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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잊혀진 사람들 - 찬란한 걸작이 말하지 않는 비밀
김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7월
평점 :

< 책블로거 인디캣책곳간 서평이벤트에서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알려진 기록이 너무 없어서 자료 찾기조차 힘들었다는 저자의 말 한마디가 이 책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세계적인 거장 뒤에서 희생되고 잊혀지고 숨겨진 그 누군가 중에는, 수없이 읽어왔던 책 속에서 한 단어로만 언급되었던 인물도 있고, 거장의 이야기 속에서 비교대상으로만 언급되었던 인물들도 있다.
그러나 이제 이 책에서는 그들이 모두 주연으로 등장한다. 이런 이야기 귀중하고 흥미로울 수 밖에 없지 !!
존 에버렛 밀레이 < 오필리아 > 를 비롯해, 빅토리아 시대 라파엘 전파 작품의 대표 모델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시달은, 로제티라는 당대의 유명한 화가와 10년의 기다림 끝에 결혼하지만 끝없는 외도와 이기심으로 인해, 우울증과 약물중독으로 32세에 요절했다.
후대에는 그녀를 단순히 모델로만 기억하지만, 천재적이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재능 있는 화가였고 라파엘 전파 전시에 참여한 유일한 여성 화가였다고 한다.
현실적인 문제로 모델로 일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만약 로제티를 만나지 않았다면 자신의 재능을 조금은 더 키울 수 있었을까...시대적 상황을 볼 때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결코 쉽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요절한 천재 모딜리아니를 얘기할 때면 어김없이 아내 잔느가 등장한다.
모딜리아니가 병으로 죽은 다음날 잔느는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고, 현재까지도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서는 이 둘을 비운의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미화하고 있고 그녀의 묘비에는 '...헌신적인 동반자' 라고 새겨졌다.
잔느 또한 화가였다는 사실은 오랜 세월 잊혀졌고, 오로지 모딜리아니의 뮤즈로만 기억되고 있다.
또한, 그녀의 자살은 위대한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혼 여성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했던 그 당시 보수적인 파리 사회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출구 없는 세계에서의 최후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피에트로 토리지아노는 헨리 8세의 궁정 조각가이자,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중요한 조각가 10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 미켈란젤로의 코뼈를 부러뜨린 인물 ' 로만 언급되고 있다.
고갱의 성공 뒤에는 베르나르라는 젊은 화가의 희생이 뒤따른다.
베르나르가 개발한 기법을 고갱이 차용해 자신만의 기법으로 둔갑시켜 발전시켰지만, 그 당시 이미 어느 정도 명성을 쌓은데다가 네트워크 또한 튼튼했던 고갱에게 예술계의 주변인인 20살 어린 베르나르는 이길 수가 없었다.
최근 학계에서는 베르나르의 역할을 점차 인정하고 재평가되고는 있지만 이미 확립된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가장 놀라운 이야기는 루벤스편이다.
17~18세기 유럽 예술계는 공방 집단 제작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루벤스의 작품으로만 알고 있는 < 메두사 >
< 사자 사냥 > 같은 명화들이 실은 루벤스가 거의 손대지 않았거나, 대부분이 제자가 그렸거나, 협업 작품이었다는 사실은 살짝 배신감마저 든다.
최근 일부 미술관에서는 작품 명패를 수정하고, 미술사학자들은 제자와 협업 화가들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많은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거장에게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화가들의 존재가 안타깝기도 하고, 로트레크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품에 안은 어머니의 마음은 애잔하기만 하다.
'승자의 기록' 인 역사가 재해석되고, 역사 속 인물도 끊임없이 재평가되는 것처럼, 예술세계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때로는 왜곡된 경우를 보곤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러한 부분들이 더욱 강하게 다가오고, 알려진 거장 외에도 숨겨진 위대한 예술가들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화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이 책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예술 쪽에 딱히 관심이 없어도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다른 책도 좀 찾아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