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후 ㅣ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3
션 타오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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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와! 내가 판타지 소설, 더군다나 중국무협 판타지 비스무레한 소설에 이 정도로 몰입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판타지 소설은 무조건 거르는 내가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스토리에 급 관심이 가서 모험한다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700쪽을 훌쩍 넘기는 이 분량을 하루 반만에 완독할 정도로 너무 재밌다.


오로지 굶주린 가족을 위해 둘째 황자 테렌의 후궁 자리에 지원한 웨이는 뜻하지 않은 계기로 후궁으로 발탁이 되면서, 이제 오로지 왕자를 갖기 위한 임무에 충실해야만 한다. 그러나 첫 날부터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테렌의 가혹한 괴롭힘이고 이러한 행위는 주기적으로 이어진다.

사이코패스 저리가라일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함과 웨이의 괴로움을 즐기는 모습에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웨이의 몸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이런 가학적이고 잔인한 행동을 일삼는 괴물같은 테렌에 대한 증오가 쌓여가면서, 웨이는 그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도 커져만 간다.


황자의 아내는 글을 배워서는 안되고 폐위 사유까지 될 수 있는 시대에 웨이는 몰래 글과 시를 배우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위험을 겪게 된다.

상대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아야 완성할 수 있는 심혼시는 테렌을 죽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에 그의 어린 시절까지 파헤치게 되고, 그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비로소 왜 그가 지금과 같은 악마가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황자들이 각자 다른 마력을 타고 나고, 시로 온갖 주술을 부릴 수 있고, 문자 마법을 행하고, 가장 강력한 주술 무기인 심혼시를 짓고, 황제 즉위식의 용과의 결투 등 소설에서 황자들 특히 테렌이 행하는 마법은 어찌 보면 황당하게도 느껴지지만, 이상하게도 스토리 안에서 이러한 장면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또 그러한 상황이 머리속에서 자연스레 상상이 되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왕실 후궁들의 임무, 그들간의 암투, 나라 밖 서민들의 피폐하고 굶주린 상황과 대조적인 왕실의 풍요로움 등의 이야기는 우리의 옛 왕실의 모습과도 너무 흡사해 몰입이 더 잘 된다.

생각보다 많이 잔인하기도 하고, 가슴 졸이며 읽게 되는 장면도 있고 전체적으로 가볍지 않아 좋았지만 결말은 참으로 안타깝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식상한 결말이 아니라 더 인상적이기도 하고, 그러한 선택을 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마지막에 가서는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앞으로 판타지라고 무조건 거르는 행동은 삼가야겠다.

독특한 역사 판타지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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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 세상이 지우려 했던 소녀들, 그러나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
수잔 위그스 지음, 허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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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 과 유사한 미국 버팔로의 '선한 목자의 집' 에서 행해졌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는 소개에 궁금증이 일었던 책이다.

위의 두 사건 모두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세상에서 소외된 소녀들을 교화시킨다는 목적으로 감금시키고 온종일 세탁노동과 가혹한 체벌이 행해졌다고 한다.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소설의 주인공 메이린은 새아버지로부터 육체적 위협을 당하려는 찰나 오빠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이후 오빠의 입대 후 갑자기 등교 대신 부모의 손에 이끌려 '선한 목자의 집' 에 보내진다. 뚜렷한 명목도 없이, 메이린은 이유도 모른채 낯선 이들 속에 갇혀 고통의 시간을 겪게 된다.

다양한 이유로 입소되어 생활하고 있던 다른 소녀들은, 엄격한 감시와 위험한 노동, 굶주림과 헐벗음으로 저항할 의지조차 잃은 채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검사를 목적으로 의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이 되어도 수녀들은 쉬쉬하고 도움의 손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 후 강인한 성격의 메이린이 주체가 되어, 몇 번의 탈출도 시도하고, 그 이후의 이야기도 생각보다 많이 담겨 있다.


힘없는 소녀들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외부인들은 수녀원에서 설마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못한다.

오히려 행실 나쁘고 불행한 자신들을 거두고 보살펴주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소녀들을 꾸짖기도 하는데, 그 울타리 안에서 대체 얼마나 긴 시간 선한 이미지로 성학대와 자금 은폐가 이루어졌을까..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인상깊다.

물론 주인공도, 소설 속 사건들 대부분도 픽션이지만, 이 책을 통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조직적인 학대가 이루어졌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마음이 답답하고 먹먹한 내용이지만, 다행히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소녀들의 우정과 의리가 빛을 발하고 그 모습은 오래까지 이어지는데, 영화로 옮겨도 깊은 여운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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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 아라로아, 나에게로 - 광활하고 눈부신 뉴질랜드 3000킬로미터, 혼자 걸은 아홉 달의 기록
나오미 아널드 지음, 신정은 옮김 / 그림나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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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오랜 기간 좋아해 왔고 여전히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벼운 느낌의 여행 에세이에 아쉬운 마음이 커졌다.

그러던 참에 이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테 아라오라라는 단어가 낯설지만 책 소개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초반부터 느낌이 좋다. 완전 내 취향의 여행 에세이 !


