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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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무척이나 섬세하고 감성적인 소설이다.

한편으로는 에쿠니 가오리의 분위기도 느껴지는, 내가 참 좋아하는 스타일의 문체가 담긴 소설이다.

편지, 우체국, 우편배달부, 우체통, 눈, 홋카이도, 음식, 음악...더할 나위 없이 일본스러운..

아날로그 갬성이 묻어나는 문장들은 글로만 끝나지 않고 한 편의 영화 속 장면을 상상케 한다.


도쿄 회사에서 근무하던 30대 중반의 주인공 게이코는 그 곳 월급의 반도 못 받는 홋카이도의 한 우체국에 비정규직 우편배달부로 근무하게 된다.

도쿄에 살던 젊은 여자가 혼자 시골에 와서 생활한다는 사실에 모두들 의아해하고 궁금해 하지만, 게이코는 어릴 때 잠시 머물렀던 홋카이도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었던 꿈을 드디어 이루게 된 것이다.


그 곳에서 우편배달부 일을 하면서 한 남자에게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고 그렇게 그들의 사랑, 연애..가 시작되는데, 사랑의 행위에 대한 문체마저도 너무도 감각적이고 서정적이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가 매번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음악을 들으며,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감이 싹트기도 하지만 자신의감정에 충실하고자 한다.


프랜시스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했던 단어이다.

여자이름인가? 장소명인가? 뜻밖에도 프랜시스의 정체는 홋카이도 작은 마을에 전력을 공급하는 수력발전소의 이름이다.


350쪽의, 그동안 읽어왔던 소설에 비하면 비교적 얇은 편에 속하지만 문장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게 되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참 힘들지만,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서로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은 채, 느낌으로 알아가는 과정이 묘하게 설레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하기 그지없다.


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꽤 관심이 간다.

비채에서 앞으로도 이 마쓰이에 작가의 작품을 계속적으로 선보인다고 하니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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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시한부
김단한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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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책 중에서 오래전 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 책 저 책에 밀려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에세이를 이제서야 읽어보다니..


저자가 글을 참 잘 쓰신다.

시한부 인생을 사시는 외할머니와의 아름다운 추억에 저자의 진솔하고 감칠맛 나는 문장들이 더해져, 짠하고 따스하고 먹먹하고 아련한 맛을 선사한다.

어릴 때 엄마 대신 할머니와 살았었기에 저자한테는 외할머니가 엄마 이상의 존재였을 것 같다.

원래 할머니의 손주 사랑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더군다나 손수 키운 손녀이니 안나 할머니의 그 사랑은 오죽할까..


안나 할머니와 손녀의 알콩달콩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고, 이 세상의 모든 존재 중에서 가장 의지하고 사랑해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그런 할머니가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마주하는 저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처음 초고를 쓰던 시기에는 할머니의 병세가 그리 깊지 않아 글을 쓰면서, 할머니를 만나고 나서 매번 일기처럼 기록하고 사진찍고 하는 일이 무척이나 재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준비할 때 즈음에는 병세가 심해지셨고, 마지막 교정을 보는 날은 안나 할머니의 장례식 마지막 날이었다고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과의 추억의 글들을 마주하니 조금 더 슬프고 인생이란 뭔지..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할머니가 떠난 후의 저자의 공허함을 어떻게 상상조차 할 수 있을까..

아직 곁에 계신 엄마한테 좀 더 잘해 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좀 더 따스한 말을 건네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늦게라도 이 책을 잊지 않고 읽게 되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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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숨은 매력 찾기
최순원 지음 / 솔깃미디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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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410쪽의 모든 페이지에 사진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그냥 조그마하게 형식적으로 담은 것이 아니라 페이지 가득가득 아낌없이 듬뿍! 그래서 책도 꽤나 묵직하고 고급지다.

로마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고퀄리티의 다양한 사진들이 독자의 마음을 무척이나 설레게 만든다.


15년 동안 매년 한 달간 이탈리아에 머무는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로마와 그 긴 시간동안 마주했던 리얼 모습,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의 시선으로 마주한 로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장소의 소개 뒤에는 QR 코드가 있어 한순간에 로마의 그 장소로 순간이동하는 기분이다.









관광지, 유적지, 박물관 등의 소개도 좋았지만 역시나 관광객이 쉽게 알 수 없는 부분들, 숨은 로마의 매력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가장 눈에 쏙쏙 들어온다.

저자만의 아지트, 재래시장, 로마 현지인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소들, 현지인들이 찾는 벼룩시장, 새벽 로마, 남다르게 콜로세움을 즐기는 방법 등 15년 간 저자가 직접 눈과 마음에 담아왔던 소중한 경험들을 통해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로마가 참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로마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가이드북이 될 수 있겠고, 로마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문득 비행기표를 검색하고픈 생각이 들 수도 있을 듯 하다 !!

이런 여행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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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와이프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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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2년 전 < 굿 걸 배드 걸 > 로 처음 만난 작가이다.

