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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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왜 그토록 제인 오스틴을 열망하고 그녀의 작품을 극찬하는지..솔직히 잘 몰랐었다.
10대 때 읽었던 작품은 나에게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기에 그 후 성인이 되서까지 그냥 유명작가로만 머리 속에 남아 있는데, 언젠가부터 책을 좀 읽는다 싶은 사람들은 죄다 이 제인 오스틴을 언급하고 있는게 아닌가..

​더군다나 올해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맞아 여러 출판사에서 제인 오스틴의 작품과 관련 서적들이 아주 멋드러지게 속속 출간되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나도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제인 오스틴과의 재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580쪽의 두툼한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내가 예전에 만났던 제인 오스틴의 작품도 이 느낌이었나? 왜 이렇게 재밌지? 등등 오만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살아 숨쉬는 듯한 캐릭터에다, 감성적이면서 현실적인 문장들, 특히나 이 책에서는 여성 화자의 역할이 큰 빛을 발하고 있다.
내 옆에서 실제로 엘리너가, 메리언이, 그리고 제인 오스틴이 조곤조곤 말을 거는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는 번역가의 힘도 크게 작용했음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당시 시대적 배경에 국한되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그런 점을 차치하더라도 현대인들의 감성에 너무 잘 맞는 스토리 전개에 깜짝 놀랐다.
보통 고전작품을 읽다보면 어쩔 수 없는 그 특유의 대화체라던지, 고리따분한 가치관 등을 경험할 때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오히려 그런 부분이 너무 적어 200년 전에 씌여진 작품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내용 중에 메리언이 실연으로 매우 힘들어하는 장면이 있다. 그녀를 도와준답시고 과도한 관심과 동정을 내비치는 주변 인물들과는 다르게,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보이는 레이디 미들턴을 빗대는 문장들이 참 인상적이다. (물론 주변에 무신경하고 조금은 개인적인 성향의 레이디 미들턴의 성격상 그런 듯하지만)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아닐까?
오지랖 넓은 친절과 호의가 오히려 상대방을 더 힘들고 비참하게 만든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이들이 과연 진정 상대방을 걱정하는 맘에서 하는 행동일까? 반 정도는 가십거리로 구미가 땡기기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이 아닐런지..

​소설 속 어떤 상황이나 심리에 대해, 화자 혹은 엘리너나 다른 인물의 입을 통해 독자가 원하는 바로 그 부연설명이 적재적소에 이어진다. 그 부분에서 주인공의 마음이 어떠한지, 왜 그런 상황에서 그런 태도가 나왔는지 등등 딱 궁금한 그 시점에서 마치 독자의 의견을 반영이라도 하듯..
독자가 이 부분에서 이해를 구하고, 상황설명을 요한다는 사실을 제인 오스틴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주석이 이렇게나 유용하고 흥미롭게 읽힌 적도 없다. 다른 출판사 책은 읽어보질 않아 잘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소설의 내용 뿐 아니라 그 당시의 문화에 대해 주석이 상당한 도움이 되어주었다.

​루시가 엘리너에게 윌리버 편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당시 영국에서는 약혼하지 않은 사이의 남녀는 편지교환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는 점, 루시의 편지가 엘리너에게 전달되는 장면에서는, 그 당시에는 친한 친척이나 가까운 지인하고만 편지를 주고 받는 분위기라, 엘리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루시가 편지를 보낸 사실은 자칫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도 주석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이 소설에서는 밋밋하고 평면적인 인물이 거의 없는데, 엘리너, 메리언, 에드워드, 브랜던 대령..은 꽤나 매력있는 인물이고, 윌러비라는 남자는 너무 기회주의자같고, 이복오빠 존 대시우드는 멍청하고 줏대가 없고 그 당시 귀족남자에게서 보여지는 속물근성까지... 그러나 가장 놀라운 인물은 루시이다!!!! 마지막 마무리에서까지 루시의 친화력, 그 능력은 독자를 놀라게 한다.

​항상 이런 책을 보고 나면 관련영화를 찾아보곤 하는데, 센스앤센서빌리티라는 그 유명한 영화의 원작이 바로 이 소설인 것도 이번에 첨 알았다.
배우들도 끝내주네.

