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수문장
권문현 지음 / 싱긋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36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후, 콘래드 호텔에서 제의가 들어와 다시 그 곳에서 지배인으로 8년째 근무하고 있는 67세 권문현 씨의 44년간 몸담고 있는 호텔리어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요즘에야 호텔리어라는 멋진 단어도 있고 호텔 관련학과도 많아 젊은이들의 로망이 될 수도 있는 직종이지만, 저자가 처음 근무하던 시절에는 호텔이라는 장소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고 그 곳에서 일하는 직업도 그렇고 대중적이진 못했다.

저자도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우연한 기회에 웨스틴조선호텔의 면접을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순전히 건설현장의 일이 너무 힘들어서 호텔 임시직 벨보이로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하게 된 호텔에서 정사원으로 채용된 후 호텔의 도어맨으로 36년간, 콘래드에서 8년째 일하며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와 다양한 경험의 인생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그 피나는 노력과 투철한 직업관 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지면서, 이런 사람이야말로 한 분야의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웨스틴조선호텔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에서부터 정치인, 연예인, 해외 정치인들까지 각 업계에서 내놓라 하는 인물들이 주로 머무는 곳이었고 단골고객도 많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차번호와 이름, 직함 외우는 것에서부터 차 문을 열고 닫는 타이밍,하물며 차문을 여닫는 세기까지도 고객의 기호에 맞추고, 외교관 차량의 경우에는 차에 꽂혀 있는 국기만 보고도 어느 나라의 외교관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디테일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디에나 진상고객은 있기 마련인데 저자가 워낙 참을성 있고 정중하게 고객들을 대하다 보니 진상고객 전담요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들을 다루는 실력 또한 대단하다.

콘래드 호텔 면접 때 외국인 임원들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로 호텔 업계에서의 그의 이력은 가히 최고라고 할만하다.

그렇기에 정년퇴직한 후 그의 전문성이 인정되어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당당하게 그 업계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아들보다 더 어린 나이의 직원들과 같이 일하는 장면을 읽으면서는 영화 '인턴' 이 문득 생각나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나서 저자가 너무 궁금해 유튜브로 검색해 다시 만나보았는데, 44년간의 직업이 몸에 배어서인지 줄곧 몸을 숙여 인사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자세가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요즘 젊은이들은 면접 때 조차 연락없이 안오는 경우도 허다하고, 반나절 근무하고 힘들면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시대가 변하고 직업의 환경 또한 변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하는 기본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 기본 ', 가장 쉬우면서도 실천하기는 너무도 힘든 그 기본을 저자의 44년 인생을 통해 새삼 다시금 되새겨본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푸른숲에서 진행되었던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정말 오랜만에 읽게 된 위화의 신간 소설이다.

위화의 소설 가운데 뭐니뭐니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 허삼관 매혈기 > 이지만, 그 외에 < 형제 > 도 재밌게 읽었고, 사실 많은 작품을 읽은 건 아니지만 소수의 작품만으로도 중국 작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손꼽고 싶다.

 

중국 서민의 순박하고 거친 인생 이야기를 날조없이 참으로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이 위화 작품의 특징인 것 같은데 이번 작품 역시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 다소 낯설기만 한 중국의 근현대사 분위기를 이런 소설로 쉽게 만나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이 소설의 배경은 청나라에서 중화민국으로 넘어가는 1900년대 대격동기 시대로, 린샹푸라는 한 남자와 그의 인생에 어느 날 불쑥 들어왔다가 배신과 상처만 남기고 떠난 샤오메이라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배경도 출신도 아무것도 모르는 샤오메이라는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부부의 연을 맺지만 어느 순간 그의 금괴 일부를 훔쳐 달아난 샤오메이는 훌쩍 떠난 것처럼 어느 날 또 홀연히 그의 앞에 나타난다. 배 속에 그의 아이를 가진 채로..

자신의 핏줄을 생각해서 린샹푸는 다시 그녀를 받아들이게 되지만 출산 후 샤오메이는 또다시 자취를 감추게 되고, 린샹푸는 어린 딸을 안고 샤오메이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녀가 떠났다고 생각한 도시 '원청'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도시 '원청'. 책의 제목은 곧 이러한 미지의 도시 원청을 가리키고 있다.

