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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예술가들 - 변기에서 바나나까지, 100년의 창작 전쟁
캐슬린 김 지음 / 작가정신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그림을 둘러싼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기사건의 법정공방을 다룬 이야기일꺼라 생각했고 그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흥미로운 소재인데, 와 이 책 뭐야?
읽어내려갈수록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그러한 단순한 사건들을 훌쩍 넘어선, 너무도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무려 480쪽에 걸쳐 촘촘하게 씌여진 내용들이 그 무엇 하나 흥미롭지 않은 부분이 없다. 저자의 필력이 매우 좋아 지루할 틈 없이 빠져 읽게 되는데, 처음엔 외국작가인줄 알고 번역이 참 잘 됐다는 생각에 역자를 찾아보기도 했었다.
앞부분은 주로 현대미술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들고 있는데, 읽는 내내 과연 현대미술의 황당함은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지, 과연 이런 작품들을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되는 건지 의아하기만 하다.
변기작품으로 유명한 마르셀 뒤샹의 < 샘 > 이후 이러한 개념미술이 미술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흔하디 흔한 바나나를 벽에 고정한 회색 덕트테이프. 이 바나나가 6분간의 응찰 끝에 무려 620만 달러(한화로 87억원)에 낙찰됐다.
그리고 그 바나나의 구매자는 낙찰 직후 그대로 먹어버린다. 몇 초만에 사라진 87억 원 짜리 바나나라니...
이 행위는 단순한 기행도, 부자 컬렉터의 장난도 아닌, 처음부터 사라지도록 설계된 예술이라고 한다.
예술에 무지한,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는 예술이라는 단어를 막 아무데나 갖다 붙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옌스 하닝은 작품 제작비로 미술관에서 약 1억 원을 대여받지만, 전시에 걸린 것은 '공백'이었고, 이 행위 자체가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이 사건은 결국 소송으로까지 이어졌고 법원은 계약상 반환의무를 인정했다.
일반인의 초상을 촬영하여 전시한 사진작가의 작품에 대해, 뉴욕주 법원은 예술 창작을 위해 일반인의 초상을 이용하는 것도 당연히 표현의 자유에 의한다고 판결을 내린다. 즉, 예술가의 창작의 자유와 시민의 프라이버시권이 충돌했을 때, 예술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비싼 낙찰가로 거래된 다빈치의 < 살바토르 문디 > 라는 작품에 대해 미술계내의 불편한 진실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80퍼센트가 21세기의 물감으로 복원가에 의해 현대적으로 덧칠해진 사실 즉, '복원'의 허용 범위에 대한 문제이다. 다빈치의 그림을 산 것인지, 복원가의 그림을 산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거론된다.

현대미술은 난해하고 피곤하다. 봐도 이해 안되고 예술가들의 작품 의도조차 이해하기 힘든 나로써는 역시 순수미술이 더 좋다.
서정아트센터 사건, 조영남 대작 사건,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 등 국내의 굵직한 사건에서부터 세계의 다양한 사기사건은 물론이거니와 경매시장의 어두운 현실, 창작과 표절의 기준, AI의 작품 등 100년에 걸쳐, 매우 다양한 범위에서 단순한 사건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판결에 대한 쉬운 해석과 질문이 함께 한다.
이 내용들이 일반인에게 전혀 부담이 안되는 선에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법정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픈 책이다.
예술법 변호사인 저자의 첫 예술 에세이가 이 정도로 재밌다니...다음 작품이 매우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