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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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방대하고 깊이 있으면서도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들이 한가득이다.

첫 장 그리스에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그의 사후 왕인 프톨레마이어스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고대 7대 불가사의중 하나인 파로스 등대를 시작으로 책의 내용이 시작된다.

세계 최대의 도서관 역할을 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흥미로운데, 그 당시의 도서관의 분위기는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항상 중얼거리며 책 읽는 소리로 가득했다고 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 고백록 >> 을 통해 당시 주교가 입은 꾹 다문 채 눈으로 책의 내용을 쫓아가는 모습에 매료되었다는 내용은 그 당시의 독서의 형태를 가늠하게 해준다.

이집트 문명이 무너지면서 이집트의 유구한 문화와 언어가 세상에 묻힌 지 14세기만에, 나폴레옹 원정 당시 발견된 한 비석(훗날 로제타석으로 알려진 석비)을 통해 이집트 문자의 해독이 시작되게 된다. 그리고 인류의 언어가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로제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언어학자, 고고학자,공학자들이 샌프란시스코 본부에서 한 가지 언어를 1000개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냈다고 한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책을 만드는데 이용되었던 다양한 소재들, 돌, 나무, 금속, 점토, 파피루스, 양피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양피지의 인기에 비례하여 수 세기 동안 희생된 엄청난 수의 동물들도 언급되고 있다.

호메로스와 함께 < 일리아스 > < 오디세이아 > 책이 자주 언급되고, < 화씨 451 > < 책 읽어주는 남자 > < 파르나소스 이동서점 > < 장미의 이름 > < 폐허의 도시 > 같은 책도 등장한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몇 번 언급했던 적이 있었던 이집트의 대표 철학자, 수학자였던 비운의 ' 히파티아 ' 도 당연히 이 책에서 언급이 되었는데, 특히나 그녀에 대한 영화 < 아고라 > 가 소개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책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저자가 책과 관련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곁들여져 있어서 이 두꺼운 책이 전혀 부담없이 읽힌다. 자유로운 틀에 의해 내용이 전개되는 것 같으면서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관되는 이야기의 흐름에 감탄하게 된다.

책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도 많으니 책덕후라면 꼭 챙겨서 읽어봤음 하는 바램이다.

읽고 싶은 책을 대여하든, 구입하든, 중고책이든, 새 책이든 너무도 쉽게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현재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더불어,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된 작업과 희생을 통해 이렇게 풍요로운 독서의 환경이 가능할 수 있게끔 밑바탕을 마련해준 고대의 지식인들에게 새삼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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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고요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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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가의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최근 2권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당연히 아는 작가이기에 나는 이 작가님의 책을 꽤나 많이 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저자 소개를 보니 왠걸? 그 많은 작품 가운데 내가 읽은 건 겨우 한 두권 정도밖에 안된다는 사실..

외국 장르소설이나 에세이만 주구장창 읽었지 정작 우리나라의 문학계를 대표하는 노년 작가의 책을 많이 못 챙겨봤다는 생각에 살짝 부끄러워진다.

 

작년에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도 느끼게 된다.

뭐랄까..구수하다고 해야 할까? 정겹다고 해야 할까? 참 마음 편하게 읽히는 산문집이다. 에세이라는 단어보다 산문집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이 책에서는 부부의 사랑, 노부부의 정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나 많이 나오는데, 긴 세월 함께 늙어가는 아내를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이 참 애틋하게 다가온다. 아내의 병원진료에 함께 하고, 아내의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씩 채워주고, 등록한 학원에 길치인 아내가 행여나 길을 잃을까 바래다주는 작가를 보면서 참 다정한 남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고향 논산의 집필실에서 혼자 기거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아내가 간간히 들를 때마다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는 통에 가끔은 아내가 돌아가고 나면 홀가분함을 느끼지만 그 마음 한 켠에도 역시나 아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수많은 제자와 독자팬들한테 사랑을 받고 계시는 작가님이시지만, 작가님한테도 분명 치기어린 시절이 있었고 이제는 곁에 안계시는 부모님에게 행했던 미성숙했던 태도를 많이 후회하곤 하신다. 수면제를 다량 복용했던 고등 2학년 시절,

그런 외동아들의 행동은 책에만 빠져서 그렇다고 판단하신 아버지는 아들의 거처를 옮기기로 결정하고 이불짐을 메고 길을 나섰다. 이미 건강이 안좋아진 아버지였지만, 그 당시의 작가는 그저 빈 손으로 아버지 뒤를 따를 뿐, 아버지의 등에 얹힌 그 짐들을 자신이 멜 생각을 전혀 안했었다고..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그 당시 말하지 못했고 이제는 곁에 안 계셔서 말하고 싶어도 전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둬야 하는 말들..

