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 이후 (반양장) - 국제정치이론의 변화와 발전
이근욱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서강대학교 국제정치학과 이근욱 교수는 케네스 월츠의 이론을 바탕으로 근래 주목받는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는 바를 해석해 책에 담고 있는데요. 지난 2013년 작고한 월츠는 한스 모겐소로 대표되는 고전적 현실주의 입장이 국제 정치 현실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여겨 일종의 ‘무정부상태’에 있는 국제 정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 이러한 그의 입장을 ‘신현실주의적’ 해석이라고 구분합니다. 유명한 그의 논문이 이처럼 크게 반향을 일으키게 될줄은 그도 몰랐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학자와 이론가들이 나름 고유의 이론체계를 만든 것은 아마도 이 월츠의 공이 제법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여기에는 공격적 현실주의 혹은 방어적 현실주의에 관한 양자의 이론과 그 속에서 소위 ‘민주평화론’ 소개되는데요. 아시다시피 민주평화론은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는 물리적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론인데요. 달리 표현해본다면 민주주의 국가는 비민주주의국가와는 전쟁을 할 수 있다 라는 이면의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론들이 발생하게 된 배경은 국제 정치가 기본적으로 무정부주의 상태이고,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의 형태나 수, 이념적 위치 등에 따라 세력균형이 이뤄지는지 아니면 오늘날 세계 경찰 국가를 자임하는 미국의 위치처럼 단극 형태인지에 관한 여러 증거들을 서로 비교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 ‘무정부상태’가 위험하냐 아니냐에 관한 논란부터 안보딜레마를 갖고 있는 국가들의 소위 ‘예방전쟁’ 등 흥미로운 주장들이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케네스 월츠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점은 일찍이 핵확산의 확대가 세력균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여긴 점입니다. 기존의 학자들과 이론가들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측면인데요. 특히 기존의 핵강국의 정치인들은 이런 월츠의 주장에 사뭇 반대하는 입장일겁니다. 저는 이를 ‘핵무기’가 인류의 역사에 등장하면서 핵무가 자체가 고도의 전술, 전략적인 정치 수단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국제 정치가 무정부 상태인 배경인데다 기존의 핵보유 국가와 비해보유 국가간에 벌어지는 실질적 국력의 위상을 봤을 때, 이러한 조건 차별적인 입장에서는 더욱더 국제정치이론이 표면상의 한계를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파키스탄이나 북한이 그토록 핵을 보유하길 원하는 것은 안보나 전쟁위협을 방지하려는 생존 본능의 욕구 차원에서도 그렇겠지만 핵보유 이후에 국제 정치 무대에서 보통의 비핵보유 국가들의 이익 차원 추구에서 제약이 다소간 사라진다는 입장의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많은 국가들은 현재의 국제 시스템이 아니라면 더 핵을 보유하려 할 것입니다. 무정부 상태의 국제 정치가 핵을 보유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정치 환경에 대한 이론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해석상의 문제가 분명 있는 것이죠. UN 안보리 체제만 봐도 현실이 어떤지 분명히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핵보유국가와 비핵보유국가의 있을지 모르는 갈등 상황이 원천적으로 두 양자 사이에 국제 정치 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입장 차이가 명백합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일종의 자유 경제 시스템에서는 많은 국가들이 경제적 이해로 면밀한 협력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에 벌인 일들로 필리핀과 베트남 등이 불법적인 중국의 행태에 대응하는 별다른 수단이 없어보이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래서 핵확산이 무조건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것이죠. 오히려 지금의 일부 핵보유국이 존재하는 현실이 세력 균형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다만, 민주평화론의 입장에 제가 완벽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리차드 닉슨 미 대통령이 ‘전세계에 민주주의의 확대만이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이다’라는 주장에는 일견 동의합니다. 중국이나 파키스탄, 러시아 등이 완전한 민주주의체제에 다다른다먄 아마도 세계의 안보에 대한 측면에서 분명히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가들간의 전반적인 활발한 경제 교역과 고도화된 민주주의의 확대, 좀 더 법으로 규정화된 핵 보유국가들의 핵무기 사용 제한 등의 조건이 만들어진다면 꼭 세력 균형이 아니더라도 세계 질서에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지는데요. 제가 현실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것은 꽤 이상주의적 바람이겠죠. 이외에도 국가간의 변수로 작용하는 정보 개방성이라든지, 민족주의와 관련한 분석 등도 있어서 일독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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