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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짓눌린 영혼에게 길은 남아있는가
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 고전을 학창시절 때 읽었을 때의 느낌은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 읽었을 때 한스에 대한 안스러움이 마음에 더 많이 와 닿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스의 외로움, 방황과 압박감에 마음이 짠하다.
성인이 된 후 2번을 읽었는데 두 번 다 리뷰를 남기지 않아 이번에 다시 정독을 하며 읽게 되었는데, 3번째 만남에서도 여전히 마음 아픈 소설이다.
특히나 이번 책에서는 중간에 흑백펜 드로잉 삽화가 수록되어져 있어서, 처음에는 글의 집중에 방해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삽화를 통해 스토리가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주인공인 한스의 삶은 그를 둘러싼 주변 어른들에 의해 정해져 있다. 그리고 한스는 비록 정신적으로 크나큰 부담감을 느끼지만 그러한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 토끼 기르기, 수영 등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공부에만 매진한 결과 주시험에 2등으로 합격하고 꿈의 신학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 가졌던 희망과는 달리 학교에서는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 공부만 하는 외톨이 생활로 지쳐가고, 바로 그 즈음 우연한 기회에 하일너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한스와는 반대로 반항아 기질에 학교 수업은 등한시하는 하일너로 인해 한스 또한 학교성적은 끝없이 추락하게 되는데, 한스 자신 또한 학교에 대한, 공부에 대한 생각마저 크게 바뀌게 된다. 한스를 바라보는 학교 선생님들의 시선 또한 부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하일너의 퇴학으로 한스의 정신세계는 이제 갈 곳 없이 황량해져만 가고 학교생활마저 실패로 끝나게 되는데, 최고로 성공한 마을의 자랑거리였던 한스가, 낙오자의 신세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과연 한스의 삶에 있어서 위로와 도움이 되었던 인물은 누구였을까?
그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은 과연 있기나 했던걸까?
질풍노도의 시기에, 그리고 가장 외로웠던 시기에 하일너가 한스에게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리고 하일너는 그렇게 한스의 인생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그 결과는 최악으로 끝나버렸다.
만약 한스가 하일너라는 친구를 사귀지 않고, 신학대학에서 끝까지 남았다면 한스의 미래는 행복했을까?
한스가 끊임없이 겪은 두통, 그의 심리적 고뇌를 들어줄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한스의 삶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연약한 시기만 잘 넘길 수 있도록 누군가 잘 잡아주었더라면, 그래서 20대를 잘 맞이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성장한 한스가 되었을텐데..생각하면 할수록 한스의 삶이 너무 안됐다.

이 소설은, 고향에 돌아가 태어나 처음 겪게 되는 이성에 대한 한스의 감정묘사를 비롯해서, 한스가 매순간 처한 상황에서의 감정변화의 표현이 너무도 섬세하기 그지없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로도 잘 알려진 이 소설은 20세기 독일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 책에서, 그리고 한스한테서 지금의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모습과 교육이 오버랩되는 씁쓸함도 맛보게 된다.
그래도, 3번째 재독에서도 여전히 손에 꼽을 수 있는 고전명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