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 권력의 논리
후베르트 자이펠 지음, 김세나 옮김 / 지식갤러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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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공신력과 명성을 떨친 ‘데어 슈피겔’의 전 편집자이자 독일 방송계로 진출해 정치 관련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후베르트 자이펠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개인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데요. 현직에 있는 정치인의 기록물이 만들어지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여기 독일 기자의 정치인 푸틴에 관한 글이 번역 출간되어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는 그동안 정치인 푸틴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언론을 통해 러시아의 현재 정치에 대해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주의적이라고 비판을 가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푸틴의 악마화에 대해 저자인 자이펠은 명백한 반대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소모적인 것으로 여기는 듯 했습니다. 러시아 정치 체제 대해 실체적인 분석을 시도하기 보다는 도덕적 우월론에 빠져 가치 판단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입장인데요. 사실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은 설사 과거 CIA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적지 않은 여러 민주 정부들을 굴복시키고 독재 권력이나 정당성이 전무한 정치인들을 지원했던 것과는 별개로 자신들이 세계의 모범이 되는 민주주의 국가의 지위에 있다고 보고 있죠. 국제 정치를 배경으로 각국의 이익과 이권을 위해 움직이는 수단들은 도덕적으로 정당성을 매번 획득하는 것이 아님에도 특히 미국은 그동안 푸틴의 러시아에 대해 자신들의 무결점 도덕적 가치관으로 평가 및 판단해 왔습니다. 아마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소모적이고 도움이 안되는 서구의 도덕적 우월 이데올로기를 탈피하고 푸틴이 어떤 정치인이고 어떠한 배경과 목적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고 하는 듯 합니다.

과거 보리스 옐친에 의해 정치적으로 발탁된 푸틴은 오랫동안 첩보를 다루는 위치에 있다가 공개된 정치 행위의 일선으로 나서 그동안 러시아 인들에게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좀 더 이전으로 들어가 살펴본다면, 독일 통일 전후에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동진은 없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고 독일 재통일을 승인하고 소련의 해체가 이어졌는데요. 푸틴은 이 시기의 미국의 확언은 그것이 문서화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교훈을 깨닫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반대의 입장이 되기도 했는데요. 미국과 합의한대로 규모로만 본다면 당시 배치된 핵무기들의 3위 규모였던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어 있던 핵무기들을 다시 러시아로 불러들이고 우크라이나를 비핵화로 만들면서 두 강대국이 확약했던 안보 보장이 한낱 유명무실해진 것처럼 여기서 그려지는 푸틴은 실로 완벽한 현실주의자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올리가르히를 제거하고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에 개입, 시리아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과 선을 달리하는 것을 보면 푸틴 역시 조지 W. 부시와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이 두 명의 거물 정치인이 서로 몇십차례 만나며 적지 않은 관계를 쌓은 것은 아마 이러한 유사성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자이펠의 이 독특한 글은 푸틴은 둘러싼 생생한 러시아 정치에 대한 이해와 서구가 푸틴의 러시아에 대해 갖는 정치적 배경과 연원에 대해서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서술되는 관점들은 딱히 치우치지 않아 정치적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접근을 도와줍니다. 각종 굵직한 사건들은 따로 위키 백과 등으로 검색을 해봤는데요. 그동안 단순히 지정학적이거나 표면적인 러시아 정치를 접해왔다면 그런 측면에서도 꽤 이 책은 도움이 될만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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