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71
찰스 디킨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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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 책을 어릴 때 읽었었나 기억이 잘 안났는데, 결론은 못 만나본 고전 중 하나이다.
아무리 기억력이 쇠퇴해졌다고는 해도 이런 대단한 내용이었다면, 분명 어느 순간에는 기억이 딱 나게 마련인데 모든 내용이 생소하기만 하다.

640쪽의 두께가 주는 묵직함이 상당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묵직함은 두께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광기와 피가 난무했던 18세기 격동의 프랑스 대혁명 시대, 대조적인 두 도시 영국과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한 명 한 명이 다 살아 숨쉬고 있다.
마네트 박사와 그의 딸 루시, 루시를 사모하는 프랑스 귀족이자 망명자인 찰스 다네이, 마네트 부녀를 오랜 세월 보살피고 도와주는 은행원 로리 등이 주요인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책을 다 덮고 난 후에는 모든 인물이 다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잡역부이자 심부름꾼이었던 제리 크런처마저...
작품의 초반에 잠깐 등장했다 말 꺼라 생각했던 드파르주와 그의 부인은 이 작품에서 큰 악영향을 끼치는 인물이고 특히 드파르주 부인의 연관성은 마지막에서야 그 의문이 풀린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이 소설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인물이자, 결론적으로는 위의 주요인물들보다 더 주인공이었던 시드니 카턴이다.
초반에 찰스 다네이의 재판에서 다네이를 살렸던 요소가 마지막에 가서 또 한번 그의 목숨을 구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기회가 될 줄이야...









시드니 카턴 못지 않게 인상깊었던 또 한 명의 인물은 루시의 유모인 영국인 프로스양이다.
이 여성도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조금 독특하고 강인한 여성이라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 정도로 후반부에 강한 임팩트를 선사해 줄줄이야..그녀의 용기와 충성심 덕분에 마네트 부녀와 그의 일행은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작품 초반에 포도주통이 부서져 포도주가 길바닥에 쏟아진 상황과 굶주린 시민들의 행동을 묘사하는 장면은 굉장히 디테일하고 리얼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디킨스의 사실적인 묘사는 작품 내내 피에 굶주린 시민들의 광기와 귀족을 향한 무자비하고 이성을 잃은 학살장면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진다.

표지의 잔잔하고 평화로운 배경 속 두 사람과 그들을 바라보는 마네트 박사(아마도?)의 모습은, 실제 작품 속 내용과는 극을 이루고 있어 훨씬 더 이상적인 상황으로 다가온다.

읽는 내내 긴장감과 안타까움, 극중 주인공 못지 않은 억울함도 느끼고 부당함에 속도 터지며, 설마설마했던 생각들이 작품 속에서 현실로 이어질 때는 애잔함마저 든다.
그 어떤 미스터리 스릴러 못지 않게 초반 곳곳에 숨겨진 복선이 상당한데 읽다보면 아! 앞에 그 부분, 그 단어 !!! 하면서 뒤늦게 떠오르기도 하고, 마네트 박사와 다네이의 관계, 다네이 가문과 얽힌 과거 이야기 등 잘 짜여진 탄탄한 스토리는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제목만 주구장창 들어왔고 읽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두 도시 이야기. 이제라도 읽어보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고전의 묘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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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가 차백성의 이베리아 반도 기행 - 스페인과 포르투갈, 길 위에서 만난 역사와 사람들
차백성 지음 / 들메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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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가 있는 로드 기행 시리즈 ' 중에서 < 자전거 백야기행 > 만 읽었는데 너무 좋았던 책이다.
이번 신간 제목에서 다른 어떤 단어보다 OOO 차백성..이라는 저자의 이름만 눈에 확 들어온다. 원체 저자의 이름을 잘 기억 못하는데, 이 분의 이름은 흔하질 않아서 쉽게 기억할 수 있어 더 좋다. 이 책 놓칠 수 없지 !!!!

이번 이베리아편은 훨씬 더 알차고 유쾌하다.
국내 1세대 라이더인 저자가 두 바퀴 안장에 몸을 싣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20여 개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진다. 저자의 책은 단순한 여행기와는 차원이 다른, 어쩌면 인문에세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정도로 깊이 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을만큼의 분량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간략하게는...
스페인의 경우, 대표화가인 고야, 달리, 피카소로 시작해서, 집시의 기원과 그와 관련된 작품 < 카르멘 >, 스페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가우디와 돈키호테는 물론이거니와 콜롬버스, 헤밍웨이와 그의 작품들, 전설적인 기타 연주가 타레가와 그의 명곡 < 알함브라의 궁전의 추억 >, 넬슨제독과 이순신 장군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길의 극한 상황과 연계해서는 빅터 프랭클의 < 죽음의 수용소 > 라는 책이 소개된다.

