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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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대한 애증이 너무도 리얼하게 묻어나는 내용의 에세이 < 사나운 애착 > 으로 처음 알게 된 비비언 고닉은, 미국의 대표 페미니스트이자 작가들의 작가라 불리울만큼 뛰어난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이자 비평가이다. 특히나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들은 회고록의 부흥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센세이션을 불러왔다고 한다.

 

이번에 읽은 < 짝 없는 여자와 도시 > 라는 에세이는 < 사나운 애착 > 발표 이후 30년만에 내놓은 회고록인데, 평생 뉴욕에 머물고 있는 작가답게 두 에세이 모두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만 전작이 어머니에 대한 애증에 관한 회고록이라면, 이번 작품은 그보다는 더 넓은 인간관계, 친구, 이웃, 그리고 역시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게이 친구 레너드이다. 일주일에 1번은 꼭 만날 정도로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데, 내가 생각할 때 작가 주변인 중에서 유일하게 작가의 시니컬함과 냉소를 뛰어넘는 인물인 것 같다. 또한, 서른 다섯이 되기 전에 결혼과 이혼을 두번씩 경험한 작가에게 친구 레너드는 서로의 외로움과 사회적 냉소의 눈길을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아닐까 싶다. 이성이면서 동시에 동성이기에 이렇게 사심없이 오랜 세월 친구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럽기만 하다.

 

비비언 고닉은 사람의 마음 속에 담겨져 있는 감정들을 참 적절하게 끄집어내고 표현할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많은 문장들에 공감이 가고 가끔은 블랙 코미디를 연상케 하는 시니컬함을 종종 만나볼 수 있지만 그 또한 작가만의 매력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뉴욕이라는 도시의 민낯을 살짝 엿본 듯한 느낌도 들고, 저자가 오늘도 뉴욕 거리를 걸으며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절로 연상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다른 에세이도 꼭 만나보고 싶다. 또 어떤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길지 !!

 

 

p.s : < 사나운 애착 > 을 읽을 때도 느낀 부분인데, 개인적으로 책의 단락의 맞춤에 있어서 무척이나 아쉬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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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페이지터너스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빛소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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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빛소굴이라는 이름의 출판사와 '페이지터너스' 라는 이름의 흥미로운 시리즈를 처음 알게 되어서 반갑다.

무엇보다 '이렌 네미롭스키' 라는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기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 작가의 작품을 앞으로 많이 만나지 못할거라는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저자는 나치 시대 때 겨우 39살의 나이에 강제수용소에 보내진 지 2주만에 사망했고, 이 작품은 작가가 소설 초안과 원고들을 다른 곳에 보관해 둔 덕분에 사후 60년이 지난 후에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160여페이지의 얇은 분량에 금새 읽힐 꺼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긴 호흡이 필요했고 여운이 꽤나 많이 남는 책이었다.

쉬운 듯 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색깔이 담겨 있고 사랑에 관한 인간의 본성을 굉장히 리얼하게 파헤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 홀로 살아가는 외로운 남자 실비오. 그를 찾아오는 유일한 벗은 사촌 엘렌과 그의 남편 프랑수아, 그리고 조카 콜레트 뿐이다. 엘렌의 이복언니가 입양해서 키운 딸 브리지트는 돈많고 나이차 많이 나는 남편과 살면서 행동이 꽤나 자유분방하고 방탕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데, 이들 가족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사이이다. 어느 날 콜레트의 새신랑이 사고로 죽는 비극이 벌어지고, 몇 년 후 우연히 이 사고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이들 모두의 관계가 드러나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처음 잔잔한 분위기로 시작하다가 중간에 사고가 나면서 그 사고와 연관지을 수 있는 치정이 언급되면서 살짝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보여주다가, 뒤로 갈수록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는 욕정, 욕망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랑이 여럿 등장한다. 그리고 타오르는 불꽃처럼 한순간에 피어올랐다가 또 한순간에 사그라드는 사랑도 등장하고, 오랜 세월 은은하게 이어가는 사랑도 등장한다. 나이 들어 고독한 남자 실비오도, 한눈에 반해 결국 결혼에 성공하고 나이 들어서까지 서로를 아껴주는 엘렌과 프랑수아 부부도, 항상 밝고 정숙한 콜레트도, 그리고 그녀와는 반대인 브리지트도...색깔과 강도는 달라도 각자가 경험했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할 수도 있었던 사랑과 욕망에 대한 비밀들이 점차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 어느 쪽이든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는 ' 뜨거운 피 '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 ' 페이지터너스 ' 시리즈 꽤 매력적인 것 같다. 출간된 나머지 시리즈도 급 관심 가는 중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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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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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그래서 자주 읽게 되는 장르 가운데 하나인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미국 서부개척시대와 관련된 책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분위기가 굉장히 생소하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인 존 라우리가 인디언 어머니와 백인인 아버지를 둔 혼혈인으로써, 작가 남편의 5대 조부님이라는 점과그 외의 몇명의 인물도 실존인물이라는 점이, 이 소설이 결코 소설로만 다가오지 않는 이유이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나오미라는 여성은 스무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후 부모님을 따라 캘리포니아로의 이주행렬에 나서게 된다. 2천 마일이라는 엄청난 거리를 오로지 말과 노새, 마차, 때로는 두 다리에 의존해야 하고, 언제 맞닥뜨릴지 모르는 폭풍우, 콜레라, 탈수증 게다가 원주민의 공격까지..이들이 거쳐가야 하는 그 여정은 척박하고 험난하기 그지 없다.