세로로 긴 뉴질랜드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을 잇는 3,000km의 트레일을 9개월 간 종단한 40대 초반의 한 여성의 기록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이 언뜻 떠오르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 순례길과 같은 느낌의 트레일이긴 한데 길 자체도 그렇고 전체적인 환경이 뭔가 덜 가꿔지고 더 투박한 느낌이다. 그래서 저자의 고난이 날 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전해진다.


초반에는 사진도 찍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여유롭게 걷지만 곧 마주하게 된 지옥의 진흙탕에서부터 본격적인 고난이 시작된다.

긴 하이킹 바지보다는 반바지가 나을 꺼라는, 앞서 그 길을 통과한 한 하이커의 충고를 마주할 때까지만 해도 저자도 그렇고, 읽는 나도 그렇고 그 정도의 끔찍한 진흙탕길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무릎, 심하게는 더 깊은 진흙탕 속을 헤집고 꼬박 이틀을 걸어야 빠져나올 수 있는데, 저자가 어찌나 그 상황을 리얼하게 표현하던지..어휴..그 속에서 뭔가에 물려도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고, 장소와는 상관없이 뱀도 생각나고 악어도 생각나고.. 하이커들을 위해서 그런 길은 좀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최악의 코스였다.


그 길에서 만난 전 세계 베테랑 하이커들 가운데 미국인을 표현한 대목이 눈에 띈다.

자신감 넘치고 능력까지 갖춘, 모든 것을 최경량, 최단 시간으로 경쟁하는 미국인의 방식, 그리고 적당히 대충 해도 어떻게든 되겠거니 하는 저자의 행동을 '키위식 태도' 로 표현하는데, 뉴질랜드인이 스스로를 키위로 표현하는 그 내면에 이런 살짝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고, 그들이 바라보는 미국인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왜 그런 고생을 자처하는지 저자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경험을 한 하이커라면 그 무모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나 역시 어렴풋이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다.

고난의 강도는 다를테지만, 남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목표와 도전, 성취감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싶다.


이 트레일의 끝에 도달한 저자의 그 벅찬 감동과 자신감은 그 어디에도 견줄 수 없을 꺼라 생각한다.

저자도 정말 대단하고, 그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고 GPS위성 추적기로 지속적으로 아내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힘이 되어준 남편도 멋지다.


오랜만에 너무 재미있게 읽은 여행기이다.

사진 한 장 없지만, 저자의 글만으로 몇십 장의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생동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국에서 3년을 생활했고 한국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간직한 저자이기에 더 친근감이 들기도 하다.





 #테아라로아나에게로 #그림나무 #여행에세이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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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 특별전 - 옛 그림 속 숨은 이야기를 찾는 특별한 전시회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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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그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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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 특별전 - 옛 그림 속 숨은 이야기를 찾는 특별한 전시회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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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우리의 옛 그림이 어렵거나 따분하게 느껴진다면 이 한 권의 책을 만나보면 어떨까?

< 조선 그림의 마음 > 을 워낙 재밌게 읽어서 저자의 책은 믿고 읽게 되는데, 이번 책은 훨씬 더 쉽고 내용도 흥미롭다.

통통 튀는 표현과 예리한 장면 분석, 거기에 독자에게 던지는 사전질문까지..

입체적인 독서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의 옛 그림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해학'을 손꼽고 싶다.

첫 장에 소개되는 신윤복의 풍속화에서 인물의 다양한 표정들이 어찌나 익살스럽고 재밌는지..

여기에 맛깔난 저자의 해석까지 곁들여지니 그림 속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듯 하다.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는 두 기녀의 눈빛, 우물가의 근심어린 표정의 두 아낙네, 기녀를 꼬시는 선비의 이글거리는 눈빛, 후원 뒷담에서 여인의 손을 놔주지 않는 젊은 선비의 짓궂은 눈빛, 신분증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별감의 눈빛 등등.

그러고 보니 사람의 표정 가운데 이 눈빛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선은 굉장히 다채로운 듯 하다. 그리고 그 점을 가장 잘 표현한 화가가 바로 신윤복이라는 생각이다.






2장에서는 초상화 읽기이다.

서양의 미화된 초상화에 비해, '털끝 하나 들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라는 조선의 초상화 원칙중심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초상화만 보더라도 왼쪽 턱의 사마귀에 난 검은 수염과 흰 수염, 얼굴의 미세한 점들, 눈 주위의 수많은 잔주름, 뺨 점에서 자란 두 가닥의 털까지 !!! 디테일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영모화(동물화), 도교나 불교관련 인물화를 그린 도석화도 등장한다.

특히, 영모화에서 같은 소재의 다른 화가의 작품을 비교해서 해석된 부분이 눈길을 끈다.

도입부에서도 저자가 언급했는데, 여러 화가가 그린 같은 주제의 그림을 한자리에서 비교 감상하는 것이 그림 감상에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한 화가의 여러 주제의 그림을 한꺼번에 보는 것보다 안목을 높이는데 효과가 크다고 한다.


그림의 구석구석 숨은 장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고, 조선의 삶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있었던 시간이다.

우리의 옛그림에 다가가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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