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전후 일본의 사상과 감성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현대일본생활세계총서 12
조관자 엮음 / 박문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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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일본 연구소의 현대일본생활세계총서로 발간되고 있는 연구서들 가운데 조관자 교수 등이 엮은 ‘탈 전후 일본의 사상과 감성’ 을 읽었습니다. 예전에도 잠시 이 자리를 통해 제가 언급했던 것 같은데요. 근래 현재 중국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와 마찬가지로 현대 일본에 대한 심도깊은 탐구를 하고 있는 서울대학교의 일본 연구소는 우리의 이웃들인 중일 양국에 대한 전반적인 학문적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저는 이 책에 대해 약간 기대를 한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적’ 입장에 대한 평범한 일본인들이 갖는 평가가 어떠한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여기는지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꽤 성공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알려져 있고, 경제적인 부분 또한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오늘날 일본이 ‘전후체제로 비롯된 역사’를 자학 사관이라 몰아가며 고노 담화를 비롯한 과거의 겸허한 역사적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되게 느껴지는지 이루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다소간의 일본 내부의 역사 수정주의적 분위기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데요. 크게 과거 냉전의 가치로 일본을 스스로 해석하고 매몰되어 있는 현상과 1945년 패전과 동일시 되고 있는 3.11 동일본 대지진, 오늘날 많은 일본인들에게 잃어버린 20년이라 회자되고 있는 경제 침체, 태평양 전쟁에 대한 민낯, 위안부 문제, 재일 조선인 문제 등을 주제로 많은 자료들을 통해 일본의 오늘날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일본은 아직도 전후 체제와 그로 인한 국가 개조와 사회 변혁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 자신들은 미국에게만 패했다는 비뚤어지고 오만한 인식 체계, 그리고 이러한 배경으로 통칭되는 전후 체제가 얼마나 일본의 역사에 자학적인 시각을 강요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본 정치권과 많은 일본인들에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일본의 지식인 가토 노리히로는 피해자인 아시아 각국이 그만하라고 할때까지 끊임없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는데요.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고 일본 제국주의로 비롯된 태평양 전쟁에 2천만 아시아인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에 눈을 감으면서 자신들의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희생자들을 포함한 자국의 300만의 인명 피해에 몰입해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여기는 태도는 그동안 인류의 경험이 축적된 역사학이 일본에게는 얼마나 무용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한국이 이러한 일본에 갖는 복잡하고 분노가 치미는 감정을 단순히 반일과 민족주의적 적대감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것은 이들이 얼마나 역사적 인과성에 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인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난징 학살’에 대한 이 잔혹한 사건 마저 부정하고 있는 일본 정치권과 일본인들에 대한 모습은 일본인들이 최소한의 역사적 양심을 저버리는 행동이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측면에는 어떠한 정치적 논리나 수정주의적 개입은 일본 스스로나 주변국의 수많은 피해자들을 두번 욕보이는 행위라 볼 수 있겠죠. 거기에다 진정한 관계 개선은 앞으로도 요원한 일이 되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무라카미 류와 같은 대체로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일본 내에서도 의미있는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아직은 여러 난관들이 있지만 서로 입장을 같이 하는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과 지식인들의 여러 의미있는 교류와 얼마전 한국과 일본 정부가 졸속으로 처리한 위안부 합의에 UN 측에서도 이를 비판한 것과 마찬가지로 다시 한일 민간차원에서 새롭게 아베와 일본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적 기조’를 견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당시에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미국이 개입해 만든 전후 체제와 역사 수정주의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 적이 있는데요. 자신들이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명백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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