그동안 등한시했던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영화가 한꺼번에 내게 쏟아졌다.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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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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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독특해서 쉽게 잊히지 않는 세스지 작가와의 3번째 만남이다.
아니 두번째 작품 긴키...는 영화로만 만나봤었는데, 읽은 사람마다 원작의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 분위기를 많이 언급한 걸 보고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일꺼라 추측해본다.
이번 책 역시 앞표지, 뒷표지, 띠지, 여기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몇 장에 걸친 음산하고 오싹한 컬러사진들까지 곁들여지면서 읽기 전부터 공포 분위기가 제대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로는 변태 오두막, 천국병원, 윤회 러브호텔 이렇게 세 곳, 등장인물로는 프리랜서 편집자인 고바야시, 심령을 볼 수 있는 여성작가 호조, 심령스폿을 탐방하지만 조회수가 저조한 유튜버 이케다 이다.
이들은 이케다가 방문했던 심령스폿 가운데 위의 3곳을 중심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좀 더 공포심을 유발시키고 관심을 끌기 위해 취재 자료를 각색하고 날조하는 등, 한마디로 하나의 기획품을 만들어 나간다.
3곳에 대한 괴담은 각각의 이야기로 이루어지는 듯 하지만, 교묘하게 이어져 있고 또 이것은 이들이 지금까지 각자 마음 속에 숨겨왔던 비밀과도 연결이 된다.

그러고 보면, 괴담이라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에 일명 '~카더라' 와 이것저것 살이 붙어 부풀려지면서 더 공포스러워지고, 그렇게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3곳에 관련된 괴담은 부수적인 장치로 작용되고, 실제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알고보면 이들 세 명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순간마다 책의 앞에 수록된 칼러 사진이 큰 효과를 발휘한 덕에 은근 오싹하고,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어떤 장면에서는 영화 '링' 도 떠오르고, 어딜 가나 마주치는 인형 이야기도 섬뜩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궁금해진 건, 심령유튜버를 운영하고 심령스폿을 직접 방문하고 취재하는 유튜버들은 이러한 심령을 믿는 자들일까, 아니면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운영을 하는 것일까? 믿지 않는 쪽이 운영하기엔 더 쉬울 수도 있겠다. 정말로 심령을 믿는다면 과연 그런 심령스폿에 혼자 방문할 용기가 날까?

구성이며 전개방식이 독특한 점이 매력인 저자의 이번 신간 역시 식상하지 않아 잘 읽힌다.
너무 무서워서 혹은 잔인해서 책장을 덮게 만드는 분위기가 아니라, 곱씹을수록 오싹하고 인간의 내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요것도 영화로 나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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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프리카 - 가장 완벽한 럭셔리 휴가
박다애 지음 / 찌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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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프리카 여행이다 !!!
아프리카 여행은 생각조차 안했던 내가 이 책을 읽는내내 왜 이렇게나 심장이 뛰던지..
아프리카도 아프리카지만 그 무엇보다 아프리카에 대한 찐사랑을 보여주는 저자의 그 애정과 열정이 맘에 콕 박힌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정열적으로 푹 빠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행복할까..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한 구절 한 구절 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을 하나라도 더 표현하고 알려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부모님 몰래 미국에서 학비 등 모든 걸 환불받아 그대로 남미에서 아프리카로 튀어버린 게 고작 20대 초반이었다는 사실. 그 후 저자가 직면한 상황도 현대판 무전여행을 보는 것 같다.
당차고 어쩌면 세상물정 모르는 치기어린 행동이라고 생각하게도 되고, 부모 입장에서는 기가 차고 코가 찰 노릇이다.
그것도 한동안 모르고 계셨다가(미국에 있는 것처럼 꾸준히 부모님과 소통했으니) 언니의 급 결혼으로 모든 것이 들통나 버리고, 머리채 잡혀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그 당시 인기있는 KT에 입사하지만, 안정되게 직장생활할 수도 있음에도 안에서 계속 끓어오르는 여행에 대한 열망으로 결국 퇴사를 결심하는데 아버님은 주저없이 응원해 주신다. 아버님 넘 멋지심 !!

그렇게 흘러흘러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급기야 30살에는 아프리카 여행사를 차리고 20여년 동안 오로지 아프리카홀릭으로 살아가는 저자.
아프리카 여행에서 우연히 만났던 사람과도 인연이 되었으니, 전생에 아프리카 어느 한 부족의 족장의 딸쯤 되셨었나..이렇게나 아프리카로부터 큰 은혜를 입다니..








20대 때에는 숙소, 교통 등의 비용을 아끼기 위해 생고생 해가면서 오로지 열정만으로 아프리카를 드나들었던 저자가, 이제 조금은 더 성숙해지고 또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긴 모습으로, 좀 더 우아하게 고급숙소도 아주 가끔 이용하는 모습들이 정말 보기 좋다.
단순히 아프리카를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 곳의 멸종위기동물이나 사파리 구역 내 야생동물에 대한 관심과 향후 방향에 대한 깊이있는 관찰과 지적을 통해 아프리카를 진정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 하다.
코끼리의 기억력, 버팔로의 집요한 복수심, 기린의 습성, 하마의 난폭성 등 아프리카 동물들에 대한 요모조모 재미난 이야기들도, 실제로 그것들을 눈앞에서 본 목격자의 이야기라 더 리얼하게 느껴진다.







