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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구현하기 위해, 14마리의 늑대를 이끌고 스코틀랜드에 도착한 주인공 인티가 겪게 되는 갈등을 서사적이면서 미스터리하게, 또 조금은 몽환적인 분위기로 펼쳐 낸 작품이다.
몇년 전 저자의 환경소설 < 마이그레이션 > 을 꽤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에 저자의 신간이 반갑다.
일단, 주인공 인티는 '거울촉각 공감각'이라는 선천적 질환을 앓고 있고 소설 전반에서 이것과 관련된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 질병은 의식상태에서 타인이 겪는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는 증상인데 초반에는 이런 증상에 대해 잘 몰랐던 탓에, 이 소설 판타지 요소도 가미되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런 질병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읽어내려가니, 인티가 타인의 감각에 대해 느끼고 힘들어 하는 장면들이 초반보다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생태계에는 최상위 포식자가 있어야 식물생태를 위협하는 초식동물의 개체를 조절하게 되고, 자연히 토양이 비옥해지고 홍수가 줄고 탄소 배출이 통제됨으로써, 결국에는 인간도 좋은 결과로 돌려받게 된다고 프로젝트팀은 주장한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그런 아주 먼 훗날의 결과를 위해 당장의 생계를 위협하는 늑대를 풀어놓는 모험 따위에 협조할 수 없다고 강경히 맞선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인티는 한 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늑대의 짓이라면 그녀가 마을 사람들과 한 약속에 의해 늑대들은 살처분 위기에 처해지기 때문에, 신고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그녀의 갈등은 고조에 달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데...

살인사건으로 인해 딜레마에 빠지는 것 말고도, 인티는 말을 못하고 외부생활과 차단된 생활을 하는 쌍둥이 자매와의 관계, 그녀가 잠시 마음을 주게 된 경감 던킨에 대한 살인 의혹과 미처 몰랐던 그의 성격, 과거를 알게 된 후 갖게 되는 불신 등 인간관계에 의한 갈등이 끊임없이 휘몰아친다.
사람까지 위협하는 늑대 보호 프로젝트를 이대로 감행해야 하는 것인지, 늑대를 보호하기 위한 자신의 행동이 오히려 늑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마을 주민들의 분노를 극대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결국 인티가 실행에 옮긴 행동을 보면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향한 그녀의 분노를 감지할 수 있다.
인티를 포함한 프로젝트팀의 주장도, 마을 사람들의 주장도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가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환경문제, 동물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어느 한 쪽에 치우쳐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립된 입장을 다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런 부분이 이 소설의 묘미인 것 같다.
서사적이면서 미스터리적 요소 등 다양한 색깔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처음엔 다소 밋밋하게 다가왔던 표지의 분위기가 완독 후 비로소, 왠지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 전해졌던 소설이다.
늑대가 사회적 동물이고, 구성원 간의 서열도 엄격히 정해져 있으며, 협동심이 강한 동물이라는 특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늑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늑대의 감소가 이렇게나 큰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번에 첨 알게 되었다. 새삼 늑대가 달라보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