 

이러한 죽음과 공포, 고통으로 가득찬 이 대이동 속에서 나오미와 존의 서로에 대한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힘과 용기를 심어준다. 특히, 굉장히 강인하고 솔직하고 희생적인 나오미를 보면서 그 시대의 여성들의 강인함이 절로 느껴지곤 한다. 그렇게 강인하지 못하면 그 대열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병으로든 사고로든 일찌감치 낙오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 !

 

이 소설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원주민과 이주민들간의 대립과 갈등을 보면서 두려움을 안고 미지의 세계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미국 이주민과, 그들로 인해 자신들의 땅에서 자꾸만 밀려갈 수 밖에 없었던 원주민들의 희생을 보면서 양쪽이 다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원주민의 입장에서는 이주민이 침략자로밖에 여겨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이주민을 돕는 추장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하다.

실존인물인 이 와샤키 추장은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자신의 영토를 보유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원주민 추장 중 한 명이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후세에 책으로 쓸 것이라고도 예언했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뛰어난 인물이었던 것 같다.

 

이렇듯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실제했던 역사를 다룬 소설이라는 점에서 한 편의 대서사극을 만난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 무지했던 서부개척시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더 자세한 역사물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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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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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후보작인 < 대나무 숲 양조장집 > 은 제목에서부터, 표지에서부터 이 소설의 느낌이 잔잔히 전해진다.

 

150년 가까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간장 양조장 가업을 배경으로, 이 가업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할머니, 양조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림 그리기에만 몰두하는 아빠, 요리솜씨를 비롯해서 손재주가 무척 뛰어나지만 도벽이 심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엄마, 항상 밝게 생활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엄마에 대한 애증이 깊은 긴카, 그리고 긴카의 어린 고모와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이러한 다양한 인물들간의 대립과 갈등이 주를 이루는데, 그 근본에는 가업의 대이음이라는 막중한 의무가 항상 따라다닌다.

할머니 다즈코는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딸도 데릴사위제로 결혼시키려 한다. 요즘 세상에 이 데릴사위에 응할 젊은이가 과연 있을까? 그런 상황이니 그렇지 않아도 자유분방하고 시골에 묻혀 살기 싫어하는 그 딸은 결국 가출해버리고, 긴카의 가족에게도 불행한 일이 닥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잔잔한 듯 싶지만 그 안에는 주인공 긴카를 비롯한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펼쳐지는데, 그 중 엄격하고 오로지 가업을 잇는데 한평생을 바친 강인한 할머니 다즈코라는 인물이 꽤나 인상적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는, 왠지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은 바로 주인공 긴카 !!! 긴카야말로 가장 희생적이면서도 속이 깊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잘 극복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운명을 가족사와 가업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그들의 사연과 비밀을 매끄럽게 풀어내고 있어 서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화보다는 애니로 만나보면 더 감성적일 것 같다.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하는 양조장의 풍경도 참 고즈넉할 것 같고, 특히나 긴카엄마의 그 맛깔스러운 수많은 요리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책의 감상과는 별개의 이야기일 수 있는데, 책 속에 구타니 접시에 대한 언급이 잠깐 나와서 궁금한 참에 검색해보았는데 정말 유명한 접시인가보다. 참 예쁘고 디자인이 정말 다양하고 고급지다. 수백년의 전통을 이어온 일본명품그릇이라고 하는데, 살림 좀 하는 주부라면 당연히 알만한 고급 브랜드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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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
비벌리 엔젤 지음, 정영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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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가스라이팅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정서적 학대와 관련하여 이 가스라이팅을 포함한 좀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35년간 정서적 학대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와도 상담하면서 이들의 심리를 치료해주고 있는 세계적인 전문 심리치료사인 저자 스스로도 이 책에 대해 " 지금까지 쓴 책 중 가장 중요한 책이 될 것" 이라고 말할 정도로 깊이있고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 학대에 비해 덜 알려져 있고, 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지만 정서적 학대야말로 인간의 정신을 파멸시키고, 회복되는 단계도 오히려 더 느릴 수가 있다고 한다.

 

수치심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감정 중 하나이지만 스스로는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감정이라고 한다. 이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불러오는 치명적인 악영향에는 자기혐오, 자기파괴, 자기방임, 중독행위, 분노, 고립 등등 있는데, 그저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이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이 정도로 인간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에 놀랍기만 하다.

 

이 책에서는 정서적 학대의 핵심 감정인 이러한 수치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실제 예를 많이 들어 설명하고, 자기강화 훈련방법 등 이러한 정서적 학대 관계를 끊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부득이하게 관계를 끊지 못할 경우에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가해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관계를 끊었을 경우에는 그 후에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치유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회적 관계를 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기에 이러한 부정적인 관계가 의도치 않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할테고, 우리 모두는 어쩌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제시하는 정도의 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정서적 피해를 주고 있고, 또 나도 누군가에게서 정서적 학대를 받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것은 다름아닌 부부, 형제 등 가족의 관계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현재 심각한 정서적 학대를 받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통해 올바른 인간적 관계에 대해 되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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