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 불멸의 화가 고흐의 편지들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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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곁에 동생 테오가 있어 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비록 짦은 생을 마감했지만, 평생 그의 곁에서 유일하게 그를 끝까지 지지해주고 지원해주었기에 고흐가 이토록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무려 900여통의 편지라니 !!

물론 이 모든 편지가 테오하고만 주고받은 것은 아니지만 고흐는 대부분 동생 테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편지로 털어놓았다.

이 책은 그런 인간 '반 고흐'를 마주하고픈 한 번역가의 노력으로 이 세상에 탄생하게 되었고, 출간 25주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올 수 있었다.


누군가의 편지나 일기를 마주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이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누군가의 사생활이나 비밀을 엿보는 듯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본인이나 가족들은 이런 편지나 일기를 없애버린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고흐와 그의 가족들의 경우 그들의 올바른(?) 판단 덕분에 후대에 너무도 중요한 문화 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고흐가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어디선가 숨을 쉬고 있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생생하게 반 고흐를 만나볼 수 있었다.

작품을 그리면서 겪었던 심적 고통, 외로움, 경제적 고충 등 그야말로 반 고흐가 살아 생전 마주해야만 했던 모든 것이 담겨 있어, 반 고흐라는 한 인간을 이해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책이다.


특히나, 우리들에게 너무도 유명한 작품들을 그렸을 당시의 고흐의 생각, 내면의 상태, 외적인 상황 들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고흐 자신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어서, 작품들 하나 하나가 살아 숨쉬는 것만 같다.




고갱과도 불화가 있었고, 자신의 귀를 자르는 기행도 서슴치 않고, 정신병원에도 입원할 정도로 평범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성격, 괴짜이고 외골수이고 다소 괴팍하고 다혈질일 것만 같은 성격, 하물며 자화상에서도 다소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곤 했었다.


그러나, 편지를 통해 느낀 반 고흐라는 사람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연약하고, 자존심도 있고, 외로운 삶을 살았고,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생각과 자세가 정말 올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예술가 !!! 그렇기에 이렇게나 많은 명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반 고흐에 대해 나처럼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출간 25주년 기념으로 나온 개정판!! 책도 정말 예쁘고 고급스럽다.

꽂아놓는 것만으로도 책장이 한층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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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역사학자 - 그림에 깃든 역사의 숨결을 만나다
이석우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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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기대 이상으로 내용도 알차고, 설명도 쉽고, 수록된 150여 점의 컬러 도판은 독자가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부분 확대까지 해주는 세심함까지 갖추고 있다.

역사와 미술 그 어느 쪽에도 편중되지 않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인데, 거기에다 문장마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기까지하다.


개인적으로 중세 이전의 이야기에 매우 취약한 편이라, 흔히 이런 책을 읽을 때면 가장 집중하기 어려운 파트였는데, 이 책은 신기하게도 이 시대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롭게 다가오고 이해도 쉽다.

초반의 아시리아, 이집트의 투탕카멘의 묘, 바빌로니아, 알렉사드로스 대왕과 다리우스 3세의 전투, 콘스탄티누스 대제, < 명상록 >의 저자이자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주인공이 충성을 바쳤던 군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등등과 루이 14세 이전까지의 중세 이야기도 이 책 덕분에 간략하게나마 알아나갈 수 있다.


특히, 바빌로니아의 이슈타르 문은 예전에 큰 맘 먹고 도전했던 < 바빌론의 역사 > 에서 만났던 내용들이라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 !!





12세기 프랑스에서 있었던 세기의 사랑, 아벨라르라는 성직자와 엘로이즈라는 수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난생 처음 알게 되었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들에 관한 책도 몇 권 출간된 적이 있었네.

나만 몰랐었나? 싶기도 하다. 다음엔 어디선가 이들의 이름이 보이면 내 레이더망에 걸리겠지.