 

원청을 찾아 헤매다 새로운 도시 '시진'에 정착한 후에도 하염없이 샤오메이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린샹푸의 상황이 참 마음 아프고 그의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참으로 애석하기만 하다. 뒷부분에 이어진 샤오메이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다시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 전개되면서 색다른 흥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주인공의 인생 전반에 걸친 이야기 속 중간중간에서는, 어지러운 시대에서 벌어지는 약탈, 납치, 관리들의 부정부패, 그 속에서도 인민들의 순수한 우정과 믿음, 그리고 강한 삶의 애착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1998년 본격 작업에 들어간 이후 무려 23년을 거쳐 이 세상에 나왔다고 하니 이 < 원청 > 에 담겨진 위화의 노력과 애정이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책소개에서 보니 그의 작품은 1950년대 배경인 < 인생> 1960년대 배경인 < 허삼관 매혈기 > 그 다음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 형제 >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로 이번 작품인 < 원청 > 을 선보였다고 하니, 위화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왕이면 이 순서대로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터네이트 (일반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반지수 일러스트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일반판과 노블판 << 얼터네이트 >> 는 3명의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그들만의 디지털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 중심에는 '얼터네이트'라는 매칭앱이 자리하고 있는데, 고등학생만 가입가능하고 자신의 취향이나 성격 등에 맞는 상대를 골라주는 10대만의 앱이다.

요즘은 정말이지 별별 앱이 다 등장하는데 오호!! 이런 앱의 등장도 생각해볼 수 있구나!! 성인의 눈으로 봐도 신기한데 10대들에게는 필수앱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은 예감? 요즘 애들은 인스타나 페북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먼저 알고 난 후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봐왔기에 이런 앱이 너무 얼토당토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10대들이 절대적으로 이 앱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3명의 주인공 가운데 이루루는 예전에 익명의 이용자로부터 악플로 힘들었던 경험으로 인해 이 앱을 이용하지 않고, 고등학교를 중퇴하는 바람에 고등학생의 신분이 아니기에 이 앱을 이용할 수 없어 또래 사이에서 소외당하는 나오시가 있다.

이루루와는 반대로 나즈는 자신의 유전자를 제공함으로써 90% 이상의 매칭율 상대를 만나게 될 정도로 이 얼터네이트 앱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며 아예 빠져 산다.

 

그리고 이후 이 앱을 통한 각자의 심리적인 변화와 앱에 대한 기대치가 바뀌게 되는 상황이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3명의 이러한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뜬금없지만 우리들이 즐겨 이용하는 넷플릭스나 왓챠 등에서 본인이 초기에 선택한 영화의 알고리즘에 의해 나에게 맞는 영화나 드라마가 자동추천되어지는데, 가끔 그닥 별로 맞지 않는 영화를 만난 경험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말이다.

SNS의 장점과 단점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좋다 나쁘다 라고 극과 극의 결론을 내릴 수 없고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점은 성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겠지 !!

 

표지에서 느껴진 그 느낌 그대로, 질풍노도 10대들이 성장해가는 과정들이 어째 좀 불안불안하지만 섬세하면서도 밝게 그려지고 있어서,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기분이 좋은 소설이다. 이런 분위기, 일본 애니로 만나도 꽤 좋을 듯 하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락 에브리 도어 - 꿈꾸던 문 너머, 충격적인 욕망을 마주하다
라일리 세이거 지음, 오세영 옮김 / 혜지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 전개가 너무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 읽었다.

맨해튼가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비밀스러운 아파트 바솔로뮤에서 석달 간 빈 방을 지키는 보수는 한달에 무려 4천 달러 !!

그 시터 업무에 따른 규칙 3가지는 다소 이상할 수도 있지만 당장 돈이 너무도 절실한 줄스는 이 매력적인 제안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다.