저자의 말 가운데, 가끔 아프리카 의사들이 뭘 아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괜히 찔린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 사람 중 하나였으니..
남아공은 세계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했고, CT 스캐닝을 세계 최초로 시도했으며 의료쪽에서 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있을 정도로 의료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 조금씩 깨부숴야겠다.

이렇듯 아프리카 오로지 한 곳. 한 우물만 판 결과는?
입소문을 타고 단골고객들도 늘어나고 그래서 넷플릭스 < 케냐 간 세끼 > KBS < 걸어서 세계 속으로 > 의 현지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하신다고 하니, 그동안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고 아프리카 홍보대사 저리가랄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한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부터도 누군가 아프리카 여행 얘기를 한다면 바로 이 책과 함께 This is Africa 를 알려 줄 것 같다.

아프리카 여행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단 이 책 먼저 읽어보시길 !!
무엇보다 신비롭기도 하고, 아프리카에 대해 조금씩 호기심이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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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국문학을 가르칩니다
고영란 지음 / 정은문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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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해외생활 이야기를 다룬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제목을 보니 직업 이야기까지 더해지는 듯해서 굉장히 궁금했다.
나의 경험으로도 그렇지만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의 저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니, 참 인생이란 정말 예측불허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특별한 꿈이 없던 학창시절, 저자는 오로지 방과 후 보충수업을 빼먹기 위해 미술부를 선택했고, 고 3때는 갑작스레 인문계로 전향, 대학은 외국어 능력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일어일문학과에 진학한다. 1년 교환학생으로 도쿄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생각지도 않았던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현재까지 32년을 대학교에서 일본어로 일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무려 32년 !!! 그 긴 세월동안 일본의 일상에서, 교편 생활에서, 또 연구자로써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물론 조금 오래된 이야기들이지만 그 당시의 일본사회, 문화의 분위기를 알 수 있어 참 흥미롭다.




일본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영어' 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의외였다.
글로벌 기업에 취직해 외국에서 생활하고픈 꿈을 가진 학생들은 굉장히 드물다고 하는데, 이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조건에 영어 공부는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가까운 나라와 우리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일본의 교육열도 우리 못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영어에 대한 생각만큼은 굉장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일본과 일본어와 관련이 있었던 나에게 있어, 일본어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읽을거리이다.
요즘 한국 유학생들은 한자를 비한자권 유학생들처럼 외국어인 '일어'의 일부로 여기고 일본어 발음을 확인하면서 익힌다고 하는데, 입학 초기 독해 능력은 기존 한자세대보다 현저히 떨어지지만 일본 애니나 드라마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언어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한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어이다 보니, 요즘 학생들은 한자를 몰라 일본어 공부하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저자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존 한자세대 학생들은 한자는 한글발음 그대로 외우고 그 외의 조사나 동사 같은 것만 일본어 발음으로 외우다 보니, 깊이가 더해질수록 한자 자체의 일본발음을 몰라 발표나 토론 같은데서 큰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저자의 일본 근현대 문학 강의와 관련해서는 '나카지마 교코'가 소개된다.
나오키상 수상작가이기도 한 그녀의 작품은 재미있고, 민감한 주제를 함께 고민하고 동시에 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줘서, 수업이나 강연에서는 최고의 텍스트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잠시 읽기를 중단하고 작가에 대한 폭풍검색에 들어갔는데 < 꿈꾸는 도서관 > 이 특히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자도 이 작품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 작은 집 > 이라는 작품은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제목이 왠지 낯이 익어서 예전 서평을 찾아보니 역시! 2011년에 꽤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다. 이 참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고, 영화도 평이 넘 좋은데다가 음악도 히사이시 조 !!! 영화를 어디서 찾아봐야 하나....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제목은 한번이라도 들어봤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 노르웨이 숲 > 이 베스트셀러가 된 배경도 흥미롭다.
1988년 쇼와 천황이 위독한 상황이라 성탄절 트리 등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출판사에서는 빨강과 녹색 표지의 기본책에 띠지만 성탄절에 맞게 금색으로 바꾸었는데, 이 전략이 맞아떨어져 연말 성탄 선물로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 대히트를 친 이후 그의 작품은 출간되는 대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렇듯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져서 뜨는 경우는 문학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당시 상황도 언급된다.
그 상황에서 온 몸이 굳어 꼼짝달짝 못하는 엄마(저자)와는 달리 중3 딸이 보여준 너무도 침착한 행동들 - 가스불 확인, 창문,현관문을 열어 대피로 확보, 비상식량, 전등 등을 챙겨 현관에 놓는 등 - 은 일본에서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은 지진 대비훈련이 실시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정부와 미디어(정부의 압력에 의해)의 방사능 관련 정보 은폐로 인해, 외국 특히 독일 미디어를 통해서야 일본 국민들이 비로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인지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이 한 권의 책 안에 들어 있는데, 단순히 일본생활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가볍게 들려줄 꺼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저자의 학문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있어서 참 좋았다. 연구자로서 진중하고 차분하면서도 소박한 문체로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푹 빠져 본 시간이었다. 


