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의 포로들 - 세계의 패권 싸움은 지정학의 문제다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출간된 신간들중에 저의 관심을 절로 끌었던 이 책은 한겨레 신문 국제부 선임 기자를 역임한 정의길씨가 저자인데요. 이분의 이름이 그리 낯설지가 않아서 잠시 검색을 해봤는데, 여러 매체를 통해 저에게도 역시 꽤 익숙한 분이었습니다. 요즘 시절이 어수선하여 아마 많은 분들도 국제정치학에 관심이 있으실텐데요. 국제정치학에 올곧이 지정학을 붙인 저자의 의도가 너무 궁금하여 금새 책이 제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약 490여페이지 분량의 글은 다소 소화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짐작보다는 일찍 완독을 했습니다. 문장들은 거의 군더더기 없이 명료했는데요. 아마 이 때문에 수월하게 읽혀졌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은 온전히 국제정치의 범위에 지정학이라는 관점을 녹여 새롭게 해석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그동안의 소개된 일반적인 사례들을 평이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좀 더 엄밀하게 말씀드리면 과거 세계 역사에서 큰 반향과 전환이 되었던 세계 정치 외교사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풀어나가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191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세밀한 세계 근현대사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크게 소위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지칭하는 3가지의 사례를 중심으로 글을 풀어가고 있는데요. 즉, 제1,2차 세계대전에서의 독일과 냉전시기의 구소련, 오늘날 중국 등을 그레이트 게임의 주된 행위자로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라든지, 특히 러시아의 팽창과 미국의 독립과 그 과정과 관련해서 여느 책에서는 좀체 알 수가 없었던 상세한 이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러시아 제정부터 소비에트 혁명 전까지의 러시아 역사를 이렇게 개략적이나마 세밀한 역사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것은 특별히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 사례들과 더불어 당시 각국의 이해관계와 행적에 대해 ‘지정학’이라는 수단으로 해석 평가하는 것에도 좋은 평가를 하고 싶군요.

다만, 여러 내용들 중의 저자의 판단 중에, “소련의 경제 악화는 경제 정책과 운용의 실패라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이 결부된 체제의 한계’ 라는 부분은 다소 납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당시 소련의 정치 권력이 어떠한 실패를 답습했고 자신들의 정치 권력 유지를 위해 또 어떤 일을 벌였는지 찾아보면 앞의 이 소련의 붕괴가 단순히 미국의 대소 봉쇄와 그로인한 한계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구소련의 해체로 인한 냉전의 소멸은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의 소련 정치권이 국민들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한계까지 몰아간 것은 결국 이러한 내부 모순과 피폐한 국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을 자초한 것이죠. 최종적으로 고르바초프도 소련이 과거의 체제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책 말미에 대중화 세력권이라는 삽입된 한 지도에서 일본과 인도는 그러한 세력 전이에 저항하는 국가로 표기하고 다른 지역내의 국가들에 대해서는 소위 중화 세력권으로 편입되는 식으로 판단한 듯 한데요. 현재 중국 경제권이라는 측면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고 미국 측에서도 한국과 일본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정치외교적으로는 아세안 국가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순순히 이러한 중화 세력권에 편입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미 동맹은 계속 유지가 되어야하고 저는 앞으로 급변하는 안보 변화의 측면에서 더욱 한미간의 상호방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도나 일본이 중국의 지역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열망에 반대하는 이유는 서로간에 다르고 아세안 국가들 중 특히 캄보디아는 중국 영향력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점차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과거 중화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국가들이 분명 많은 만큼 이러한 중국의 ‘중국몽’이 달성될 상황은 비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내부 모순이라든지 이런 것은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글의 전체적인 논지가 대체로 균형이 잡혀 있어서 글 서두에 지정학을 바탕으로 현실주의적 국제정치를 그려보고자 했던 저자의 목적이 대체로 부합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오늘날 미국이나 과거의 소련 등이 배후에 안보 불안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으려는 목적이 이러한 지정학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공인된 5개 핵강국과 그외 몇개의 핵 보유국이 있지만 1945년 이후 오늘날까지 국제 정치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자신들의 국익을 부분적이나마 배타적으로 사용한 국가들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오늘날 이런 측면에서 지정학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처해있는 국가적 상황과 판단을 능동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소수에 지나지 않나 싶습니다. 만약 이러한 가정이 틀렸다면 냉전 시기에 왜 많은 국가들이 제3세계에 자청해서 속하려고 했는지 그 속에 진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