 

그렇게 시작된 바솔로뮤 아파트의 시터일은 처음에는 호화로운 곳에서 생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도무지 믿지 못할 행운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절친의 계속되는 이 곳에 대한 의심과 조언도 그렇고, 아래층 방의 시터인 인그리드가 ' 바솔로뮤는 무서운 곳' 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던진 후 이 곳에 대한 뭔가가 계속 맘에 걸린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인그리드의 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그 다음 날 인그리드가 행방불명되면서 인그리드를 찾아 나선 줄리에 의해 이 아파트가 품고 있는 기괴하고 음산한 비밀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시종일관 이 바솔로뮤라는 곳은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비추는데 반해, 등장하는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유명인이고 이 곳의 기괴한 소문에 전혀 신경쓰지도 않고 아무일 없이 잘 지내는 상황이 더 아이러니하고 궁금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이 곳에서 일하는 시터들은 왜 하나같이 이 곳이 무서운 곳이라고 하고, 괴소문까지 끊이지 않는 걸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인간의 욕망, 본능에 사로잡힌 이기적인 욕망은 얼마나 추한 것인지..소름이 다 돋는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공포보다 거액의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오면서, 한없이 나약해질수밖에 없는 이 가여운 아파트 시터들의 존재들도 꽤나 인상적이다.

 

시작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더니 그 기괴한 바솔로뮤의 실체의 원인도 이상하게 흐르지 않아 좋았고 결말까지 맘에 든다.

솔직히 이런 설정은 다른 소설에서 한두번쯤은 만나볼 수 있어서 크게 기대를 안했었는데, 생각 외로 미스터리와 스릴러적인 요소가 적절히 잘 조합되면서 꽤나 만족스런 흥미를 안겨주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석맨 -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
커밋 패티슨 지음, 윤신영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엔 제목만 보고 무슨 한 편의 스릴러물인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내용을 살펴보니 인류 화석에 대한 다큐 에세이이다. 오!! 내가 좋아하는 고고학 내용 !! 게다가 장장 700 페이지에 달하는 완벽한 벽돌책이라니 !!! 이런 고고학 내용은 정말이지 이 정도의 두께는 되어줘야 뭔가 깊이있게 읽었다 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스릴러물보다 갑자기 더 구미가 땡기는 책이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루시' 보다 100만년이나 앞선 화석이 존재하고 있다니..

이 책의 서두부터 놀라움의 시작이다. 그렇게나 인류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기록이 될만한 이 화석의 존재가 왜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걸까? 혹시 나만 모르고 있었나?? (책을 읽고 나니 다행히 나만 모르는 것은 아닌걸로...)

 

이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가 이러한 화제의 화석인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아르디·Ardi)' 의 발굴과정을 마치 한 편의 영화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고 임팩트하게 그려낸 논픽션이자 한 편의 휴먼드라마이다.

처음 이 책을 구상할 때에는 ' 아르디' 의 존재는 겨우 한두페이지 정도로만 채울 생각이었는데 조사하면 할수록 흥미가 생겨 이 쪽 관련업자를 인터뷰하고 엄청난 양의 논문을 조사하고 실제로 발굴팀에도 몇 차례 합류하는 등 1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이 '화석맨' 을 완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10년의 노력이 이 700페이지에 담긴 만큼 책의 내용은 아주 알차고 깊이가 있다. 영화에서나 가끔 만나봤던 '고인류학' 이라는 세계가 새삼 참 멋지다는 생각도 들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직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정설이라고 믿었던 것보다 100만년이나 앞선 화석 '아르디'를 발굴했을 때의 발굴팀의 기분은 어땠을까?

 

이런 엄청난 발굴에도 불구하고, 발굴팀의 통상의 연구기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비공개적인 연구로 일관했던 탓에 대중에게는 늦게 알려졌고 현재에도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더 인지도가 높다.

아마도 교과서의 내용이 바뀌고 세대가 바뀌게 되면, 이 '아르디'의 존재는 아주 자연스럽게 인류의 가장 오랜 조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겠지..

 

이 발굴을 이끈 팀 화이트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극과 극을 이루는 평에 더욱 큰 호기심이 생겼는데 다른 무엇보다, 백인들의 파워가 셌던 기존의 발굴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인들에게 힘을 실어준 배려가 인상적이다.

발굴과정과 함께 이러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 발굴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 등 다양한 주제가 매끄럽고 조화있게 전개되어서 지루할 틈 없이 읽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제 앞으로 또 얼만큼의 세월동안 이 '아르디' 가 우리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가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