겨우 얻은 막내외동아들을 자칫 잃을까 걱정했던 아버지의 마음도, 후회하는 자식의 마음도 양쪽의 입장에 서 있는 나로써는 다 가슴 찡한 공감이 느껴진다.

 

아버지에 대한 회환,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 노년의 삶, 그리고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서의 삶..일상 속 이야기와 한데 어우러져 술술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책에 실린 작가님의 소개글과 사진을 보면서 작가님의 미소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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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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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전체적인 스토리는 허구임에 분명하지만, 주인공 일라이저를 비롯한 등장인물 대부분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씌여졌고, 일라이저에 대한 이야기 몇 가지도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일라이저 액턴이라는 여성은 최초의 현대 요리책 작가이자 시인이자 희곡작가이다.

그녀가 만든 요리책은 알기 쉬운 레시피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한테는 아주 당연시되고 있는 요리책의 구성 즉, 레시피의 재료를 나열하고, 각 재료의 정량과 요리시간까지 기록된 요리책은 바로 이 일라이저의 요리책에서 시작되었고 특히 젊은 주부들이 집에서 손쉽고 건강한 요리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준다.

 

일라이저는 시집 출간을 위해 출판사를 방문했다가 요리책이나 써서 갖고 오라는 출판사의 무시 섞인 제안을 거절하지만, 뜻하지 않은 아버지의 파산과 도피, 생계를 위해 어머니와 하숙집을 꾸려가면서 주방에 드나드는 신세가 되는데 이런 상황을 통해 내재되어 있던 요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게 된다. 자신을 도울 하녀로 가난하고 어린 앤을 고용한 후, 기대 이상으로 야무지고 요리에도 재능이 있는 앤의 도움을 받으면서 레시피를 만들고 요리책을 쓰게 된다.

정신병자인 어머니와 불구인 아버지 그리고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앤과, 혼기를 놓친 미혼의 일라이저가 조금씩 유대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앤과 일라이저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요리에 관련된 이야기와는 별개로 이들의 삶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앤의 이야기는 전부 허구이기에 실제로 일라이저와 10년간 요리책 집필에 큰 도움을 주었던 앤이 어떤 연유로 일라이저와 헤어지게 되었는지 그녀의 진짜 삶도 새삼 궁금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방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았던 그 당시 영국 귀족여성의 생활상과 가정집 주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앤의 어머니가 감금되었던 병원을 통해 그 당시 열악하고 끔찍한 시설의 정신병원의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일라이저의 하숙집에 머물렀던 대령의 변태적인 행동을 통해 그 당시 귀족들이 하녀를 어떤 식으로 대했는지도 상상이 간다.

 

TV 드라마로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굉장히 맛있는 또 한 편의 요리영화의 탄생도 내심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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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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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을 기반으로 하여 더욱 흥미롭고, 술술 읽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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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는 기술 -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 고전으로 오늘 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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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런 책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제목만 봐서는 발자크와 소설 장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오히려 채권채무와 관련된 전문서적같은 느낌을 주는 제목이라 자칫 그냥 지나칠 뻔 했다.

리뷰를 훑어보니 독특하다, 유쾌하다, 유머러스하다..라는 평이 많아서 더욱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 돈 한 푼 안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 ' 라는 부제가 꽤나 흥미로운데, 발자크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삼촌이 어떻게 그 많은 빚을 지고도 채권자앞에서 당당할 수 있고, 오히려 대우를 받으며 한평생을 살다 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엔 발자크에게 진짜 이런 삼촌이 있나 싶었는데, 다 읽고 난 생각으로는 아마도 발자크 자신의 상황을 빚대어 묘사한 게 아닌가 싶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를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없으면 생산자들도 무용해지므로 생산자들을 생존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소비자다. 고로 생산자인 채권자는 소비자인 채무자가 빚을 못 갚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 !!! 엉뚱하면서도 어찌 보면 틀리다고는 말하기도 뭐한 묘한 주장 !!!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이 주장을 시작으로 황당하면서도 그 어느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발자크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체력단련으로 채권자보다 오래 살기, 거주지를 정할 때는 채권자가 오는지 잘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5층 이상으로, 길 쪽을 향할 것, 돈 받으로 오는 채권자를 지치게 만드는 거리를 꼭 염두해 두라고 충고한다. 실제로 20대부터 평생 빚을 지고 살면서, 빚을 갚기 위해 일생을 글 쓰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발자크 자신의 집도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는 후문이 있는 집을 선호할 정도였다고 하니...

 

책의 내용과 더불어 역자 후기와 작가 연보도 꽤나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주 예전에 읽었던 발자크 평전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에는 발자크의 빚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와 닿은 기억이 없는데, 지금 다시 읽는다면 이 부분이 더 부각되서 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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