까지 쉽게 접하지 못했던 내용들이라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 브레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