포르투갈의 경우에는 과거 해양 강대국의 땅에서 우리나라의 장보고를 떠올리고, 포르투갈 노예상인의 잔혹성을 이야기하고, 리스본 소개에서 항상 붙어 다니는 < 리스본행 야간열차 > 책도 등장하는데, 저자는 이 책이 < 오리엔트 특급살인 > 처럼 사건소설인줄 알았다고...심오하고 난해하고 진도도 잘 안나고 소소한 재미는 기대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이런 의견을 전에도 본 적이 있어서, 영화가 너무 좋았던 나는 이 원작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다시 고민하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자전거로 완주한 이야기와 함께 저자가 경험했던 일본의 88사찰 순례길 이야기도 나온다. 산티아고야 워낙 유명하지만 일본의 순례길도 순례의 목적으로 방문하는 세계 각국인들이 꽤 된다고 하는데, 이와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만 인기 있는 제주 올레길 걷기와 우후죽순 늘어난 둘레길 조성이 언급된다.
항상 이렇게 세계관광지 이야기를 접할 때면 자연스레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곤 하는데 참 속상하고 안타깝다. 근시안적 행정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





이 책은 앞서 얘기했듯이 역사,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인물 등을 총망라한 인문학 여행에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록 형식으로 세계 6대 해전, 기억에 남는 유럽 명문 대학, 유럽사 인명이 소개되고, 여기에 저자가 북아프리카 건설현장에서 근무했을 당시의 에피스도와 여행을 하면서 떠오르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덤 !

전작을 읽었을 때도 좋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의 모든 책을 다 섭렵해봐야겠다는 강한 욕심이 생긴다. 그만큼 이번 책은 깊이 있는 인문 이야기와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깨알 같은 유머가 더해져, 여행 에세이의 진정한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여행기 #스페인 #포르투갈 #자전거여행 #자전거여행가차백성의이베리아반도기행 #들메나무 #리뷰어스클럽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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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하·화도편 - 춤 하나로 세상의 보물이 된 남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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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상권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하권을 빠르게 만나볼 수 있어 좋다.
상에서는 키쿠오와 슌스케의 어린 시절과 그들이 가부키 배우로 활약하게 되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그리고 있다면, 하권에서는 이들의 본격적인 활동과 파란만장하고도 가슴아픈 삶이 그려진다.

상권에서 후계자의 자리마저 빼앗겼던 슌스케인 만큼, 키쿠오에 대한 반감과 질투로 인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꺼라 예상했었는데, 이 둘의 관계는 예상을 뒤엎는다.
물론, 슌스케가 집을 나온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그 긴 공백을 메꾸기 위해, 하권 초반에는 키쿠오의 사생활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등 좀 비열하다 싶을 정도로 키쿠오를 상대로 집중공략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도 하고, 키쿠오는 또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연모하는 여성을 이용하기도 하는 등 생각하지 못했던 이들의 모습이 잠깐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슌스케는 전통 가부키 배우의 위치에서, 키쿠오는 전통 가부키에서 갈라져 나온 신파 배우의 위치에서 각각 성공을 거두며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되는데, 아름답고 화려한 이미지의 키쿠오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수한 외모로 아름다움보다는 생생함을 무기로 삼는 슌스케의 선의의 경쟁은 그들의 예술만큼이나 아름답게 비춰진다.

슌스케에게 닥친 잇단 불행에 맘이 아프고 허망하기도 하다.
키쿠오의 삶 또한 파란만장하기 그지 없다.
이 두 인물 못지 않게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키쿠오의 곁에서 몇 십년을 든든히 후원하고 지지해준 ' 토쿠지 '이다. 영화에서는 이 인물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지도 궁금하다.
상권과 비교했을 때 하권에서는 훨씬 더 많은 가부키 공연이 묘사되고 있어서, 영화의 힘을 빌리면 훨씬 더 와 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두 사람이 주인공인 까닭일까? 어느 한쪽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 3자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특히 하권에서는 중간중간 크나큰 사건에 맞닥뜨렸을 때의 주인공의 생각이라던지, 인물의 갈등, 심리묘사 등이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아 이 부분은 조금 아쉽긴 하다. 뭐랄까..멀리서 전체를 관망하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하권을 덮었을 때는 묵직함이 밀려온다. 짜릿하기도 하다.
원작과 영화 둘 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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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가 차백성의 이베리아 반도 기행 - 스페인과 포르투갈, 길 위에서 만난 역사와 사람들
차백성 지음 / 들메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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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 버금가는 정말 알찬 인문여행 에세이 !! 이 시리즈 모두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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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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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하드보일드가 정확히 어떤 스타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존에 읽었던 하드보일드라고 구분지어진 작품들은 큰 재미를 못 느꼈었다. 특히나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은 딱히 내 취향이 아니었어서 이 책 소개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된 걸 보고나서는 사실 이번 소설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왠걸!! 이 책 너무 재밌는게 아닌가.
5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서 거의 하루반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주인공인 중년의 탐정 사와자키라는 인물이다. 특별할 것 없지만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소박한 이미지가 은근 끌린다.

고교야구 출신의 한 청년이 10년 전 벌어졌던 누나의 자살사건을 사와자키에게 의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배배 꼬이지도 않았고 충분히 납득이 가는 스토리 전개, 여기에 아마도 전편에서 다뤄졌을 것 같은 동료 형사와 얽힌 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막판에 주인공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 결정적 단어 한마디를 내뱉는데, 어찌나 간단명료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던지, 짜릿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야구계의 승부조작, 동성애, 노숙자 등 다양한 이야기가 튀지않고 자연스레 연결지어지는데다, 뒷부분에 자세히 나오는 일본전통문화인 노(能)와 노가쿠 공연, 인간문화재 이야기는 최근 다른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가부키 공연과 더불어 일본전통예술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 익히 알고 있던 작가. 집에도 다른 작품이 한 권 더 있는데, 이제서야 만나봤다.
첫 만남이 너무 늦은 만남이 되어버렸네..
몇년 전 타계하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나니 왜 이렇게 아싑고 맘이 아픈지.
내가 이 정도니 이 작가의 팬들은 얼마나 큰 상실감을 느꼈을까..
비채의 이번 개정판은 그래서 더 의미있는 출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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