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고요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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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가의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최근 2권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당연히 아는 작가이기에 나는 이 작가님의 책을 꽤나 많이 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저자 소개를 보니 왠걸? 그 많은 작품 가운데 내가 읽은 건 겨우 한 두권 정도밖에 안된다는 사실..

외국 장르소설이나 에세이만 주구장창 읽었지 정작 우리나라의 문학계를 대표하는 노년 작가의 책을 많이 못 챙겨봤다는 생각에 살짝 부끄러워진다.

 

작년에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도 느끼게 된다.

뭐랄까..구수하다고 해야 할까? 정겹다고 해야 할까? 참 마음 편하게 읽히는 산문집이다. 에세이라는 단어보다 산문집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이 책에서는 부부의 사랑, 노부부의 정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나 많이 나오는데, 긴 세월 함께 늙어가는 아내를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이 참 애틋하게 다가온다. 아내의 병원진료에 함께 하고, 아내의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씩 채워주고, 등록한 학원에 길치인 아내가 행여나 길을 잃을까 바래다주는 작가를 보면서 참 다정한 남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고향 논산의 집필실에서 혼자 기거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아내가 간간히 들를 때마다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는 통에 가끔은 아내가 돌아가고 나면 홀가분함을 느끼지만 그 마음 한 켠에도 역시나 아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수많은 제자와 독자팬들한테 사랑을 받고 계시는 작가님이시지만, 작가님한테도 분명 치기어린 시절이 있었고 이제는 곁에 안계시는 부모님에게 행했던 미성숙했던 태도를 많이 후회하곤 하신다. 수면제를 다량 복용했던 고등 2학년 시절,

그런 외동아들의 행동은 책에만 빠져서 그렇다고 판단하신 아버지는 아들의 거처를 옮기기로 결정하고 이불짐을 메고 길을 나섰다. 이미 건강이 안좋아진 아버지였지만, 그 당시의 작가는 그저 빈 손으로 아버지 뒤를 따를 뿐, 아버지의 등에 얹힌 그 짐들을 자신이 멜 생각을 전혀 안했었다고..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그 당시 말하지 못했고 이제는 곁에 안 계셔서 말하고 싶어도 전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둬야 하는 말들..

겨우 얻은 막내외동아들을 자칫 잃을까 걱정했던 아버지의 마음도, 후회하는 자식의 마음도 양쪽의 입장에 서 있는 나로써는 다 가슴 찡한 공감이 느껴진다.

 

아버지에 대한 회환,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 노년의 삶, 그리고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서의 삶..일상 속 이야기와 한데 어우러져 술술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책에 실린 작가님의 소개글과 사진을 보면서 작가님의 미소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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