그 당시 꽤 재밌게 읽었고 ' 사이러스 헤이븐' 시리즈의 첫 이야기라 앞으로 이 시리즈 계속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알고 보니 이미 더 유명한 시리즈를 쓰셨었구나.


암튼 나는 스릴러 팬들이 열광하는 유명 시리즈인건 모른 채 읽었는데 그래서 조 올로클린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한참 읽고 나서야 파악이 됐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누군가의 공격으로 쓰러진 후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아버지를 찾아온 한 여성의 존재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반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로 몰입감 좋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아버지의 비밀생활에 조와 형제들은 큰 충격을 받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조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아버지에 대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게 되는데, 정작 그 모든 것에 대해 해명해 줄 아버지는 언제 깨어날 지 모르는 상태이다.

아버지를 이렇게 만든 범인을 찾는 과정은 점점 미궁에 빠지게 되고, 아버지의 비밀스런 흔적은 커져만 간다.






조의 아버지 좀 너무했다. 그렇게 완벽한 인간인 것처럼 행동하더니(아니 어쩌면 아들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해 왔던 것일 수도..) 어떻게 가족한테 그런 배신감을 안길 수 있을까...마지막까지 비밀로 간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부모가 알고 있었던 자식이 밖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행동했을 때와,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매일 봐왔고 믿어왔던 부모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과연 어느 쪽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


마지막까지 재밌게 읽었던 스릴러물 !!

이 시리즈가 앞에 무려 8권이나 있다는 사실이, 고로 내가 읽을 시리즈가 8권이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 죽겠다.

(조를 끝까지 도와주는 전직형사 친구 루이즈 쫌 멋진걸!! 전작에서도 많이 활약했었나? 얼른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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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괴담걸작선
쓰쓰미 구니히코 지음, 박미경 옮김 / 소명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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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시대물은 나에겐 아직은 낯설다. 그 유명한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도 최근에서야 처음 만나봤을 정도이니..

그러나 '괴담' 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귀신,괴담,오싹한 이야기,미스터리..이런 류의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푹 빠졌던지라 이번 소명출판의 신간 < 에도괴담걸작선 > 에 관심이 푹 간다.


어릴 때 봤던 전설의 고향에서 " 내 다리 내놔라, 내 다리 내놔라~~~~" 읽는 내내 유명한 이 장면과 여자귀신이 생각난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여자의 한은 무시무시하기만 한다.

그런데 일본쪽 여자귀신이 훨씬 더 잔인하고 집착이 강한 것 같다. 첩에 대한 증오,질투는 죽어서까지 이어지는데 상대를 죽이고 간혹 자신의 남편까지 죽음에 이르게 한다. 우리나라 여자귀신은 그래도 마지막에는 남은 이의 행복을 빌며 떠나곤 하는데, 일본 귀신은 상대가 파멸될 때까지 끝까지 달라붙는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귀신,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죽은 후에도 계속 곁에 남는 귀신, 인간이 우연히 접하게 되는 귀신의 세계 등 35여 가지의 에도 시대에 유명했던 괴담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중 슬픈 사랑이야기 테마에 소개된, 한 스님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한 열성 여성신자의 이야기가 꽤나 인상적이다. 스님의 사생활까지 파고드는 통에 이상한 소문까지 나게 되면서 스님은 이 여성을 점점 부담스럽게 느끼게 되고 급기야는 몰래 암자를 떠나기에 이르는데, 마침 이 사실을 안 여성은 스님을 뒤쫓아가는데 그 형상이 가관이 아니다. 맨발에 허리띠는 풀리고 머리는 흐트러져 사정없이 날리면서 목숨을 걸고 쫓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그러니 당사자인 스님은 오죽했으랴...결국 도주를 포기한 스님은 강물에 몸을 던지고 이 여성도 뒤따라 강에 뛰어드는데...

나는 이 장면에서 여성이 스님을 구하는건가 싶었는데 에휴..이건 슬픈 사랑이 아니지..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집착에 스토킹에 범죄가 따로 없다.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한 여성의 이야기는 귀신의 이야기임에도 맘이 짠하다.

병으로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세상을 떠난 이 여성은 차가운 땅 속에서 아기를 낳고(조금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수개월동안 떡을 구해 아기를 보살핀다. 모성애는 귀신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지구상에서 유일무일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도괴담의 분위기가 참으로 궁금했었는데 짧지만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이 한 권으로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저자가 한국의 독자에게 들려준 인사말을 통해, 에도시대의 분위기와 괴담의 세기가 된 배경에 대해 간략하게마나 알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책의 중간중간에 실린 삽화도 괴담의 분위기를 한층 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괴담을 즐겨 읽는 사람한테는 이 책 속 괴담의 수위가 어떨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괴담을 처음 접한 나로써는 우리나라의 귀신괴담과는 닯은 듯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들이 상당히 신선하고 괴이하고 오싹하게 다가왔다.




@woojoos_story 모집,  소명출판 도서지원,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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