30년이 넘는 외국생활이라 이제 거의 반일본인은 되셨을테지만 그래도 저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외국인이라는 위치는 언제나 불안하고 서러울 수 있을 듯 하다. 좋아하는 연구활동을 버팀목으로 건강하게 잘 생활하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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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말고 남미, 혼자 떠난 120일
송경화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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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책은 두꺼워야 읽을 맛이 난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 !!)
특히나 여행에세이는 얇으면 수박 겉핥기 식의, 내용이 너무 빈약한 경우가 많은데, 이번 책은 일단 제목에서 남미 라는 단어, 그리고 책을 검색했을 때 580쪽이라는 반가운 두께, 여기에 더해 저자의 전작들이 다 평이 좋다는 점도 이 책을 믿고 읽을 이유가 되어주었다.

분명 이런 사람들의 DNA는 일반인들과는 다를꺼야..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면 매번 드는 생각인데 역시나 이번에도 읽는 내내 저자에 대해 들었던 생각이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읽고, 어딘가에서 사진을 보고 나면 저자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직접 떠나야 직성이 풀린다.
그 결과로 이렇게나 풍성하고 다채로운 120일간의 여행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저자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여행 정보는 세세하게 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래 바로 이거야.
현지의 살아 숨쉬는 모습들, 현지인들의 모습, 다양한 에피소드들, 맛있는 현지음식들.. 여행에세이에서 독자들이 바라는 건 바로 이런 부분들이지.

국민성이라는 건 무시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나라에나 나쁜 사람이 있으면 좋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다. 물론 여행지마다의 이야기, 황홀할 정도의 경치 사진에서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사진을 너무 크게 담다보니 사진 화질이 안 좋은 경우도 더러 있긴 하지만..)







마추픽추 여정에서 함께 했던 포터 이야기는 제 3자인 나조차도 폭풍감동이다.
컨디션 난조로 심한 두통에 힘겨워했던 저자가 가이드한테 계란이랑 과일이 좀 먹고 싶다고 내비쳤는데, 포터가 출발했던 마을까지 다시 내려가서 사왔던 것이다. 그 무거운 짐들을 지고 올라온 것만도 힘든데, 충분히 모른 척 할 수도 있을텐데.아니, 분명 가이드는 안된다고 저자한테 말했는데..
보통 18세부터 최고령 82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포터들. 세계의 유명등반에서 숨은 영웅인 포터들의 애환을 자주 접하곤 하는데, 이런 마음씀씀이가 참 짠하다.







이 책에서 꽤 인상적인 건 보통의 여행객과는 다른, 특히 오지나 힘든 여정의 여행, 그리고 장기여행자의 복장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컬러풀하고 예쁜, 패셔너블한 저자의 복장이다. 여기에 빨간테 선글라스까지 !!!!이런 저자의 컨셉이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개성있어 좋다. 현지인들에게도 오래 기억에 남을 외국관광객이지 않을까 싶다.^^

책의 초반에 저자는 읽고픈 책 대신에 표지들만 복사해서 가져간다고 말하는데, 표지만 가져가서 뭐에 쓰려나 싶었건만 읽다보니 요기조기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칠레에서는 네루다 시인의 집을, 페루에서는 소설가 요사의 집을 방문할 때 이 출력해 간 책 표지만 보여주면 만사 오케이다. 멀리서 온 동양여성이 이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방문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키겠는가...

넘 좋았던 영화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도 소개되고, 저자가 이렇게 출력해 간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 < 도시와 개들 > 책도 궁금해졌고, 특히나 요사의 집 방문과 함께 언급되었던 소설 < 나는 훌리아 아줌마와 결혼했다 > 는 너무 재밌을 것 같아 바로 도서관에서 검색해봤는데 ,이런..우리 지역에는 그 어느 도서관에도 이 책이 없다..일단 메모해 두기 !!!

남미의 다양한 지역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눈으로 간접경험하고, 치안의 불안함도 다시금 느꼈고, 스페인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의 다른 책 < 40일 간의 아이슬란드 오로라 여행 > 도 챙겨봐야겠다. 재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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