마지막 9장은 저자 자신의 삶과 예술세계, 그리고 그의 작품들도 소개되어 있어 이 책이 훨씬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읽기 전에는 이 책이 최근에 씌여진 걸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국민일보에 연재되었던 글들에 조금 덧붙여 완성된 책이라고 한다. 역사학자이시자 미술가, 미술평론가이신 저자는 겸재정선미술관의 초대 관장이시기도 하셨는데 2017년 지병으로 별세하셨다고 한다. 좋은 책을 만나 반가웠는데 돌아가셨다니 괜스레 맘이 아프다.


미술 이야기도 좋아하고 역사 이야기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정말 행복해 하며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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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코스트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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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은 살아 있다. 이 문구가 딱 떠오른다. 주인공인 60대의 메기도, 그녀와 한 마을에 살면서 그녀를 위협하는 사건으로부터 메기를 보호하고자 하는 전직 CIA 노장들의 활약(이라고까지 하기는 뭐하고 그들의 노련미)이 참으로 멋드러진다.

젊을 때와는 달리 한 동작이 이어질 때마다 관절이 쑤시고, 발목도 시큰, 여행의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피곤에 절을 때면 팔팔한 옛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인간미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16년간의 스파이 생활을 청산하고, 조용한 마을에 정착해 닭을 키우며 조용한 삶을 살아가는 전직 CIA 요원 메기에게 어느 날 한 CIA 여자요원이 방문하면서 삶의 정적이 무너져버린다. 그리고 뒤이어 그 요원이 메기의 집 앞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제 기억 속에서 잠재우고 싶었던 그 끔찍하고 무섭고 슬픈 과거의 삶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고, 메기의 생명마저 위협을 받게 된다.




이 소설은 흔히 떠오르는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같은, 혈기왕성한 젊은 CIA 요원이 활약하는 스파이 소설이 아니기에 그들이 직접 현장에서 맞서는 뛰어난 액션이 주를 이루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 않은 재미를 충분히 맛 볼수 있다.

이 소설은 하물며 애잔하기까지 하다. 스파이 소설이 애잔하다니...메기와 그녀의 남편 조와의 사랑. 스파이는 사랑도 맘대로 못하는구나..


스파이는 활동기간에도 하물며 은퇴한 후에도 이런 암묵적인 위협이 항시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 매순간, 모든 장소에서, 가장 편해야 할 집 안에서도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 그들의 삶이 안스럽기도 하다.


처음 쓰는 스파이 소설이 이 정도로 재밌다면, 메디컬 스릴러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 작가의 본연의 장르인 메디컬 스릴러는 도대체 얼마나 재밌을까..너무 궁금해지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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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 근육의 해부학에서 피트니스까지, 삶을 지탱하는 근육의 모든 것
로이 밀스 지음, 고현석 옮김 / 해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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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가장 관심이 가는 운동은 유산소 운동도, 다이어트를 위한 체지방 감소도, 뱃살 빼기 운동도 아니다.

바로 근력운동이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운동이 이 근력운동이라는 사실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근육에 대한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왔는데, 저자의 전작인 ' 숨겨진 뼈, 드러난 뼈 ' 에 이어 이번엔 근육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6장 컨디셔닝부터 본격적인 근력 운동과 실생활에 접목되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전까지의 내용은 근육의 기본적인 구조와 작동 원리 등 주로 학문적인 부분이 주를 이룬다. 과학에 정말 잼병이었던 나에게 학창 시절의 생물 시간을 추억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는데, 그게 신기하게도 싫지가 않네. 생물시간에 자율신경계, 교감신경계, 부교감신경계, 좌심실, 좌심방, 우심실, 우심방 이런 내용 꽤나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오랜만에 이런 단어들을 다시 마주하니 아이러니하게도 그립기까지 하다 !!!!


