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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이야기 - 생물학적 기능에서 사회적 상징까지 목에 대한 모든 것
켄트 던랩 지음, 이은정 옮김 / 시공사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인체를 다룬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인체 가운데 '목'에 대해서라니...갑자기 목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한편, 내 평생 이렇게 며칠 내내 목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었나 싶다. 괜시리 목을 돌려보기도 하고, 주물러보기도 하고, 끄덕여보기도 하고 별의별 행동을 다 해본다.
이 책은 해부학이나 생리학 같은 과학적 접근을 기본으로, 역사와 문화적 해석에 이어 다양한 동물들의 목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이고 있어서, 제목 그대로 '목'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고 있다.
새롭고 신기한 내용들이 참 많이 담겨 있지만 그 많은 내용들 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추려 본다면, 먼저 음식과 공기의 통로가 목에서 교차한다는 사실이다. 이 당연하고도 단순한 사실이 뭐가 신기해?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도 당연해서 지금까지는 간과헸던 것 같다.
그리고 0.1초도 안되는 시간 안에 열리고 닫히는 '후두덮개' 의 동작을 통해, 음식은 식도로, 공기는 기관으로 보낸다는 사실도, 매년 미국인의 사고사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것이 질식사라는 사실도, 그만큼 이 후두덮개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이번에 첨 알게 되었다.

관절염, 종양과 같은 일부 목뼈 질환과 비교했을 때, 그 어떤 의사도 완벽하게 진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목의 만성통증이라고 한다. 오히려 환자에게 아픈 부위를 물어보는 걸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질문은 법정이나 보험 회사에서 엄청난 금액을 좌지우지한다고 한다.
진화를 거쳐 인간은 머리를 중립적 위치에 두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개성도 표정도 없이 정면을 응시한 채 무표정이고 중립적인 얼굴을 담은 운전면허증, 여권 등의 증명사진을 인간은 좋아하지 않는데, 다행히도 인간은 다양한 포즈를 취할 수 있고 이것도 다 우리의 목 관절 주변의 근육 덕분이다.
줄곧 표정을 담은 머리에만 신경을 쓰기만 했지, 정작 이 자세를 잡아주는 목에 대해서는 그 존재조차 잊고 살아온 것 같다.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정면만을 응시하며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부처라는 사실 !!!! )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마거릿 대처의 이야기도 꽤나 흥미롭다.
사람들은 성별과 관계없이 저음의 리더를 더 자신있고 권위 있다고 느끼는데 그 한 예로, 마거릿 대처는 정치계 입문 초기에는 그녀의 고음에 대해
" 가볍고 무게감이 없다' 는 평을 받았다. 그 후 영국 배우인 로렌스 올리비에의 소개로 영국 국립극장 발성 코치에게 훈련을 받은 결과 '철의 여인' 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중간 저음의 음색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꼭 이런 정치,사업 분야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목소리만으로도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동물의 목 이야기도 재밌는데, 목하면 가장 대표되는 기린에서부터 뻣뻣한 몸통으로 인해 270도까지 돌아가는 목을 가진 올빼미, 목으로 통하는 성적 매력에서 언급되는 다양한 동물의 예, 생존 전략에서 중요한 사자의 갈기, 기린의 목싸움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덜 관심을 받는 목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의 목소리, 나의 표정과 몸짓, 나의 호흡 등 모든 것이 이 연약하기 짝이 없는 목에 의해서라는 사실. 얼굴에는 온갖 크림, 썬크림을 듬뿍듬뿍 발라주면서 목에는 참으로 소홀히 해 온 것이 미안하기만 하다.
우리 모두 목을 좀 더 소중히 할 필요가 있겠다. 의미있는 인문교양서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