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다소 상투적인 제목만 보고는 그다지 끌리는 소설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향한 출판사들의 찬사가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미국 최고의 소설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라니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두께도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라 더더욱 좋다. 이번주 내내 이 책에 빠져들었다. 3대에 걸친 가족사를 담은 장편소설이라고 되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3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주인공 월터와 패티부부와 그들의 오랜시절의 친구인 리처드. 그리고 월터부부의 아이들(조니와 제시카)의 이야기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이 방대한 이야기 안에는 그들의 사랑.배신,추억,중년의 위기 등의 다양한 소재들이 담겨있다. 시작은 패티의 중년시절부터 시작된다. 중년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패티. 암암리에 이웃들에게 자신의 아들 조이자랑을 하고 다니지만. 실상 조이와 엄마 패티와의 관계를 알고 있는 이웃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뒤에서 비웃기까지 한다. 이제 패티는 의사의 권유로 자서전을 쓰게 된다. 그 다음 이야기는 그녀의 자서전에 담긴, 그녀와 그녀를 중심으로 하는 인물들간의 인생이야기이다. 농구선수로 크게 활약했던 주인공 패티와 다소 이해하기 힘든 요소를 가지고 있는 친구 엘리자. 그리고 엘리자가 한때 사귀었던 친구 리처드와 그의 룸메이트이자 절친인 월터. 이들을 중심으로 패티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진행된다. 패티가 처음으로 이성의 감정을 품게 되는 리처드는 그 후로 그녀의 삶 주변에서 계속 맴돌게 되고 결국 그녀의 삶 자체를 흔들어 놓는 대상이 된다. 리처드와 정반대의 친구 월터는 보수적이면서도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다소 쑥맥이기까지 하다. 패티를 향한 순수하고 변함없는 열정은 결국 그녀와의 결혼까지 이르게 되고. 그의 그러한 사랑은 중년이 되어서까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중년의 위기라고 했던가..패티에게 우울증이 찾아오고 그녀가 못잊어하는 짝사랑 리처드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적어도 겉으로나마 평온하게 느껴졌던 이들 부부의 삶은 뿌리채 흔들리게 된다. 이들의 인생이야기 중간중간 그들의 아들 조이의 사랑이야기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나이에 옆집의 딸 코니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로부터 그녀와의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갈등과 책임감.그리고 그들의 적나라한 성관계의 표현이 계속된다. 미국의 10대의 성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항상 곁에 있어서 그 비중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당연시 여기게 되는 부부간의 사랑과 정은, 한 사람의 부재에 의해서 비로소 그 빈자리와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패티를 보면서도, 월터를 보면서도..결국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부부의 정과 가족의 사랑이라는 걸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방대한 양의 이야기속에 월터가 일하는 환경보호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만 짧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야기 전체적으로는 꽤 흥미롭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