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정학과 미국의 패권전략
조지 프리드먼 지음, K전략연구소 옮김 / 김앤김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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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국제정치학에서 다소간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는 국제 정세 분석가이자 예언가로 자주 일컬어지는 조지 프리드먼의 최근 번역 출간된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프리드먼의 글은 ‘100년 후’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이 100년 후는 여러 논란을 불러 일으킨 출간물인데요. 이것으로 프리드먼은 국제 정치계의 샤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참고삼아 언급드린다면 경제학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밀턴 프리드먼과 구분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의 뒷표지에 실려 있는 소개 문구들과 얼마간의 정보들이 저자인 프리드먼이 한국에 앞으로 10년 이후의 국제 정치학적인 환경 변화에 조언을 하기 위한 것처럼 나와 있지만, 여기에 소개된 글들은 오로지 앞으로 미국의 국제 정치학적인 측면의 분석과 첨언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한국이 포함된 내용은 그리 많지는 않아서 이 점을 감안하시면 좋을 것 같군요.

과거 역사에서 미국은 양차 대전을 거치며 고립주의적 입장에서 필요에 따라 개입의 의지를 보여 왔는데요. 프리드먼은 여기에 미국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위해 힘을 투사하거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다시 지양하고 과거의 ‘역외 균형 전략’에 의거해 조정과 국가 균형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돌아가야 하며 이러한 목적을 위해 미국 대통령은 마땅히 마키아벨리즘을 적극적으로 현실 이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요. 루즈벨트와 레이건과 같이 술수와 허위를 배제하지 않고 적극적인 수단으로 이용했듯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중동에 대한 직접 개입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만 2001년 9월의 테러 이후 미국의 정치 상황이 완전 돌변하여 개입의 필요성이 있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미흡한 결론에 이르렀다고 그는 판단하고 있는데요. 특히 중동에서 후세인의 이라크를 제거하여 종래의 지역 패권국의 등장을 미연에 방지하는 역외 균형 전략에 반대되는 결과로 이란의 야심을 키우게 되는 원치 않는 반대 결과가 있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에게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가 중동의 아랍 국가들의 야심을 조절하기 위한 기존의 해석보다 구 소련과의 냉전시기에 미국의 대소 봉쇄 전략의 일환으로서 그리스와 터키가 매우 중요했는데, 터키에 대한 압력 분산의 의미로서 이스라엘이 긴요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이 일종의 분수령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꽤 흥미로운 주장이라 저는 몇 번이고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전세계의 국제 정치학적인 환경과 앞으로 10년간의 전망을 함께 조망하고 있고 설득력이 높은 주장들도 있어서 흥미롭고 다채로운 인상을 받았습니다. 독일이 점차 러시아가 자국에 제공하고 있는 천연가스와 산업에 필요한 막대한 러시아의 부존 자원, 반대로 독일의 기술을 원하는 러시아는 양국 간의 협력과 연대의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측면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독일과 러시아가 동맹에 준하는 관계로 확대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전망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 떠오르는 중국과 그 중국을 복잡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일본이 중일간의 협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것처럼 일견 자명한 부분입니다. 또한 부상하는 중국과 관련해서도 일본을 통해 견제하는 것과 한국, 호주, 싱가포르와 긴밀히 협력하고 특히 한국과 같은 경우는 중국과 일본에게 있어서 비수와 같은 존재라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일종의 전통적인 미국의 역외 균형 전략에 철저히 부합하는 경우라 봐도 무방합니다.

전체적으로 프리드먼의 이러한 주장들은 앞서 헨리 키신저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언급했던 ‘미국의 세계 전략’ 에 대한 비슷한 형태의 맞춤 글입니다. 근래에는 종잡을 수 없는 중국에 초점이 맞춰져 이를 미국의 전세계 영향력과 연계해 많은 이론가들이 글을 쓰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중국 보다는 앞으로의 러시아를 비교적 상세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푸틴의 장기집권과 관련된 기사들이 헤드라인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단순한 자원 수출국 경제와 몸에 맞지 않는 비대한 군사력으로 연명하고 있는 오늘날의 러시아가 푸틴이 원하는 바대로 구 소련의 붕괴가 현대사에 있어서는 안될 사건이었다고 언급했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이런 글들을 통해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프리드먼의 미국이 과거의 균형 전략 대로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외교 전술과 국가간의 관계를 조정하여 앞으로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패권과 영향력이 급격히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앞으로 미국과 관련된 정치 외교적인 문제에서 어떻게 분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같은 일반 독자들이 요긴한 지식을 이 책은 분명 제공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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