지금 이 순간 눈을 깜빡이고, 숨을 쉬고,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등 인간의 모든 행동에 근육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 특히나,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며 우리를 지탱해주는 민무늬근(자율신경계)의 활동이 새삼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 항문괄약근은 손보다 뛰어나다는 문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하루 1만 보 걷기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언급된다. 일본 시계 제조업체에서 제조,판매한 만보계로 인해 생긴 근거 없는 정보로, 물론 이만큼 걸으면 좋겠지만 하루 기준치인 2700+1000보(9-10분 소요)만 걸어도 건강에 좋다고 한다.


스트레칭은 준비운동처럼 운동 전에 행해야 하는 단계인 줄로만 알았는데, 준비운동 -> 운동 -> 스트레칭 이란다. 휴식 상태에서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이 약간의 저항을 느끼기 때문에, 운동 전의 스트레칭은 비생산적이라고 한다.


근육과 관련된 질환 가운데 진행성 골화성 섬유이형성증이라는 너무도 무서운 유전질환(그러나 다행히 매우 드문 질환)은 주사,타박상, 낙상 등으로 인해 골격근, 힘줄, 인대 등 모든 근육이 뼈로 변하는 질환인데, 몇 년동안 계속 지속되면 사람의 몸이 거의 뼈로 변한다고 한다.




개는 눈 부분을 다양하게 움직이게 해주는 두 개의 근육이 눈에 있어서 다양한 표정이 가능한 반면, 늑대는 이런 근육이 없어서 무표정하다고 하는데, 개는 천상 인간으로부터 귀여움을 받을 조건을 갖고 태어났다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새삼 느끼게 되는데, 인간의 몸은 정말로 신비하기 그지 없다.

그 중 오늘 만난 이 책을 통해 근육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근육량은 30세 이전에 정점에 달한 후 서서히 감소하고 10년이 지날 때마다 더 빠르게 감소하지만, 다행히도 나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통해 근육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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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수리점, 마음까지 고쳐드립니다
아마노 유타카 지음, 지소연 옮김 / 모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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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라는 취미는 엄청 머리 쓰고, 집중을 요하고, 에너지가 고갈되는 취미라는 생각이 든다. 유독 그런 장르의 책만 파고 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요즘은 가끔 중간중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고파질 때가 있는데, 그런 때 만난 책이 바로 이 묘한 수리점..이다.


애니도 그렇지만, 일본 소설에는 유독 이런 분위기의 힐링 소설이 정말 많아서, 언제부터인가 내용도, 표지도 너무 비슷비슷한 이런 류의 소설은 식상해서 자연 패스해 왔던 터라, 책과의 만남은 다 때가 있고,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본 애니는 또 이런 분위기를 넘 좋아라 하니 내 자신도 이해 못함 )






고양이가 가게의 점장이고 말을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수리할 줄 알고 게다가 마음까지 치유해준다.

황당하고 판타지적 분위기의 이 책. 근데 내가 이런 내용에 빠져 읽고 있다니!! 나 스스로도 희한하다고 느끼면서 말이다.

두 번째 이야기, 갑작스런 사고로 아내가 떠나 버리고 홀로 남은 노년의 남성이 아내와 함께 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하다. 아직 내 감정이 메마르진 않았나 보네..




한 번만 방문할 수 있는 마법의 수리점! 마음의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사람에게만 이 수리점이 보이나 보다.

이 곳에서 일하는 핸섬보이 직원도 마법 속 인물이겠지? 표지 속 캐릭터가 책에서 묘사한 딱 그 모습이다.


이 수리점에서는 방문객을 위해 매번 디저트나 차를 내오는데, 각각의 맛에 대한 표현이 어찌나 리얼한지 도대체 어떤 디저트인지 궁금해서 또 폭풍검색까지 하게 만든다. 홋카이도 마루세이 버터샌드와 블랙 커피, 돗쿠리 모나카, 오사카 치즈 케이크와 홍차, 녹차.


이 소설은 지브리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소개되어져 있는데, 읽으면서 아 !! 애니로 만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가끔은 이런 힐링 소설 좀 읽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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